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야율과 돌아오던 길.
나를 찾으러 온 진진과 마주쳤다. 본래는 진진도 나와 함께 가겠다고 주장했지만, 연회를 즐기라며 주루에 놓고 온 참이었다. 그럼에도 나를 찾아온 진진을 보며 문제가 생긴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진진을 따라와 이 상황을 알게 된 것이었다.
진진이 장철을 흘끗거리며 말했다.
“그게······ 나가서 얘기하죠.”
장철이 묶던 객실 밖으로 나오자 구경하듯 나온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깊은 새벽 벌어진 소란에 객잔의 사람들 몇몇이 깨어난 듯 보였다.
장철과 같은 지역 유지, 부잣집 자제들은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객자에 머물기도 하였다.
나를 본 객잔 손님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서로 귀엣말을 하며 속삭였다. 이들을 피해 객잔 밖으로 나간 후 곧바로 진진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가씨께서 주루를 더나고······.”
벽 공자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두 자기를 무시한다고, 갑자기 저희 가문과 남궁 세가 탓을 하더라고요.”
추종하는 이들과 함께 있던 평소와 달리 덩그러니 홀로 있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배분이 높은 선배들, 악중해라든가 다른 용봉지회 일원들은 나보다 먼저 자리를 뜬 상태였다.
술도 들어갔겠다 더는 눈치 볼 것이 없었으리라.
“그게 왜 우리 탓····하, 그래서?”
“······저번에 남궁 공자와 황보 공자 일도 있고 아가씨께서 조심하라고 하신 것도 있어서 참고 있었는데······”
장철이 벽 소공자와 다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말리는 척하며 옆에서 장철의 동생이 상황을 부추겼다고.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가 순식간에 싸움이 되었다고 한다.
벽 소공자가 칼까지 뽑아 들었고 장철 일행과 벽 소공자 일행은 패싸움 수준까지 갔다가 위구중이 직접 나선 후에야 진정되었다고 한다.
“그 싸움에서 팔이 부러질 줄은······.”
잠시 주변을 살핀 진진이 전음으로 말했다.
「 그런데 뒤늦게 위 공자가 나타나 싸움을 막고 나서, 그러게 친우를 잘 두었어야지, 라고 하더라고요. 」
다시 진진이 목소리를 냈다.
“딱히 한 사람에게 말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진진이 느낀 것처럼 나를 향해 하느 말일 터였다.
하지만 패싸움을 한 이들에게 한 말이라고 발뺌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괜히 따지고 들었다가는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이마를 짚었다. 남궁류청의 경고가 떠올랐다. 위구중을 조심하라는.
그 경고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을까?
“쓰레기 같으니라고.”
황보찬을 통해서 남궁류청을 건드리던 건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와 남궁류청은 위구중이 건드리기 어려운 위치였다. 그래서 대신 주변 사람을 건든 것이다.
‘그것도 벽가장의 상황을 이용해.’
진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역시 꾸민 거겠죠?”
“아마도.”
술을 마셨다고 한들 장철도 무공을 익힌 한 사람의 무인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팔이 부러진 것은 이상했다.
“······머리를 잘 썼네.”
현재 벽가장의 상황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가문이 멸문당하다시피 한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공자. 그런 공자가 술을 마시고 약간의 실수를 했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나서서 처벌을 주장할까?
벽가장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속된 말이지만 어차피 망해버린문파. 무슨 힘이 남아 있을가? 위지백이 편을 들어주는 것 정도.
‘다만 벽 소공자를 처벌한 뒤로 이어질 일들이······ 너무 귀찮지.’
비무 대회에서 벌어진 싸움이 아니니 율법원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저 율법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필시 피도 눈물도 없는 이들이라며 매정하다고 지탄받을 터였다.
위맹주가 부추길 소문도 벌써 상상이 갔다.
‘벽가의 안타까운 사정을 참작해 넘어가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처벌이 불가피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맹주가 나서서 중재하는데 체면도 봐주지 않을 줄이야.’
‘벽가의 상황을 알면서도 그들을 위한 자비조차 베풀지 않다니.’
그럼 어느새 가해자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아질 것이다.
‘되려 불쌍한 벽 소공자를 핍박한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하고 의리없는 문파가 되어 버리겠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장가장의 사람을 위해 그 모든 걸 감내하고 나서줄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백리세가와 장가장은 별다른 인연도 없는 곳이었다.
또한, 휘주 지역의 장가장에 소식이 들어가는 데만도 한참이 걸릴 테고.
어릴 적 내가 알던 장가장의 상황을 생각하면 제대로 따지고 들기나 할지 모를 일이었다.
“차라리 제가 나설 걸 그랬나봐요.”
글쎄. 진진이 나섰으면 벽 소공자의 팔이 부러졌을 수도 있다.
진진의 실력으론 눈 깜짝할 새 팔을 부러트릴 수 없으니 벽 소공자의 팔을 부러트리고 진진이 했다고 우겼을 것이다.
이런 식의 뒷 공작은 막기 힘들었다. 무척 익숙하기도 했다. 내가 수도 없이 당했던 일이니까.
나는 진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그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거잖아. 후회할 필요 없어. 그리고 이 일은 천천히 갚아 주면 돼. 내가 당하고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눈을 크게 뜬 진진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역시,아가씨!”
나는 손으로 진진의 부담스러운 눈을 가렸다.
“아가씨? 아! 그러고 보니 가신 일은 어떻게 됐어요? 얘기는 잘 하셨나요?”
진진이 이제야 떠올랐다는 듯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그보다······.”
나는 표정을 굳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원은? 왜 아직도 안 오는거지? 이쪽말고 다른 입구가 있나?”
진진이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게요. 한참 전에 하령 언니가 데리러 갔거든요. 오고도 남았어야 할 텐데?”
진진이 객잔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제가 알아보고 올게요.”
그리고 진진이 자리를 떠나기 무섭게 누군가 객잔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서하령이었다.
화가 난 것처럼 씩씩거리며 오던 서하령이 나를 보고 나는 듯이 다가왔다.
“너 먼저 돌아간 거 아니었어?”
“그러는 너는 의원 데리러 간 거 아니었어?”
하지만 혼자였다.
“아, 그러니까! 내 말 좀 들어 봐!”
나를 보고 어떻게 찾아온 건지 궁금한 듯했지만, 화를 토로하는 게 먼저였다.
장철이 다치고 서하령은 곧장 의원을 찾으러 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며 의원이 문도 안 열어 주다가 겨우 들어가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안 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의원을 납치해서 데려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반인을 협박할 수도 없는 노릇.
한참 애걸복걸하다가 이렇게 빈손으로 씩씩거리며 돌아온 것이었다.
“아니, 돈도 넉넉하게 준다는데! 시간이 늦었어도 내가 호위하고 돌아갈 때도 호위 붙여 주겠다고 했는데. 말이 안 통해!”
서하령이 발을 구르며 답답한 듯 소리쳤다.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서하령도 눈치챌 정도의 뻔한 수작질이었다.
의원에게 치료를 나가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넣어 놓은 것일 터다.
위구중은 무림맹주의 제자고, 서하령과 장철은 비무 대회가 끝나면 떠날 사람들이었다. 계속 무한에 머물 무림맹주의 제자와 척을 질 사람은 없을 터.
장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그저 이 모든 건 신경 거슬리게 만들기 위한 것일 뿐.
서하령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일단 공손월이 본단으로 가서 무림맹 의원을 데려온대.”
“다행이네.”
서하령은 장철과 그리 친하진 않았다. 그래도 같은 지역의 백도 문파로 원래 알던 사이에 같은 지역 예선을 통과하기도 하였으니 돕고 있는 것이었다.
공손월이 돕는 이유는 뭘까.
‘남궁류청 때문인가?’
그때 서하령도 내가 떠올린 이를 언급했다.
“하필 오늘 같은 날 류청 이 자식은 도움도 안 돼.”
“이게 왜 류청 탓이야?”
“그냥. 답답하니까 뭐라고 해 본거지. 류청 편들기는. 알았어. 뭐라고 안 하면 되잖아.”
아니. 이건 류청이 억울한 일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또 편든다고 할 게 뻔해 속으로만 꿍얼거렸다.
그때 또 누군가 다가오는 기색이 느껴졌다. 무인은 아니었고, 나이가 지긋한 평범한 중년인이었다.
그런데 마치 급하게 길을 나서기라도 한 것처럼 차림새가 엉망이었다.
중년인은 객잔 앞에 서 있는 우리를 보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저어······ 혹시 의원이 필요하신 분들입니까.”
서하령이 경계하며 물었다.
“누구시죠?”
“동로 골목의 하 의원입니다만, 여기 다친 사람이 있다고 해서요.”
“어떻게 오신 거죠?”
“이걸 보여주면 알 거라고 하던데······.”
그가 서하령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받아든 서하령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이를 살피다 내게 이를 건넸다.
“그냥 장신구인데. 연아, 이거 뭔지 알아?”
“이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곧이어 의원을 돌아보고 말했다.
“객잔 안 3층으로 올라가시면 환자가 있을 거예요. 팔이 부러졌어요. 크게 어긋난 건 아닌데, 검을 쥐는 사람이니 최대한 조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객잔으로 들어가는 의원을 보며 장신구를 꽉 쥐었다. 이건 야율의 허리끈에 달려 있던 장신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