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나는 공손월의 부하를 보며 말했다.
“공손 소저가 날 죽이려고 여길 보냈겠어?”
공손월의 부하가 화들짝 놀라며 부인했다.
“절대 아닙니다!”
공손월은 남궁류청을 좋아한다.
‘남궁류청은 나를 좋아하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자 오히려 상황이 냉정하게 보였다.
공손월 때문에 내가 죽는다면 남궁류청과 공손월의 관계는 파탄이었다. 또한 공손월이 제 연적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할 성품도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공손 소저와 만난 후에 사라졌다가 죽어버리면 공손 세가와 백리 세가 간의 전쟁이야.”
공손월 부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제 목숨을 바쳐서 지키겠습니다.”
호위가 공손월의 부하를 찢어 죽일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자네 목숨 따위가 아가씨 목숨과 비교라도 될 듯 싶은가!”
호위가 공손월의 부하를 향해 삿대질했다.
“당신네 가문은 무림맹의 총사로 몇 년간 지냈으면서 고작 이런 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야? 그리고 이런 일이 있는 걸 알았다면 공손 소저께서 나설 것이지 왜 아가씨를 떠민단 말인가!”
공손월의 부하는 검게 죽은 낯빛으로 고개만 숙였다.
‘아, 그렇군.’
또 하나 깨달았다.
공손월이 내게 이 일을 알린 이유.
저절로 조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 이미 공손 세가주께서도 이 일을 알고 계시는군요?”
“······.”
공손월의 부하는 침묵했다. 제 가문의 가주를 차마 욕보일 수 없어서 입을 다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공손 소저는 이미 여러 방법을 써 봤을 거예요. 하지만 소용이 없었겠죠. 맞죠?”
호위가 옆에서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공손가뿐일까? 필시 다른 몇몇 문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터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왜?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득이 되지 않으니까.
총사, 즉 공손 세가주는 이 일을 묻고 위지백을 무림맹주로 두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세상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야율의 말에 이런 식으로 동의하게 될 줄이야.
‘야율도 이 일을 알고 있었을까?’
그는 알았을 수도 몰랐을 수도 있으나, 분명 천마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우스웠을까?
저런 인간 말종을 맹주라고 따르는 백도 사람들이.
그리고 맹주의 죄를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추앙하는 머저리들이.
* * *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정원.
일반적인 산장이 아니었다. 기관진식으로 도배된 산장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다면 몇 발 떼기도 전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을 터였다.
제일 앞서가던 공손월의 부하는 하멍을 밟고 그대로 추락해서 죽을 뻔했다. 오면서 벌써 몇 번이나 마주한 함정 탓에 옷자락이 너덜너덜했다.
두어 번 그런 꼴을 보고는 내가 앞서가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찌 그럴 수 있겠냐고 거절했지만, 내가 앞서자 함정의 발동률이 현저하게 주는 것을 보고 뒤로 물러났다.
잠시 걸음을 멈췄던 내가 정원에 발을 디뎠다.
“여기도 함정이 있네요. 여기서 부턴 내가 밟은 곳만 밟고 들어 오세요.”
“어떻게 함정을 파악하시는 겁니까?”
그야 금안 덕분이었다.
수작을 부려 놓은 것은 자연지기의 흐름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전에 제갈화무, 그러니까 제갈 세가주에게 배운 게 좀 있어서요.”
이 또한 사실이었다.
그는 제갈 세가의 가전 무공까지도 내게 거리낌 없이 가르쳤다.
– 어차피 내가 죽는다면 이대로 사라질 무공인데 가전 무공인 게 뭐가 중요해? –
-차라리 네가 기억해 주는 게 좋겠지. –
아무에게나 전수할 수 있는 무공도 아니었다.
상단전의 능력이 매우 중요했는데 하단전이 없이 상단전을 통해 자연지기를 운용하는 내게는 오히려 알맞은 무공이기도 했다.
그가 없었더라면 내 발전은 훨씬 더뎠으리라.
자박. 자박.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순간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연지기가 느껴졌다.
쐐액! 챙!
미리 뽑아 놓았던 검이 날아온 암기를 쳐냈다. 그리고 좀 전에 발동한 함정은······.
눈만 드러낸 복면 차림의 호위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역시 횃불을 가져오는 게 좋겠네요.”
정원 같은 경우는 띄엄띄엄 석등이 밝히고 있어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건물 안은 달빛 조차 잘 들어오지 않아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불을 들면······.”
“또 실수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요? 어차피······”
나는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고요했다.
“사람도 없고요.”
“그게 너무 이상합니다. 왜 이렇게 조용하죠? 지금껏 사람도 한 명 볼 수 없고요.”
분명 한 무리의 흑의인들이 진법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이 산장이 아니었던 걸가?
“여인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동안 지나친 처소에는 급하게 떠난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악의 사정을 가정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모두 끌고 가서 죽였을지도 모르죠.”
“예? 그런 미친 짓을······!”
“멀쩡한 아녀자를 납치하는 미친 짓을 벌이는 사람이무슨 짓인들 못 할까요.”
“······.”
우리는 계속해 산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끼익.
“여긴 누군가 먼저 뒤지고 갔군요.”
호위가 횃불로 방 안을 비췄다.
웬만큼 눈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나조차도 놀랄만큼 화려한 방이었다.
부를 과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끌어모은 탓에 고아한 맛 하나 없이 마치 졸부처럼 화려하게 장식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방은 마치 폭풍이 몰아친 것처럼 엉망이었다.
가구들도 다 이리저리 옮겨져 있었고, 귀중품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일단 발동용 함정은 없어 보이네요.”
나는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봐도 이 산장은 위지백이 지은 게 아냐.’
위지백에게 이 정도의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방 안을 둘러보던 나는 열 사람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침상으로 향했다.
내가 한참을 그쪽에 서 있자 호위가 물었다.
“그쪽에 무언가 있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벽을 똑똑 두들겼다.
퉁, 퉁.
일반적인 소리가 아닌, 뒤에 공간이 비어 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분명 숨겨진 문이 있을 텐데.’
침상 근처를 샅샅이 뒤지고 있을 때, 금안에 기척을 죽인 채 건물로 접근하는 사람이 보였다.
놀라며 뒤를 돌아본 순간, 이미 빠져나가긴 늦었다는 걸 개달았다.
벌써 대여섯 명이 전각을 둘러 싼 상태였다.
‘······젠장.’
기관진식에 집중하다가 주변을 살피는 데 소홀했다.
나는 호위와 공손월의 부하를 향해 손짓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내가 금안으로 확인할 때까지 접근을 알아채지 못한 것을 보면 상당한 실력자였다.
상대 또한 우리가 이미 자신들을 눈치챈 것을 깨닫고 곧바로 건물에 뛰어 들어왔다.
방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검들이 날아왔다.
쐐앵!
우리와 똑같이 눈만 드러낸 새카만 차림새의 흑의인들이었다.
챙! 쿠당탕! 쾅!
횃불이 바닥에 나동그라져 거의 꺼질 뻔했다.
내 호위는 백검단원의 정예 중 정예고, 공손월 부하 또한 공손 세가에서 공손월을 위해 어릴적부터 키운 비밀 호위였다.
둘 다 세가의 정예임에도 흑의인들을 상대하는 게 힘에 부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함께 상대하지 않고 계속 기관진식을 살폈다.
‘이런 거군. 역시.’
나는 그들에게 번갈아 가며 전음했다.
「 다들 신호하면 내가 있는 쪽 침상으로 올라오세요. 하나, 둘, 셋! 」
셋을 외침과 동시에 함께 침상에 달려 있던 조각상을 꾹 눌렀다.
그 순간 천장이 열리며 칼날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런!”
“다들 피해!”
깜짝 놀란 흑의인들이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기관진식이 발동된 순간 문도 굳게 닫혔다.
그때였다.
쾅-! 쐐애애애액!
문이 박살나며 누군가 번개처럼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떨어지는 칼날을 향해 엄청난 검풍을 뿜어냈다.
차차차차창!
검풍에 휩쓸린 칼날들이 방향을 잃고 부러지며 우리에게로 날아왔다.
나는 앞으로 뛰어들어 빙그르 돌며 날아온 칼날을 쳐냈다.
그 찰나 방에 뛰어 들어온 자는 내게 검을 휘둘렀다. 공손월의 부하가 막아섰다.
챙! 쾅!
두 합 만에 공손월의 부하가 밀려나며 벽에 부딪혔다. 나는 그녀를 보호하듯 흑의인을 막아섰다.
쾅!
손목이 저릴 정도의 힘.
나는 눈을 부릅떴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상대의 공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류청?”
내 목덜미를 향해 날아오던 검이 우뚝 멈춰 섰다.
“······백리연?”
복면 아래 서로 유일하게 드러난 눈을 마주했다. 검법만큼 익숙한 눈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