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남궁류청은 이미 예선을 통과한 본선 진출자였다.
남궁류청을 아직 알아보지 못한 서하령이 청년에게 다급히 물었다.
“예선이 벌써 시작한 거예요?”
청년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 아니. 지금 하는 비무는 예선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그럼 저기서 뭘 하는 거예요?”
그때 다른 이들의 대화가 대신 답을 알려 주었다.
“남궁 공자와 황보 공자의 비무라니! 이거 예선 보러 왔다가 좋은 구경을 하는군!”
“아니, 그런데 둘이 갑자기 여기서 왜 이러는 건가?”
“뭔가 시비가 있던 것 같긴 하네만 제대로 못 들었네. 뭐 어떤가? 우리야 구경하고 좋지! 예선 시작도 전에 후끈 달아오르는구먼!”
그제야 서하령도 비무장 상황을 알아 보았다.
“뭐야? 뭐야! 류청이랑 황보 공자라니? 둘이 싸운다고?”
나는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
“황보라면? 황보찬?”
“어, 너도 알아?”
“들어는 봤어.”
황보 세가. 산동성 제남에 위치한 명문으로 무림맹이 세워질 때부터 10대 세가로 불리던 가문 중 하나였다.
그런 가문이니 당연히 무림맹 원로회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원로원의 문파와 세가들은 서로의 이합집산에 따라 사이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물론 지금은 서로의 이해관계는 뒤로 밀어 두고 위 맹주와 마교 덕에 모두 한뜻으로 모인 상황이지만.’
어찌 되었든 그 연혁이 오래 되다 보니 대대로 사이가 안 좋은 문파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앙숙이 바로 황보 세가와 남궁 세가였다.
두 가문 사이는 어마어마하게 멀기에 이해관계가 얽힐 일도 좀처럼 없건만,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는 무공때문이었다.
일단 황보 세가는 대대로 권법의 대가를 배출했고 남궁 세가는 검법의 대가를 배출했다. 보통 권법은 권법끼리, 검법은 검법끼리 경쟁이 벌어지는 편으로 무공의 결이 다르면 대결 구도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구 가문들은 연원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은근히 서로를 견제했고, 심지어 전대에 완전히 앙숙이 되어 버린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한 여인을 두 남자가 사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사랑과 전쟁······.’
승리자는 흠흠, 남궁완 아저씨였다.
실연의 아픔을 얻은 당시 황보 공자, 현 황보 소가주는 일찍 혼인하여 3녀 1남을 두었고, 저기 남궁류청과 싸우고 있는 이가 황보 소가주의 외아들이자 막내 아들인 황보찬이었다.
명문 세가의 후계자로 금이야 옥이야 자란 황보찬은 무림맹에 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사람들이 자신보다 남궁류청에게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남궁류청에게 쏠리는 것을 본 황보찬은 남궁류청을 시기 질투했고 남궁류청을 만날 때마다 신경을 긁으며 발목 잡기를 주저치 않았다.
‘위 맹주 일 때문에 별일 없을 까 했더니만······.’
현재 무림맹에 와 있는 남궁완 아저씨와 황보 소가주 사이에도 별일이 없지 않았는가?
하긴 두 분과 비교하기엔 나이부터 상대가 안 됐다. 거시적이라는 단어는 알려나?
그 사이 남궁류청이 황보찬을 몰아붙였다.
나름 황보찬도 우승을 기대하는 기재거늘, 남궁류청과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남궁류청은 검조차도 뽑아 들지 않은 상태였다.
퍽, 퍽, 퍽! 쾅! 빠악.
권장법으로만 상대하는데도 황보찬은 속절없이 밀렸다.
서하령도 꽤 당한 게 있는지 분노하며 소리쳤다.
“저 새끼 저거, 내가 언젠가 이런 일 벌어질 줄 알았지. 류청! 잘한다!”
아니, 잘하긴 뭘 잘해?
청년이 당황해서 말했다.
“서, 서 소저, 남궁공자를 말려야······.”
“말리긴 뭘 말려? 죽이지만 않으면 됐지.”
“그, 그래도. 비무 참가자들끼리 개인적인 싸움을 하면······.”
“이 김에 저 입을 아주 닥치게 만들어야지!”
빠악!
소리만으로도 인상이 찡그려질 정도였다.
황보찬은 나가떨어지지않고 버텼다. 하지만 황보찬의 손은 남궁류청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 검을 뽑지 않은 것을 보아 마지막 이성은 지키고 있는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가?’
홀로 고개를 끄덕이다 의심이 들었다.
‘사실 검을 안 뽑은 건 피를 안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황보 세가의 장기인 권장법으로 황보찬을 밟아 누르려는 목적 아냐?’
“세상에 둘 다 명문 세가의 자제들 아니오? 어찌 이리 실력 차이가······.”
“앞으로 나는 남궁 공자에게 모두 걸어야겠소!”
“황보 공자의 실력도 부족하지 않거늘 어찌 이렇게 일방적이란 말인가!”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누구 말릴 사람이······없네.’
아무래도 예선전이다 보니 무림맹에서도 지위가 높은 인물은 나와 있지 않았다.
난 쓴웃음을 짓고 발을 디뎠다.
“헉!”
“연아!”
청년과 서하령이 놀라 소리칠 때, 나는 이미 얽혀있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있었다.
지금껏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놀라 말했다.
“대체 언제! 자네 봤나? 끼어드는 거?”
“아니, 눈 한 번 깜빡이니까 있던데? 내가 존 줄 알았네.”
“누구지?”
“눈을 가린 거 보면 모르겠나?
백리 소저지!”
그저 감탄하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자리에는 예선전을 관찰하러 온 젊은 고수들도 많았다.
“역시 경신법이 고절해. 과연 백리 세가라고 해야 하나? 부드러움이 그야말로 제일이군.”
“대단한데. 남궁 공자의 공격을 단번에 막아서다니. 백리 세가의 금나수인가?”
내 손바닥이 남궁류청의 주먹을 막고 있었다. 내가 일으킨 자연지기가 남궁류청이 일으킨 진기 경파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이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단 말이야? 황보 공자 괜찮은 거 맞아?’
나는 소란을 뒤로 한 채 남궁류청의 크게 뜬 눈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 했으면 됐어.”
놀란것도 잠시, 어느새 나를 노려보던 남궁류청이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끼어들지 마.”
오, 성질 나와네.
“맞아. 상관은 없지만······네가 여기서 더 손을 썼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알지.”
황보찬 또한 본선 진출자다. 비무 대회 참석자들끼리 사적인 싸움은 금지되어 있었다.
남궁류청이 나를 밀쳐 내듯 내 손을 뿌리쳤다.
주춤 밀려난 난 황보찬과 부딪쳤다. 황보찬은 몸을 반쯤 숙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비켜.”
역시 이 정도로는 안 되려나?
나는 남궁류청을 향해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췄다.
“류청, 우리 결승에서 만나야지. 안 그래?”
“······.”
남궁류청이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보았다.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남궁류청의 기세가 점차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남궁류청이 내 뒤쪽을 싸늘한 눈길로 쏘아보며 소맷자락을 정돈했다.
남궁류청이 낮게 중얼거렸다.
“자신 있나 봐?”
나는 턱을 치켜들고 오만하게 웃었다.
자신은 무슨 자신. 젠장. 오늘 아침만 해도 나가는 줄도 몰랐는데.
휴, 차라리 오늘 아침에라도 진실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싸움이 소강 상태가 되자 끼어들지 못하고 발만 구르던 이들이 뛰어나와 황보찬에게 달려갔다.
“황보 공자!”
“공자! 괜찮습니까?”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황보 공자가 부축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며 소리쳤다.
“이거 놔!”
“공자!”
“아직 안 끝났어! 넌 뭔데 끼어드는 거야!”
겨우 진정시킨 남궁류청이 다시 발끈했다.
그런 그를 막으며 황보찬을 돌아볼 때였다. 둘러싼 인파들 너머 한 무리의 건장한 무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다들 나오시오!”
“비키시오! 무림맹 치안대이니 다들 비키시오!”
무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둘러싼 사람들을 뚫고 들어와 대뜸 소리쳤다.
“신성한 비무 대회에서 누가 소란을 피우는 것이오!”
“······.”
“······.”
다들 애매한 표정으로 치안대를 바라보았다. 한발 늦은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뒷북도 참······ 이런 느낌의 표정이랄까?
치안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무사는 아직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 듯 소리쳤다.
“비무장에서 사적인 싸움이라니! 남궁공자 그리고······.”
남궁류청 앞에는 내가 서 있었다.
대장이 나를 보고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부축을 받는 황보찬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무사가 한 발짝 더 다가오며 소리쳤다.
“백리 소저까지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나는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 봐라?’
분명 어떤 상황인지 보고를 받고 출동했을 터.
내가 황보찬과 남궁류청 사이를 가로막은 상황만 보아도 내가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황보 공자는 쏙 빼고 나와 남궁류청만 언급하다니?
나는 공수를 하며 공손히 말했다.
“소동을 피워 죄송합니다. 더는 소란이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남궁류청의 옷자락을 팔을 잡고 내려가며 당겼다.
“거기 서시오!”
내려가려는 우리를 말로 붙잡은 무사가 황보찬을 보며 말했다.
“어서 황보 공자를 무림맹 의각으로 모셔라!”
그러고는 우리를 돌아보고 호통쳤다.
“이런 소란을 피워놓고 그런 말로 넘어갈 생각 마시오. 남궁공자와 백리 소저 두 사람은 우리와 함께 율법원으로 가셔야겠소!”
남궁류청이 인상을 찡그리고 설명했다.
“연이는 그저 싸움을 말리려 끼어들었을 뿐입니다. 가야 한다면 저만 가면 됩니다.”
무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변명은 되었소. 따지고 싶다면 율법원에 가서 말하시오.”
후, 그래. 왠지 느낌이 싸하더라니.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고 무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대협. 상황을 제대로······.”
무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궁류청의 말을 잘랐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 여기가 길바닥 저잣거린 줄 아시오? 여긴 정파 연맹의 성지인 무림맹이오. 소란을 피웠다면 남궁 세가의 자제든 백리 세가의 자제든 피할 수 없소!”
와! 순식간에 남궁류청과 나의 반론을 가문의 배경을 가지고 위세 떠는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남궁류청이 기가 찬 낯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나와 소란을 피운 자는 저쪽······.”
무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황보 공자는 지금 부상을 입지 않았소! 왜, 무림맹에서 멋대로 검을 빼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치료도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오? 다들 뭐 하는가? 황보 공자를 뫼셔라!”
검은 뽑지도 않았건만 이를 따지고 들면 뭐가 다르냐고 할 게 분명했다. 어떤 식으로 여론을 끌고 나가는지 알 수 있었다.
명령을 받은 치안대원이 황보공자를 부축하려 다가가고 일부는 우리에게 향했다.
남궁류청이 이를 아득 물며 나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괜찮다는 듯 그의 팔을 살짝 다독였다.
남궁류청은 소란을 벌인 건 맞으니 얌전히 율법원에 갈 생각일 터였다. 크게 다친 사람도 없고, 나는 말리려고 끼어든 것이니 거기서 해명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이 일은 처음부터 함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