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 * *
율법원에는 위 맹주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율법원에 가는 순간 이 사건의 고삐를 위 맹주가 쥐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이 일은 남궁류청과 황보찬의 다툼이 아니라 위 맹주와 남궁 세가 간의 세력 싸움이 될 터였다.
‘게다가 황보 세가도 위 맹주 편을 들 테고.’
원로회가 뜻을 모으고 있다고 한들 제 아들이 남궁류청 때문에 제대로 망신을 당한 상황이었다. 원래도 관계가 좋지 않았으니 잘 됐다 하고 돕지 않을터.
내가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도 이와 같은 일이 똑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무림맹이 마교의 습격을 당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원로회에서도 남궁 세가의 일에 끼어들지 않았다.
남궁류청은 어찌어찌 비무 대회에는 무사히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일로 무림맹 내에서 남궁세가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고 말았다. 그러니 남궁류청이 절대 율법원에 가게 두어서는 안 됐다.
반대로 치안대의 목적은 무슨 핑계를 대어서라도 일단 남궁류청을 율법원에 끌고 가는 것이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온화하면서도 낭랑한 목소리였다.
듣기만 해도 외모가 짐작이 가는 목소리를 지금껏 두 번 들었다. 한 명은 남궁류청의 어머님이셨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도 알았다.
입술을 꽉 깨문 무사가 중얼거렸다.
“공손 소저.”
무림맹 총군사인 공손방의 딸 공손월.
서하령이 생기 넘치는 햇살 같은 느낌의 미인이라면, 공손월은 지적이며 우아한 느낌의 미인이었다.
눈이 마주친 공손월이 내개 살짝 눈인사하고 무사를 돌아보았다.
“강 대협, 노고가 많으십니다.”
원래도 아는 사이었던 듯 무사를 향해 공수한 공손월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백리 소저는 그저 남궁 공자와 황보 공자의 싸움을 말리시던 것 뿐입니다.”
모여든 인파들로 소란스러움에도 공손월의 목소리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나는 공손월의 목소리에 미약한 내공이 실려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율법원에 가야 한다면 제가 함께 가는 게 맞습니다.”
강 대협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손 소저,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아니요. 이 자리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남궁 공자께 제가 얼굴을 들 면목이 없습니다. 남궁 공자가 나서게 된 이유는 황보 공자가 제게 한 말 때문이었으니까요.”
“······.”
강 대협이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손월의 친부는 무림맹 총군사인 공손방이다. 그런 공손월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녀의 증언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가 율법원에서 남궁류청의 편을 든다면 이리 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강 대협이 저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애수 어린 낯의 공손월이 남궁류청을 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캬, 웃는 거 봤는가?”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구먼.”
공손월의 외모에 찬탄하며 수군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남궁류청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공손월의 시선을 피했다.
나 또한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다.
“음······.”
스르륵.
왠지 저절로 남궁류청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남궁류청이 나를 붙잡을 것처럼 움찔 움직였다가 겨우 멈추는 게 느껴졌다.
이를 힐끗 바라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공손 소저의 뜻은 알겠어요. 하지만 일단은······.”
나는 몸을 돌려 황보찬에게 다가갔다.
내 돌발 행동에 다들 영문도 모른 채 지켜보았다.
나는 자연지기를 이용해 황보찬을 부축하던 소년을 살짝 밀어내고 대신 부축했다. 떠밀린 소년이 어리둥절한 낯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를 무시하며 물었다.
“공자, 많이 다치셨나요?”
“······.”
황보찬은 웃길 정도로 얼빠진 낯이었다.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한 듯했다.
“황보 공자?”
내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다시 부르자 황보찬이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뭐, 뭡니까?”
나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몸이 괜찮으신가 해서요.”
그렇게 얻어터졌음에도 황보찬은 입술이 터진 자국 외에는 별다른 외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좋아, 잘됐네! 피부 가죽 하나는 두껍나 보네.’
금안으로 살폈을 때 내상을 살짝 입긴 했지만 요양하면 금방 나을 정도였다.
황보찬이 입가를 손등으로 닦으며 벌떡 일어났다.
“내가 고작이딴 걸로······!”
나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황보 공자, 그럼 기권하실 생각은 없으신 거죠?”
황보찬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소리쳤다.
“뭐? 내가 왜!”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강 대협을 돌아보았다.
“들으셨죠, 강 대협? 남궁공자와 공손 소저도 율법원에 가실 필요 없어서 다행이네요.”
지켜보던 강 대협이 버럭 소리쳤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강 대협, 왜 화를 내시죠?”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바라보았다.
강 대협이 비웃듯 말했다.
“백리 소저는 비무 대회의 참가자들은 사적 다툼을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도 모른단 말이오?”
“아,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런데 지금 남궁공자를 두둔하는 것이오? 소저,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실망스럽구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모르는 건 강 대협님 같은데요?”
“뭐요?”
나는 사납게 소리치는 강 대협을 보며 목소리를 살짝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연지기를 담아 목소리가 멀리 퍼져 나가도록 만들고 입을 열었다.
“맹에 그 규칙이 생긴 이유는 비무 대회 참가자들이 자꾸만 비무장이 아닌 곳에서 사적 다툼으로 큰 부상을 입거나 기권하길 반복해서 생긴 겁니다.”
뒤로 갈수록 내 목소리는 단호해졌다.
“즉, 상대가 상해를 입고 기권하게 될 시 적용되는 거죠. 제 말이 틀렸나요?”
강 대협이 입을 뻐끔거렸다.
법도 해석하기 나름인데, 규칙도 당연히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
게다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도 아니었다. 처음 이 규칙이 생긴 이유는 자꾸만 기권하는 사람이 생겨서니까.
시시비비가 생기면 무공으로 해결하고 보는 강호 사람들에게 싸우지 말라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다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을 정도로만 하라는 것이었다.
지켜보던 이들도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호오, 역시 백리 대협의 딸인가. 무림맹 규칙에 대해서 잘 아는구먼.”
“강호인들에게 싸우지 말라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어제도 객잔 하나가 아주 난리통도 아니었다는데.”
거기다 생각도 못한 지원이 들어왔다.
“백리 소저의 말이 맞습니다.”
공손월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그 규칙이 생긴건 7회 전 비무 대회 참가자들이 비무장이 아닌 곳에서 벌인 싸움이 너무 커져 단체 싸움이 되었고, 16강 참가자 방수 이상이 기권하게 되어서였습니다.”
나는 감탄했다. 저렇게 자세히 기억한단 말이야?
나는 그대로 기세를 몰아붙였다.
“강 대협님께서는 맹 내의 본선 참가자들은 대련도 해서는 안 된다고주장하시는 건가요? 이곳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모여 있고 그들은 매일같이 대련을 하며 무학을 교류하죠. 그럼 강 대협께서는 지금까지 맹 내에서 대련한 모든 참가자를 율법원으로 끌고 가셔야겠군요?”
“······.”
강 대협이 턱이 부러질 듯 입을 다물었다.
이 자리에서 그렇다고 하면 이제 무림맹 모든 참가자 문제로 비화할 거고 아니라고 한다면 이대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소저 말이 맞지. 피만 안 보면 되는 거 아냐? 다친 이도 없고 당사자들이 괜찮다는데.아까부터 정말 소란은 누가 피우고 있는지.”
“그러니까 말이야. 다 끝난 일을 가지고 왜 저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야? 재미도 없고. 쯧.”
“작작 좀 하고 가지. 이러다 예선전 시작 늦춰지는 거 아냐?”
강 대협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주변을 둘러본 강 대협이 대부분 내 의견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에 굴복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사람들을 현혹하다니!”
나는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강 대협께서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바보로 보이나 봅니다?”
단번에 모인 이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강 대협이 움찔 놀랐다.
“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소!”
“제 말 몇 마디에 현혹됐다고 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런 뜻이 아니었다면, 알겠습니다.”
“······.”
씨근덕거리던 강 대협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백리 소저, 아까부터 소저의 일도 아닌데 왜 자꾸 끼어드는 것이오? 이건 맹의 치안대 일에 월권하겠다는 뜻이오? 백리 대협조차 늘 다른 대원께는 협조하셨소!”
하, 여기서 아버지를 걸고 넘어가?
“그거 참 이상하네요.”
고개를 갸웃 기울인 나는 머리칼을 귀로 넘기며 냉소 지었다.
“좀 전까지는 제가 류청과 함께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데려가시려고 하셨으면서 이제는 관련 없으니 빠지라는 건가요?”
“······.”
명백한 내 승리였다.
‘그러니까 누가 처음부터 나를 끌어들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