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자, 잠깐. 남궁 공자.”
“내 몸에 손대지 마.”
“아, 미안, 미안해. 화났어?”
“······.”
“형님의 태도가 조금 무례했지?
내가 대신 사과할게.”
“네가 왜?”
“그래도 내가 동생이니까······. 형님은 별로 그렇게 생각 안 하시겠지만······.”
시무룩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남궁류청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장오가 말을 이어 갔다.
“사실은 이렇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어머님께 같이 가고 싶다고 부탁드려서 온 거야.”
대체 장철과 사이도 안 좋다는 장오가 왜 함께 왔나 했더니만 부탁해서 온 거였다니.
장오가 점점 더 마음에 안 들어지고 있었다
아픈 어머니께 부탁까지 해가면서 따라와 놓고, 곁을 지키지도 않고, 괜찮으신지 관심도 없어 보이다니.
남궁류청이 질문했다.
“장 공자가 이럴 줄 알았다니?”
“아, 응.”
장오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형님이 저번에 남궁 공자랑 대련해서 다친 이후에······ 남궁 공자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고 다니셨거든.”
남궁류청의 코웃음 소리가 살짝 들렸다.
“그래서 형님이 사과하러 간다고 했을 때 이렇게 될 것 같았어. 내가 대신 사과할게. 형님을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말아 줘.”
흐음.
나는 어느새 팔짱을 끼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꽤 노력했지만, 아이라 그런지 속셈이 훤히 보였다.
‘이간질이라니······.’
장철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정말 장철을 위했다면 장오는 이런 자리에 따라와서는 안 됐다.
누가 동생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단 말인가?
심지어 평소 사이도 안 좋다는데.
안 그래도 사이 나쁜 동생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글쎄, 나라면 더 치욕스러울 것 같은데.’
장오가 장가장주에게 예쁨을 받고 있다고 하였으니, 장 부인은 함께 가고싶다는 장오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다 정말 장철을 생각했으면 사고 치기 전에 막았어야 했다.
사고치고 나서 이럴 줄 알았다고 대신 사과한다? 그러면서 장철이 평소에도 남궁류청을 욕하고 다녔다는 말까지 흘렸다.
‘거기다 심지어 분명 나한테 사과하러 온 거 아니었어?!’
내 이야기는 쏙 빠져있었다.
이 말만 들으면 장철이 처음부터 내가 아니라 남궁류청에게 사과하러 온 줄 알 정도였다.
더는 들을 것 없었다.
걱정도 되지 않았다. 남궁류청은 저런 말에 쉽게 넘어갈 아이가 아니었다.
심지어 장철과 남궁류청의 사이는 장오가 이간질하지 않더라도 이미 최악이었다.
‘거기에 이제 장오도 엄청 싫어하겠네.’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끄라며 몸을 돌렸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려다 또 발을 멈췄다.
‘뭐야, 장철?’
언제 나타났는지, 장철이 내가 내려가려던 계단 아래 서 있었다.
장철 또한 날 보고 멈칫한 상태였다.
“······.”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입술을 질끈 깨문 장철이 계단을 올라왔다.
‘어, 잠깐만, 얘 여기오면······.’
장철이 내 앞을 지나칠 때였다.
“······형이 원래 조금, 제멋대로야.”
장오의 목소리에 장철이 고개를 홱 돌렸다.
“형 때문에 어머님도 걱정이 크셔. 어머님을 봐서라도 장가장과 남궁 세가 사이에 문제가 없었으며······”
장철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지며 난간을 꽉 부여잡았다.
장철이 튀어 나가려는 순간, 나는 번개처럼 팔을 뻗어 혈도를 내리쳤다.
장철은 뛰어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굳었다.
“······!”
“······!”
장철도 놀랐지만 나도 놀랐다.
일단 혈도를 찌른 게 제대로 먹혔다는 것에 놀랐고, 다음은······.
‘내가······ 내가 왜 찌른 거지?’
혈도를 눌린 장철은 고개도 돌릴 수가 없어, 나를 보지 못한 채 눈만 부릅뜨고 있었다.
내가 슬금슬금 장철 앞으로 가자 눈동자만 움직여 나를 노려보았다.
눈빛에서 욕설이 읽혔다.
나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주 운 좋게도 이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지? 어쩌지?’
찔러 놓고도 당황하는 내 눈에 바로 근처의 빈방이 보였다.
나는 그리로 장철을 질질 끌고 들어갔다.
달칵.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후우우.”
장철. 특출한 점 하나 없는, 가끔 남궁류청의 발목을 잡는 악역 조연.
나한테 막말을 지껄였고, 남궁류청과도 이미 파탄 난 사이.
소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장가장에 대한 정보도 약간 얻을 수 있었다.
장철과 장오는 동갑에 생일도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소부인은 내가 어리니 별생각없이 말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어리지 않기에 두 아이의 생일로 장가장의 가족사를 바로 파악했다. 그러니까 장 부인이 장철을 배에 품었을 때 장가장주가 첩과 놀아났단 말이었다.
부인이 자기 아이를 배고 있는데 첩이랑 놀아난다?
‘쓰레기 중 상 쓰레기란 소리.’
아픈 어머니, 무시하는 아버지, 사랑받는 서출 동생.
이 정도면 멀쩡히 자라나기 힘든 가정 환경이었다.
나는 장 부인에 대해선 소설에서 전혀 본 바가 없었다. 남궁류청과 너무 먼 관계라 언급을 안 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돌아가셨을 것이다. 무선 병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안으로 보았을 땐 이미 생기가 꽤 상해 있었다.
‘흐으으음.’
나는 고민에 차 신음했다.
‘내가 이럴 필요가 있을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불똥이 튈 수도 있었다. 얽히지 않는 것이 낫다는 걸 알았다.
입술을 몇 번이고 짓씹었다.
그런데······ 그렇지만······.
사람이 어떻게 늘 이성적으로만 행동하겠나?
‘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
소설 속 악역 조연.
나와 비슷한 처지.
내 과거가 절로 떠오르는 아이가 이런 꼴로 사는 것을 보니 화가 치솟아 가만히 넘길 수가 없었다.
결말이 뻔한 진창에 발을 디디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뜨고 몸을 돌려 문을 등지고 섰다. 아직도 굳어 있는 장철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무렴. 내공 폐인한테 대뜸 점혈 당할 거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심지어 나도 갑자기 저지른 일이었는데.
나는 장철의 뺨을 쭉 잡아당겼다.
잘 먹고 잘 자란 아이답게 손에 닿는 뺨 느낌도 아주 보들보들하니 좋았다.
아픔지 움직이지 못하는 장철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이건 나한테 막말한 복수다!’
뺨에 붉은 자국이 남도록 괴롭히고 입을 열었다.
“너 방금 뛰어가서 장오, 장 2공자 쥐어 패려고 했지?”
“······.”
“아, 맞아. 일단 아혈 풀어 줄건데 소리치면 다시 찌른다.”
아혈만 풀어 준다는 것은 몸은 그대로 굳어 있겠지만, 목소리는 낼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이었다.
나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
‘아혈만 풀어 본 적 없는데······
이렇게 하는 거 맞나······?’
장철이 알았다면 발작할 생각을 하며 조십스럽게 점혈한 혈도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어쩔 수 없었다.
점혈이란 것이 몸의 혈도에 내공을 찔러 넣어 타격을 가하는 것인데······.
일단 전생엔 내가 내공이 없어서 유효한 타격을 주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점혈을 연습한 건 삼류 무인으로서 뭐라도 해 보려고 하던 발악 중 하나였다.
선천지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몇 번 해 보긴 했으나, 선천지기를 쓰는 것 자체가 위험해 자주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니 실제 사람에게 손써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고, 성공한 건 더 적었으며 풀어 본 적은 아예 없었다.
다행히 금안의 도움으로 무사히 풀어 낼 수 있었다.
아혈이 풀리자마자 장철이 소리쳤다.
“미친······! 읍읍!”
미리 대비하고 있어 바로 장철의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 높이지 마. 내가 또다시 점혈하면 이번엔 못 풀 수 있어.
너도 알다시피 나······ 내공 폐인이잖아?
연습 별로 안 해서 잘 못해.”
나는 사악하게 웃었다.
“조용히 할 거야, 안 할 거야?
조용히 할 생각 있으면 눈을 세 번 깜빡여.”
버티던 장철은 내가 점혈할 것처럼 손을 든 순간 세 번이 아니라, 마치 2배속 한 것처럼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