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 * *
무한 서북 거리.
어스름한 아침 햇살이 어둠에 잠겨 있던 기와 위로 오르며 고요한 저택들을 비추었다.
저택들이 오밀조밀하게 밀집돼 있는 서북 거리는 보통 무림맹 본단에 적을 두고 일가를 이룬 이들이 모여 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거대한 장원.
이른 시간부터 나와 정원을 쓸기 시작한 하인들은 벽 소가주가 거칠게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고개 숙였다.
벽 소가주가 이곳을 방문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저 단단히 뿔이 난 표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인들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기세등등하게 중문을 넘어 들어가던 벽 소가주가 내원 앞에서 갑자기 막혔다.
벽 소가주와 무사들 사이에 몇 차례 실랑이가 벌어지고, 무작정 들어가려는 벽 소가주를 무사들이 붙잡았다.
“소가주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으로 소식을 전하러 들어갔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하! 내 어제 종일 기다려거늘 일이 있어서 바쁘다고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아 결국 여기까지 찾아오지 않았나! 오늘은 무조건 봐야겠네. 비켜!”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시는 듯 싶으니 기다려 주십시오!”
“이 손 떼지 못해? 오냐, 네놈들도 그 문지기들과 같이 군다 이거지?”
그때 벽 소가주의 옆을 한 사내가 지나갔다. 무사들은 그의 걸음을 막지 않았다.
벽 소가주가 그자를 손가락질 하며 눈을 부릅떴다.
“저, 저, 저자는 왜 안막느냐! 뭐?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위 맹주!”
“벽 소가주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위 맹주! 듣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소! 나와 보시오!”
그리고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전각 안 내실.
위지백은 아리따운 여인의 시중을 받으며 식사 중이었다. 벽 소가주를 지나쳤던 사내가 위지백이 식사중인 방으로 들어왔다.
사내를 본 위지백이 여인을 향해 이만 물러가라 손짓했다. 여인이 뒷걸음질로 물러가고 사내가 입을 열었다.
“맹주님, 밖이 아주 시끄러운데 괜찮습니까?”
위지백이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무심히 말했다.
“예상한 바일세. 천박하기 그지 없는 자들이지.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것뿐.”
무심한 어조에 중후한 음성은 사람을 절로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미 전날 벽소공자가 무림맹 본단 정문에서 일으킨 소란이 무림맹 내에 짜하게 퍼진 상태였다.
“맞습니다. 지금껏 맹주님의 이름을 팔아 너무 문제를 일으켰지요.”
사내가 위지백을 바라보는 눈길은 굳건한 믿음이 가득했다.
위지백이 충성스러워 보이는 사내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어떻던가, 백리연 그 아이는? 오자마자 태고 진인과 제갈 세가주를 보았다던데. 그만한 보옥이던가?”
“그것이······.”
사내가 머뭇거리자 위지백이 말했다.
“그냥 본 그대로 말하게나.”
“일단 제 기척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위지백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이할 정도로 아무 기백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실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동년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낌으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삼류 수준이었습니다.
“······그 정도였다고?”
“예. 이상할 정도로 아무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은 기세를 제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죽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닐세. 자네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긴 하군. 분명 동호방주를 쓰러트렸다 들었는데.”
턱을 쓰다듬던 위지백이 인상을 찌푸렸다.
백리연의 무위는 특히나 논란이 많았다. 직접 목격한 자들이 있는데도 계속 논란이 이는 이유는 그들이 자꾸만 허무맹랑한 말을 해댔기 때문이다.
애초에 백리연의 연배에 악양을 주름잡던 동호방주를 쓰러트렸다는 얘기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남궁 세가의 남궁류청이라면 모를까, 백리 세가의 그 단전 폐인이?
그렇지 않아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거늘, 백리연이 동호방주를 상대할 때 검이 날아다녔다는 둥의 말을 들으면 헛소리 작작 하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동호방주와의 전투를 보고받은 위지백도 마찬가지였다.
동호방의 놈들이 제 방주가 어린 계집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지를 부풀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위지백이 중얼거렸다.
“흐음, 일단 항간에 퍼진 소문의 반만 되어도 최소 중반까진 버티겠지.”
“그렇겠지요. 예선을 치렀다면 그래도 짐작이 갈 텐데 말입니다. 하필 바로 본선으로 직행하여······. 그러고 보니 오늘 맹주님의 제자가 예선을 치르는 날이었지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네.”
“당연히 통과하지 않겠습니까.”
위지백은 찻잔을 들며 대진표를 떠올렸다. 아직 무림맹 무한 지역 예선이 끝나지 않아 대진표의 몇몇 자리는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비무 대회의 흥망을 위해서는 약간의 조작도 필요한 법. 그리고 백리연 정도라면 그의 제자의 명성을 높이는 데 좋은 제물이 될 터.
본선 초반에 마주치게 할 지 중반이 좋을지 고민할 때였다.
“그리고 태고 진인, 제갈 세가주와 대화가 끝난 후 돌아간 숙솨에서 남궁 소가주와 백리 장로 사이에 충돌이 있었습니다.”
“음? 자세히 말해 보게.”
* * *
정신이 혼미했다.
큰아버지께 대진표에 손쓰는 일은 그만두시라 하였으나 과연 내 말을 들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기권할까?’
아니. 차라리 처음부터 참석 신청을 안 하면 안 했지 이미 했다가 기권하면 백리 세가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꼴일 터였다.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알 수 없이 숙소에 돌아왔을 때였다.
“연아!”
마치 다른 사람의 숙소에 도착한 것마냥 한 여인과 소녀가 날 맞이했다. 노란색 무복을 입은 여인은 서하령이었고 백색 무복의 소녀는 진진이었다.
나는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서하령이 잠시 나를 멍하게 바라보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너 ······너! 너 이 나쁜! 어떻게 깜깜무소식이야? 내가 너 언제 오나 목 빼 밀고 기다리다가 한 치는 늘어났을 거다! 너랑 같이 온다던 사람은 왔는데 너는 안 오고! 그리고 도착해 놓고는 나를 만나러 오지도 않아? 연락도 없이!”
진진이 웃는 낯으로 서하령을 다독였다.
“하령 언니, 진정해요.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나 어젯밤에야 겨우 숙소에 들어왔는걸. 눈뜨자마자 큰아버지께 갔다 왔어. 다들 아침은 먹었어?”
“먹었을 리가 있겠어? 밥으로 유혹할 생각 하지 마.”
“잉어를 고아 놓은 게 있다던데······.”
“뭐 해? 앞장 서. 어서 아침 먹으러 가자.”
서하령은 앞장서라면서 본인이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잉어라니. 그게 어디서 난 거야? 이 근방에서 원기를 조금이나마 북돋아 주는 음식은 가격이 열 배에서 오십 배까지 올랐다고.”
“오······.”
무림인이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신병이기, 무공비급 그리고 영약이 될 터.
세상에 이름 날리고 싶은 무림인들이 다 모여들었으니 약의 효능이 있기만 하면 이 근방에서 싸그리 사라지는 중인 모양이었다.
서하령과 진진 둘 다 열흘 전에 도착했다고 했다. 원래도 잘 맞았던 둘은 이번에 무림맹에서 만나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서하령이 이 꼭두새벽부터 나를 찾아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는 됐어.”
“응? 벌써 돌아가게?”
“무슨 소리야? 너도 일어나야지.”
의아한 얼굴의 내게 진진이 설명했다.
“서둘러 가야 예선전을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어요.”
예선전······.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서하령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마말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 해.”
“왜?”
“그야, 위 맹주의 직전 제자인 위구중이 나오는 날이니까!”
* * *
점차 비무장에 가까워지는 것이 삼삼오오 몰려오는 사람들로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무인이 많네.’
다양한 문파와 가문의 젊고 어린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예선에 나온다는 맹주의 직전 제자를 보러온 듯한 느낌이었다.
비무장이 멀리 보일 때였다.
서하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우리도 일찍 온 건데?”
벌써 모여든 사람들로 비무장에 다가가기 힘들 정도였다.
‘이거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나는 상관없지만······ 서하령과 진진은 괜찮은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걱정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인파들이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 세상에! 대단하고먼!”
“아니, 이래도 되는 것이여?”
콰앙! 큰 소리와 함께 기파의 파장이 느껴졌다.
서하령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뭐야? 뭐야! 벌써 시작한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나 또한 눈을 크게 떴다. 저 기파가 매우 익숙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느긋하게 걷던 나 또한 날아가듯 뛰어가는 서하령의 뒤를 따랐다.
그때 인파 속에서 한 청년이 튀어나와 아는 척했다.
“서 소저! 드디어 왔구려. 지금······.”
다급히 말하던 청년이 나를 보고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어어······ 이쪽은······?”
하지만 지금 청년에게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비무장 위에서 비무를 펼치는 자가 남궁류청이었기 때문이다.
‘저기서 뭐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