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흑의인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주변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여기 흔적이 있습니다!”
“이건 하루에서 이틀 정도 된 듯 싶습니다.”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흑의인이 흔적을 확인하고 좌중을 향해 말했다.
“이곳에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알겠는가!”
“예!”
“모두 주의 사항은 숙지했을 터. 들어간다.”
그때였다. 계속 주변을 살피던 흑의인이 끼어들었다.
“단주님!”
단주라고? 직위명을 듣자 왠지 저 흑의인이 내가 아는 사람 중 한 명일 것 같았다.
흑의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이었다.
“이 흔적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흔적이었다.
식은땀이 절로 났다.
“어디로 이어졌나?”
“갑자기 이곳에서 끊겼습니다.”
“······그렇다면 진법 안으로 들어갔겠군. 우리도 들어간다.”
그 말을 끝으로 흑의인들이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기척이 멀어지자마자 숨어 있던 나와 일행은 멈추었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들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말하지 않아도 뜻은 통했다.
그렇게 우리 또한 그들의 뒤를 따라 진법 안으로 들어갔다.
* * *
파삭. 작은 탑처럼 쌓여 있던 돌무더기 하나가 부스러졌다.
나는 손 안에 들어찬 돌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발을 뗐다.
진법은 꽤 복잡했다. 방위를 교란하고 계속 주변을 헤매게 만드는 진법이었다.
길조차도 없는 깊은 산중. 지형또한 매우 험난했다. 경공을 펼쳐 절벽과 다름없는 경사를 올라가면 갑자기 낭떠러지가 맞이했다. 까딱 한눈을 판다면 목숨을 잃기 좋았다.
본래도 헤매기 쉬운 곳에 진법까지 더했으니 파훼하기 보통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가능했지만.’
한참을 걷고 걸어, 우리는 숨겨진 비밀의 정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당황한 호위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들렸다.
이해했다. 그도그럴 것이 나 또한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기가 질렸으니까.
골짜기 일면의 이런 산중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웅장한 규모의 저택, 그러니까 산장이 있었다.
산을 감싼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산장은 소름 끼치게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신선들의 거처와 같이 보일 정도였다.
공손월의 부하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몇 번이고 찾아 헤맸는데도 못 찾아낸 곳을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나는 그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래서 이 은신처에 위 맹주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거라는 거죠?”
내 말에 산장에 시선이 팔렸던 이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나는 말을 이었다.
“고작 위 맹주가 세울 수 있을 곳으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정말이었다. ‘고작’ 위지백이 세울 수 있을 법한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심산유곡에 이 정도 규모의 산장이라니?’
여기를 세우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을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이곳을 숨기던 진법이란.
위지백이 이 정도로 진법의 대가였다고?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넓게 생각하여 다른 이들의 조력을 받았다고 치자. 그렇다 한들 다른 문파들의 눈을 피해 이런 곳을 지었다고? 단언컨대 불가능했다.
나는 옷자락을 여미며 재촉하듯 공손월의 부하를 보았다.
공기가 제법 서늘했다. 산중의 해는 짧았고 진법 사이를 헤매는 새 벌써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공손월의 부하가 입을 열었다.
“무림맹 내에서 몇 건의 실종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저께서 찾아내신 실종 사건을 포함해서요.”
“음?”
“실종자는 대부분 신분이 천하고 연고가 없었습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착잡한 상황이 절로 그려졌다.
“또한, 무림맹뿐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다른 여러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무림맹 밖에도 있었다고요?”
“예. 무림맹 밖의 피해자는 평범한 양민들부터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모두 여인이었습니다.”
“······.”
“······.”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미간을 매만지다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게 내가 생각한 게 맞나? 저 산장에 사라진 실종자들, 그러니까 사라진 여인들이 있을 거다?”
“예.”
“그리고 여긴 위 맹주의 은신처다?”
“예.”
“그러니까 여인들을 납치한 사람은 위 맹주다?”
“······예.”
“와.”
탄식이절로 나왔다. 내가 지금 백도 사람 얘기를 하는 거 맞나?
위지백이 여자를 밝히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강호는 강자지존의 세상.
내 심정이야 어떻든 사람들은 천하 십강 정도의 강자라면 그 정도 여성 편력은 살짝 눈감아 주었다. 제 능력껏 합법적인 선에서 저지르겠다는데 내가 뭘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납치라니? 세상에 백도의 무림맹주가 이딴 짓거리를 저지르고 있었다니?
대체 악명높은 마두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그냥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었다.
“대체······ 왜? 굳이 이런 짓까지 저지른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모든 상황이 마치 퍼즐처럼 하나씩 맞아떨어져 갔다.
‘그러고 보니 흑시에서 구출되어서 무림맹으로 간 대다수가 여인이었어······.’
특히 주로 나이가 찬 여인들을 무림맹으로 데려갔다. 그땐 별 생각없이 넘어갔던 일이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때부터······ 아니, 그때도 계획하고 있던 거였나?’
대체 언제부터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었느닞 알 수가 없었다.
무림맹에서 납치해 간 이들 대다수가 흑시의 구출자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가진 것도 없고, 갈 곳도 없고, 능력도 없는 사람들.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빴을 터다. 그들의 실종을 알아챈다 한들 심혈을 기울여 찾아다닐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내 아버지와 연이 닿아 있던 자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을 것이다. 백호단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으니.
평소 아버지의 인품을 생각해 본다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무시하지 않았을 터였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알아보겠지.’
공손월이 알아냈을 정도니 아버지가 마음먹고 추적해 간다면 금세 알아낼 것이다. 위지백의 이 더러운 짓거리들을 말이다.
“······그래서 였구나.”
위지백이 마교의 습격이후 갑자기 내 아버지를 모함하기 시작한 이유.
“내 아버지가 이 일을 파헤칠까봐 무서워서 허겁지겁 쫓아낸 거야. 맞지?”
“······.”
공손월의 부하가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물론 마교의 습격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자가 필요한 것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저 이유 또한 매우 중요했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백호단 단원들은 한직으로 좌천시켜 버린 거고.”
정예 별동대였던 백호단의 단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저 인사보복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백호단 단원들이 더는 이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일들이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떠올랐다. 당시 내가 이곳이 소설 속임을 깨닫고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차렸을 때였다.
-남궁 공자, 혹시 제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는지······ 아시나요?-
남궁류청은 괴로운 표정으로 이리 답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알려 주세요. 부탁해요.-
– ······제가 파악한 바로는 무림맹의 임무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사실 따로 무언가를 조사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
그리고 장례식 중 나를 찾아왔던 무림맹의 사람.
-네가 의강의 딸이로구나. 아비를 닮아 무척 어여쁜지고. 이 나이에 친부를 잃다니 안쓰럽구나.-
-네 아비가 집을 나서기 전 네게 혹시 말한 것이 있더냐?-
-무슨 일을 하러 갈 거라든가, 뭔가를 조사하고 있다든가 말이다.-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지?
– 저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임무를 가신다고만···.-
멍하니 그리 중얼거렸다.
회귀한 이후, 나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여러모로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조사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아버지의 몸 상태를 알아낸 뒤로는 당연히 그것만이 원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호위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지금 그런 위험한 곳에 아가씨를 모시고 온 겁니까?! 아가씨, 당장 돌아가셔야 합니다. 만약 들킨다면······.”
“뭐, 날 살인멸구하려 들 거라고?”
호위가 입을 조가비처럼 꾹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위험합니다. 차라리 나가서 가문에 추가 병력을 요청하시는 것이······.”
“그래.”
화색이 도는 호위에게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넌 돌아가서 백리 세가에 연락 해.”
“아가씨?”
“난 들어가 봐야겠어.”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