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 * *
태고 진인이 떠난 후, 제갈화무의 몸 상태가 빠르게 나빠져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오랜만에 제갈화무의 운기를 도와주고 밖에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조차 지난 지 오래였다.
‘아, 배고프다······.’
나를 데려왔던 무림맹 무사 이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덕에 헤매지 않고 숙소로 바로 향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매우 놀랐다.
‘뭐야? 숙소 왜 이렇게 좋아?’
회귀 전 아버지와 남궁류청의 배경 없이 나 홀로 무림맹에 머물 때가 있었다. 그때 내 취급이 어찌나 하찮던지.
무림맹 본단에서도 가장 외곽에 있는 객당의 객실 하나를 내주었다. 하급 무사나 방파 같은 경우 돈이 있다면 그냥 외부의 객잔을 이용할 정도로 별로인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숙소는 그야말로 저택에 가까웠다. 작지만 연못이 있는 정원에 정자까지 딸려 있었다.
이곽이 내게 말했다.
“여기서 머무시면 됩니다. 하인과 하녀들도 딸려 있으니 편히 쉬십시오.”
“저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꼬르륵.
순간 배에서 난 소리에 이곽이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부엌은 없고, 식사는 공용 주방에서 만들어 가져오는 식입니다. 지금 식사하시려면, 시간이 지나서 공용부엌에다 따로 부탁해야 할 겁니다. 음, 그럼 제가 가면서 공용부엌에 말해 놓겠습니다.”
“앗,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예, 편히 쉬고 계십시오. 혹시 오늘 만나신 분을 또 뵙고 싶다면 저를 찾으시면······.”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백리연!”
뒤에서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남궁완 아저씨였다. 옆에는 큰 아버지 백리의묵이 함께 계셨다.
쪼르르 달려간 내게 큰아버지가 타박하듯 말했다.
“대체 종일 어디 있다가 오는게냐? 무한에 도착했으면 마땅히 어른께 인사부터 하러 와야지! 무림맹 본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본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천방지축으로 굴어서야 되겠느냐? 여기가 네 집도 아니거늘 멋대로 굴다니.”
“······?”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라고 하시는 거지?
큰아버지와 나는 적당히 서로 거리를 두고 존중하던 관계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허무맹랑한 잔소리라니?
아니, 잔소리라는 말도 귀여운 축이었다. 이건 그냥 혼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곧이어 왜 저러는지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 남궁완 아저씨 앞이라고 허세 부리는 거야?’
하, 기가 막혔다.
이걸 큰아버지 체면을 생각해 적당히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정색을 해야 하나 고민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 고민에 한 가지 더 끼워넣었어야 했다.
남궁완 아저씨는 남궁류청의 친부라는 사실을.
남궁완 아저씨가 큰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지금 연이에게 뭐라 하셨습니까?”
“예?”
“지금 감히 연이에게 뭐라 하시는 겁니까?”
남궁완 아저씨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큰아버지는 다소 당황한 듯 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하하, 남궁 소가주께서도 거의 두 시진(4시간)가깝게 기다리지 않았소? 나는 그저 연이가 소식도 없이 사라졌기에 큰아버지로서 걱정되어······”
남궁완 아저씨가 큰아버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걱정? 진정 걱정하긴 하셨소?”
큰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 할 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사납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진정으로 연이가 걱정되었다면 이유부터 물어야지,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다렸다는 듯 냉큼 화부터 내는 것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어른의 태도요?”
큰아버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남궁완 아저씨가 명백한 조소를 머금고 말했다.
“여전한가 봅니다. 변한 게 없으시군요?”
“아까부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무슨 말이냐니. 벌써 잊어버린 것이오? 하긴 보통 제가 저지른 잘못은 쉬이 잊어비리지.”
남궁완 아저씨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뚝뚝 떨어졌다.
“내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오. 10여 년 전쯤 백리 세가에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 말이오.”
큰아버지의 가슴팍이 크게 들썩였다.
“연이가 제 아버지 주겠다고 꺾어 온 꽃을 사촌이라는 자들이 강탈해서 눈앞에서 짓밟았지. 그걸 또 사촌 오라비라는 자는 뻔히 보고서도 모르는 척 조롱하였고, 대체 누굴 보고 그리 행동하나 궁금하였는데. 역시 그 아비에 그 아들이었구려!”
그 일로 백리명이 매를 맞고 쌍둥이들이 쫓겨나기도 하였는데 어찌 잊어버릴까?
그러나 남궁완 아저씨가 아직까지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놀라웠다.
큰아버지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게 언제적 일인데······.”
큰아버지가 하던 말을 멈추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느새 조용히 나타난 하인들이 구경하듯 기웃거리고 있었다.
나와 작별 인사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물러날 기회를 잃은 무림맹 무사 이곽도 있었다.
나는 그만하라는 듯 남궁완 아저씨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저······.”
그러나 남궁완 아저씨가 완강히 뿌리쳤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말리지 말거라! 내 이번에는 좌시하지 않을 터. 너를 모욕하는 건 나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똑똑히 알려 줄 게다!”
“······.”
마음만큼은 감동이었다. 감동인데······ 아저씨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나는 무사 이곽에게 이만 가 보라고 손짓했다. 다행히 눈치 빠른 이곽이 기웃거리는 하인들도 쫓아내고 나가면서 숙소의 대문을 닫아 주었다.
“아저씨.그만해요. 큰아버지께서는 제가 소식이 없이 사라지니 걱정되어서 말을 격하게 하신 거죠. 오해하신 것 같아요.”
“오해를 사기 싫다면 오해 사기 쉬운 상황을 피했어야지!”
대문이 닫혔다 한들 여전히 남궁완 아저씨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연이가 마음이 약하고 선량해 이런 소인배들도 친지라고 도와 준 것이지. 죽을 뻔한 자식을 살려 줬으면 이에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아저씨!”
“말리지 말라지 않았느냐!”
나는 물러나지 않고 불쌍하게 중얼거렸다.
“저 배고파요.”
“뭣?”
“저 오늘······종일 굶어서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아요.”
꼬르르륵.
시기적절하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어찌어찌 상황이 소강된 후, 큰아버지는 시뻘게진 얼굴로 소맷자락을 털며 숙소를 떠났다.
나는 큰아버지 뒤를 황급히 뒤따라가 배웅한 후, 정원 한쪽에 서 있던 남궁완 아저씨를 데리고 숙소로 들어왔다.
대충 적당히 눈에 띄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화가 누그러지지 않았는지 남궁완 아저씨가 버럭 성을 냈다.
“네 아비나 너나 똑같다! 뭣 하러 저런 놈과 잘 지내? 하하 호호. 올 사람이 없어서 저자와 같이 오느냐? 네 아비랑 오면 될 것을!”
“······.”
“호가호위라고, 저자가 요 며칠간 무림맹에서 얼마나 고상한 척을 하던지! 내 정말 기가 막히더군.”
음, 그러니까 간단히 정리하자면 남궁완 아저씨는 내 아버지가 아니라 큰아버지가 온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거기에 큰아버지가 고상한 척 구는 모습이 꼴 보기 싫던 참에, 시미어 내게 뭐라고 하는 모습을 보자 그대로 눈이 뒤집힌 것이었다.
“장로라고? 하! 그 또한 네 아비가 온갖 모욕을 뒤집어쓴 것에 대한 보상이지 않느냐. 그걸 왜······!”
“아버지는 몸이 안 좋으시니까요.”
“······.”
“아무래도 오시기 힘드시죠.”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착잡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해결법은 못 찾았느냐?”
나는 웃었다.
“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남궁완 아저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이상하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들어오면 틀림없이 네가 그러지 말라고 뭐라고 할 줄 알았거늘. 별 말이 없구나.”
“네? 뭘요?”
“네 큰아버지께 너무했다고 안 하느냐?”
“음······.”
솔직히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하지만 저를 위해서 나서신 거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잘하셨어요.”
“뭐?”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면 돼요.”
남궁완 아저씨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그저 방긋 웃을 뿐이었다.
“곧이어 하인이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하인을 내보내고 찻주전자를 들었다.
찻잔을 채우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완 아저씨가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정말 다 컸구나. 멀리서 보고 처음에 못 알아볼 뻔했구나.”
“그러게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정말 잘 자랐구나. 의강을 많이 닮았어. 정말로. 널 처음 보았을 때는 내 허리만 했단다. 요만하던 아이가 언제 이리 커서는.”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갑자기 정색했다. 극단적인 감정 변화였다.
“밥을 안 먹었다고?”
꼬르르륵.
이놈의 배는 한 번 소리가 나기 시작하니 계속 눈치도 없이 소리를 냈다.
“종일 밥도 안 먹고 뭘 한 거야? 건강해지니 아주 막 사는군. 매일 같이 픽픽 쓰러지면서 약을 먹던 때는 벌써 잊어버린 것이지?”
“아, 이건 오늘 너무 바빠서······ 어쩌다 보니 그리 됐어요.”
“어쩌다 보니? 하, 네 아비한테도 그리 말할 테냐?”
“어······ 음······ 아이고, 밥이 왜 이렇게 늦지?”
“말 돌리지 말거라!”
“아저씨, 그러고 보니 무림맹에는 어쩐 일이세요?”
남궁완 아저씨가 애쓴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남궁완 아저씨는 비무 대회에 참석하는 남궁류청과 함께 왔다고 한다.
“마교 놈들이 류청을 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남궁류청이 이번 비무 대회에 참석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양주에서 무한으로 오는 길은 뻔했다. 경로가 훤히 드러나 있으니 습격의 위험이 훨씬 컸다.
일단 나만 해도 습격당하지 않았는가? 마교 놈들은 아니었지만······.
그러고 보면 남궁 세가는 벌써 두 번에 걸쳐서 마교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한 번은 남궁완 아저씨의 누이가 죽었고, 그다음은 남궁완 아저씨도 팔을 잃을 뻔했으니, 경계가 남다를 법했다.
‘그리고 천마지보에 대한 것도 알고 계셨겠지.’
천마지보를 미끼로 하여 마교를 본산에서 끌어내는 것.
일반 무인들에게는 그냥 백도 무림의 축제일 뿐이지만, 무림맹 고위급은 전쟁까지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무림맹에 온 진짜 이유일 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식사가 왔다. 나는 밥을 먹고, 이미 저녁을 드신 남궁완 아저씨는 맞은 편에서 술을 드시며 근황을 주고 받았다.
내가 식사를 거의 끝냈을 즈음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조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류청이 보낸 생일 선물을 돌려보냈다고 들었다.”
“······.”
“혹시 둘이 싸운 것이냐?”
······역시. 이 주제가 한 번은 나올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