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콜록! 켁! 켁! ”
하필 차를 넘기다가 그대로 사레들렸다. 나는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남궁류청을 보았다.
아니, 이렇게 나올 줄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솔직히 네가 나한테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어. 나한테 미안해서야?
사과하려고?”
침묵하던 남궁류청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뭘 사과하고 싶은 건데?
내 손 다친거?”
“맞아.”
“하나만 묻자. 너, 아니 공자,
서 소저한테는 사과했어?”
“서 소저?”
남궁류청이 서 소저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날 서 소저한테 졌잖아.”
그날 대련은 내 손을 다친 것 때문에 흐지부지되었다. 하지만 검이 부러졌으니 남궁류청의 패배였다.
솔직히 서하령에게는 미안하지만 부러진 검으로 남궁류청이 계속 대련을 이어 나가면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검이 부러진 쪽이 패배했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었다.
실전도 아닌데 검이 부러지고나서 손을 섞으면 추하다고 여긴 달까.
“그동안 서 소저를 깔보면서 무시했던 발언들 취소해야하지 않겠어?”
남궁류청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점차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설마 외상만 상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가 그 동안 말로 준 상처, 서 소저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부터 사과해야지.”
“그건······!”
“내 말이 틀려?”
나는 남궁류청의 말을 자르며 계속 밀어붙였다.
“자청각에서 석찬 후에 네가 서소저에게 뭐라고 했어? ‘수준이 안 맞아서.’ 라고 했지? 서 소저 그날 나랑 두 번, 아니 세 번째 만난 거였는데 내 앞에서 너한테 그런 모욕을 당했어.”
얼마나 쪽팔렸겠는가? 그러니까 서러움을 못 이기고 울음을 터트려 버린 걸 테고.
“그리고 알지? 공자랑 나랑은 그날이 처음 만난 날이었어.”
그런데 그런 막말을 하는 애랑 어떻게 친해지겠느냐? 보통 아이라면 이런 뜻까지 읽어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남궁류청이었다.
남궁류청의 얼굴이 붉어지다가 어느 순간엔 하얗게 질렸다. 그 모습을 보자 정말 미안해졌다.
‘너무 몰아붙였나?’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니면 남궁류청은 제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야율이랑 함께 있도록 둘 수는 없으니까.’
주먹을 꽉 쥔 채 탁상을 노려보던 남궁류청이 일어났다.
“알겠어. 이만 물러갈게.”
나는 남궁류청의 말에 안도했다.
남궁류청의 창백하게 질린 안색을 보자 솔직히 여기서 더 모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일어난 남궁류청이 떠나지 않고 잠시 멈춰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니야.”
남궁류청이 몸을 돌려 침실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남궁류청이 우뚝 멈춰 섰다.
“너는?”
문밖에 야율이 서 있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긴 했다.
내내 문밖에 서 있는 기운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남궁류청은 전혀 몰랐는지 표정을 굳혔다.
정반대로 야율은 남궁류청을 보며 미소 지었다.
입꼬리를 올린 웃음.
그 웃음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진짜 똑같아!’
과거 야율이 내 목을 날릴 때 짓던 웃음이랑 정말 똑같았다.
아니, 같은 사람이니 웃는 모습이 똑같은 게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그 모습을 보면서 섬뜩하거나 겁나진 않았다.
야율이 스치듯 지나가며 말했다.
“연이는 제가 잘 돌볼 테니, 공자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쟤는 또 왜 시비야? 안 그래도 조금 전 대화 때문에 화났을 텐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황급히 외쳤다.
“야율! 이리 와.”
여기선 남궁류청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문발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보아 상상하기 어렵진 않았다.
나는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다.
문턱에 서 있던 남궁류청은 다행히 별말 없이 자리를 떴다.
나는 남궁류청이 떠난 걸 거듭 확인하고 야율을 보았다.
야율은 언제 미소 지었냐는 듯 평소의 색 없는 낯으로 돌아와 있었다.
“너 왜 남궁 공자 자극해?”
내 시선을 피하던 야율이 조그맣게 말했다.
“······난 쟤 싫어.”
나는 말할 듯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 그리고 몇 번 소리 없이 달싹이다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하긴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
나도 남궁류청을 내보내려고 일부러 자극했으니까.
야율도 아마 문밖에서
나와 남궁류청의 대화를 모두 들었을 것이다.
어링내를 몰아붙이고 나니 기분이 영 별로였다. 나는 조금 시무룩해져서 남궁류청이 따라 주고 간 찻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야율이 갑자기 말했다.
“······미안해.”
“응?”
“앞으로 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야율이 어쩔 줄 모르며 내 눈치를 보았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나는 야율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친하게 지내라고까진 않을게.
싸우지만 마.”
“응.”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틀었다.
‘아버지 보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쯤 오셨을까?’
남궁세가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남궁완 아저씨도 무척 잘해주시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오시면 백리 세가로 돌아가겠지.’
그럼 또 큰아버지와 백리명, 쌍둥이들이······.
그걸 생각하니 갑자기 좀 전까지의 우울함은 날아가고 남궁 세가에서의 생활이 무척 만족스러워 졌다.
······라고 생각하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연아!”
우렁찬 목소리가 안채까지 들려왔다.
무료하게 서책을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처소를 나왔다. 서하령이 마당을 망아지처럼 질주해 오고 있었다.
나를 본 서하령이 내 품에 뛰어 들었다. 충격에 비틀거리던 나는 저도 모르게 다친 손으로 문간을 잡았다.
“악!”
그 순간 머리가 쭈뼛 설 정도의 통증이 밀려왔다.
서하령이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아, 맞아! 미안해!”
처소 그늘 한켠에서 약탕을 달이고 있던 시비가 놀라서 달려왔다.
“소저!”
“어떡해, 어떡해! 의원, 내가 의원 어르신 모셔 올게!”
“아니, 아냐.”
이를 악물고 말했다.
“조용히 좀, 목소리 좀 낮춰.”
“응?”
서하령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고 보니 야율은? 왜 네 옆에 없지?”
“자. 걔 밤새웠거든.”
“아하.”
다행히 야율이 나오는 기척은 없었다. 계속 버티다가 내가 점심 먹는 것까지 보고 갔으니 피곤하긴 할 터였다.
대화하는 사이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 맞아. 네가 남궁 공자 나한테 보냈다며?”
“뭐······ 그렇지.”
내 말에 남궁류청이 정말 서하령에게 사과하러 간 모양이었다.
‘잘됐네.’
이 김에 둘이 잘 지내면 좋을 터였다.
어쨌든 둘은 소꿉친구로 자랄 테니까.
그리고 서하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걔가 갑자기 나한테 와서 미안하다는 거야. 나 남궁 공자가 미친 줄 알았어!”
“뭐, 뭐라고?”
미쳤냐니······.
“다시 데려가!”
나는 당황하여 서하령을 보았다.
“남궁 공자가 사과했다며?”
“맞아!”
나는 목소리를 낮추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너 남궁 공자랑 친해지고 싶다고 그랬잖아.”
“맞아. 그랬지.”
······랬지?
과거형이 왠지 불길했다.
서하령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흥, 검만 휘두를 줄 아는 녀석따위 관심 없어.”
“아니······.”
나는 기가 막힌 채로 서하령을 보았다.
“······강해서 멋있다며?”
서하령이 숨을 들이켰다가 살짝 눈치를 보고 목소리를 낮춰 소리쳤다.
“아니! 연이 네가 더 멋있어!”
나는 눈을 끔뻑이다가 내 가슴팍을 짚었다.
“나?”
“응!”
“나를 왜······?”
그때 갑자기 조용히 곁에 있던 시비가 나를 불렀다.
“소저, 백리 소저.”
나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손짓하고 서하령을 보았다.
서하령이 말했다.
“시비 언니 지켜 줬잖아!”
“어?”
“진짜 멋있는 사람은 약자를 지켜 주는 자야!”
서하령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솔직히 엄청나게 멋있었어. 부러진 목검 딱! 잡는 거 진짜로······. 거기다 연이는 똑똑 하기도 하잖아.”
“내가, 내가 똑똑하다고?”
서하령의 머릿속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응! 막, 말 한마디로 남궁 공자 꼼짝 못 하게 했잖아. 맞아, 남궁공자 검술 약점도 네가 가르쳐 줬고! 그거 아니었으면 아마 사과도 못 받았을걸.흥.”
서하령이 입을 삐죽이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이제 남궁 공자 별로야. 아니, 싫어! 그러니까 난 필요 없어! 연이 네가 데려가! 연이 넌 손도 다쳤으니까 도와줄 사람 필요하잖아.”
기가 막힌 눈으로 서하령을 바라보던 나는 무심코 서하령 뒤쪽을 바라보고 놀랐다. 언제 왔는지 알 수 없는 남궁류청이 어두운 낯으로 서 있었다.
시비가 안타깝게 나를 불렀다.
“백리 소저······.”
왜 이렇게 나를 부르나 싶었는데 설마······?
내가 흔들리는 눈으로 시비를 보자 시비가 울상을 지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궁 공자······ 언제부터 있었어?”
남궁공자라는 말에 홱 뒤를 돌아본 서하령이 펄쩍 뛰더니 황급히 내 뒤로 숨었다.
“다 들었어.”
남궁류청이 내 뒤쪽 서하령을 흘끔 보았다.
“내가 싫다며?”
“하, 하, 하.”
어색하게 웃던 나는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나는 나쁜 말 한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게 좀잘하지 그랬어? 남궁 공자 인망이 아주 별로네.”
“그런 거 필요 없어.”
내 어깨를 잡고 숨어 있던 서하령이 고막이 얼얼하게 소리쳤다.
“흥! 나도 필요 없거든!”
왠지 남궁 세가에서의 생활이 매우 피로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