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예?”
살짝 당황한 듯한 공손월의 표정을 보며 크게 후회했다.
당연히 친밀하니 남궁류청을 도와주겠지. 남궁류청도 황보찬이 공손월한테 한 말 가지고 화냈다고 했잖아!
‘난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마치, 마치····· 질투하는 것처럼!
나는 수습을 위해 서둘러 말을 이었다.
“하하, 류청이 하령이 외에 다른 이와 가까운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
말하고 나자 더 후회막급이었다.
으아아아! 덧붙인 말이 더 추하잖아!
남궁류청이 인상을 찡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뭐 하냐는 표정처럼 보인다면 내 착각인 걸까?
“음, 그게······.”
공손월이 살짝 붉어진 뺨을 한 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곤혹스럽다는 듯 남궁류청을 힐끗거렸다.
하지만 남궁류청은 공손월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되려 왜 그러냐는 듯 방긋 웃으며 마주했다.
“······.”
“······.”
그때, 내게 구원의 밧줄이 내려왔다. 비무장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다가온 것이다.
좀 전에 떠났던 치안대와는 다른 이들로 가장 앞선 이는 가사를 입은 스님이었다.
스님 곁의 무림맹 무사로 보이는 이가 소리쳤다.
“자자, 다들 비무장에서 물러나시오! 곧 예선전을 시작할 예정이오!”
스님은 윗선인듯 비무장에서 조금 떨어진 엇비슷한 높이의 단상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맹원들이 비무장 주변을 정리 정돈하기 시작했다.
“뭐야? 비무장이 왜 이렇게 난리지? 어젯밤에 정리 끝냈는데?”
“어? 뭐야! 누가 이래 놨어!”
이 말에 대한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눈치를 쓱 본 우리는 짜기라도 한 듯이 스르륵 비무장 곁에서 멀어졌다.
“아, 밀지 마쇼! 밀치지 말라고! 아니, 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모르는 척 하면 다야?”
“거기! 싸움을 벌일 시 바로 추방이오!”
“여긴 내가 새벽부터 맡아 놨던 지라야!”
“자리 팝니다! 비무장이 눈에 보이는 자리예요!”
예선이 시작된다는 말과 함께 몰려든 사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예선전부터 이렇게 난리라니.’
복잡하고 혼란 그 자체인 게 남궁류청이 왜 예선전을 하루 보고 다시는 보러 안 왔는지 짐작이 갔다.
그때 소란과 조금 동떨어진 좌석이 놓인 방향에서 청년 한 명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화려한 의복에 영웅건을 맨 멋들어진 차림새의 청년이었다. 보자마자 왠지 모르게 공작새가 떠올랐다.
청년이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 소저! 제 쪽으로 오시죠. 여기 전말 좋은 자리 맡아 놓았습니다.”
“자리요?”
서하령과 안면이 있는 사이인듯 별다른 인사 없이 되물었다.
“예. 저쪽입니다.”
그가 가리킨 곳은 자신이 온 방향의 단상이었다.
단상 위에는 그늘막과 좌석들이 놓여 있었는데, 이미 착석해 있는 이들도 많았다. 나이대가 각양각색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단을 두른 부귀한 옷차림이라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명문가 가문인들 같았고 나이든 이들은 상인이나 부유한 지주들처럼 보였다.
무림맹 관계자들이나 부유한 자들을 위해 판매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왠지 느낌상 청년은 서하령을 초대할 수 이쓴 상황이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린 것 같았다.
‘흐음, 하령이 인기 대단한데.’
왜 그리 생각하였나면, 청년 뒤쪽으로 다른 청년들이 기회를 놓쳤다는 듯이 아쉽거나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하령이 청년이 가리킨 자리를 보고 물었다.
“거기에 연이, 그러니까 백리소저 자리도 있나요?”
청년이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흘끔 보았다.
“어······. 그, 진 소저 자리는 습니다만······.”
와, 진진 자리까지 구해 놨다니.
내 감탄과 달리 서하령은 가차없이 답했다.
“없다구요? 그럼 됐어요. 연아, 어디로 갈까?”
청년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청년 뒤쪽에서 미련을 떨치지 못한 낯의 다른 청년들도 당황한 얼굴로 어딘가에 막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어 웃음을 참고 말했다.
“그보다 하령아, 진진은?”
둘러봐도 진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도 않았다.
“어디 갔어?”
“아, 진진은 네 큰아버지 찾으러 간다고 하고 갔어. 치안대 놈들이 막 너 끌고 가려고 했을 때.”
서하령이 얼굴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빨리 가라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말릴 걸 그랬나 봐.”
“아냐. 이렇게 끝날 줄 몰랐으니까.”
일단 큰아버지께 알리는 건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만약 문제가 생겨서 내가 끌려갔다면 큰아버지께 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게 옳았으니까.
“큰아버지 뵈러 갔으면 꽤 걸리겠네. 언제 돌아오려나······. 자리부터 잡을까? 적당한 곳이 어디······.”
중얼거릴 때 불길한 기척이 다가왔다.
공손월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 소저, 백리 소저. 저희와 함께 봐요.”
* * *
“천하제일 비무 대회의 예선전을 지켜보러 오신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비무장에 올라온 스님이 오늘 진행을 맡았다며 자기소개를 짤막하게 한 후, 참석자들을 비무장으로 한 명씩 호명했다.
의복과 연령이 가지각색인 무인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비무장에 올랐다.
무림맹의 예선은 각 지부별로 일정과 방법이 상이했다.
진진이 뽑힌 호남성 같은 경우는 무림맹 본선과 같은 방식을 취했다. 호남 지부에서 대진표를 짜서 일대일 승부를 본다. 패배하면 탈락. 승리하면 다음 경기로 올라간다. 이렇게 쭉 올라가서 최종 몇 명 안에 들면 되는 것이었다.
선발 인원이 꽤 되므로 이 방법은 대진표가 매우 중요했다. 실력이 최종 후보 안에 들어갈 정도더라도 초반에 자신보다 강한 강자를 만난다면······ 그냥 재수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서하령과 남궁류청이 치렀던 안휘성의 예선은 점수제였다. 제비뽑기로 상대를 골라 몇 번의 비무를 치르고 승패에 따라 점수를 매겨 합산하여 높은 점수별로 잘라냈다.
만약 안휘성이 호남성과 같은 방식을 취했다면 서하령은 예선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정말로 재수 없게도 첫 비무 상대가 남궁류청이었기 때문이다.
남궁류청은 당연히 전승 만점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전승 결과는 날개 달린 듯 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현재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가 지금 내 앞줄에 앉은 남궁류청이었다.
함께 보자고 권유한 공손월은 내가 올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단상 위에 내 자리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하고 싶다며 초대하는데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그때 공손월이 남궁류청을 향해 전음했다.
물론 내겐 앞자리에 앉은 둘의 뒤통수밖에 안 보였다. 하지만 기파의 움직임을 통해 둘이 전음을 나누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전음을 나누는 것이 벌써 몇 번째였다.
‘무슨 할 말이 저렇게 많아? 흥, 게다가 류청 저놈도······ .’
나를 만나고 나서 입에 무슨 아교라도 바른 듯 몇 마디 하지도 않아 놓고선 왜 공손월이랑은 자꾸 전음을 하고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남궁류청의 반질반질한 뒤 통수를 노려보던 것을 그만두고 비무장을 보았다.
비무장에는 어느새 10명의 참석자들이 올라와 있었다.
무림맹 본단의 예선 방식은 다수 난투였다.
10명의 참석자가 비무장에 동시에 올라온다. 그리고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었다.
비무장 밖으로 떨어지거나, 패배 선언을 하거나, 더는 싸움을 이어 나갈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 실격이었다.
이런 식의 다수 난투를 택한 것은 본단이 유일했다.
참석자들이 워낙 많으니 빠르게 걸러 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서하령이 내게 속삭였다.
“그 사람은 언제 나오려나?”
“이번 조에는 없어 보이네. 정확한 조는 일단 비밀이긴 하니까.”
오늘 나온다는 소문 또한 그자가 워낙 유명해 퍼진 것이었다.
“오후에 나오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중얼거리던 서하령이 갑자기 불현듯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맞다! 맹주님은 비무 대회 우승자잖아. 제자는 예선에 안 내보내도 되지 않아? 너처럼. 설마 안 나오는 거 아냐?”
“그건 아닐 걸.”
위 맹주의 제자가 몇 조에 있는지까진 알아내기 어렵지만, 참석 여부 정도는 확인하기 쉬웠다.
게다가 공손월까지 있었다. 위 맹주의 제자가 오늘 나오는 건 확실했다. 나오지 않는다면 공손월이 알 테니까.
그때 공손월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맹주님께서는 늘 제자들에게 예선을 직접 통화해 본선에 오르도록 하셨어요.”
잠시 눈을 내리깔았던 공손월이 나를 보며 말했다.
“······ 특혜를 쓰고 올라가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요.”
그리고 나는 특혜를 쓰고 올라온 사람이었다.
“······ .”
흠, 뭐지? 지금 나한테 싸움을 거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전투 의지를 불태우려던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서하령이 선수를 쳤다.
“뭐? 지금 맹주님께서 연이 보고 뭐라고 했다는 거야? 특혜 써서 올라왔다고?”
서하령의 목소리가 상당히 컸기에 주변 좌석에 앉아 있던 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맹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치졸하게 뭐 하는짓······ ”
공손월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하령을 말렸다.
“하령 걱정할 필요 없어. 괜찮아.”
“뭐?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화를 안 내? 너도 가만히 있으라고 할 거면 뭐 하러 알려 준 거야?”
공손월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서하령을 보며 설명했다.
“정말로 걱정 안 해도 돼서 그런 거야. 후우. 왜, 백리 소저께서 처음 본단에 들어오실 때 줄을 서셨잖아?”
그 일은 무림맹 내에 짜하게 소문이 퍼졌다. 서하령도 저 소문을 듣고 내가 온 것을 알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공손월이 말을 이어 갔다.
“백리 소저가 그냥 통과하지 않고 줄을 서신 덕에 맹주님의 말씀을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
“그래? 그럼 다행이네. 사실 나도 줄 안 서고 들어왔는데.”
서하령이 민망하다는 듯이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웃었다.
곧이어 스님의 목소리가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그럼 예선을 시작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