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1)
61화
* * *
“허, 봤는가?”
호수 근처의 2층 누각.
남궁 세가의 친족이 아니면 출입이 금지된 2층은 남궁세가의 연무장 몇 곳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하지만 상당히 먼 거리였기에 시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연무장에 서 있는 사람은 이쑤시개 그 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궁무철과 천산염제 구홍마 두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구홍마가 수염을 씰룩이며 말했다.
“일단, 축하드립니다. 말썽만 피운다는 손주 녀석이 드디어 한발 내디뎠군요. 열 살에 검기라니.”
심각하게 인상을 굳히고 있던 남궁무철의 입가에 어쩔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큼, 지기 싫어서 억지로 잠깐 만들어 낸 것일세. 본인은 만든줄도 모를 걸세.”
하지만 그 처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 한 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던가?
이를 아는 구홍마가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이 말했다.
“쯧쯔, 속 보이는 겸손 치우시지요.”
“크흠!”
구홍마가 다시 연무장을 내려다 보았다.
연무장은 백리연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아이, 어떻게 잡은건지. 분명 무공도 거의 배우지 못한 내공 폐인이었는데!”
남궁무철의 낯빛이 다시 가라앉았다.
“심지어 처음에는 피하려다가 마음을 바꾼 걸세.”
“허!”
구홍마가 기가 막힌다는 듯 탄식하고 혀를 찼다.
“제 몸 아까운 줄 모르는 아이로군. 끌끌, 저런 놈이 제일 먼저 죽지.”
“하, 저 아이가 제 몸을 돌봤다면 자네가 공청석유를 뺏어 갈 수나 있었겠는가?”
산사태에 휩쓸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신의의 연단실을 발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공청석유 또한.
구홍마는 태연하게 수염을 쓰다듬었다.
“뺏어 가디니요? 저 아해도 동의했습니다.”
남궁무철이 난간을 내리쳤다.
“헛소리 말게. 내 얼마나 자네 때문에 곤욕스러웠는지!”
“아니 하느니만 못한 소린 그만하시지요. 그런다고 제가 돌려줄 것 같소? 그럴 거면 저지르지도 않았지. 형님도 내 사정 알지 않소?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무엇이오?”
* * *
남궁 세가의 의각.
분명 부러진 목검을 잡았을 때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운은 딱 잡은 것까지인 모양이었다.
난 우울하게 익숙한 약방 냄새를 맡았다.
남궁완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귀신같이 서 있었다.
맞은편 노령의 의원이 내 손바닥을 들여다보곤 침음했다.
“부러져서 날아오는 목검을 잡았는데 이리 상처가 났다고요? 이건 아무리 봐도 날붙이에 다친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린가?”
남궁완도 상처를 살피곤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설마······?”
놀랄 만하지.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다친 상처를 보고 나서야 확신했다.
목검이 부러지기 직전 내가 본 남궁류청 내공의 특이한 움직임은 그가 검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열 살에 검기를 만들다니.’
정말 괴물이었다.
하늘이 내린 기재라는 아버지도 열두 살에나 검기를 만들었다 들었다.
물론 남궁류청의 검기는 검기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고 유지한 시간조차 아주 짧았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긴 내공은 내 손에 상처를 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남궁완도 알아챘다.
“그 미친놈이······.”
하지만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화난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한 게 원래 목검으론 검기를 만들어선 안 됐다. 심지어 철검이어도 잡철로 만든 싸구려 검으로는 만들 수 없었다. 검이 불어넣은 내공을, 공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철검도 그럴진대 목검이야 당연히 견디지 못했다. 손을 베인 정도면 운이 좋았다.
만약 목검이 부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면 이 정도 피해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무공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기본 중의 기본인 사항이었다.
남궁완의 욕설에 노의원이 헛기침했다.
“커허음.”
“그래, 나을 수 있겠는가? 어떠한 문제도 있어선 안 될 걸세!”
“상처를 잘 봉합하고, 움직이지 않고, 내공의 보조를 받는다면 문제없을 겁니다.”
“내공 보조라니?”
“운기조식을 말하는 겁니다만 하지만 소저는 내공 폐······.”
의원은 섬뜩한 느낌에 말을 이어 가다 멈췄다.
남궁완이 그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내공이 필요하니······ 다른 분의 도움을 받으면 후유증 없이 나을 수 있으실 겁니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보고 약간 어이가 없었다.
‘내공 폐인이란 소리 들어도 뭐, 상관없는데.’
워낙 많이 듣던 소리라 괜찮았다.
하지만 남궁완은 내가 상처 받을까 걱정한 모양이었다.
‘뭐, 그래도 안 듣는 편이 좋으니까.’
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배려에 배시시 웃었다.
남궁완이 버럭 소리쳤다.
“네 손이 걸레짝이 됐는데, 지금 웃음이 나와?”
“······.”
“뭐 하는가! 빨리 치료 안 하고!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할 것이야!”
“아이고, 당연한 말씀을요.”
노의원은 남궁완의 성질이 익숙한 듯 곧장 내 상처에 얹어 놓았던 약재를 덜어 냈다.
“어떤가?”
“아무 느낌 없어요.”
“마취는 잘 되었군.”
의원이 바늘을 불에 달구기 시작했다.
내 상처를 볼 때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바늘을 보니까 갑자기 기절하고 싶어졌다.
의원의 몸종이 다가와 말했다.
“이걸 물고 계십시오.”
물기 좋게 만 천을 보자 2차로 기절하고 싶어졌다.
“아파요?”
“마비산이 잘 들었으니 아프진 않을 게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말이다.”
이래저래 전생과 회귀 전에 다친 일이 많아서 꿰맨 적도 꽤 됐다.
하지만 살에 실이 지나가는 기괴한 느낌. 아무리 마취를 했다지만 으으, 그건 몇 번을 겪어도 적응할 수 없었다.
나는 겁에 질려 나도 모르게 남궁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남궁완이 나를 가소롭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제 갈라진 손바닥은 신기하다는 듯 들여다보면서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니 갑자기 웬 어리광이야?”
“무섭다 말이에요.”
난 울상을 지으며 멀쩡한 손으로 남궁완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마취해서 괜찮아.”
“막, 막, 살에 실이 지나가는, 막 스스슥 거리는 그 느낌 이상하단 말이에요!”
“마취해서 아무 느낌도 안 날것이야.”
“거짓말!”
“아우 시끄러워. 잡거라.”
남궁완의 말에 대기하던 하인이 내 팔다리를 붙잡았다.
남궁완도 내 몸통을 붙잡았다.
“시작해.”
“잠깐, 잠깐!”
“빨리 시작해.”
“안 돼!”
* * *
‘언제 잠든 거지?’
나는 아직 잠이 덜 깨 몽롱한 채로 일어나려 했다.
그 순간 내 손목을 꽉 잡아 누르는 움직임에 남은 잠이 확 달아났다.
분명 손목을 잡혀 거의 움직이지 못했음에도 손에서 눈물이 찡 할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다.
“손, 움직이면 안 돼.”
야율이었다.
‘맞다, 다쳤지.’
멍청하게 잊어버린 채 평소처럼 오른손을 움직이려 했다.
나는 왼손으로 젖은 눈가를 문질렀다. 의각에서 진통제에 취해 정신이 가물가물하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남궁 세가에서 내준 내 처소였다.
“백리 소저! 일어나셨군요!”
시비가 약사발을 올린 쟁반을 들고 황급히 다가왔다.
언제 돌아왔는지, 얼마나 잤는지 물어본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루가 지났다고?”
“네.”
시비가 야율이 붙잡은 내 손목을 보곤 말했다.
“소저가 아파선지 잠결에 자꾸 손을 움직이려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 아이가 밤새 소저가 손을 못 움직이게 붙들고 있었어요.”
“야율이?”
“예. 제가 지키고 있겠다고 해도 한사코 자신이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놀라서 야율을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시비가 내게 큰 절을 했다.
“소저께 목숨을 빚졌어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은하겠습니다.”
“아니······ 그 정도는······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시비와 난 별로 친하지 않았다. 거의 얘기도 몇 마디 안 했다. 오늘, 아니 어제 남궁류청과 서하령의 대련에 가서 나눈 대화가 가장 긴 정도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야율 때문에 시비를 처소에 오래 둘 수 없어서 계속 내보냈기 때문이다.
시비는 날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듯 빠르게 일어나 말했다.
“그럼 저는 의원님께 다녀오겠습니다. 깨어나면 알려달라 하셨습니다.”
시비가 서둘러 침실을 나갔다.
야율이 시비가 놓고 간 탕약을 들고 왔다. 탕약은 먹기 좋게 식어 있었다.
쭉 한 번에 탕약을 들이켠 내가 오만상을 쓰며 혀를 낼름거렸다.
야율이 살짝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왜?”
“이번에도 안 먹으려고 핑계 댈 줄 알았어.”
야율의 말에 움찔 놀랐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안하게 말했다.
“······나도 먹어야 할 때는 먹어.”
“응.”
야율이 탕약 그릇을 확인해 보곤 만족스럽게 그릇을 한쪽에 치웠다.
‘음. 전혀 안 믿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