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장식을 꽃병에 꽂아 넣으면 언제든 도화 향을 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성과 마음을 솓은 것이 느껴지는 선물이었다.
“와, 정말 예쁘네요. 남궁 공자님께서 정말 신경 쓰셨네요. 어떻게 할까요? 어울리는 꽃병을 찾아볼까요?”
나는 살펴본 장식을 다시 원래대로 넣고 상자를 닫았다.
“이건 다시 남궁 세가로 돌려보내.”
“네?”
어린 얼굴의 시비는 놀란 낯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낯이었다.
금쇄가 혼인하고 내 곁을 비우면서 새로운 시비가 여럿 왔다.
나는 상자를 옆구리에 끼워 들며 말했다.
“아니, 이건 내가 총관님께 직접 말하마.”
* * *
8월 초.
진진은 무난히 호남성 예선을 통과해 바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무림맹 본단이 있는 무한에서도 예선을 치를 수 있지만, 이렇게 지역 예선을 통과한 후기지수로 무림맹에 향하면 여러 혜택이 있었다.
본디 이 혜택은 무리맹을 꾸준히 많이 지원하는 지방 유력 세가와 문파 자제들에게 제공하던 편의였다. 본선부터 편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즉, 뒷배만 좋다면 얼마든지 호남성 후기지수로 뽑힐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말을 잘 들을 사람들을 예선에 참석시키고, 대진표를 조작하고······ 얼마든지 가능했다.
진진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실력으로 선발된 후기지수라면 정반대의 자리에는 벽가의 소공자가 있었다. 벽가 또한 호남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비무 대회의 일로 나를 찾아오셨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차를 따라 드리고 마주 앉았다.
“진 단원은 호남성 후기지수들과 함께 무한에 갈 거라고 하더구나. 너도 슬슬 준비해야지 않겠느냐? 너는 어찌할 생각이냐?”
“저요? 저야 당연히 따로 가야죠.”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
“으······ 벽 소공자도 있는데 저랑 함께 가면 분위기가 퍽도 좋겠어요.”
아버지가 찻잔을 탁 소리 내며 내려 놓았다. 그리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벽 소공자가 너를 피하면 피했지 네가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제가 피할 이유는 없죠.”
나는 찻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따로 가려고요. 악양도 들러서 상황도 보고 그러려면 혼자가 편하니까요. 게다가 전 호남성 후기지수로 뽑히지도 않았는걸요.”
아버지가 나를 살짝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가 말했다.
“그럼 언제 출발할 생각이냐? 몸 상태도 관리해야 하고 적응도 해야 하니, 늦지 않도록 넉넉하게 날을 잡거라.”
“네. 저도 중순에는 출발할까 해요.”
“도착하면 아마도 네게 관심을 가지며 비무를 신청하는 이가 많을 게다. 괜히 몸이 상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받아 주지 말거라.”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왠지 아버지와 대화가 헛도는 기분이었다.
잠시 고민한 나는 설마 하며 말했다.
“아버지, 전 비무 대회 참석 안 할 건데요?”
멈칫한 아버지가 혼란스러운 낯빛으로 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참석을 안 하겠다고?”
“네. 저 그래서 예선도 참석 안 했잖아요. 참석할 거였다면 당연히 예선을 치렀죠.”
“뭐라고?”
아버지가 또 놀란 기색으로 나를 보았다.
“연아, 몰랐느냐? 너는 예선에 참석할 필요 없다.”
“네? 아니, 왜요?”
“그야 내 딸이기 때문이지.”
알고 봤더니 우승자 혜택 중에 자손이나 제자가 1회에 한하여 바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제도가 있었어요? 아니, 전혀 몰랐어요.”
“너는 다 아는 것 같더니 또 이런 건 모르는 구나.”
나는 얼굴을 긁적이며 웃었다.
그야 전생에 나는 참석할 주제도 못 되었으니 사용하지도 않을 저 혜택에 대해서 알 일이 있었겠는가.
게다가 내가 아는 비무 대회는 남궁류청이 참석한 것에 딸린 정보인데 남궁류청은 예선부터 참석했다.
‘하긴, 남궁류청은 남궁완 아저씨가 우승 못 했으니 당연히 예선부터 해야 되는 거구나······.’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그래서 네가 참석 안 한 건줄 알았거늘······”
“으음······”
아버지와 대화 부족으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라니. 오랜만에 겪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참석을 안 하려는 이유라도 있느냐?”
“참석할 필요를 ······ 느끼지 못해서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한다면 이 비무 대회는 그저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비무 대회에 참석한 상태라면 여러모로 운신이 불편할 터. 비무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할 테니.
그래서 난 처음부터 당연히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 대답에 아버지가 매우 실망한 낯을 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참석하겠다고 말을 내뱉을 뻔했다.
다행히 내가 그렇게 말하기 전 나보다 먼저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1공자께서 오셨습니다.”
큰아버지가 왔다고?
나는 어리둥절하게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참석하지 않겠다는 내 말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곧이어 큰아버지가 내 처소로 들어왔다.
아버지와 함께 있는 걸 보고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
“너도 여기 있었느냐?”
“예.”
건성으로 느껴질 듯한 짧은 답에도 큰아버지는 별로 기분 나쁜 기색없이 말했다.
“네 아버지, 무슨 일 있느냐?”
고모의 손에서 백리명을 구해낸 다음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이는 꽤 좋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가주의 자리를 포기하면서 매번 날 세울 일이 없어지다 보니 괜찮아졌다고 해야할까?
나는 말을 돌리듯 말했다.
“큰아버지,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표정이 좋으시네요.”
“그래?”
큰아버지가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낯빛이 확실히 좋아진 상태였다. 백리리가 가출하고 – 아직도 못 잡았다 – 시름에 잠겨서 매일 얼굴이 죽상이셨는데······.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아,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하라고 전하러 왔다.”
“필요한 것이요?”
“그래. 무한에 갈 것 아니냐? 호남성 후기지수들과 같이 가지 않는다고 들었다만.”
“아, 네. 그렇죠.”
이미 같이 갈 생각이 없다고 말해 놓은 상태라 큰아버지가 알 수도 있는 일이긴 했다만, 그 일에 큰아버지가 관심을 가질 일이 뭐란 말인가?
내 표정에 의문이 드러났는지 큰아버지가 말했다.
“무한에 나와 함께 갈 것이니 내게 말하라는 것이었다.”
“······예에?”
이 헛소리는 대체 무엇이지?
* * *
호북성 무한.
8월 말의 무한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무더운 날씨에도, 무한 초입부터 사람들이 넘쳐 났다. 비무 대회 때문이었다.
비무 대회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과 구경을 위해 온 사람들, 그리고 이 대목에 한밑천 벌어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인해 조금만 잘못 걸어도 이 넓은 대로에서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복잡했다.
“아가씨, 조심하십시오.”
호위가 나와 어깨를 부딪칠 뻔한 사람을 막으며 말했다. 내 주변에는 호위 넷 뿐이었는데, 큰아버지와 함께 움직이기로 한 내가 이렇게 된 이유는 오는 길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악양을 살짝 벗어나 동정호 북쪽을 지날 때 습격을 한 차례 받았다. 아버지께 원한이 있던 흑도 녀석들의 습격이었다.
물론 습격은 수월하게 막았다.
큰아버지의 활약이 컸다.
큰아버지가 아버지에 비하면 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가주 후보였던 사람이었다.
그 일 이후 우리는 일행을 나눠서 큰아버지는 원래 계획대로 향하고 나는 살짝 돌아서 가기로 했다.
다른 호위가 내게 말했다.
“아가씨께서는 무한은 처음이시겠네요?”
“······그렇죠.”
사실 그렇지 않았다. 전생에 아버지를 따라 와 본 적이 있으니.
‘그 뒤로는 남궁류청을 따라다닌다고 다니다가 많이 와 봤고.’
그래서 거리 자체는 꽤 익숙했다.
“조심하십시오. 아무래도 사람이 많고 다들 호기롭다 보니 사소한 일로도 시비가 붙기 쉽습니다.”
무림맹이 치아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인파가 이 정도 되면 구석구석 살필 수 없었다.
“알겠어.”
나는 면사를 달아 놓은 삿갓을 매만졌다.
그때 호위 한 명이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회령문 녀석들입니다. 이번 비무 대회에 참석하나 보군요.”
회령문은 정사지간의 문파였다.
비무 대회에는 정파만 참석할 수 있다 – 이런 규정은 없었다.
이론상 출신과 무공에 상관없이 연령만 맞는다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는 대회였다.
다만 제정신인 흑도라면 정파 무림의 성지인 무한에 발을 들여 놓을 리가 없었다.
‘마교에게 짓밟힌 주제에 성지라고 부를 수 있나 싶긴 하지만······.’
따라서 흑도는 참석하지 않더라도, 정사지간의 세력들은 꽤 참석했다.
그리고 회령문은 최근 마교와 접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문파였다.
그런데도 당당히 여기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대단한 패기였다.
호위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지금 발 무림맹 성내로 들어 가시죠.”
“아니. 좀 더 둘러볼래요.”
“예?”
“어떤 이들이 왔는지는 확인해 보려고요. 괜찮아. 어차피 얼굴 가렸잖아요? 못 알아보겠죠.”
거리에는 나처럼 삿갓에 면사를 두르고 구격을 다니는 여인들이 꽤 있었다.
걸음을 옮기는 내 뒤를 호위들이 황급히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