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그러나 너무 속이 보인다 여겼는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하나 이건 네 생각이거늘 어찌 네 공을 뺏어 가겠느냐?”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말했다.
“하지만 저는 딱히 하는 것도 없는 걸요. 분란이 있는 척 연기하는 건 큰아버지시니까요.”
연달아 헛기침하며 눈을 굴리던 큰아버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흐음, 뭐, 네 뜻이 그렇다면······”
큰아버지의 낯빛이 어느새 밝아졌다. 벌써 계획이 성공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런 큰아버지께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해요. 여긴 무림맹이니까요. 누군가 서신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열어 볼 수도 있어요.”
“설마 그런 일이······.”
너무 들떠서는 안 됐다.
위 맹주도 바보가 아닌 이상 큰아버지께 손을 뻗기 전 몇 번이고 불화에 대해 검증을 하러 들 터.
큰아버지가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일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아버지께 알리는 건 나중에 하는 게 좋겠구나.”
큰아버지는 역시 본인이 머리 좋은 줄 알고 똑똑한 척 굴지만, 확실히 세상 곱게 자란 분이라나 할까? 누가 백리명과 부자 아니랄까봐 참 닮은 두 사람이었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뭔가 큰아버지 부자를 둘 다 내가 이용하는 것 같은데······.’
아니, 아니지. 이용이라기엔 서로 간에 이득을 교환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그래도 미약한 죄책감은 들었다. 그래서 대신이라고 할까,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큰아버지, 저 밖에서 리리를 보았어요.”
“뭣!”
큰아버지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사실은 살짝 귀찮기도 했고 백리리도 잘 지내는 것 같으니 그냥 모른 척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마교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비무대회지 않나? 백리리가 괜히 휩쓸려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큰아버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어디서 보았느냐! 밖에서 보았느냐? 안에서? 하지만 네 호위에게선 리리얘기는 전혀 못 들었거늘······!”
“역용을 하고 있어서 저도 알아보기 힘들었어요.”
“역용을 했다고? 하······ 어쨌든 그래서 리리인 게 확실하더냐?”
“아마도요.”
내 눈썰미는 그간 마교 첩자를 몇 명이나 잡아내며 증명된 바였다.
“네가 그리 봤다면 맞겠지. 백리리 이 녀석······! 그런데 왜 데려오지 않았느냐!”
“그게······.”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큰아버지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아, 설마 지붕을 뛰어다니며 온 난리를 쳤던 이유가 리리 때문이었던 게냐?”
“어······ 하, 하하. 버, 벌써 들으셨어요?”
알아서 착각해 주니 따로 변명할 필요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살짝 민망했다.
“그래. 네 호위에게 보고받았다. 지붕을 뛰어다니다가 그대로 길을 잃어버렸다고.”
그나마 치안대에게 붙잡혀 끌려갈 뻔한 사실은 호위도 몰랐기에 큰아버지도 못 들으신 듯했다.
“내 네가 오자마자 호위들에게 떨어져 있는 동안 어찌 지냈는지 하나하나 다 물어보았다. 내가 널 이리 신경 쓰거늘, 뭐? 웃기지도 않는! 흥.”
다시 남궁완 아저씨를 향해 한차례 성을 낸 큰아버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니, 아니. 지금 그 얘기를 할 때가······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야겠다! 이만 넌 가 보거라. 아니, 잠깐. 화공을 먼저 불러 용모파기를 그려야겠구나. 잠시 기다려라. 대체 그 아이는 제 정신인지······. 거기 밖에 있느냐!”
“큰아버지, 큰아버지. 잠시만요.”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큰아버지를 억지로 진정시켰다.
“만약 여기서 리리를 잘못 자극하면 또 도망칠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제가 리리를 찾아서 큰아버지를 찾아오라고 설득해 볼게요.”
“······네가?”
“네. 백리 세가 사람들을 풀어서 우르르 찾아다녔다간 잘못하면 리리를 찾기도 전에 리리가 먼저 눈치챌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무한이 얼마나 넓은데요. 백리 세가 무사들을 쓴대도 어느 세월에 찾겠어요? 그렇다고 무림맹 무사들에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범죄자도 아닌데.”
큰아버지가 내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다만······. 반대로 너 혼자 언제 찾는단 말이냐? 이 넓은 곳을.”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달래는 어조로 말했다.
“리리는 건강해 보였어요. 친구도 사귄 듯 싶고요. 게다가······.”
나는 말을 계속해 마른 목을 찻물로 축였다.
“저희가 급하게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리리가 저희를 찾아올 거예요.”
“리리가 우리를 찾아온다고?”
“네.”
큰아버지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말했다.
“어찌 그리 확신하느냐?”
“큰아버지, 이 시기에 무한에 왔으면 꼭 들르는 곳이 한 곳 있잖아요? 저희는 그냥 기다리면 돼요.”
“꼭 들르는 곳이라니? 어딜 말하는······!”
큰아버지가 말을 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깨달은 듯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맞아요. 저희는 비무 대회장에서 기다리면 되어요.”
큰아버지가 제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확실히! 네 말이 맞다! 맞아. 당연히 비무장에 오겠구나.”
큰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물었다.
“설마 참여하려는 걸까?”
“그건 모르죠. 정체를 숨기고 참여할 생각일 수도 있고, 혹은 그냥 구경을 할 생각일지도요.”
“어찌 되었든······ 그래. 그래도 여기 있는 것을 알아 다행이구나······.”
큰아버지가 걱정을 덜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 이 시기에 무한에 왔는데 비무장에 오지 않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내가 보았던 그 붉은 빛의 내공. 지금껏 그런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느껴지는 빛깔의 내공은 두 사라맊에 본 적 없었다.
천산염제와······ 야율. 그 또한 무한에 왔다면 비무장에서 볼 수 있으리라.
“그래서 말인데요. 예선 명단 혹시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왜?”
“혹시 리리가 참가했을 수 있으니까요. 명단이 있으면 더 파악하기 쉽겠죠.”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만, 네가 바무 대회장에 종일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 너도 대회 중비를 해야지.”
“네?”
“그러고 보니 들었느냐? 이번 비무 대회 상품은 천마지보다.”
“아, 어제 들었어요.”
큰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교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발표는 어제 났다. 지금쯤 바깥은 이 소식으로 뒤집혔을 게다. 역대 최고의 상품이라 말해도 아쉬울 것 없으니 말이다.”
“그렇죠.”
“그러니 너도 열심히 해야지 않겠느냐.”
“네?”
“남궁 그 자식들에게 질 수는 없지. 네 아버지의 영광을 네가 이어야 하느니라! 이 비무 대회에서 백리세가의 이름을 네가 떨쳐야 하느니라! 알았느냐?!”
“······.”
“아, 튼실한 잉어를 구해서 주방으로 보내 놓았다. 어젯밤부터 고아 놓으라고 했으니 가서 받아 가거라.”
큰아버지의 유례없는 열정적인 모습에 기가 막히기도 했고,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왜 다들 내가 비무대회에 당연히 참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큰아버지, 저는 비무 대회에 참석 안 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참가할 생각이 없어요.”
“······.”
큰아버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습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음?’
뭔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놀라거나 반대하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큰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왜 여기선 허술한 게야?”
“네?”
“아버지께서, 그러니까 네 할아버지가 이미 비무 대회에 네 이름표를 제출했다.”
“······네에?”
“그러니 허튼 생각말고 비무대회에 집중하도록 해라.”
아니, 뭐라고?
“잠깐, 잠시만요. 큰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저를 출전시켰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그래. 처음 무림맹에서 비무대회 배첩이 오자마자 바로 출전시켰다. 당연히 알고 있는지 알았거늘?”
“말씀 안 해주셨어요!”
기가 막히고 억울했다. 아니 이런 중요한 걸 왜 말씀 안 해주시는 거야?
그러고 보니 태고 진인과 제갈 화무가 지었던 그 미묘한 웃음. 왠지 이상하다 싶더니만, 내 출전 사실을 알고 있던 거였다!
그런데도 비무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걸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고 웃겼을까!
괴로워하는 나를 향해 큰아버지가 말했다.
“흠, 뭐 당연히 출전한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 쯧, 내가 네 대진표를 짜느라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아느냐?”
“예? 대진표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대진표 말이다. 네가 최대한 힘 빼지 않고 올라가기 쉽도록 대진표를 짜느라 며칠간 얼마나 다른 이들과 씨름을 했는지. 쯧쯧.”
“올라가기 쉽게 대진표를 짰다고요?”
“그래.”
“그거······ 조작······ 아닌가요?”
“대진표를 짜는 것은 장로회의 일이다. 그래도 우리만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이 정도야 손 쓰는 것도 아니다.”
내 떨떠름한 모습에 큰아버지가 되레 호통쳤다.
“여기서 손 놓고 있는 자가 멍청한 게지! 남궁 세가의 그자를 말하는 거다. 흥.”
“아니,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흥, 아버지는 오히려 잘했다고 할 것이다! 그럼 넌 본선 시작하자마자 남궁류청 그 아이와 비무했으면 좋겠다는 게냐?!”
그, 그건······.
순간 나도 말문이 막혀 버렸다.
큰아버지는 그런 날 보면서 그거 보라는 듯 의기양양해 했다.
‘우, 우으. 큰아버지께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뭔가 내 자존심이 타격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단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큰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는 절대 가깝게 지낼 수 없는······ 그런 사이라는 것을.
‘허, 세상에.’
내가 비무대회에 참석한다고?
게다가 뭐? 대진표 조작이라니?
내가 대진표 조작에 얽혔다니!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