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지금 뭐 하는 짓이지?”
“그럼 부상자들에게 서 소저만 두고 갑니까?”
나는 뭐 이런 쓰레기가 다 있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안재홍이 입을 열었다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느끼고 다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입 연 김에 한마디 더 하죠. 이건 미친 짓입니다. 오는 길에 들었잖아요? 이 안에는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위험한 곳이라고.”
이 안쪽은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밀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끝을 모르는 낭떠러지 같은 협곡들과 구름에 가려진 산은 이 근방에 사는 이들에게 신령한 산으로 취급되었다. 반대로 강호인들에겐 4대 금지라고 불리며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지금 저금지란 곳에 천마신교의 교도들과 무림맹의 사람들이 한가득 들어가 있었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저 산의 지리도 잘 모르는데 마교 잔당들이 가득한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고요? 이 인원들만 데리고? 비가 이렇게 와서 어차피 자취도 금방 놓칠 텐데?”
“닥쳐! 네놈이 뭘 안다고!”
안재홍이 버럭 소리치자 서하령이 나를 감싸듯 뒤로 보내며 말했다.
“안 공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때 안재홍 곁의 다른 청년이 말했다.
“안 공자, 그냥 대충 넘어가죠. 이러다 정말 놓치겠습니다. 서 소저, 저 여자를 포함해 넷 정도면 되겠지?”
서하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을 사람을 뽑는데, 아나재홍이 갑자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내 옆에 붙어 있던 야율을 정확히 가리켰다.
“저 여자는 여기 남되 너는 따라 와.”
여기 사람들 모두 나와 야율이 일행인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 오는 내내 함께 다녔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야율이 서늘한 눈빛으로 안재홍을 노려보았다.
“왜, 네 놈도 불만이야? 서 소저고 위험이고는 핑계고 사실은 내 명령을 거절하려고 그런 것 아니야?”
안재홍이 기다렸다는 듯이 트집을 잡았다.
‘저놈이 일찍 저승 가고 싶나?’
하긴 어차피 살날이 머지않은 놈이긴 했다.
나는 야율이 일 치기 전에 먼저 전음했다.
「그냥 따라갔다가 적당할 때 빠져나와. 나도 바로 빠져나갈 거니까.」
본래의 계획이었다. 이렇게 무림맹 부대인 척 이동을 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몰래 빠져나오는 것.
사실 진즉에 빠져나왔어야 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잠시 바닥을 내려다 본 야율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발을 뗐다.
나도 천마대총이 위치한 대략적인 지역만 알 뿐, 정확한 장소는 알지 못했다.
무림맹과 마교가 이곳을 쥐잡듯 뒤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안재홍을 비롯한 여기를 지키라는 명을 받은 이들이 탐욕을 부리는 이유기도 했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자신들이 천마대총을 가장 먼저 발견할지도.
후기지수를 선두로 한 일행의 모습이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야율이 얌전히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서하령을 돌아보았다.
때마침 나를 돌아보았는지 서하령과 눈이 마주쳤다.
“······.”
서하령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서하령은 내 말을 무시하듯 몸을 휙 돌려 부상자들에게 향했다.
나는 서하령을 쫓으며 말을 이었다.
“왜 남궁류청이랑 같이 있지 않죠?”
우뚝 걸음을 멈춰선 서하령이 미친놈 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질문한 나도 당황한 상태였다.
본래 내가 하려던 질문은 이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왜 서 소저가 강서성 지부에 있냐는 뜻이었어요. 저 멍청한 놈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을 실력도 아닌 데다가, 본래 남궁류청이랑 같이 다니는 걸로 들어서. 그쪽은 안휘성이잖아요?”
그런데 남궁류청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미간을 찌푸린 서하령이 다른 두 낭인에게 부상자에게 가라고 손짓한 후 다다다 쏘아붙였다.
“남궁류청이 네 친구야? 아는 사이야? 네가 뭔데 이름을 불러? 그리고 네가 그게 왜 궁금한데?”
나는 흘러내려 오는 빗물을 훔쳐 내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지라.”
“아까도 느꼈지만, 이거 완전 미친 놈이네. 할 말 못 할 말도 구분 못해?”
“대신 아까 내가 도와줬잖아요? 그거 보답한다고 생각해요.”
대거리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성질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사나운 모습에 아주 예전의 서하령이 저절로 떠올랐다.
-착각하지 마. 류청이 네 친구야? 네가 뭔데 청이라 불러? 하, 멍청해서 진짜.-
-류청은 그저 네가 스승님 딸이라 봐주는 거야. 이제 와서 백리 대협 딸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꼴은······. –
-능력이 없으면 머리라도 좋든가. 백리 대협만 안타깝지. 제 명예를 딸이 이딴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줄 알면 저승에서도 편히 눈을 감겠어? –
그때는 정말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는데.
그때 서하령이 말했다.
“연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게 남창 근처였으니까.”
“아.”
그랬구나. 나를 찾으려고.
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이 남창 근처였고, 남창은 강서성 지부의 관할 구역이었다.
그리고 서하령은 나와 관련된 소식이 또다시 들린다면 강서성 지부가 가장 빨리 알 거라 여긴 것이다.
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하다 느낄 때, 서하령이 말했다.
“하, 이런 놈들은 죽순도 아니고 지긋지긋하게 나타난단 말이야.”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서라. 남궁류청, 걘 연모하는 사람 있어. 그리고 걔 성격이 얼마나 지······ 별로인 줄 알아? 너 같은 여자많이 봤어. 얼굴만 복 꺅꺅 대는 것들.”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야, 말했잖아. 너 같은 것들 많이 봤다고.”
“······.”
내 침묵에 서하령이 그것 보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나는 다소 억울해 항변했다.
“성격이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던데. 의롭고, 자기가 말한 건 지키고······ 진중한 게 멋있다는 말이 많던데요.”
“아! 그렇게 생각하든지 말든지 나는 관심 없으니 입 다물어 줄래?”
서하령이 인중을 씰룩거리며 소리쳤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백리 소저를 남궁공자가 연모한다고 한들 어쩌겠어요? 원수지간의 혈육이라던데.”
마지막 문단을 내뱉는 혀끝이 썼다.
서하령은 코웃음을 쳤다.
“난 안 믿어. 연이가 그딴 쓰레기들의 핏줄일 리가 없잖아?”
“남궁 공자도 그리 생각한대요?”
“하,그 배신자 자식이······.”
“배신자”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둘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서하령과 남궁류청이 따로 행동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따로 움직이고 있으면······ 그럼 이제 남궁류청 옆에는 누가 있는거지?’
과거와 비교하면 남궁류청은 제 동료가 턱없이 줄어들었다. 모두 나 때문이었다.
‘미안해서 어쩌나.’
그래도 남궁완 아저씨가 멀쩡하게 계시기에 남궁류청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고생할 일이 없었으니 그걸로 넘어가 줬으면.
나는 고개 숙인 서하령을 보며 말했다.
“그럼 만약에, 만약 맞는다면 어쩔 생각이에요?”
“그야······!”
대답하려던 서하령이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내가 왜 너랑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짜증을 감추지 않고 대꾸했다.
“언제까지 노닥거릴 거야? 가서 부상자나 살펴. 그런 쓸데없는 질문할 시간에.”
“그냥 고민해 볼 수 있잖아요?”
“하, 그래 고민한다 쳐도 내가 왜 그걸 너한테 말해야 하지?”
“그야 내가 백리연이니까.”
“······.”
“검 고마웠어.”
나는 서하령에게 천으로 둘둘 말아 가리고 있던 검을 손잡이 방향으로 내밀었다.
서하령이 반사적으로 검을 받아들었다.
“뭐, 무슨······?”
아직 천이 벗겨지지 않았으나 손잡이를 쥐는 순간 눈이 한층 더 커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수백 수천 번 휘둘렀던 검이니 잡는 감촉만으로도 제 검인 걸 알아보았을 것이다. 원래도 커다랗던 눈에서 눈동자가 굴러떨어질 것만 같았다.
“진······ 짜? 그런데 분명 다른 얼굴······ 어? 얼굴이 다시······.”
나와 아버지가 개발한 역용술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대신,진기를 격하게 운기하면 그대로 풀렸다.
나는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
“지금 마교도를 쫓는다고 저 안에 들어간 자들은 살아 돌아오기 힘들어. 그러니 너도 여기서 부상자를 돌보고 있다가 퇴각해.”
“아니, 잠깐.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살아 돌아오기 힘들다니?”
생존과 관련한 문제라서인지 서하령이 곧장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숨어있던 놈들이 돌연 우리에게 덤벼 들었지. 그것도 약한 놈들로만. 바보라서 덤벼들었을까?”
제대로 대비도 못한 상황에서 습격을 당했는데, 오히려 습격을 한 놈들이 크게 당해서 도망쳤다.
서하령도 그 점을 의식하고 있었던 듯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미끼였던 거야. 자기들을 따라오라는 거지. 저들도 여기 가만히 지키고 있는 걸 지루해하고, 하나라도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걸 아니까.”
“그걸 알면서도 가문둔 거야?!”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는 서하령의 팔을 붙잡았다.
“난 이미 한 번 말렸어.”
“그건······!”
“어차피 말린다고 듣지도 않아. 이번에 내가 막았더라도 다음에 죽었을 놈들이야.”
“······.”
“비가 그치면 폭죽을 터트려서 살아남은 이가 있다면 수습하고 본대랑 합류해. 그리고 수향문이 본대에 있댔지? 잘됐네. 문주님이랑 같이 있어. 집에 돌아가면 더 좋고.”
“······.”
“이 싸움에 깊게 연관하지 마. 그럴 필요 없어. 다치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서하령이 살짝 멍한 얼굴로 말했다.
“너······ 왜 그런 식으로 말해?”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서하령이 중얼거렸다.
“마치······ 마치······.”
하지만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제가 느끼는 바를 제대로 설명을 못하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서하령을 붙잡았던 팔을 놓으며 말했다.
“내 말 명심해.”
나는 마지막으로 서하령의 모습을 보며 뒷걸음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