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2)
62화
“나 처소엔 누가 데려다줬어?”
“남궁 소가주가.”
“······별일은 없었지?”
“응.”
나는 옅은 한숨을 쉬며 붕대를 감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걱정을 끼쳤네.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어떻게 설명할지 고심하며 말끝을 흐릴 때 야율이 말했다.
“다 들었어.”
“들었다고?”
“응. 서 소저한테.”
“서 소저한테? 너······.”
서하령이랑 세 마디 이상 안 하잖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어 말했다.
“아니, 아냐. 밤새 내 옆에 있었으면 피곤하겠네. 이제 가서 쉬어.”
“안 피곤해.”
“안 피곤하기는 무슨, 밤새 있었다며? 가서 쉬어야지.”
잠시 눈을 내리떴던 야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비 오면 갈게.”
“그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비가 돌아왔다. 하지만 의각에 있는 의원에게 다녀왔다기엔 너무 일렀다. 시비는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시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것이······ 밖에 류청 도련님께서 오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남궁 공자가······ 왔다고?”
“네.”
“무슨 일로?”
“그건 소인도 듣지 못해 모르겠습니다.”
“그래?”
나는 야율을 흘끔 보았다.
“일단 들어오라고 해. 그리고 야율, 너는 잠깐 나가 있어.”
“······.”
시비가 말을 전하기 위해 물러갔다.
하지만 야율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어서 나가라는 듯 재촉했다.
“야율, 뭐 해? 빨리 가.”
결국, 미적거리는 새 남궁류청이 처소로 들어왔다.
남궁류청이 시비가 걷어 주는 문발을 넘어오다 야율을 보고 멈춰 섰다.
“······.”
“······.”
둘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내 침실에서 이러지 마!’
내가 침상을 탁탁 두들겼다.
“나한테 용건 있는 거 아니야?”
먼저 남궁류청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야율을 향해 어서 나가라고 눈짓했다.
입술을 깨문 야율이 내키지 않는 듯 나갔다. 곧이어 시비가 차를 내왔다.
남궁류청이 시비가 찻잔에 차를 따르려는 걸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내가 할 테니 나가 봐.”
“알겠습니다.”
남궁류청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아주 바른 자세로 차를 따라 내 앞에 놓아 주었다.
속으로 감탄하며 남궁류청의 얼굴을 본 난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 광대 부분이 살짝 새파란 것이 멍이 든 것 같았다.
“얼굴이 왜 그래?”
멈칫한 남궁류청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신경 쓸 일 아냐.”
“······”
이 자식, 이럴 거면 왜 온 거지?
어른으로서 이런 일에 화내면 안 되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이 나갔다.
“그럼 무슨 일로 온 건데?”
그러자 남궁류청의 손끝이 움찔 떨렸다.
“얼굴은 대련하다가.”
“네가 대련하다가 다쳤다고?”
저렇게 멍이 들 정도면 상당히 세게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궁 세가의 후계자인 남궁류청 얼굴을 후려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가······?
‘남궁완 아저씨.’
대련을 빙자해서 두들겨 팬 모양이었다.
소설에서 남궁류청이 어릴 때 그런 식으로 아버지께 많이 혼이 났었다고 회고하는 걸 봤다.
“괜찮아?”
“하!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거야?”
“······.”
이 자식 나쁜 질문도 아니고 걱정해서 물어본 건데.
입 한 대만 때리고 싶다.
나도 모르게 두들겨 팬 남궁완 아저씨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때 남궁류청이 물었다.
“너는.”
“응?”
“네 손은······ 괜찮아?”
내 오른손을 눈빛으로 뚫어 버릴 것처럼 쏘아보았다.
“내 손? 괜찮아.”
“여덟 바늘 꿰맸다고 들었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아니, 그걸 누가 말했대?”
얼굴을 긁적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버님이.”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남궁류청이 대번에 눈썹을 치켜들었다.
“왜 웃지?”
“아니, 아니 음······ 아버님이라고 부르기엔 너는 아직 좀······.”
너무 어리잖아!
어린아이의 너무 진지한 모습이 웃긴다고 할까?
심지어 남궁류청은 미래의 미남자답게 어린아이일 때도 예쁘고 사랑스럽게 생겼다.
물론 냉막한 표정과 싹퉁머리없는 말투가 점수를 많이 깎아먹었지만 그래도 귀엽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못된 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게 되는 건 저 어린 얼굴의 영향이 한 99%정도는 되었다.
남궁류청이 성질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게 네가 비웃을 일은 아닐 텐데.”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웃음을 참았다.
“미안, 미안. 그리고 비웃은 거 아니야.”
겨우 표정을 관리하고 남궁류청을 바라봤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거야?”
“네 손이 나을 때까지······ 도울게.”
“뭘?”
“네 손, 불편할 테니까.”
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뭘 돕는다는 거야?”
“······.”
“응? 뭘 돕냐니까?”
남궁류청은 말하기 힘든 듯 입술을 꽉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설마 하며 물었다.
“네 말은 그러니까······ 네가 내 시중을 들어 주겠다는 거야?”
“······.”
남궁류청은 여전히 침묵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하, 역시 그런 의미일 리가 없지. 휴우.”
“네 말이 맞아.”
“······뭐?”
이를 악문 남궁류청이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내가 네 시중을 들어 주겠다고.”
나는 경악했다.
지금내가 뭘 들은 거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정말로? 저 남궁류청이? 내 시중을 들겠다고?
‘귀신에 씐거 아냐?’
“그러니까 네가 내 처소에 머물면서 내 시중을 들어 주겠다······ 그런 뜻이야?”
“맞아.”
남궁류청이 덧붙였다.
“잠은 내 처소로 돌아가서 잘테니 걱정 마.”
누가 그걸 걱정해! 그건 당연한거지! 그럼 여기서 잠도 자려 했어?
나도 모르게 물었다.
“네가 왜?”
“내 잘못이니까.”
“······.”
“······.”
하하······.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나를 왜 찾아왔나 했더니만, 생각지도 못한 전개 였다.
뒤통수가 얼얼한 나와 달리 남궁류청은 오히려 말하고 나니 후련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망했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남궁류청의 이 화해, 혹은 사과의 제안에 기꺼워했을 것이다. 남궁류청이 먼저 다가온 친해질 기회니까.
하지만 내 처소에는 야율이 있었다. 내가 정말 웬만하면 다 같이 친해지면 되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겠지만······ 저 둘은 아니었다.
적어도 야율의 마공을 어떻게든 해야 둘을 붙여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벌써 사이도 안 좋아!’
마치 둘은 어떤 과거를 지녔든지 숙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듯이 벌써 으르렁대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 식은 찻물을 들이켜며 생각을 정리했다.
반쯤 빈 찻잔을 내려놓자마자 남궁류청이 곧바로 채워 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앞으로 내가 할 말이 더 미안해졌다.
나는 남궁류청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 뜻은 알았어.”
“그럼······.”
“하지만 거절할게.”
“뭐?”
남궁류청은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여겼는지 상당히 놀란 눈이었다. 지금껏 자신에게 잘 보이려던 사람들만 만났으니, 이런 거절은 처음일 것이다
남궁류청이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왜?”
“불편하니까.”
멈칫한 남궁류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할게.”
“어떻게 안 불편해? 너······ 그동안 나한테 관심도 없었잖아.”
남궁류청이 눈가를 움찔 떨며 시선을 내리 깔았다.
“나는 안 친한 사람이랑 같은 공간에 있는 거 싫어. 불편해서. 그래서 시비도 거의 안 쓰는데 네가 오면 어떻겠어? 그러니까 마음만 받을게.”
대놓고 너랑 사이 안 좋으니 필요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남궁류청이 주먹을 꽉 쥐는 것이 보였다.
‘미안.’
나도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좋게 거절하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문제는 상대가 남궁류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쇠심줄 같은 고집을 지닌, 한 번 결정한 건 절대 바꾸지 않는!
회구 전에도 남궁류청을 떼어 놓으려고, 연관되지 않으려고 온갖 난리를 치다가 결국 내가 도망치는 걸로 끝났다.
지금의 그가 어리다고 덜할 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 용건은 끝난 거지?”
그나마 다행인 건 어린 남궁류청의 자존심은 하늘보다 드높다는 것이었다. 그걸 살살 긁기만하면 화를 버럭 내면서 떠날 것이다.
벌써 화를 꾹 참느라 눈을 내리 뜨고 있었다. 차를 홀짝이던 나는 이만 가라고 축객령을 내리려고 했다.
그때 남궁류청이 중얼거렸다.
“······면 되잖아.”
“뭐라고?”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친해지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