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 * *
달칵. 나는 서재 외실의 문을 열고 나와 닫았다.
아버지의 서재 외실은 주로 손님을 모실 때 쓰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가 마주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큰 숨이 터져 나왔다.
“휴우우.”
“후우우.”
어째 웃기게도 나와 똑같이 숨을 내쉬는 사람이 있었다. 심 부관이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고 빙그레 웃음지었다. 그리고 함께 재빨리 아버지 서재에서 멀어졌다.
“심 부관님, 오랜만이에요.”
“예, 오랜만입니다. 오래 깨어나지 못하셨다고 들어서 걱정하였는데, 이리 건강하신 걸 보니 기우였나 봅니다.”
“심 부관님도 별고 없으셨나요?”
“저야, 뭐 일찍 전선에서 물러나신 소가주님 덕에 천마대총 근처도 못 갔는걸요, 뭐.”
그때 갑자기 심 부관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궁금해서 그럽니다만, 정말 소저가 천마를 쓰러트렸나요?”
“하하하하······.”
“심 부관.”
심 부관을 말리듯 다른 부관이 그를 불렀다.
“크흠. 아, 도련님은 잘 계십니까? 지금 어디 머물고 계시지요?”
“류청은 잘 지내고 있죠. 지금 제 처소에 있어요. 음, 역시 데리러 오신 거죠?”
“에. 후우. 도련님도 참······ 소저께서 잘 좀 말씀해 주십시오. 소가주님 말은 안 들어도 소저 말은 들을······ 들으시겠죠?”
“하하하. 글쎄요. 아 참, 소부인은 잘 지내시나요?”
그 뒤로도 신변잡기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다가 말했다.
“먼 길 오셔서 피곤하실 텐데, 쉴 곳을 준비하라 일러 놨으니 먼저 쉬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조금 이따가 다시 뵙죠.”
나는 미소지으며 인사하고, 심 부관 일행이 하인의 안내를 따라 객방으로 향했다.
나는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다 적당한 때 몸을 돌렸다.
* * *
햇볕이 물결에 부스러지는 강물 위 어선 사이를 노 젓는 선원과 여인 두 사람이 탄 작은 쪽배가 지나갔다.
쪽배는 커다란 선박 옆에 맞대듯 멈춰 섰다.
나는 선원의 부축을 받으며 사다리에 올라탔다. 대선 위에서 내려 온 손이 내 손을 붙잡고는 확 끌어올렸다.
남궁류청이 나를 갑판 위에 내리듯 바로 세웠다.
“아버지랑 백리 대협은?”
“몰라. 최선을 다했어. 이제 두 분이 알아서 하실 일이지.”
남궁완 아저씨는 세가 출신 공자라서 인지 옆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본인의 판단이 제일 중요했다. 아저씨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두 분을 마주하게는 했지만, 이제 화해할지 말지는 아버지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었다.
“아주 대단한 효녀네.”
나는 의아하게 남궁류청을 보았다. 빈정거리는 어조가 제 아비랑 똑 닮아 있었다.
“······너는 아버지 정말 안 봬도 괜찮겠어?”
“몇 번을 말해?”
“너 무슨 불만 있어?”
“내가? 감히 있을 리가요.”
나는 결국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들어 얘가 이상하게 삐딱하게 굴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거지?’
향낭 때문에 그런가?
아니, 그 보다는 아버지한테서 검을 받고 온 날부터 그러는 것 같은데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남궁류청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우리 객실은 어디야?”
남궁류청이 몸을 돌려 앞서갔다.
내가 탄 이 대선은 2층으로 된 커다란 배로 장강의 가장 큰 지류인 상강을 오갔다.
남궁류청은 내 짐과 함께 먼저 배에 올랐는데, 그는 어디 가느냐고 일언반구도 묻지 않고 내 말에 따랐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원들 사이로 고급스러운 비단옷 차림새의 손님들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선상에서 복도로 들어와 조금 걸었을 때였다.
“공자, 오셨군요!”
왠 여인이 눈을 반짝이며 남궁류청을 환영했다. 객실 앞에서 기다린 듯한 모습이었다.
“다시 인사드려요. 저희 아까 선미에서 마주쳤죠? 도와주셔서 감사해서요.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 헛웃음이 나왔다.
현재 남궁류청은 역용술을 한 상태였다. 외모가 본판만 못했거늘 그런데도 벌써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인연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남궁류청은 아주 흔한 일인 것마냥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여인은 꽤 열정적이었다.
“그러지 마시고 차라도 한잔······.”
“누구야?”
나는 남궁류청의 허리를 감싸 안고 어깨에 기대듯 얼굴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잔뜩 힘이 들어간 근육이 느껴졌다.
나를 본 여인이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일행이······ 있으셨군요.”
당황한 여인이 황급히 물러갔고, 남궁류청도 황급히 떨어졌다.
“······.”
내가 역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후다닥 떨어지는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가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배에 딸린 방이라고 볼 수 없을만큼 넓은 방에는 금쇄가 미리 보내놓은 짐이 있었다.
나는 곧장 짐을 풀며 물었다.
“뭘 도와준 거야?”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거 잡아 준 거야.”
나는 코웃음을 치고 입술을 비죽였다.
“하여간 인기 많다니까. 누가 보면 며칠씩 떨어져 있었던 줄 알겠어. 반나절도 안 떨어져 있었는데 벌써 여자를 꾀고.”
“안 꼬셨어.”
“아, 그럼. 알지, 알지. 넌 회귀 전에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얼마나 여자들이 접근했는데.”
남궁류청이 미간을 찡그렸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을 짓던 남궁류청이 갑자기 물었다.
“너는?”
“뭐?”
“너는 어땠는데?”
“응? 뭐가 어댔냐는 거야? 아, 찾았다!”
한참을 뒤적거린 끝에 찾아낸 나는 이를 들어 그대로 남궁류청에게 내밀었다.
“류청, 짠!”
부드러운 재질의 하얀 손수건에는 연분홍색 꽃이 수놓여 있었다.
“뭔데.”
“선물이야.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남궁류청은 손수건의 복숭아꽃 부분의 자수를 살짝 쓰다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너 주려고 만든 거야. 어때? 꽤 잘 만들었지?”
나는 의심할 것 같아 힘주어 말했다.
“너 몰래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예쁘게 만든닥 연습도 몇 장이나 했어. 정말 내가 만든 거야.”
“보면 알아.”
“응?”
남궁류청의 입가가 허물어졌다.
그가 정말 기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고마워.”
순간, 쿵쿵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살짝 물러났다. 확실히, 음. 심장에 해로운 얼굴이었다.
솔직히 손수건을 주면서도 살짝 창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궁류청은 나보다 자수를 잘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그 모습이 재미있었을 뿐인데, 나중에 내가 직접 자수한 것을 선물로 주자니 민망한 마음에 살짝 후회도 됐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마음에 들어?”
“응.”
“별 것도 아닌데······.”
“별 것 아니라니. 아버지 것보다 내 것을 더 잘했잖아.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뭐라고”
나도 모르게 기가 막힌 표정으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설마 너, 설마······ 질투한 거야?”
나는 어처구니없어서 소리쳤다.
“네 아버지 것을 만든 거잖아!”
심지어 제일 어려운 부분은 본인이 수놓고서는!
남궁류청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 아버지 것만 두 개 만들어 주고······.”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한번 웃음이 터지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 또 류청은 삐지겠지.
그럼 손수건을 꺼내며 얘기하려고 했던 본론을 꺼내지 못할 수 있었다.
나는 파들거리는 입꼬리를 꾹 누르며 창가 단상에 앉아 옆자리를 툭툭 쳤다. 남궁류청이 앉는 것을 보고 물었다.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계속 불퉁거렸던 거야?”
“······.”
남궁류청은 입을 꾹 다문 채 내 시선을 살짝 피했다.
나 또한 턱을 괴고 창밖에 강물이 고즈넉하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았다. 잠시 후,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예전에 너한테 준 적이 있었어. 이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서.”
“무슨 소리야?”
언제 그랬냐는 듯 바라보는 남궁류청이 스스로 깨달았다.
그래, 회귀 전에 준 적 있었다.
“그땐 무공 수련을 해 봤자 소용없었으니까, 이런 걸 하면서 시간을 보냈거든. 당연히 훨씬 잘 만들었지. 그런데 네가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거든. 그래서 좋아할 줄 몰랐어.”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때 받은 상처는 지금도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털어놓고 나니 꽤 홀가분했다.
“회귀 전에 줬었다고?”
“응.”
“그런데 안 좋아했다고?”
“아, 응. 그런데 이젠 괜찮아. 방금 네가 좋아해줘서 다 풀렸어.”
손수건을 꽉 쥔 남궁류청은 왠지 불쾌한 표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내가 이 말을 꺼낸 것은 자수 선물은 남궁완 아저씨것만 만든 것이 아니고, 그보다 먼저 네게 만들어줬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말을 꺼낸 것이었다.
‘왜 더 언짢아 하는 거지?’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던 남궁류청은 다시 다물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내가 화난 건 그것 때문이 아냐.”
“그럼?”
“너, 폐관 수련은 언제 들어갈 거야?”
나는 입을 살짝 벌렸다.
“어, 어떻게 알았어?”
“그럼 숨길 수 있을 줄 알았어?”
“······.”
“얼마나 들어가 있을 생각이야?”
나는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작게 말했다.
“······아직 안 정했어.”
남궁류청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어떻게 회복한 건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다른 이들을 따라 잡으려면 족히 몇 년은 수련에 집중해야 할 거야. 짧게 들어갔다 나올 바엔 들어가지 않느니만 못하고. 만신의에게 전수받은 능력이 대단한 건 맞지만, 거기에만 의지하는 건 불안해. 그리고 너 다른 사람들처럼 제대로 무공을 익혀 보고 싶었잖아? 고민하고 있었지?”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마디 한마디 폐부를 찌르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네게 불만스럽게 군 건 네가 폐관 수련에 들어가는 점을 말하지 않은 것 때문이 아니야. 네 고민을 내게 말하지 않아서였어.”
“······.”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남궁류청은 피식 웃으며 손수건을 내려다보았다.
“예전부터 너는 늘 그러더라. 생각이 많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려 들지 않지. 가끔은 답답학 짜증도 나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런 널 좋아하는 거니까.”
“······.”
“그러니까 폐관 수련에 들어가. 나는 기다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