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남궁류청에게서 정제되지 않은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남궁류청이 이를 아득 물고 내뱉었다.
“미친 새끼, 네가 감히 양심도 없이 여기 나타나?”
나는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둘의 사이가 좋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 .’
“······ ”
비무 대회 시상식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남궁류청의 분노는 타당했으나, 왠지 모르게 그것 때문이 아닌 듯한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나는 야율 앞을 막아섰다. 남궁류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류청, 그만해.”
“지금 저 자식 편을 드는 거야?”
“맞아.”
가슴 한쪽을 누군가 찌르는 느낌이었다.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어 눈을 꽉 감았다.
나는 이렇게 매번 남궁류청에게 매몰차게 굴 수밖에 없구나. 도대체 몇 번째 상처를 주는 건지.
그리 생각하면서도 다시 눈을 뜨고 내뱉는 말은 거침없었다.
“야율은 최선을 다해 날 도왔어. 야율이 벌인 일들은 다 나 때문이었어. 만약 그에게 무림맹의 일에대한 책임을 물을 거라면, 나한테도 함께 물어.”
“······ ”
남궁류청은 숨을 쉬는 걸 잊어버린 듯한 낯이었다.
기가 찬다는 듯 헛숨을 토해 내고 중얼거렸다.
“하, 최선을 다해서?”
남궁류청이 애써 참는 듯한 음성으로 나를 보았다.
“저 자식을 믿어?”
“무슨 소리야?”
“나는 저 자식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하지만 네 사람이었고, 너를 아끼는 마음은 나와 같다여겼고, 내 목숨까지 구했으니, 받아들이려고 했어.”
남궁류청의 시선이 천천히 야율을 향했다. 새카만 눈동자가 낮게 가라앉아 번뜩였다.
“그런데 감히 이딴 짓을 벌여?”
“류청,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 ”
어금니를 맞문 남궁류청의 턱에 다부진 힘이 들어갔다.
영문 모를 일갈을 받았으면서도 야율은 남궁류청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저 내게 가자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연아.”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라는 듯이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 .”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껏 충분히 시간을 잡아먹었다.
“말하기 싫으면 알겠어. 이제 따라오지 마. 그 말 하려고 온 거였어.”
내가 발을 옮기자 남궁류청이 곧바로 가로막았다.
눈을 치켜뜬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남궁류청이 먼저 내뱉었다.
“백리의란을 살려서 위지백에게 가도록 만든 게 저놈이야.”
“······ 뭐?”
“너를 이꼴로, 이 상황에 처하게 만든 게 저놈 작품이었다고!”
* * *
백리연이 마교의 천라지망에서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천라지망은 무림맹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천라지망보다 더 큰 소문이 강호를 강타한 탓이다.
“천마대총이 발견됐다!”
“전설이 실재였어! 천마신교의 신공절학과 보물이 다 거기 있다더군!”
“다리가 달린 천마지보보다는 땅에 박힌 천마대총이 마교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걸 막아야지 않습니까?”
모두가 천마대총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남궁류청은 천라지망 안에 홀로 뛰어들어 갔다.
그는 타고나길 운이 좋았다. 그가 마주치는 족족 마교도를 죽이고 다닌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천라지망에 들어온 목적을 찾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목적의 흔적.
그 흔적을 밤낮없이 며칠 동안 죽어라 찾아다닌 백검단 사람들이 알면 목덜미를 잡을 노릇이었다.
흔적을 따라가던 남궁류청의 앞에 흑의인이 나타났다.
무심히 검을 휘두르던 남궁류청은 흑의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대로 굳었다.
“······!”
눈만 드러났던 흑의인이 두건을 내렸다.
하지만 두건을 내리기 전부터 알 수 있었다.
눈매가 그가 사랑하던 이를 닮았으니까. 모를 수가 없었다.
중년의 여인은 흑의가 어울리지 않는 고운 낯이었다. 하지만 칼을 벼려 놓은 듯한 눈매와 냉담한 표정이 녹록지 않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 모습은 연이와 전혀 닮지 않았다.
연이는 저렇게 싸늘한 표정을 지어도 사랑스러웠다. 그가 생각하기엔 화를 내도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토끼가 왕왕거리는 것처럼 보여 귀여울 뿐이었다.
그리고 여인도 알아챘다. 그가 여인이 누군지 알아본 것을.
“따라오게.”
“······.”
여인은 몸을 휙 돌리며 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등을 내보였다.
당장 검을 겨눠야 할 상대. 마교는 그들의 오랜 적이고 혈육을 죽인 원수였다.
하지만 남궁류청은 마치 목줄에 매인 것처럼 뒤를 졸졸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겁박도 협박도 없었거늘,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배신자라고 여겨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안내된 곳에는······.
“대협!”
그가 천라지망에 홀로 뛰어든 목적, 흔적의 주인 백리의강이 창백한 안색을 한 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황급히 다가가려는 남궁류청을 여인이 가로막았다.
“소란 피우지 말도록. 깨어나면 안 되니.”
남궁류청이 자신을 가로막은 여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대협께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냥 잠들어 있는 것뿐이네. 그는 지금 무공을 펼칠 수 없는 상태이기에.”
“그게 무슨 소리야? 대협이 무공을 펼칠 수 없다니!”
“목소리를 낮추라 했네. 그는 오래전부터 내공독에 중독되어 있었네.”
“내공독?”
“이름 그대로, 내공에 문제가 생기는 독이지.”
남궁류청이 눈을 부릅떴다.
그런 독이 있다니.금시초문이었다.
“독이라니······요! 대협은 괜찮으신 겁니까?”
“아직은 괜찮다. 이따금 발작이 일어날 때 무공을 펼칠 수 없을 뿐. 다만 발작이 언제,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지.”
“······.”
남궁류청은 또다시 백리연을 떠올렸다.
그녀는 무공만큼 의술에 관심이 깊었다. 특히나 늘 새로운 의서와 새로운 치료법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그 행동이 본인이 주화입마에 빠졌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 아버지 때문이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독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인가?
그러고 보면 백리연은 제 아버지의 안위에 무척 예민했다. 저보다 훨씬 강한 아비이거늘, 누가 누굴 걱정하나?
오히려 백리 대협께서 백리연의 행동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을 거라고 여겨 ‘제발 너나 조심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
눈치채지 못하고 도움이 되지 못한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간 이 비밀을 홀로 감당했어야 할 연이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연이는 괜찮을까?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을 뒤로 미루고 시급한 상황에 집중했다.
“아직은, 이라면······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점차 내공독이 발작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영원히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지.”
“······!”
경악했던 남궁류청은 이어서 떠오른 의문에 경계 가득한 눈을 하고 말했다.
“······설사 당신의 말이 모두 맞아 대협께서 그런 독에 중독되어 있다고 한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그조차도 오랫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을 어떻게?
여인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마치 어제 먹은 저녁에 관해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중독시켰으니까.”
스강 -.
새파란 검이 여인의 목을 찌를듯 겨눈 순간 호위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여인은 손을 들어 호위를 막았다.
“떨어져.”
“궁주님!”
“그래, 마교의 궁주. 내가 멍청했지.”
저 여인은 연이와 달리 천마의 딸로서 자라고 행동했다.
교단에 복종하며 천마의 명에 따라 파렴치한 행태에 손을 보탰고, 수많은 살육을 저질렀다. 궁주라 불리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교단내에 저만의 세력도 가지고 있었다.
여인은 여상히 말을 이었다.
“백리의강을 독에 중독시키는 것은 내 임무였네. 그러니 잘 알 수 밖에.”
“······.”
검을 내려다보는 눈초리. 그리고 자신을 응시하는 눈빛.
저도 모르게 칼끝이 흔들렸다.
“몸이 저런 상태인데, 눈을 뜨면 제 딸에게 향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남궁류청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당신 딸이기도 해! 지금 연이가 당신 때문에 ······”
“내게 딸은 없다.”
“······!”
여인의 목에 핏줄기가 흘렀다.
둘러싼 수하들이 당장이라도 검을 뽑고 싶은 듯이 움찔거렸다.
여인이 말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도와다오.”
* *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고모를, 백리의란을 위지백에게 넘긴 게 야율이라고? 지금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래.”
남궁류청은 제가 말해 놓고도 미안하고 괴로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 자식은 위지백의 핏줄이 아니었어.”
“뭐?”
“하지만 벽가도 위지백도 깜빡 속아 넘어갔지. 벽 소협한테! 위지백의 자식으로 알려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여긴 벽 소협이 모두를 속였으니까.”
“······.”
“그리고 벽 소협이 위지백과 얽혀서 그 꼴이 된 것은 처음부터 천마의 협잡 때문이었어. 마교가 벽가를 부추겨 벽 소협을 위지백에게 넘기게 했지!”
“······.”
“그리고 그걸 저 녀석은 모두 알고 있었어.”
남궁류청의 검 끝은 정확히 야율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궁류청이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이 네게 말하던가? 제 친부가 위지백이 아니고, 제 친모와 친부가 얽히게 된 것 자체가 천마의 음모 대문이란 걸.”
“······.”
“자신의 원수는 처음부터 천마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