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곧 남궁류청이 내가 있던 방으로 건너왔다.
나는 그가 들어오자마자 열렬히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내가 박수를 치자 남궁류청이 뭐 하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네 성질······ 성격이 가끔은 참 마음에 들어. 하하하.”
“가끔?”
나는 말을 돌리듯 말했다.
“그런데 너 백리명 되게 싫어한다. 뺨 때린 백리리보다 더 싫어하는 것 같은데.”
“잘 아네.”
“음? 진짜였어?”
“머리 굴리는 게 꼴 보기 싫어. 방금도······ 됐어.”
남궁류청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 완전히 질려 버린, 거의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 살짝 내비쳤다 사라졌다.
나는 그런 남궁류청을 바라보다가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녹이 문발을 걷고 다가와 내게 쪽지를 건넸다.
쭉 읽어 본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멀리 안 가. 집 안이니까 따라올 필요 없어.”
“뭘 하려고?”
“적의 적은 친구잖아?”
일어날 것 같던 남궁류청이 다시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소녹과 처소를 나왔다.
이따금 마주치는 하인들 모두 색조는 찾아볼 수 없는 차림새에 장식 하나 달지 않았다.
무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중, 혹은 아직 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복장이었다.
처음 제갈화무를 만나러 갈 때 이들의 복장을 보고, 천마대총의 전투에서 발생한 가문의 사상자들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쓰러진 이후로 시일이 많이 지나 있었다.
가문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들 지금까지 저런 복장일 이유가 없었다.
아주 높은 사람이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이 정도로 오랫동안 상복을 입게 만들 만한 높은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다.
할머니.
오늘내일하시면서도 오랫동안 버티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할머니는 백리리가 혼약이 싫다고 가출했을 때 충격을 받은데다, 고모의 비참한 죽음까지 알려지고 나자 결국 버티지 못하셨다고 한다.
가문에서는 할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고모의 일을 쉬쉬하며 숨겼거늘 기어코 알아내셨다고.
그렇게 돌아가셨지만, 당시 백리세가는 백검단을 이끌고 마교도와 전투 중인 상황이라 제대로 상을 치를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고 나서 비로소 제대로 된 상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장례식은 아주 후하고 성대했다고 한다. 성내의 거의 모든 이들이 조문을 왔었다고.
그리고정신을 잃고 있던 나는 그 모든 상황과 떨어져 있었다. 오히려 좋았다. 슬퍼하는 척 할 필요조차 없었으니까.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도 나를 손녀라 생각 안 했을 것이고, 나도 그 사람을 할머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출 아들이 데려온 근본 모를 손녀. 예뻐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건 나도 이해했다.
당연하지. 누가 예뻐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야 했다. 고모가 저지른 짓을 묵인하고 덮었을 때, 그자는 나와 이미 남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시면서도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구정물을 뒤집어씌우고 떠났다.
백리 세가의 청당 앞을 지키고 서 있던 무사들과 하인이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고, 그들을 지나쳐 청당 문을 힘껏 밀었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열렸다.
청당의 중앙에 있던 자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누구야!”
“나야.”
소리쳤던 백리표, 소우악 둘 다 부릅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
그들이 여기 있는 것은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들을 가문에 들이지 못하게 추방하였더라도 할머니의 장례식에 오는 것만큼은 막지 않았다.
백리표가 버럭 소리쳤다.
“네가 뭐라고 여기 끼어들어!”
나는 피식 웃으며 청당 안을 쭉 둘러보았다.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중앙 상석은 비어 있고, 그 앞으로는 큰 아버지와 창백한 인상의 큰어머니가 계셨다.
그 옆에는 백리명과 그의 부인, 백리리가 차례로 서 있었다. 백리명은 안도한 낯이었고, 백리리는 입술을 삐죽이며 내 시선을 피했다.
그 외에도 방계 친족들과 가문의 몇몇 실권자들이 함께 있었다.
“제가 여기 들어오면 안 됐나요?”
가문 실권자중 가장 앞줄에 있던 장 부관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아가씨. 어서 들어오시지요. 쾌차하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안색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장 부관.”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아직 몸이 편찮으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자리가 없군요.”
장 부관이 하인에게 손짓했다.
하인이 의자를 가져오는 사이 방계 친척들과 실권자들이 내게 한마디씩 말을 건넸다.
“네 활약은 들었다. 네가 정말 그자를 쓰러트린 것이냐?”
“회복을 축하드립니다. 언제 한번 차를 마시러······.”
곧이어 하인은 어디서 공수해 왔는지 모를 의자를 큰아버지 옆, 그러니까 빈 할아버지 자리 바로 앞줄에 마련했다.
노골적인 대우이자 자리였다.
나는 백리표와 소우악을 지나 백리리와 백리명, 큰아버지 앞을 지나쳐 그 자리에 앉았다.
구석 쪽에서 고모부 쪽인 소가 사람들도 몇 명 보았다. 너무 오랜만인 데다가 남루한 차림새에 알아보는 게 조금 늦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큰아버지가 할머니를 얼마나 살뜰히 챙기셨는지는 아는데.”
할머니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백리표, 소우악 두 쌍둥이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니까 자신의 모든 유산을 쌍둥이들에게 넘긴 것이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야.’
쌍둥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산을 내놓으라 하고 있었다.
고모와 쌍둥이들이 쫓겨난 후, 돌아가실 때까지 할머니를 보살핀 것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였다.
그런 둘을 두고 쌍둥이들에게 전 재산을 넘겨 버리다니.
‘눈 뒤집히기 딱 좋지.’
그리고 그 미친 소리같은 유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쌍둥이들을 다시 가문에 불러들이기 위해서였다.
큰아버지가 할머니의 유산을 원한다면 할아버지의 명으로 쫓겨난 쌍둥이들을 다시 가문에 들이라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도 않는 유산을 가지고 할머니의 유언을 따르지 않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겠나요?”
큰 아버지와 백리명이 눈을 부릅떴다.
절대 얼마 안 되는 유산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뭐라시던가요?”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할머니의 개인 재산은 백리 세가의 재산이 아니니 이론상으로는 원하는 사람에게 모두 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무 말씀이 없었다는 것은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다 알아들었으면 쓸데없이 끼어들 생각 마! 네 년이랑 관련 없으니까!”
질투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나를 찢어 죽이고 싶은듯 보였다.
“오라버니. 고모가 무림맹 본단에서 벌인 이야기, 알지?”
“그게 뭐!”
소우악이 백리표를 서둘러 진정 시키며 말했다.
“그 이야기는 들었다. 허나, 어머니가 벌인 일은 우리와 무관하다. 어머니가 그런 일을 벌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나 말고 청당의 다른 이들도 조소 어린 낯이었다.
“고모가 벌인 일은 모르겠고, 고모의 자식으로 할머니 유산은 받고 싶고?”
“······.”
“엄마가 멋대로 저지른 일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나마 염치가 있는지 소우악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고, 백리표는 핏대를 세우며 계속 소리쳤다.
‘그래, 끝까지 쓰레기여야 나도 좋지.’
나는 쌍둥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좌중을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병환이 깊어서 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신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그 상황에서 하신 유언을 따르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야! 너 무슨 헛소리야!”
“게다가 마교의 간자가 된 고모의 사특한 술법에 희생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하필 고모의 자식들에게 할머니의 가산을 넘긴다니. 유언이라지만 밖에서 알면 우리를 어찌 보겠어요?”
“백리연!”
벌떡 일어난 백리표가 당장 달려들 것처럼 굴었으나 결국 달려들진 않았다.
왜냐? 덤벼들어도 날 이길 수 없어 보이니까.
고작해야 할 수 있는 건 소리치는 게 다였다.
“두 오라버니에게 유산을 모두 넘겼다가 마교도에게 흘러가면 누가 책임지실 거죠?”
“······.”
“헛소리! 온통 헛소리! 내가 왜 마교랑 손을 잡아! 손을 잡은 건 네년이겠지! 천마의 핏줄인 주제에 네가 감히 마교를 논해?”
나는 짧게 웃었다.
“오라버니, 조금 전에는 어머니가 멋대로 저지른 일이랑 본인이무슨 상관이냐며.”
“······!”
나는 말문이 막힌 그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천마는 죽었더. 내가 죽였지.”
순간 청당에 짧은 침묵이 맴돌고 탄식이 터졌다.
“허어!”
“그소문이 정녕 사실이었다니!”
“아니, 대체 어찌 가능한 것이지?”
“아가씨가 천마를 쓰러트렸다면 천하십일강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긴 했으나, 확실한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당시 목격자들은 내 이야기를 최대한 비밀로 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오늘 내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나도 그 억울한 심정 매우 이해해. 오라버니들도 억울할 수 있지.”
내 말에 백리표는 멍청한 표정을, 소우악은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뼉을 짝 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오라버니들도 직접 마교를 치는 게 어때? 천마에 준하는 목을 가져오는거야. 우사나 총군사, 아니면 1공자? 어때?”
백리표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전까지는 큰아버지께서 책임지고 오라버니들이 생활에 불편함 없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