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그때 갑자기 위 맹주가 손을 내밀었다.
“천마지보를 잠시 제게 주시지요. 제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태고 진인이 위 맹주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맹주.”
“말씀하시지요.”
“비무 대회에서 우승하고 오시오.”
“······.”
조용한 가운데 피식 웃는 소리가 났다.
부채를 펴는 소리와 함께 말이 이어졌다.
“서른 살 정도 젊어지시면 참석하실 수 있겠네요.”
위맹주의 얼굴이 불그죽죽해졌다.
“제갈 세가주, 그게 무슨 막말이오!”
제갈 세가주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긴 참석한다고 해도 이번은 워낙 경쟁자들이 쟁쟁해서 우승한다고 장담할 수 없겠군요.”
“제갈 세가주!”
“위 맹주, 태고 진인께서 농담을 하신 것뿐인데 뭘 그리 화를 내십니까?”
남궁 소가주였다.
면박은 태고 진인이 주었음에도 제갈 세가주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추하닥 은근히 조롱하는 것이었다.
공손방 총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이 시각 이후로 천마지보가 상품이라는 정보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태고지인이 말했다.
“총사가 고생이 크오.”
* * *
장철은 나보다 열흘 정도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글서 무한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천하객잔······. 이름부터 촌스러웠어!’
장철을 먼저 만났다면 조금 더 돌아다니더라도 그 객잔에 가지 않았을 텐데.
닭국수 맛이 무난하다고 여겼는데, 아니 세상에 거기 음식 중에 닭국수가 제일 괜찮은 거였다!
흑흑.
호위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맛없는 걸 내가 샀다고 맛있게 먹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음에 다른 맛있는 것을 사겠다고 사과했다.
무림맹 성 앞은 아직도 인산인해였다. 이 줄이 줄어들기는 하는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이를 대비해 자얼에게 함께 들어가느 게 어떠냐고 권했기 때문이다.
“······해서 서 소저가 이겼어.”
“오, 하령이가 그러게······.”
자철은 안휘성 예선 통과자였다. 그리고 안휘성에는 남궁류청과 서하령이 있었다.
한참 얘기를 하던 장철이 목이 탄 듯 큼큼거리며 물통을 열었다.
참고로 저 물통에는 물이 아닌 술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계속 얘기를 하며 마시는 새 떨어졌는지 나오는 게 없었다.
내 물통을 대신 건네주려 할 때였다. 갑자기 옆자리에서 물통이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장철에게 향하는 물병을 내가 막아내듯 잡았다.
그러자 물병이 날아온 방향에 한 청년이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포권했다.
“아, 소저가 잡으셨군요. 물이 떨어진 것 같아, 장 공자께 그걸 드시라가 드린 겁니다.”
장철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노려보자 청년이 정중히 설명을 덧붙였다.
“저도 모르게 얘기를 듣고 있었거든요. 하하, 다른 지역 예선 얘기다보니 재미있어서 그만.”
“아, 그런거였군요.”
나는 장철에게 물통을 건넸다.
“두 분 다 안휘에서 오셨습니까? 저는 사천에서 왔습니다.”
“아뇨,저는 호남에서 왔어요.”
“아, 그렇습니까? 두 분이 일행처럼 보여서 제가 착각했습니다.”
“어릴 적에 잠깐 알던 사이였어요.”
“아하. 그렇군요. 혹시 사문이 어찌 되십니까?”
“그건 좀······.”
“아, 밝히기 어려우신가 보군요. 죄송합니다. 물통을 채 가던 손길이 워낙 예사롭지 않아서요. 그러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천천히 알 날이 오겠지요! 하하.”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마치 끼어들 시점만 재고 있었던 것처럼 말도 아주 많았다.
“상품은 뭘까요? 저는 역시 비급이나 영약이면 좋겠습니다.”
“공청석유같은 거요?”
“공청석유! 만약 그런 거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우승할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하하, 모름지기 참석한 이라면 당연히 우승을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겠지요.”
그때 줄 서 있는 우리 옆을 우르르 한 무리의 일행이 지나갔다. 무림맹에서 한 자리하는 이의 자제거나 대무파, 혹은 세가 사람일 터.
몇 번이나 본 일이었기에 사람들도 질투 어린 시선으로 흘끗 보았을 뿐 별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다른 점은 그들이 앞서 조용히 들어갔던 사람들과 달리 보란 듯이 크게 떠들며 향했다는 것이다.
“줄이 엄청나게 길군요.”
“그러게 말이야.”
“저희는 다행입니다. 형님 덕분에 줄 설 필요 없이 편히 가네요.”
“고작 이런 걸 가지고. 하하!”
으스대는 모습이 눈꼴시었다. 떠들썩하게 지나가던 녀석들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피식 비웃기까지 했다.
그때 나와 대화하던 청년이 속삭이듯 말했다.
“저기 맨 앞에 있는 이가 벽 소공자입니다. 정말 꼴불견이지 않습니까?”
벽 소공자라고?
자세히 살피자 그 무리의 앞쪽에 벽 소공자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님이라고 아부를 받고 호탕하게 웃던놈이 벽 소공자였다. 역시 그 가문에 그 인성이었다.
그때 갑자기 그 무리가 멈춰 서더니 한 명이 떨어져 나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뭐지? 설마 나를 알아본 건가?
어떻게?
나는 면사를 매만졌다.
다가온 이는 내가 아닌 장철 앞에 멈춰섰다.
“형님, 여기 계셨군요!”
형님······?
나느 그제야 장철의 모습을 확인했다.
장철은 얘기하기도 정말 짜증이 나는 듯한 얼굴이었다.
청년이 돌아서 장철을 향해 물었다.
“형님이라니요? 장 공자의 아우입니까?”
“형님의 일행이십니까? 예. 저는 철이 형님의 동생인 오라고 합니다.
장오······ 장오.
장철 자체가 찌끄레기 악역 조연 수준이었기에 장철의 아우에 대한 정보는 따로 없었다. 그래서 남궁 세가에서 만난 적 있다는 사실을 조금 뒤늦게 떠올렸다.
그때 아마도······ 교묘하게 장철의 뒷말을 하고 남궁류청과 친해 지려고 하다가 면박당했었다.
“형님, 얼마나 줄 서 계셨습니까? 저랑 함께 가시지요.”
“······.”
장철은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장오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아, 혹시 일행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소공자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잘하면 일행분도 함께 들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음······.”
청년은 떨떠름한 낯으로 장철과 장오을 보았다.
방금 전에 꼴불견이락 욕하던 사람과 형님 아우라니. 당황할 법했다.
그때 장철이 말했다.
“필요 없으니까 가라.”
“형님······.”
“아 됐다니까?!”
장오가 씁쓸한 얼굴로 물러났다.
“형님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아쉽게 됐네요. 소개해 드릴까 했는데. 일행분들도 같은 생각이신 건가요? 이 줄이라면 들어가는데 한 시진은 걸릴 겁니다.”
마치 너희들도 장철을 따르겠냐고 묻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시을 따라간다면 벽 소공자와 소개해주겠다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그때 청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예. 전 그냥 줄 서서 들어가겠습니다.”
오······ 말이 많아서 귀찮다고 여겼는데 꽤 바른 청년이었다.
나 또한 됐다는 손짓을 보였다.
“음, 다들 같은 생각이신가 보군요. 그럼 다음에 뵈면 인사라도 합시다.”
그때였다. 갑자기 입구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구야! 책임자 나오락 해!”
뭐야? 무슨 일이야?
주변에서 그런 말들이 들릭 표정이 변한 장오가 입구로 향했다.
소리를 지른 것은 벽 소공자였다. 당당히 입구까지 걸어가던 벽 소공자가 무림맹의 무사에게 붙잡혀 있었다.
“안에서 온 명령입니다. 공자님, 소란 피우지 말고 줄 서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뭐 잘못 안거 아냐?!”
“죄송합니다.”
“뭐? 아니 이봐!”
그때 줄 서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작작하지 진짜. 안 된다잖아! 시끄러워 죽겠네.”
벽 소공자가 뒤를 돌아보며 빽 소리쳤다.
“어떤 지식이야!”
그러자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가 검을 쥐고 나섰다.
“내가 말했소만? 내 입인데 내가 말도 못 한단 말이오?”
여기 줄 서있는 이들은 대부분 제 이름을 알릴 기회를 찾아온 것이었다. 다들 호기로우니 이대로 검을 뽑기에 딱 좋았다.
“형님, 잠시 진정하시지요. 뭔가 잘못된 게 아니겠습니까?”
천년이 쌤통이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쌤통이네요. 하하.”
원래 벽가장의 세력 정도로는 이렇게 무림맹에서 대우받기 어려웠다.
위지백이 맹주가 되며 그를 오랫동안 지원하던 벽가장은 맹주의 신임을 받는 세력이 되었다.
그 뒤로 점차 세를 키워 나가 무림맹에서 꽤 알아주는 세력이 되었는데······.
그때 안에서 무림맹의 무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장오의 낯빛이 확 밝아졌다.
“보십시오, 형님. 사람이 나왔습니다. 뭔가 잘못된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무사는 벽 소공자와 장오 앞을 그대로 지나쳤다.
무사는 계속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하다가 정확히 이쪽을 응시했다.
“음?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청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장오가 우리에게 향했을 때 찾는 이가 나인 줄 착각했던 기억이 아직 선명했기에 이번에도 나를 향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선을 고정한 무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더니 내 앞에 멈춰섰다.
그가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물었다.
“백리 세가의 백리연 소저 맞으십니까?”
“헉! 백리 세가의 백리연?”
“백리의강의 딸이라고!”
약간의 흥미를 가지고 바라보던 사람 사이에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
음, 이번에는 확실히 나를 향한 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