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2)
도 해 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백리연은 머리를 짚고 있는 남궁류청을 보았다. 태도, 자세, 표정. 모두 그녀가 알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눈을 뜬 남궁류청의 기억은 회귀 전. 정확히는 그녀가 멍청한 악역 조연처럼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을 때의 시점에 멈춰 있었다.
‘이걸…… 기억 상실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현재 남궁류청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을 떠올렸는데?
‘그러면 이건 현재의 남궁류청이 아니고 과거의 남궁류청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애초에 두 사람은 같은 사람 아니었나?
“하, 미치겠네.”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두통이 인다는 듯 머리를 잡고 있던 남궁류청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인가?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까?
갑작스럽게 기이한 일이 벌어질 만한 이유라면,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것이 있었다.
탁
백리연이 어제 손에 넣은 목패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이게 범인인 것 같아.”
남궁류청의 냉담한 시선이 이게 뭐냐는 듯이 스쳐 지나갔다.
백리연이 입을 열었다.
“천마가 남긴 조각……인 줄 알았던 것. 어제 네가 이 물건의 봉인을 부수고 꺼냈어.”
“ 내가?”
“그래.”
“나는 그런 기억 따위 없어.”
백리연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입가를 쓸어내렸다.
그때 목패를 살피던 남궁류청이 소리나게 내려놓고 그녀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 이 목패가 네가 말한 대로 천마의 조각이자 힘이 맞는다면, 설마 이걸 찾으러 가는 걸, 네가 따라왔단 말이야?”
“응. 같이 찾았으니까.”
“응? 응이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위험한 곳에 따라올 생각 말라고!”
남궁류청은 진절머리 난다는 태도였다.
“너는 내 말이 우스워? 대체.”
남궁류청이 화를 참듯이 고개를 틀고 주먹을 꽉 쥐었다.
“후,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 더는 따져야 뭐하겠어. 일단 네 말대로 이 세상은 회귀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나는 현재 기억을 잃고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린 상태라고 하자.”
남궁류청의 입가에 냉담한 조소가 맺혔다.
“그런데 내가 왜 너와 같은 침대에서 이런 꼴로 일어나?”
이 질문이 나을 줄 알았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대충 둘러댈까? 하지만 언제 어떻게 돌아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거짓을 말해야 할 만큼 잘 못한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저 눈빛. 너무 오랜만이라서 면역이 없어서 그럴까? 저 온기 없는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입술을 떼기가 어려웠다.
‘아니,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살짝 욱하는 마음도 치솟았다.
잠시 눈을 감았던 백리연은 고개를 들고 남궁류청을 직시했다.
“그야 내가 너랑 부부니까.”
남궁류청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 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랑 부부라고?”
“..으..?”
..흐..
“진짜, 하……”
“정말이야. 너랑 나 사이에 아이도 둘 있어.”
“헛소리 그만해. 아니, 내가 너랑 대화를 해 보려고 한 게 잘못이다.”
믿기 어려우니 당연히 반응이 좋지 않을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무시하는 반응을 보니 살짝 마음이 언짢달까.
“오랜만이라 그런가, 더 재수 없는데.”
“뭐라고?”
“앗, 내가 입 밖으로 말했나?”
“하!”
탄식한 남궁류청이 갑자기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그러고는 저벅저벅 걸어왔다.
백리연 또한 안색을 굳힌 채 침상 옆의 검을 쥐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지긋지긋하군. 천마는 죽었다지 않았나? 물론 천마를 어떻게 쓰러트렸는지 알려주지 않아 믿을 수 없지만.”
“잔당들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그래도 최근엔 사리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대낮에 숨길 생각도 없는 습격이라니. 이건 마치 네게 무슨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확신하는 움직임인걸?”
남궁류청이 기이한 것을 바라보듯 백리연을 바라보았다가 말했다.
“넌……. 아무튼 허튼짓말고 여기 얌전히 있어.”
쾅-!
남궁류청이 문을 부서트릴 듯이 건물을 뛰쳐나갔다.
쿠콰콰쾅-!
그리고는 강력한 진기 흐름과 폭발하는 듯한 소음이 터졌다. 이어 스각, 챙-! 섬뜩한 소리와 병장기들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금안으로 벽 너머 그의 움직임이 보였다. 검을 다루는 움직임조차 전과는 달랐다.
“정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윽고 백리연의 검이 창문을 부수고 날아가 남궁류청을 노리던 화살을 막아 냈다.
허.
그리고는 주변을 한 바퀴 돈 검이 걸어 나간 문을 열고 나간 그녀의 손에 돌아왔다.
백리연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눈을 보며 말했다.
“한 가지 알아 둘 게 있는데, 이 임무는 내가 널 따라온 게 아니야. 네가 날 따라온 거지”
쏴아아아아—
요란한 빗소리 아래.
“객실이 하나밖에 안 남았다고요?”
“두 사람이라고 했죠? 방 자체는 2인실이니 함께 머무르기엔 불편 없으실 겁니다.”
“아……”
“거기다가 지금 막 비운 상태라.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백리연은 고민스러운 기색으로 창밖을 보았다.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빗줄기가 나무 덧창에 소란스럽게 부딪쳤다.
점소이가 눈치를 보며 채근하듯 물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기다리시겠어요?”
그때 남궁류청이 삿갓을 벗고 머리를 털며 다가왔다. 삿갓을 벗으며 머리칼에 물방울이 살짝 튄 모양이다.
“기다리겠느냐니?”
“방이 아직 정리가 안 돼서 기다려야 한대.”
“그럼 기다리면 되는 거 아냐?”
“방이 2인실 하나밖에 없대.”
“어떻게, 역시 다른 데를 찾아볼까?”
남궁류청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문이 열리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오며 외쳤다.
“점소이! 여기 방 하나!”
“잠시만요! 손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채근하는 눈빛이 만약 거절하면 바로 뒷사람에게 넘길 태도였다.
남궁류청이 점소이를 향해 고갯짓했다.
“방 주시게.”
“예, 알겠습니다!”
다음 손님에게로 달려간 점소이가 방이 모두 나갔다고 설명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백리연이 남궁류청을 향해 물었다.
“괜찮겠어?”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다른 곳도 비슷하겠지. 마구간 괜찮은데 찾으려면 또 한참 걸릴 테고.”
“그건 그렇지……”
남궁류청이 마저 물을 털어 내며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쏟아진 비에 몰려든 손님으로 점소이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잠시 점소이를 바라보던 남궁류청이 백리연을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부부라며? 뭐가 문제야? 아니면 지금까지 한 말은 다 거짓말이었던 건가?”
날카로운 눈매에 의심이 서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도 그녀의 말을 모두 믿지 않는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너 때문에 그렇지. 그날 엄청 싫어했잖아.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데. 정말 괜찮으냐고.”
“……그보다는 놀란 거지.”
그냥 놀란 수준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더는 말 붙이지 않았다.
남궁류청이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괜찮으면 너는 상관없는 거 아냐? 너는 회귀 전 기억을 다 가지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몸이 과거의 기억이든 현재의 기억이든 다 똑같은 사람 아닌가?”
“그건…… 그렇지.”
“납득 못하겠으면 그렇다고 말해. 억지로 동의하지 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이상해서.”
“이상하다?”
남궁류청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 바쁘던 점소이가 드디어 주문을 받으러 탁자에 다가왔다. 남궁류청은 말을 멈추고 바로 주문을 했다.
“여기 소면 둘에 닭고기 볶음, 만두랑 민물 생선찜도.”
“술은요?”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멀어지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이 시점의 나는 회귀 사실을 알고 있댔지?”
“네가 과거의 나도 모두 다 기억하고 있단 사실도 알고 있고?”
“..응..”
“그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라도 했나봐?”
백리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표정만으로도 이미 답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어떻게……?”
“회귀 후의 내가 현재의 나이기도 한데, 당연히 내 생각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어?”
“ 아.”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잠깐만, 근데 그러면……”
그때 그들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저기 손님들.”
고개를 돌리자 주문을 받고 물러 갔던 점소이와 옷자락이 다소 젖은 강호인 둘이 보였다.
“자리가 없어서 그런데 합석가 능하시겠습니까?”
어느새 비를 피하려고 온 손님들로 1층 식당이 꽉 차 있었다. 백리연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남궁류청이 허락의 말을 했다.
“상관없습니다.”
강호인들이 감사의 말을 하며 옆 자리에 앉았다. 여행하다 보면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그들은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평범한 낭인으로 적당히 상단과 여러 무력이 필요한 곳의 의뢰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마교와 무림맹의 싸움이 잦아들며 그들의 일거리도 줄어들어 가고 있다며 한탄했다.
남궁류청이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천마가 죽었단 말입니까?”
“어디 동굴에서 수련만 하다 나오셨소?”
재미있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껄 껄 웃은 사내가 남궁류청에게 술을 권했다.
“어찌 죽었는지는 아십니까?”
백리연은 입을 다문 채 술잔을 들어 입을 축였다.
“진짜 동굴 안에 살았나. 백리 대협이 쓰러트렸지 않소!”
“백리 대협이라면 백리의강을 말씀하시는겁니까?”
“아니, 그쪽 말고 그 딸 쪽! 백리연”
남궁류청의 시선이 백리연을 향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으악!”
백리연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