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아버지는 잘 도망치셨을까?’
최소한 잡히지는 않았을 테다. 마교에게 잡혔다면 그들은 아버지의 목숨을 인질로 나를 붙잡으려 들었을 테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나 다름없었다.
연달아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천라지망을 빠져나온 게 아쉽네.”
야율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 소문을 들은 마교 놈들의 반응을 볼 수 없다는 게.”
천마지보에 담긴 천마대총의 이야기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나를 손에 넣으려고 했는데.
하하. 그 일그러진 낯을 봐야 하는데! 쫓겨 다니면서 어찌나 징글맞았던지. 그걸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게.”
야율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표정으로 동의했다.
나는 약간 재미없어졌다.
야율이 시무룩해진 내 마음을 느꼈는지 주제를 돌리듯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무림맹으로 갈 거야.」
「거길 왜?」
지금 겨우 거기서 도망쳐 나왔는데 왜 돌아가느냐는 속내가 읽혔다.
「무림맹에서 낭인을 모집한다며? 거기 지원할 거야.」
이건 야율도 예상 못 했는지 놀란 낯이었다.
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천마대총의 위치가 알려졌으니, 다들 천마대총을 찾아내느라 정신없겠지. 둘 다 천마대총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충돌은 피할 테고.」
「아, 전선은 천마대총 앞으로 옮겨지겠구나?」
모두 설명하기 전에 알아챈 야율을 향해 씩 웃었다.
「그래. 무림맹 사이에 껴서 함께 이동하는 거야.」
* * *
쏴아아아-.
며칠간 맑다 싶더니만 남쪽으로 내려오자 이틀에 한 번씩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졌다가 그치길 반복했다.
분명 비가 몇 차례 내리면서 서늘한 가을 날씨로 변하고 나무들은 낙엽으로 물들고 있었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다시 계절을 역행하는 듯한 더위가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반기는 건 더위 뿐만이 아니었다.
“아악!”
빗줄기를 뚫고 비명이 퍼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날붙이들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챙! 챙!
털썩.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무림맹의 낭인 부대였다.
“컥!”
야율이 나를 공격한 상대의 숨통을 단숨에 끊었다.
나는 야율에게 전음했다.
「적당히 해.」
전음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내 말을 제대로 들을지는 모르겠다.
저를 공격한 놈을 상대할 때는 가지고 놀듯이 실력을 감추며 오랫동안 싸워놓고 나를 공격한 놈들은 늘 쉽게 숨을 끊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오락가락하는 실력의 야율을 의심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었다.
스각-!
그 사이 야율이 또 한 명을 베어냈다.
나와 야율은 역용을 하고 무림맹에 잠입한 상태였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 딱 지금 상황을 빗대는 말이었다.
천마대총에 관한 소문은 그날 밤이 지나기도 전에 날개 돋친 듯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기도 전에 내가 그린 지도는 흑교방 놈들의 손을 떠났다.
영약 하나로도 혈겁이 벌어지는 강호였다. 그런데 천마대총의 위치를 알리는 지도라니.
소문을 듣고 몰려든 강호인들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나에게 쏠렸던 관심의 상당수가 천마대총의 지도로 몰렸다. 대다수가 나를 잡는 것보다 천마대총의 지도를 얻어내는 게 훨씬 이득이라 판단한 것이다.
나를 잡아 넘겨봤자, 마교도놈들이 털어먹은 천마대총의 보물 일부를 양도받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마교보다 먼저 천마대총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안의 신공절학과 신병이기들도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저들이 지도를 가지고 싸우는 틈을 타 나와 야율은 무림맹 남창에 있는 강서지부로 향했다.
나와 야율 둘 다 정사지간으로 위조할 만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강박적으로 안배를 해놓는 건 야율과 나 둘 다 같은 버릇이었다. 그리고 위조 신분으로 역용을 한 채 무림맹의 낭인 모집에 지원했다.
그 사이 보물 지도는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며 결국 그 위치가 알려졌다.
천마 대총의 위치는 대륙의 남단에 있었다. 강호인들에게는 남만이라도 불리는 곳이었다.
지금껏 그런 곳이 있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오지의 밀림에 강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세상의 모든 강호인이 모두 다 남만으로 몰려 가는 듯 싶었다.
강호 세력 중 가장 큰 두 세력인 무림맹과 마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 간 최대한 부딪치지 않도록 하며 남만으로 대병력을 내려보냈다. 당장 서로 전투하는 것보다 천마대총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라고 여긴 것이다.
나와 야율은 그런 무림맹의 병력 속에 섞여 관도를 타고 배를 탔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안전히 남만에 올 수 있었다.
누구도 나와 야율이 도망친 무림맹에 섞여 있을 줄은 예상 못했는지 무림맹과 함께 움직이면서 나를 찾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남만에 가까워질수록 충만해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천마지보에 담긴 의념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직은 내 몸이 버티질 못해.’
아니 버틸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그렇게 남만에 내려온 무림맹은 이미 먼저 도착한 이들을 내쫓고, 어중이떠중이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큰 싸움이 벌어질 테니 위험하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마교 또한 무림맹과 같은 태도를 견지했다. 마치 합의라도 한 것처럼.
“적들이 도망친다!”
싸움은 반 시진만에 끝났다.
우리 측은 부상자 다섯.
마교 측은 사상자만 일곱인 대승이었다.
적들의 수는 많았지만, 실력은 정말 형편없었다.
“하, 별거 아닌 놈들이.”
시신을 살피던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안 공자, 이거 뭔가 이상해. 갑자기 이 자들이 왜 덤벼든 거지?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나는데? 그동안은 계속 숨어서 도망 다니기 바빴는데······.”
여인의 허리춤에 두 개의 검이 매달려 흔들렸다. 그중 하나는 빈 검집이었다.
나는 여인을 유심히 살폈다.
나와 아버지가 만든 역용술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대신 고수들의 눈을 가리기 힘들었다.
고수 정도 되면 본능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히 나와 야율이 고수들의 근처에 갈 일은 없었다.
출신 불분명한 낭인이지 않은가?
그들은 고작해야 마교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모집해 온 흑도와 충돌할 때 쓰는 용도였다.
내가 할아버지나 태고 진인, 남궁완 아저씨 정도의 고수와 만날 일은 전혀, 절대 없었다.
낭인 부대는 적당히 이름 있는 후기지수가 맡을 만한 일이었다. 그 정도 되는 실력자들은 역용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역시나 고수가 아닌 한 무리의 젊은 후기지수들이 낭인 부대를 맡았다.
당연히 후기지수들은 아무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은 나와 야율같은 낭인들을 자세히 살피지도 않았다.
후기지수들의 조장은 남영문이라는 곳의 안재홍이란 자였는데, 이름은 들어본 적 없지만 남영문은 스치듯 들어본 적 있었다. 강서성 지역의 적당한 중소 문파였다.
그리고 그 후기지수들 가운데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서하령이었다.
정말 의외의 만남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검집과 손잡이를 가리는 것에 신경 썼다.
처음에는 놀랍고 반가웠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이상함을 느꼈다.
서하령의 문파인 수향문은 안휘성 지역의 문파였다. 굳이 강서성 지역의 후기지수들과 같은 조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휘성 지부와 함께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오히려 무림맹 본대와 함께 움직이는 게 맞았다. 무림맹 본단이 있는 무한 근처에 있었을 테니까.
‘게다가······.’
반사적으로 한 얼굴이 떠올랐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그때 빽 소리치는 목소리가 상념을 깨트렸다.
“······너무 위험하다고!”
서하령이었다.
“게다가 지금 우리 임무는 외부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걸 막는 것이지 저들을 잡는 게 아니잖아!”
지금 내가 있는 낭인 부대의 임무는 천마대총이 있다는 이곳의 산에 들어오려는 자들을 막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며칠간 숨어서 도망 다니던 이들이 모여 우리를 습격한 상황이었다.
서하령이 말을 이었다.
“총사님께서도 말씀하셨잖아. 무조건 이동은 주변 상황을 파악한 후에 보고하고······!”
다른 후기지수 한 명이 서하령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총사님께 언제 보고를 올려?”
“지금 부상자들도······!”
“지금 부상자가 중요합니까? 한시라도 빨리 천마대총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언제까지 우리가 여기만 지키고 있습니까?”
안재홍이 말했다.
“맞는 말일세. 소저, 자꾸 약한 소리 할 거면 그대는 그냥 돌아가지 그러나?”
“하지만······!”
“그리고 이 부대의 의사 결정권자는 나일세. 불만이 있다면 다른 조로 가지 그러나? 아, 뒤를 봐주던 백리 소저가 없어서 그것도 힘들려나?”
아니나 다를까 안휘성 사람인 서하령은 강서성 후기지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하령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무시하고 있었다.
“그럼 다치지 않은 자들은 추스르고 따라오도록. 우리는 도망친 자들을 쫓겠다. 서 소저는 부상자들과 남게.”
“안 공자!”
안재홍이 서하령의 외침을 무시한 채 몸을 돌렸다.
멀찌감치 소란을 구경하며 쉬고 있던 낭인들이 툴툴거리며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도 이렇게 퍼붓는데 어디를 가는거야?”
“추적은 무슨 자기들도 천마대총을 찾고 싶어서지.”
불만스러운 말들에 앞서던 후기지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구시렁거리던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 오는 내내 반복되던 모습이었다.
뒤를 돌아본 후기지수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릴 때 입을 열었다.
“저도 여기 남겠습니다.”
“뭣?”
갑작스러운 내 말에 후기지수들이 모두 뒤를 휙 돌아보았다. 특히 안재홍의 눈초리가 사나웠다.
물론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