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6)
76화
남궁류청은 침잠한 낯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승부욕과 검에 대한 집착을 알기에 저 모습이 평정을 가장한 것임을 알았다.
‘그러고 보면 남궁류청이 원래 검기를 발현한 나이보다 몇 년 빨랐지.’
그래서 문제가 생긴 걸까?
작중에서 남궁류청이 성장하는 방식은 소중한 걸 지키려는 마음에서 비롯했다.
정말 무협지 주인공다운 성장방식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남궁류청의 어린 시절에는 소중한 것이 없다는 거였다!
남궁류청의 어린 시절 중 가장 소중한 기억을 찾아보라 한다면······ 수련 시간이 되는 것이다.
‘참 지병이 깊어.’
그래서 천하제일의 기재로 불리며 또래에 비교할 자 없는 실력을 지녔지만, 개인적으로는 벽에 막혀 답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잠시 침묵한 아버지가 다시 입을 뗐다.
“알겠다.”
“여기.”
그때 언제 꺼내 왔는지 남궁완이 목검을 하나 던졌다.
매끄럽게 받아 든 아버지가 남궁류청을 보았다.
“준비됐다.”
“그럼 한 수 청하겠습니다.”
남궁류청이 검례를 하곤 바로 자세를 잡았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남궁류청의 기세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회귀 전에 많이 지켜본 바로는 보통 아버지와 대련하는 자들은 아버지의 명성에 기가 눌려 한참을 살피며 뜸을 들였다.
하지만 남궁류청은 곧장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이 마치 맹수와도 같았다.
‘남궁류청이 서하령하고 대련한 건 정말 애들 장난이었는데?’
하지만 매서운 공세에도 아버지에게 닿는 건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생각하였는지 남궁류청이 공세를 멈추고 물러나려는 순간, 아버지의 검이 남궁류청의 목덜미를 겨눴다.
‘와······ 끝난 거야?’
정말 순식간이었다.
금안의 능력이 아니라면 아버지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보지 못했을 터였다.
남궁류청이 목검을 거뒀다.
“한 수 배웠습니다.”
“······.”
아버지는 묘한 표정이었다.
“수고했다. 네 또래에 본 적 없는 성취다. 남궁 세가의 자랑일만 하구나.”
“감사합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말을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고개를 틀었다. 덩달아 나와 남궁완, 남궁류청 모두 아버지가 바라본 방향을 보았다.
“할아버지?”
“오, 잊지 않았구나.”
남궁완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언제부터 계셨습니까?
오셨으면 말씀하시지요.”
“음, 네가 목검을 건넬 때부터?”
그럼 거의 처음부터 계셨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이 자리의 누구도 아버지가 남궁 세가주를 바라볼 때까지 계신 줄 몰랐다.
아버지가 정중하게 인사 올렸다.
내게도 눈짓하여 인사 올리려는 찰나 남궁 세가주가 손을 내저었다.
“예의 차릴 필요 없다.”
손을 내저은 남궁 세가주가 남궁류청을 보았다.
“류청, 어째서 공세를 멈췄느냐?”
“더는 이어 나가도 소용없을 듯 싶어 검로를 다시 생각해 보려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더냐?”
“······아니요.”
“흠.”
뜻 모를 침음성을 낸 남궁 세가주가 갑자기 나를 보았다.
“근래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들었다.”
“아, 네.”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니 다행이구나.”
“걱정에 감사합니다.”
남궁 세가주가 뒷짐을 진 채 찬찬히 다가왔다. 그냥 걷는 것일 뿐인데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남궁 세가주가 대뜸 말했다.
“둘이 대련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
“네?”
“예?”
앞선 의문은 나고 뒤는 남궁류청이다.
남궁완이 당혹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연이가 어찌 류청과 대련을 한단 말입니까?”
“두 아이의 실력 차는 말할 것도 없을 터. 연이만 괜찮다면 경험이라 생각하고 한번 해 보는 건 어떠한가? 당연히 류청은 내공을 쓰지 않아야지.”
남궁 세가주는 뜻 모를 표정으로 온화하게 웃을 뿐이었다.
“어······.”
나는 당황하여 아버지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아버지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하겠습니다.”
내 답에 남궁류청의 낯은 기묘해졌다.
남궁류청이 따지는 듯한 어조로 남궁 세가주께 말했다.
“할아버님, 정녕 백리 소저와 대련하란······”
남궁 세가주가 그런 남궁류청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류청, 요새 네 고뇌가 큰 걸 안다. 창궁관에 들어가고 싶다 하였지? 내 뜻에 따르거라.”
그러니까······ 남궁 세가주 말을 잘 따르면 남궁류청에게 창궁관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인가?
남궁완도 자신의 아버지인 남궁세가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내가 들기에 적당한 목검을 받았다. 손에 와 닿는 감촉이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과거, 난 내공 폐인이 되었어도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언젠가 나을 방법이 있을 거라며.
혹은 방도가 없어서.
그냥 열심히 검을 휘둘렀었다.
‘······멍청한 짓을 했다고 생각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 열심히 살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그때 모든 걸 포기한 채 방탕하게 놀기만 했다면 지금 검을 쥐었더라도 머릿속이 새하얬을 테니까.
역시 뭐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인생의 교훈을 곱씹으며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남궁류청은 미간을 찌푸린 채 굳어 있었다. 이 상황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미리 말해 두지만, 봐주지 않을거야.”
난 남궁류청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좀 봐줘······.”
“······.”
남궁류청의 눈썹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 올라갔다.
‘음, 왠지 화를 돋운 것 같네.’
남궁류청과 마주 검례를 올렸다.
그 뒤 몇 걸음 물러나 서로를 마주 본 채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이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남궁완이 놀라 말했다.
“연이가 생각보다 익숙해 보이는걸?”
“그렇······.”
백리의강도 이에 동의하려는 찰나,
딱!
남궁류청이 찔러 들어가는 검을 막은 백리연의 검이 하늘을 날았다.
“······.”
“······.”
검을 날린 남궁류청도 나도 놀랐다.
‘음. 쪽팔리는데.’
서하령이 이런 심정이었으려나?
뒤통수가 따끔따끔하니 몇 명 있지도 않은 연무장의 분위기가 썰렁하게 가라앉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공격이 보이니 반사적으로 막은 것인데 그게 실수였다.
검을 손에 쥐어 본 지 너무 오래 돼······ 아니 변명이었다. 남궁류청의 힘이 이렇게 셀 줄 정말 몰랐다.
‘내공도 쓰지 않았을 텐데.’
검을 놓친 손바닥이 저릿했다.
남궁류청이 이를 빠득 물고 나를 노려봤다.
“장난치지 마.”
“······.”
나는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
“장난 아니야······.”
“거짓말 마.별로 세게 치지도 않았어.”
“······.”
“서 소저한테 내 검로의 파훼법을 알려줬다지 않았어? 그냥 보였다며? 아니면 그 말이 거짓이었나? 이럴 거면 하지 마.”
남궁류청은 말할수록 화가 치솟는 듯했다.
“네가 내공을 쓰진 못하더라도 백리 세가에서 어릴 적부터 배웠을 텐데. 그럼, 백리 세가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나는 검이 떨어진 곳을 확인하고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공자.”
“말해.”
“모든 사람이 너처럼 운이 좋진않아.”
“뭐?”
“너를 모욕한 것처럼 느껴졌다면, 미안해.”
“······.”
내 사과에 남궁류청이 미간을 모았다.
남궁류청이 검을 거두며 고갯짓 했다.
“검 다시 가져와. 진지하게, 다시 해.”
후우.
나는 소리 내지 않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답이 안 나오는데.
남궁 세가주께선 대체 왜 갑자기 대련하라고 시킨 거지?
천하 십일강이신 분이 심심해서 시키진 않았을 텐데.
여기서 대체 무얼 얻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떨어진 검을 주우러 간 곳이 하필이면 남궁 세가주 근처였다.
검을 주워 들 때 남궁 세가주가 나를 불렀다.
“연아.”
“네.”
“류청은 원래도 힘이 대단하다.
너는 힘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어.”
“······.”
“네 들어 보니 네 눈이 매우 좋다 하더군. 그의 공격을 몇 번이나 피하려 들었다지?”
여기서 그가 천산염제를 말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이 남궁 세가주의 조언인 걸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똑똑하니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