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 * *
“승자! 비룡문의 창우혁!”
승리를 만끽하는 승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공손월이 남궁류청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승자가 내려가자 맹원들이 올라 와 비무장에 쓰러진 사람들을 데리고 간 후 파이고 부서진 비무장을 정돈했다.
서하령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조는 재미있네.”
“그러게. 저 비룡문이라는 문파 처음 들어보는데.”
그때 공손월이 끼어들어 답했다.
“못 들어 볼 만도 해요. 사천지역의 작은 문파거든요.”
서하령이 감탄하며 되물었다.
“사천지역? 그러데 왜 여기서 예선을 치른대?”
“사천지역은 예선이 비공개거든.”
“비공개라고?”
“응.”
“예선 방식이 매번 바뀌고 완전 비공개야. 참석자들의 무공 실력과 무학 정보를 지켜 주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천지역의 예선이 비공개인 이유는 자신들의 무공 비기에 매우 예민하고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당가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비공개 예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는가?
게다가 공개 예선이라고 한들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진진이 뽑혀 온 호남성 예선만해도 대진표를 조작하여 – 아니 세상에 나도 조작에 연루되었다니 – 올라 왔는데.
정파 연맹이라고 하지만 그야말로 연맹이 오래된 만큼 안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그러한 까닭에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림맹 본단에서 치르는 예선을 가장 공정하다고 여겼다. 어쨌든 여기는 지켜보는 이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단 예선에서 두각을 보이면 이름이 알려지기 훨씬 쉬우니까.”
남궁류청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하지 않는 이상, 지역 예선전에서 이름을 알리기는 어려웠다.
“······아니 그래서 그건 어떻게 아는 거야?”
“아버지 곁에 있다 보면 듣는 게 많다 보니까.”
서하령과 공손월은 계속 속닥거렸다. 서하령은 원래도 발이 넓고 친우가 많은 편이었으니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정확히는 남궁류청과 공손월이 전음을 나눌 때부터 기분이 나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기분은 계속, 계속 가라앉았다.
그때 공손월이 지나가는 장사꾼을 불렀다. 사람들이 모인 곳엔 당연히 장사꾼이 따라오는 법.
공손월이 음료를 사서 우리에게 나눠 주었다.
서하령이 반색하며 마셨다.
“잘 마실게! 오, 시원한데! 어휴, 그늘막이어도 덥긴 덥다.”
“한 잔 더 마실래?”
“응!”
그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이 불쾌감은 친구 뺏긴 기분이었다.
‘그래. 그거였어.’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니, 공손월과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거야?’
한번 인정하고 나니 왠지 서러운 감정마저 들었다.
“백리 소저도 한 잔 마시세요.”
하지만 공손월은 내게도 매우 조심스럽고 상냥한 태도였다. 흠잡을 곳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 비무장 정리가 끝나고 새 참석자들이 비무장에 올라왔다.
서하령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이번에도 안 나왔잖아?”
그때 뒤를 돌아보고 있던 공손월이 입술을 달싹였다. 기파의 방향을 보아 서하령에게 전음하는 걸 알 수 있었다.
“······.”
좀 전에는 남궁류청에게 전음하더니, 이번에는 서하령?
‘아까부터, 사람을 앞에 두고 왜 갑자기 전음이야?’
공손월과 눈이 마주쳤다.
눈웃음을 지은 공손월이 다시 몸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나는 바로 서하령을 바라보며 전음했다.
「 둘이 무슨 대화 한 거야? 」
「 봤어? 너한테도 말해주라고 하더라. 공손월이 방금 전에 위 맹주 제자, 이제 몇 조 안 남았다고 알려 줬어. 적어도 점심 먹기전엔 나올 거래. 」
「 ······그래. 」
전음을 말한 이유가 이해갔다.
누가 몇 조에 속해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비밀이었다. 다 대 일이다 보니 같은 조에 속한 사람들끼리 먼저 편을 먹거나 누군가를 집중 공격하는 식으로 승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총군사의 딸 정도가 되니 알아낼 수 있는 정보였다.
아닌 척 우리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은 데다가, 곳곳에 귀가 밝은 사람들이 있는 여기서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 너무 예민한 것 같아.’
마음을 가라앚히려고 할 때, 남궁류청이 공손월을 향해 전음하는 것이 또 느껴졌다.
“······.”
이를 노려보던 나도 서하령을 향해 전음했다.
「진진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
서하령이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그러게. 늦어도 너무 늦는데? 근데 연아, 별것도 아닌데 그걸 왜 전음으로 물어?”
서하령의 말에 공손월과 남궁류청이 나를 돌아보았다.
의아한 눈빛들.
나는 귀 끝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서-하-령!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아?”
“진진 찾으러 갔다 와야겠어.”
공손월이 놀라며 물었다.
“이렇게 갑자기요?”
“네. 저는 신경쓰지 말고 계세요.”
그때 남궁류청이 일어났다.
“너는 앉아 있어. 내가 찾으러 갔다 오지.”
“네가 왜?”
내가 인상을 찡그리며 되묻자 남궁류청이 딱딱한 표정으로 답했다.
“넌 무림맹 본단에 어제 왔잖아. 지리도 잘 모를 테니 내가 갔다오는게 나아.”
“······됐어. 괜찮아. 내가 갔다올게.”
“아니, 앉아 있어.”
“괜찮다니까. 진진이 어디 갔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어디 갔는데?”
나는 얼이 빠졌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간다고 일어난 거야?
그때 공손월이 끼어들었다.
“공자, 소저. 두 분 다 앉아 계세요. 맹은 넓으니 진 소저를 찾다가 엇갈리기 쉬울 거예요. 그러면 오히려 찾으러 가지 않은 것만 못하겠죠. 차라리 제가 사람을 시켜서 모셔오라고 할게요.”
서하령도 거들었다.
“맞아. 이렇게 넓은데 찾다가 엇갈리면 어쩌려고? 그냥 기다려. 맹 내에서 무슨 일이 있을 리도 없잖아.”
“······.”
이렇게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시도는 불발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궁류청이랑 실랑이 하는 사이에 창피한 일은 잊혀진 듯 보였다.
도로 자리에 앉게 된 나는 제 사람에게 명을 내리는 공손월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저쪽에 신경 쓰지 말자. 어린애도 아니고······. 지금 신경써야 할 곳은 따로 있잖아?’
야율과 백리리를 찾아야 했다.
특히 백리리는 놓치기 쉬웠다.
백리리는 정종 심법으로 쌓은 정순한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파 연맹인 이곳은 정종 내공을 익힌 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즉 백리리는 특징이 전혀 없어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놓치기 쉬었다.
일단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둘 모두 관객들 사이에는 없었다.
두 개 조의 예선이 끝나도, 야율과 백리리의 모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오늘은 안 오려는건가?’
심지어 재미도 없었다. 서로 먼저 싸우길 바라며 눈치 싸움만 오지게 했다.
경기가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종을 치고 1각내로 승부를 보게 했다. 그때까지 한 사람만 남지 않으면 전원 탈락이었다.
하지만 방금 조의 놈들은 끝까지 싸우지않고 서로 눈치만 보다가 남은 5명이 사이좋게 전원 탈락했다.
툭.
누군가 내 어깨에 기대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자 서하령이 잠들어 있었다.
‘왠지 조용하더라.’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왠지 하품이 나왔다.
입을 가린 채 길게 하품을 하는 순간 남궁류청이 기가 막히게 돌아보았다.
“······.”
“······.”
하품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남궁류청은 내게 기댄 서하령을 불만스러운 듯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니, 졸리면 좀 잘 수도 있지······. 왜 저렇게 노려보는 거야? 눈빛이 거의 날붙이 수준인데······.
남궁류청의 눈빛을 느꼈는지 서하령이 살짝 찡얼거리듯 내 목덜미를 더 파고 들었다.
남궁류청이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서하령. 일어나. 잘거면 돌아 가.”
“······.”
미동도 없었다.
나는 말리듯 말했다.
“왜 그래. 그냥 자게 둬.”
그때 주변에 술렁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공손월이 나직이 말했다.
“나왔네요.”
나는 서하령을 흔들어서 깨웠다.
“일어나. 하령아, 일어나. 나왔어.”
우리만 알아본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다른 후기지수들의 대화가 들렸다.
“저자가 위 맹주의 직전 제자로군.”
“명문이 불여일견이로군. 기도 자체가 달라. 오늘 시간을 낸 보람이 있어.”
“글쎄. 그건 결과를 봐야 알지않겠는가?”
“재능 하나로 위 맹주의 양자가 되었다는데. 이름이 위구중이랬나?”
위 맹주는 본애 별 볼일 없는 집안출신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무림맹에 입단했던 그는 임무를 나갔다가 실종된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기연을 얻었다.
고수가 되어 돌아온 그는 착실히 실력을 높혀갔고, 무림맹의 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지지세력을 늘려갔다.
물론 그의 가장 강한 지지세력은 혼인 동맹을 통해 맺은 가문들이었다.
정식 부인만 넷이었다. 첩까지하면 더했다. 자식들도 내 기억으로는 열이 넘는 걸로 알았다.
하지만 그의 친자식들 중에는 무공에 재능이 있는 이가 없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정도.
대신에 재능 넘치는 양아들들이 있었다. 위 맹주는 혼인 동맹의 힘으로도 모자란다고여겼는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재능이 있는 이들을 뽑아 제자로 받아들였다.
명문 대파에서 제자를 뽑을 때는 조건이 엄격한데 그 조건은 바로 재능이었다.
돈이 많건, 가문이 좋건 가리지 않고 무조건 근골 좋고 재능 있는 이가 우선이었다. 문파의 위세는 무위에서 비롯하고 따라서 문파를 키우기 위해서는 재능 있는 제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능만큼 중요한 것도 있었다. 바로 무공이었다.
무공이 중요하지 않다면 수 많은 강호인들이 왜 신공절학에 목을 매겠는가?
명문대파가 명문대파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재능과 신공절학이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천하 절대 고수에 오른 위 맹주의 무공이라면 신공절함임이 틀림 없을 터. 만약에 정말로 제자가 되어 배울 수만 있다면 이는 엄청난 기회였다.
그리고 위구중은 그렇게 뽑힌 직전 제자였다.
현재 위 맹주의 제자들 중에서 나이는 제일 어렸다. 하지만 위 맹주가 제일 아끼는 제자였다. 그러니 기대주라고 할 수 있었다.
남궁류청과 비견할 만한 재능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들릴 정도였다.
‘흥, 그럴 리가 있나.’
비무를 진행하는 승려가 호명했다.
“위천검파의 위구중!”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처음으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