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계산을 위해 은전이 든 주머니를 객잔 탁자 위에 꺼내 놓았는데 그 안에 아버지가 주신 패도 함께 있었다. 호위도 나를 쫓다가 놓쳤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 뭐 하는 거요? 대답도 없고, 안 되겠군. 따라오시오! 치안소로 가서 얘기하지!”
“······.”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잠깐, 잠시만 기다리시오!”
한 청년이 구경꾼들을 헤치고 우리 앞으로 나왔다.
“저는 장철이라고 합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장철······ 장철······ 어디서 들어 본 것같은 이름인데······?’
나와 달리 무림맹 무사는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 봤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 장철이 품속에서 작은 패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무사는 이를 확인학 인상을 찡그리며 장철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장 공자 신분은 알겠소. 그런데 공자가 왜 끼어드는 것이오?”
“이 소저는 제가 아는 소저입니다.”
“그게 어떻다는 거······.”
그때 장철이 작은 주머니를 사내에게 쥐여 주었다.
“제 얼굴을 봐서 이 정도로 해주시지요. 만약 문제가 있는 집이 있다면 보상은 그걸로도 충분할 겁니다.”
“크흠.”
무사가 헛기침을 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운 좋은 줄 아시오! 앞으로 지붕을 뛰어다니는 일은 하지 마시오. 한 번 더 걸리면 봐주지 않을 테니!”
치안대가 물러가고 그제야 구경하듯 둘러싼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졌다.
그때쯤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
“야! 너, 양주 장가자의 장 철?”
남궁 세가에서 머물 때, 만두를 사러 나갔다가 시비를 걸었던 패거리의 대장!
“뭐야, 이제 기억났나 보지?”
바로 못 알아본 이유가 있었다.
일단 헤어질 때 아주 어렸던 탓도 있고, 이렇게 자란 장철의 인상이 전생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상념을 뒤로하고 물었다.
“그러는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도와준 거야?”
장철이 목소리를 낮췄다.
“백리 세가, 백리연이잖아?”
나는 의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알아본 거야?”
“원래 저기서 식사하고 있었는데······.”
시선이 닿은 곳은 맞은편 3층짜리 건물로 객잔처럼 보였다.
“웬 미친······크흠, 지붕 위를 뛰어다니길래 봤더니······. 하여튼 곤란해 보여서 잠깐 끼어들었어.”
“어······ 음······ 고마워. 신세를 졌네.”
장철과 헤어지고 난 뒤로 몇 차례 그의 얘기를 전해 듣긴 했다.
내게 몇 마디 들은 이후로 장철이 꽤 얌전해졌다고 병약하던 장부인께서 고맙다는 서신을 보내왔더랬다. 양주에 올 기회가 있으면 장철과 또 만났으면 한다는 얘기와 함께.
하나 내가 장철을 만날 일은 없었다.
장철은 마치 본성은 어찌 못 한다는 예시를 보이듯 언젠가부터 다시 패악을 부리며 점차 삐뚤어졌다고 했다.
결국에는 장씨 부인이 앓던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게 내가 들은 장철에 관한 마지막 소식이었다.
‘그런데 얘가 날 왜 도와준 거지?’
내가 백리연인 걸 단번에 알아봤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서로 돕고 그럴 사이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했다.
‘음······ 이제 와서 친하게 지내 보려고 그러나?’
그간 이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학당에서도 백리명과 백리리의 눈치에 나를 본체만체하던 사람들이 백리명이 주화입마에 빠져 후계자 자링서 밀려나자마자 얼마나 잘해 주던지.
갑자기 내 절친은 한 스무 명쯤 늘어났고, 그 외의 다른 세가나 문파에서도 연회에 초대하거나 방문을 청하는 명첩이 갑자기 쏟아졌다.
“아까 그 주머니엔 얼마 들어 있었지? 갚을게.”
신세지긴 했지만,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돈이랃 깔끔학 끝내는 게 좋았다.
“됐어.”
“아니야”
나는 소매에 손을 넣었다가 또 망연히 멈췄다.
‘아, 맞다. 돈주머니 놓고 왔지.’
장철은 뭐 하냐는 듯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깟 돈 얼마나 된다고. 됐어. 예전 일 갚는다고 생각해.”
진심인가?
장철이 말했다.
“그럼 볼일 끝났으니 난 간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나는 멀어지는 장공자를 지켜보다가 소리쳤다.
“장 공자!”
뒤돌아보는 장철을 향해 다가갔다.
“예전 일을 고작 이걸로 때우려는 건 아니겠지?”
“뭐? 고작 이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때 상처를 많이 입었어.”
“뭐? 그때 처맞은 건 나거든!”
“그건 네가 맞을 지 해서 맞은 거고.”
장철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쩍 벌렸다.
“내 부탁은 간단해.”
“하, 무슨 부탁?”
“천하객잔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하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을 뛰어다니고 지붕을 날아다녔더니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건지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장철이 인상을 팍 찌푸리고 말했다.
“천하객잔? 아, 그 음식 더럽게 맛없는데? 거긴 왜!”
나는 눈을 깜빡였다.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거기 음식······ 맛없어?”
“어.”
“아니, 왠지 거기만 자리가 났더라니!”
“뭐야, 너 거기서 밥 먹었어?”
장철이 혀를 차며 불쌍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게다가 내 호위들이 거기서 식사 중이었거든······.”
* * *
그 시각 무림맹.
총군사의 전각 밀실.
무림 맹주와 무림맹 총사. 구파 일방 비롯한 무림맹 장로가 될 수 있는 세가의 대표들이 모두 모였다.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 비밀인, 알려지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인물들도 몇몇 있었다.
무림맹주 위지백은 소태를 씹은듯한 표정으로 한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회복 불가능이락 들었건만 멀쩡한 팔로 검까지 들고 심지어 그 위기에서 깨달음을 얻었는지 경지의 상승 또한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위 맹주 본인은 벼로 티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 앉은 모두는 기감이 예민했다.
그리고 적대심을 감추지 못하는 무림맹주의 행태에 속으로 혀를 찼다.
공손맹 총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맹주의 모습을 보아 제대로 된 진행은 불가능해 보였다.
공손방 총사가 앞으로 나섰다.
“다들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감사합니다.”
공손방 총사가 포권을 하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바로 이번 비무대회의 상품을 보이도록 하지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태고 진인.”
태고 진인.
머리부터 눈썹, 수염, 옷차림까지 온통 희디흰 노인이었다. 주름진 얼굴을 통해 나이가 많은 것만을 알 수 있을 뿐 몇 살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곤륜파의 장문인이자 천하 십강 중 한 명인 태고 진인이었다.
게다가 태고 진인은 근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무림맹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이번 무림맹 주최 비무 대회의 상품입니다.”
태고 진인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상자를 꺼냈다.
흑색 상자는 붉은 주사로 그린 부적이 몇 장 붙어 있었는데, 빛 바랜 부적의 모습이 그 상자가 아주 오래된 것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태고 진인이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새카만 묵색의 가죽이 돌돌 말려 끈으로 묶여 있었다. 오래 되어 보이는 상자나 손만 대도 부스러질 것 같은 끈과는 달리 가죽은 상태가 매우 괜찮아 보였다.
누군가 말했다.
“천마지보.”
놀라는 표정은 없었다. 이미 예전에 정해져 알고 있던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의 표정과 눈빛에 나타난 것은 호기심이었다.
“저것이······.”
“별로 특별해 보이진 않는데···.”
“어허.”
천마지보는 천마신교의 손꼽히는 성물이었다. 그리고 마교가 발호하고 무림맹이 세워진 초창기 벌어진 혈사에서 승리한 무림맹이 얻어 낸 승전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천마지보를 상품으로 건다고 이를 내주는 것은 아니었다. 받는다가 해서그 사람이 천마지보를 지킬 수도 없을 터.
그저 견학의 기회를 주는 것.
얼마든지 볼 수 있도록.
전설처럼 내려오는 기록에 따르면 천마지보에는 천마의 신공절학과 그의 의념이 담겨 있다고 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마교의 신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아직 비밀인 상품의 정체가 알려지면 그야말로 엄청난 파란이 생길 터였다.
그때 남궁완이 입을 열었다.
“태고 진인께 한 가지 여쭙고 싶군요.”
인자한 미소와 함께 태고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시오.”
“천마지보는 천마신교의 성물로 이를 통해서만 진정한 천마가 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말이 전해지긴 하지.”
“왜 지금껏 없애지 않은 겁니까?”
남궁완의 질문에 누군가 불편한 듯한 헛기침을 했다.
“크흠.”
이어서 거대한 덩치의 중년 사내가 제 허벅지를 솥뚜껑만한 손으로 내려치며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무림맹의 승리를 나타내는 승전품이오. 우리 승리의 상징을 뭐 하러 없앤단 말이오!
하북 팽가의 소가주였다.
팽 소가주가 거만한 어조로 소리쳤다.
“어디 한번 뺏어 갈 테면 뺏어 가 보라지!”
“천마신교의 성물입니다.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지 모르는 것을 함불 없애는 것도 너무 가벼운 선택이 아닐는지요?”
“저는 남궁 소가주의 말이 옳은 것 같소. 사특한 것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세상에 분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오.”
여러 의견이 오고 가는 것을 본 태고 진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 웃었다.
“세대가 바뀌는 것을 이렇게 느끼게 되는 구먼.”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직 한창이십니다.”
공손방 총사의 말에 태고 진인이 고개를 저으며 천마지보를 집어 들었다.
다들 무얼 하나 의문을 가진 순간, 태고 진인의 손에서 푸른 불길이 피어 나왔다.
삼매 진화. 청고한 기운에 깊은 내공이 더해져 불길이 푸른빛을 띠는 것이었다. 사악한 것을 태우기에 이보다 더 청고한 불길은 없을 터.
다들 깜짝 놀라 반쯤 일어났으나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뜨거운 열기가 밀실 가득 느껴짐에도 천마지보는 멀쩡했다.
밀실을 환하게 밝혔던 푸른 불꽃이 사그라들고 태고 진인이 보란 듯이 천마지보를 내려놓았다.
“······.”
“어떻게 이런······!”
“허어.”
그때 기침 소리와 함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해석도 불가능하고 없앨 수도 없으니, 보관하고 있는 것이 최선일 뿐이지요.”
다들 기침의 주인에게 시선을 향했다.
이 밀실에서 가장 어린 나이의 가주가 말했다.
“이렇게 늘 직접 보여 주기 전까진 믿지 않았죠. 하하.”
아련하면서도 지긋지긋하다는 어조였다.
팽 소가주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제갈 세가에서도 해석하지 못 했단 말입니까?”
제갈 세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상품으로 받는다 한들 우승자가 이를 해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놀라운 상품이었지만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고, 말해준다 한들 믿지도 않을 것이다.
공손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우리가 이것을 상품으로 건 것은 마교의 신공을 내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태고 진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교의 성물이 비무 대회의 상품으로 걸린다. 그야말로 이건 마교의 체면을 짓밟는 짓이었다
그야말고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마교의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역시 정보가 새어나간 듯 보이더군요.”
“허어······.”
“덕분에 쥐새끼 몇 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만, 얼마나 많은 놈들이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손방 총사가 밀실 안의 사람들을 살폈다.
“모두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마교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 보도록 하지요.”
마교가 참지 못하고 본산을 뛰쳐 나온다면 무림맹의 승리.
만약 참아내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대도 무림맹의 승리였다.
뺨을 맞고도 참는 이를 누가 무서워할까? 마교에게 넘어갔던 세력의 추를 다시 무림맹이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상에 알리게 될 것이다.
무림맹은 언제든 천마를, 마교를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겨와 천마는 덤비라느는 도발에도 발을 뺀 졸렬한 광신도일 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