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빠르게 깜빡이던 남궁류청이 소리쳤다.
“네가 왜 여기에······!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나는 복면을 내리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너 수련에 집중할 거라며······?”
설마? 전에 들어간 흔적이 남궁류청이었나?
‘잠깐만. 그럼 저 사람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사람들은 남궁세가의 무사들이었다. 다행히 남궁류청의 시기적절한 난입 덕에 크게 다친 이는 없었다.
나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거 완전 참변이 일어날 뻔했잖아? 만약 누군가 죽기라도 했다면······’
하지만 이건 나도 억울한 면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갑자기 덤벼드는데 누가 아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인지 구분부터 하고 있겠는가.
‘선공은 남궁 세가 쪽이 먼저 했다고······.’
만약 처음부터 마주한 게 남궁류청이었다면 알아봤으리라. 그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니까.
남궁류청이 검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 위 맹주를 조사하고 계셨어.”
“완 아저씨? 설마 아저씨도 여기 계셔?”
남궁류청이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버지께서는 위 맹주가 페관수련을 한다고 하고는 주기적으로 본단을 비욱 어디론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아내셨어.”
짧은 폐관 수련 정도야 역대 맹주들도 하던 것이었다. 맹주의 지위에 따른 일거리가 무척 많지만, 그만큼 무공 또한 중요했으니.
“그 뒤를 쫓다 이 산장을 알아내게 된 거지.”
남궁류청 일행은 나와 하루의 차이를 두고 이 산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내가 처음 발견했던 흔적은 남궁 세가의 것이었다.
‘그럼 남궁류청을 쫓던 놈들은 대체 어디 간 거지?’
남궁류청은 우리 말고 들어온 자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남궁청이 물었다.
“그럼 너는 반나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거야? 진법을 통과하는 데?”
“음, 대충 그 정도 걸린 것 같네.”
뒤쪽에서 남궁류청의 부하가 끼어들었다.
“히야······ 저희는 꼬박 하루 반이 걸렸는데 말이죠. 대단합니다.”
남궁류청이 짧게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네. 너라면······ 가능하겠지.”
“음?”
분명 칭찬인데 남궁류청의 목소리에 살짝 시기가 어려 있었다.
‘설마······ 날 부러워하는 건가?’
남궁류청이?
‘천재 중 천재, 하늘에서 내린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재인 남궁류청이?’
뭔가······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남궁류청 옆에 존재하는 것조차 주제넘다는 말을 듣던 내가 능력으로 남궁류청의 시기를 사다니.
남궁류청의 손짓에 대화에 끼어들었던 남궁 세가의 무사가 물러갔다.
“그럼 아저씨는 지금 어디 계시는 거야?”
남궁완 아저씨는 현재 이곳에 붙잡혀 있던 여인들을 모아 데리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 있던 여인들은 처음 남궁 세가 사람들을 보고 잔뜩 겁을 먹었지만, 나중에는 무척 열렬히 협조했다고 한다.
그녀들의 협조로 이곳을 지키던 무사들을 붙잡고, 기관진식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남궁류청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합쳐 80명 정도 돼.”
“······.”
“현재 우리 인원으로는 80명이나 되는 부인들을 데리고 이 산에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하고.”
무공을 익힌 나와 호위, 공손월의 부하 셋이 이동하면서도 위험한 길이었다.
그 길로 여든 명이나 되는 여인을 데리고 나가는 건 무리였다.
여러 번 나눠서 오간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그럼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릴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비무 대회도 있지.’
비무 대회 출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한시라도 빨리 무한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부인들이 말하길 다른 탈출로가 있다고 하더군.”
“그게 여기야?”
남궁류청이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께서 계신 곳에 있어.”
“음? 그럼 여긴 왜 온 거야?”
“탈출로의 문을 여는 방법을 알 수가 없더군.”
“열 수가 없다고?”
남궁류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위지백의 처소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
여기에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살피러 온 것이었다.
남궁류청이 벽이 밀려나며 드러난 지하통로를 보았다.
“······비밀 공간을 어찌 찾아야 하나 했는데.”
내가 대뜸 열어 버린 것이다.
“너는 어떻게······ 됐어.”
남궁류청은 이해를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천장의 칼날 함정은 침상 위만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자다가 누군가 습격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혹시나 저 함정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면 이어서 열린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처럼 보였다.
그때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좀 전에 대화에 끼어들었던 무사와 함께 한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화사한 비단옷 차림새의 아리따운 외모를 지닌 여인은 방 안의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이게 무, 무, 무슨 일이죠?”
나는 남궁류청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여기로 안내해 준 부인.”
위지백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남궁류청이 이어서 설명했다.
“여기에 비밀 공간이 있다고 알려 준 것도 저 부인이야. 그런데 와 보니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서 밖에 잠시 숨어있게 했지.”
무사가 놀란 부인을 향해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 들렸다.
고개를 끄덕이던 부인이 또다시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내게 용건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곧이어 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리 소저시라면 호······ 혹시 성함이 백리연이 맞나요?”
부인의 어조에는 약간의 반가운 기색과 간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바라보았다.
곧 이곳에 나를 알 만한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혹시······ 초란?”
눈을 크게 뜬 부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랑 같이 여기 납치된 자매고요, 저는 옥아예요.”
같이 사라진 다른 여인의 이름이 옥아였다.
부인이 왈칵 눈물을 터트리며 말했다.
“초란은 죽었어요······ 여기서 나가려다가 산짐승한테······. 시신까지 확인했어요.”
“······.”
나가면 이렇게 죽는다는 경고일 터였다.
“그날 이후로 그 악귀 놈을 죽일 수 있는 날만 기다렸어요. 그 날이 드디어 오는군요.”
나는 부인을 다독이며 말했다.
“······그보다 여기서 무사히 나가는 게 먼저야. 나가야 복수도 할 수 있지.”
그러고는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어찌 된 상황인지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내 진정한 부인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놀라셨죠? 그저 예전 생각이 나서······.”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나는 부인의 어깨를 토닥이며 물었다.
“저 비밀 공간에 대해 더 아는 게 있나요?”
“저, 저는 여기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것밖에······. 죄송해요.”
내 표정이 좋지 못했는지 부인이 내 옷자락을 붙들며 황급히 말했다.
“하지만 위지백 그 자식이 여길 나간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매번 그 여자 욕을 했어요! 진짜 예요!”
“나간 사람이 있다고요?”
“예. 예. 오래전에. 위지백 그 개자식이 여길 다시 쓰기 시작한 초창기 일로 알고 있어요.”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요?”
대답은 남궁류청에게 나왔다.
“여기는 본래 무영신투의 비밀거처였어.”
부인도 말했다.
“맞아요! 본래 여기는 무영신투의 거처였는데, 위지백 그 자식이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거예요.”
나는 눈을 깜빡였다. 전혀 생각도 못 한 이름이었다.
“무영신투라면······
설마,그 색마?”
무영신투는 별호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대단한 도둑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고 어떤 것이든 훔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영신투는 본인이 칭하는 별호였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색마라고 더 많이 불렀다. 그가 도둑질하는 대상이 보통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저급한 납치범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흉신악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때문에 파탄 난 가정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는 아름답다고 소문난 여자들을 납치하길 서슴치 않았는데, 혼인하여 남편과 아이가 있어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꼭 본인이 한 일임을 마치 약 올리듯 밝혔다.
악명이 높아지며 많은 이들이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의 악행으로 무림 공적까지 되어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붙어 있었다. 심지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상단 중 하나였던 만금 상단주의 금지옥엽도 납치되었다.
만금 상단주는 제 딸을 위해 상단의 이름처럼 만금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하지만 결국 그의 딸은 되찾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악행을 저지르던 놈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자연스레 그 이름도 강호에서 점차 잊혀 갔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그 색마의 제자는 네가 죽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