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 * *
반나절을 쉬지 않고 돌아다닌 결과 예전부터 무한에 잠입해 있던 것으로 보이는 마교의 세작들을 몇 명 찾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무공 연원이 마교와 관련된 거처럼 보이는 수상한 인원들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일부러 큰아버지와 따로 온 이유였다.
큰아버지는 백리 세가에서 무한으로 간다고 온갖 요란을 다 떨면서 갔다. 흑도 녀석들이 우리의 행적을 알고 습격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큰아버지와 함께 도착했다면 남은 세작들도 도망치거나 몸을 숨겼을 터.
내가 무한에 온다고 알려진 순간부터 빠져나간 세작들도 많겠지만.
‘고작 이 사람들이 다는 아니겠지.’
무림맹 성내 앞은 대로보다 더 북새통이었다. 비무 대회에 참석하러 온 수많은 가문과 문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넓은 입구에서는 여럿이 나와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워낙 몰려있어 여럿이 일하고 있음에도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나는 깔끔하게 결론을 냈다.
“줄 서 들어가려면 한참 걸릴 것 같으니, 먼저 식사라도 하고 가죠.”
호위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가씨. 번거롭게 기다리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가문의 이름을 댄다면 줄 서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백리 세가 정도 되는 가문이라면 무림맹 내에서도 대우가 달랐다.
이름만 대면 바로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줄을 서 있는 이들은 종소 문파였다.
호위가 말을 이었다.
“저기 보십시오. 통과하는 사람이 있군요.”
그냥 보아도 부귀해 보이는 무복 차림새의 일행들이었다.
조금 전에 우리 옆을 지나쳤던 이들이었는데, 그들은 익숙하게 성문 무사들과 인사한 후 별다른 확인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줄을 서 있는 이들이 이를 보고는 살짝 부러워 하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이를 모두 지켜본 후, 가볍게 물었다.
“음, 아버지가 그렇게 하셨어?”
“······.”
“······.”
순간 호위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아니요. ······ 4공자님은 시급한 일이 있지 않은 한 줄을 서셨습니다.”
나는 착하니까, 굳이 지금이 시급을 다투는 상황아냐고 묻지는 않았다.
호위가 곧장 사과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크게 대답한 호위들이 나를 매우 우러러보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역시 아가씨. 믿고 따르겠습니다. 이런 느낌의 눈빛이라고 할까······.
갑자기 매우 부담스러워졌다.
다만 식사를 먼저 하자는 내 결정에는 작은 문제가 생겼다.
사람이 많다 보니 음식점이란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특히 나는 얼굴을 가린 삿갓을 벗고 편하게 식사할 자리가 필요했다.
객잔 몇 곳을 돌아다닌 후, 점소이에게 웃돈을 얹어 주고서야 칸막이로 나뉜 조금 조용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한쪽에 서려는 호위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앉아요. 앉아.”
“아닙니다. 저희는 나중에······.”
나는 거절하려는 호위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설마 무한에서 나를 습격하는 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
“······.”
결국, 호위들이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시켜요. 이번엔 제가 살게요!”
나는 탁자 위에 은자가 든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까요. 음, 좋은 곳을 데려각 싶었는데······ 여기가 맛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점소이가 내 말을 들었는지 다가오며 말했다.
“무슨 소리십니까? 저희 천하객잔 음식이 얼마나 유명한데요!”
“기대할 게요. 지금 무슨 음식이 되나요?”
나는 삿갓을 벗으며 고개를 살짝 털었다.
삿갓을 부여잡고 부채처럼 살랑살랑 흔들었다.
주문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하나씩 나오며 탁자 위를 차근차근 채웠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돼지 수육부터 오리구이, 내장 볶음 등. 나로서는 기가 질릴 정도로 고기가 가득한 식단이었다.
반나절을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움직였으니 다들 배가 많이 고프긴 한 모양이었다.
거절할 때는 언제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아주 전투적으로 식사했다.
여유롭게 거리를 내려다보던 나도 젓가락을 들어 닭으로 육수를 낸 국수를 먹었다. 점소이가 가슴을 내려치며 보장하던 것에 비해 맛은 그냥 무난했다.
한 세 입쯤 먹었을 때였다. 거리에 시선을 두었던 난 무심코 소리를 냈다.
“어?”
호위가 곧장 반응했다.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
“아니, 별거 아니에요.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요.”
다들 내 시선이 닿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호위들을 유심히 살폈다.
“어떤 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가씨 아시는 분입니까? 친우분인가요?”
“음, 이렇게 보니 아닌 것 같아요.”
“그렇군요.”
거리를 쭉 훑어본 호위들이 다시 음식에 시선을 두었다.
나 또한 국수를 먹는 척하고 슬그머니 거리를 바라보았다.
‘저기······ 저가 백리리 아냐?’
연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인. 허술하긴 했으나 역용도 하고 있었다.
‘역용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도 조르길래 좀 가르쳐 줬더니 잘 쓰고 있네. 하아,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게다가 호위들의 반응을 보아 하니 백리리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나는 젓가락을 입에 물었다.
‘이걸 어째야 되나?’
생각해 보면 가출한 백리리가 무한에 있을 법도 했다.
비무 대회였다! 그것도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구경하겠는가? 혹은 정체를 숨기고 참석하러 왔을 수도 있다.
게다가 아마 백리리는 지금 큰아버지가 무한에 계신 줄 모를 것이다. 백리리가 집을 떠난 것이 벌써 몇 달이나 되었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당당히 무한에 나타났겠지.
‘아, 정말 어쩌지?’
지금이라도 아는 척 붙잡아야 할까? 아니면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나?
백리리는 여기서 아는 사람도 생겼는지 누군가와 즐겁게 떠들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백리리를 지켜보고 있었을까. 백리리가 친우와 함께 다루로 들어가고, 나도 일단은 마저 식사부터 마치자고 생각할 때였다.
건물 뒤쪽 인파 너머로 희미하게 붉은 기운이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가씨?”
뭐라고 설명할 정신이 없었다.
나는 삿갓을 집어 든 채 2층 창문 창턱을 짚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탁.
“꺅!”
“뭐, 뭐야?”
내가 위에서 1층을 툭 떨어지자 거리의 놀란 몇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들렸다.
“아가씨!”
위쪽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이를 모두 무시학 붉은 빛이 보인 방향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가득 찬 사람들 사이를 간신히 빠져 나와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몇 번을 꺾으며 달리기를 한참.
골목길이 담벼락에 막혀 끝났다.
나는 담을 밟고 전각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민가였는지 창문으로 누군가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 으악!”
사내와 부딪칠뻔한 내가 황급히 몸을 틀었다.
다시 내가 지붕 위로 올라갔을 때는 이미 붉은 기운을 시야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
나는 계속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근방을 샅샅이 살폈다.
금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한참을 찾았음에도 그 붉은 기운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마치 네가 착각한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허탈감이 물밀듯 몰려왔다.
허탈감에 다릿심마저 풀린 걸까. 살짝 비틀거리는 내 발끝에 지붕 기와가 걸렸다.
달그락.
그때 누군가가 아래에서 고함치는 것이 들렸다.
“그만하고 내려오시지요!”
뒤따라온 호위겠거니 생각하며 뒤를 돌아본 나는 멈칫했다.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창과 검을 꼬나쥐고 나를 향해 고함쳤다.
“거기 소저! 내 말 안 들리시오? 당장 내려오지 못하고 뭘 하는 것이오!”
나는 조심스럽게 삿갓을 다시 썼다.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삿갓을 들고 나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탁. 타탁.
내가 두어 발 만에 지붕에서 내려가자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안도하듯이 숨을 내쉬었다. 차림새를 보아 무림맹의 치안대처럼 보였다.
비 오듯 쏟아낸 땀으로 경갑 안의 옷자락이 푹 젖어 있었다. 상황을 보아 저 사내가 나를 한참 쫓아다닌 것 같았다.
원래 치안을 유지하는 건 관부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무림맹이 자리를 잡아 강호인들이 바글바글 한데다가, 비무 대회까지 열리고 있으니 관부는 이미 이곳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
사내가 내게 소리쳤다
“지붕 위를 뛰어다니면 어쩌자는 거요? 여기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 않소! 여기서 지금 경공 자랑이라도 하는 것이오?”
“······죄송합니다.”
나는 얌전히 고개 숙였다.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잔뜩 화가 났는지 사내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대체 왜 뛰어다닌 거요? 이유라도 들어봅시다!”
“······아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렇닥 지붕 위를 뛰어다니면 되겠소? 기와가 아래로 떨어져 사람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요! 사문이 어찌 되시오!”
“······.”
나는 주변에 몰려든 구경꾼들을 흘끗 보았다. 여기서 백리 세가라고 말하기가 조금 민망했다.
“소저! 왜 말이 없소? 지붕 위를 뛰어다닐 땐 그리 날래더니! 요새 젊은 것들 말이야. 무림맹이 자기 사문 안마당인 줄 아는지 순 제멋대로라니까?! 어서 말씀하시오! 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요!”
고민하던 나는 순간 아버지가 무림맹에서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었던 패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무림맹에서 공을 세웠을 때 받은 패였는데 웬만한 일에 면책될 수 있다고 했다.
‘좋아, 그걸 내밀어야겠다!’
그리고 품속을 뒤지던 난 눈을 부릅떴다.
‘으아아아아! 미친,
백리연! 그걸 객잔에 놓고 오면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