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류청이 그러던가요, 다퉜다고?”
“그 놈이 그런 말을 할 녀석이냐? 그냥 어쩌다 보니 듣게 된 것이다.”
하긴 공식적인 경로로 선물을 되돌려 보냈으니 남궁완 아저씨의 귀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했다.
“그 선물은 생일 선물로는 너무 과했어요.”
잠시 침묵한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그건 보기보다 그리 귀하지 않다. 그냥 장식일 뿐이야.”
남궁완 아저씨가 머뭇머뭇하며 말을 이었다.
“류청이······ 직접 도안을 그려서 장인에게 의뢰를 넣어 만든 것이다. 꽤 고심했다.”
장인에게 직접 의뢰를 넣어서 만든 건데 귀한 게 아니라니. 뭔가 앞뒤 설정이 안 맞지 않나?
그리고 나 또한 그 장식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남궁류청이 장인에게 직접 의뢰한 것이라는 걸.
‘남궁세가에 머물 때 복숭아 꽃이 피면 다시 보러 가자고 했었으니까······.’
나는 남궁완 아저씨를 바라보다 희미하게 웃었다.
“아저씨꼐서 제가 받았으면 하시면 받을게요.”
남궁류청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궁완 아저씨를 위해서는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남궁완 아저씨가 내 말에 담긴 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아니다. 네가 원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주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 폐관 수련을 3년이나 하시더니······.”
나는 은근하게 웃으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축하드려요.”
보통 아저씨 연배쯤 되면 폐관 수련을 1, 2년씩 길게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다 보니 엮여 있는 가문의 일이 많지 않겠는가?
여러 여건상 보통 폐관 수련을 하더라도 짧게, 길어야 두세 달이 한계였다.
하지만 남궁완 아저씨는 통째로 2년을, 그리고 잠깐 나왔다가 또 1년을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래서 남궁완 아저씨의 팔이 멀쩡하다는 것은 거짓 아니냐는 소문도 났었다.
“네 눈으로 그것도 볼 수 있느냐?”
“그것도 있고······ 벌써 소문도 나고 있던데요? 남궁 세가의 소가주가 화경에들었다고요.”
남궁완 아저씨는 그게 뭐 어떠냐는 듯 술잔을 홀짝였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숨기지 못했다.
간단히 무림인의 경지를 나누자면 일단 삼류, 이류,일류가 있었고 그 다음을 절정이라 칭했다.
절정은 보통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경지로 여기서부터는 확실한 고수로 취급했다. 그다음이 초절정 그리고 화경 순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지금 오른 것으로 알려진 경지였다. 화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경에 들면 이제 할아버지와 남궁 세가주 같은 천하 절대 고수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는 오랫동안 누가 먼저 초절정의 벽을 넘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을 받아 왔다.
그 대결은 남궁완 아저씨의 낙승이었다. 초절정을 넘어서 화경에까지 들었으니.
아버지도 초절정의 경지에는 올랐으나······
나는 소맷자락을 꽉 쥐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불완전한 내공 상태로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제대로 수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 주화입마에 빠졌던 나까지 돌봐야 했으니.
이렇게 화경에 든 남궁완 아저씨를 마주 보니 축하하고 싶은 마음도 진심이었으나, 미약한 질투와 함께 씁쓸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내가 문제인 건가? 나만 없었더라도······.’
천마의 말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잠시 생각에 빠졌던 나를 남궁완 아저씨의 목소리가 깨웠다.
“그때······ 다시는 검을 들지 못할 뻔했던 때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지.”
남궁완 아저씨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다 네 덕이니라.”
그러고는 진지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이미 널 내 딸처럼 여기고 있느니라.”
“······.”
“그러니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체 말고 나를 찾아오너라.”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괜스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 * *
이튿날. 나는 일찍이 채비해 큰아버지를찾아갔다. 그리고 큰아버지께 남궁완 아저씨의 일을 대신 사과했다.
황급히 하인들을 내보내긴 했지만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하인이라지만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라 무림맹 사람인 것이다.
내가 그들의 입을 모두 틀어막을 수도 없는 데다 여기는 무림맹에서 내어준 숙소였다. 넓다고 한들 다른 이들이 묵고 있는 다른 전각들과 담벼락 하나로 나누어져 있었다.
“후일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정식으로 항의하도록 할게요.”
글쎄. 할아버지가 과연 이번 일을 듣고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남궁 세가에 항의할까? 오히려 무림맹에서 처신 제대로 못 하냐며 혼이나 나겠지.
당연히 큰아버지도 이를 알 것이다. 큰아버지는 약이 오르는 듯 가슴팍을 들썩이며 씨근덕거렸다.
“됐다! 네가 나보다 남궁 소가주를 훨씬 가깝게 여기는 건 내 진즉 알고 있었으니. 아무리 그래도 너와 나는 피를 나눈 혈육이거늘. 내가 너를 그리 박대할까! 나는 그저 기가 찰 뿐이다!”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큰아버지가 다탁을 거세게 탕탕 두들겼다.
“그리고 왜 네가 사과를 하느냐? 사과하려면 그자가 와야지! 아니지. 또 네게 이렇게 말했다고 득달같이 내게 달려들겠구나. 됐다. 너도 그냥 가거라. 내 네게 무슨 말을 할까!”
나는 엎어진 찻잔을 바로 세우며 찻주전자를 들었다.
“큰아버지,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조금만 들어 주세요. 잘 생각해 보면 이번 일,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얼굴을 와락 찌푸린 큰아버지가 또다시 다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애써 따른 찻물이 다시 왈칵 흘러넘쳤다.
“네가 들은 말이 아니라고 그리 쉽게 말하지 말거라!”
“그게 아니라······ 큰아버지, 일단 한 번만, 한 번만 들어 보세요.”
나는 태연하게 다시 찻잔을 채웠다.
다탁 테두리가 장식들로 높아서 물이 흘러내리진 않았다. 하지만 한 번만 더 다탁을 두들겼다간 다탁이 아니라 수반이 될지도 몰랐다.
큰아버지가 사나운 눈빛으로 어서 말하고 나가라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차분히 말했다.
“여긴 무림맹이잖아요.”
“누가 그걸 모르느냐?”
“백리 세가와 남궁 세가 간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요?”
“음?”
불퉁한 기색이던 큰아버지가 내 말에 흥미가 생긴 듯 표정이 살짝 풀렸다.
나는 은근하게 말했다.
“한 분, 매우 좋아하실 분이 계시죠.”
무림맹주 위지백.
나름 머리를 굴릴 줄 아는 큰아버지는 조용히 있다가 금세 말귀를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남궁세가와 불화가 있는 척 일부러 연기 하라는 게냐?”
“역시 큰아버지께서는 현명하시니 바로 제 뜻을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가문 사이가 틀어진다면 위맹주 측에서 행동을 보일 터.
“허나 어젯밤 일이 있다고 한들 그족에서 믿을까?”
큰아버지가 의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쉽게 믿진 않겠죠. 하지만 무시하기도 힘들 거예요. 그러니 큰아버지의 실감나는 연기가 중요하죠.”
“흐음”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 듯 하던 큰아버지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하면 남궁 소가주도 처음부터 이를 불화로 소문내려고 내게 그리 했다는 게냐? 그렇다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건······ 아니에요.”
“뭐? 아, 그럼 어제 말을 맞춘게냐?”
“그것도 아니에요.”
큰아버지가 그럼 대체 뭐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남궁완 아저씨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남궁완 아저씨는 모르는 계획이에요.”
“뭣? 어째서?”
말하려 했으면 어제도 기회가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면······ 남궁완 아저씨는 연기가 쥐약이었으니까.’
나는 속내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이 일의 중심은 큰아버지신걸요. 굳이 남궁완 아저씨께 말씀드려야 하나요?”
일의 중심이라는 말에 큰아버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큰아버지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것이다. 제법 괜찮은 방법이니까.
첫 번째 이유.
할아버지께서 큰아버지를 무림맹의 장로 자리로 보낸 것은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큰아버지를 위로하는 처사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능력도 없는 이를 무림맹 장로로 계속 앉히지 않을 것이다. 뭔가 공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고민하는 듯 하던 큰아버지가 걱정스레 물었다.
“하지만 두 가문이 불화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들 위 맹주 측에서 우리에게 정말 접근할까?”
“그럼 남궁 세가 측에 접근할까요?”
“그건 그렇지······.”
큰아버지가 말을 흐렸다.
두 번째 이유.
위맹주가 두 가문 중에 손을 뻗어야 한다면 무조건 우리 가문에 손을 뻗을 것이었다.
큰아버지, 백리의묵은 지금까지 위맹주와 직접 충돌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궁완 아저씨는 달랐다. 남궁완 아저씨와 위맹주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다.
백리 세가의 가정사에 대해 알만한 이들은 알 터였다. 과거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접근하지 않아도 저희는 손해 볼 게 없어요. 어차피 정말로 두 가문 사이가 틀어질 일은 없고, 사람들에게 이제 백리 세가가 남궁 세가와 동등한 기세를 지녔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으니까요.”
위 맹주가 정말로 그간의 싸움에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 우리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좋았다.
위 맹주가 생각이란 걸 할 지능이 남아 있으며, 그래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전력이라는 뜻이었으니.
하지만 전혀 반성 없이 무림맹 내 권력 투쟁에만 관심이 있다면······.
마교가 천마지보로 언제 무슨 술수를 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아군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수장으로 남겨 둘 수 없었다.
나는 머뭇거리며 큰아버지 등을 한 번 더 밀어주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는 큰아버지께서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말씀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분명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 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이 모든 계획은 내 생각이 아니라 큰아버지가 떠올린 것이라고. 큰아버지께 공을 넘기겠다는 말이었다.
큰아버지의 눈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