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4)
94화
“흥, 진작에 조용히 할 것이지.”
천천히 입을 막았던 손을 내리자 장철이 이를 아득 물었다가 목소리를 죽여 따졌다.
“이, 이 미친 계집애가! 네가 혈도 찌르는 연습은 왜 하는데?”
“너 같은 애들 기습하려고! 왜? 잘 써먹고 있잖아.”
“내공도 없는 천치 주제에······!”
“글쎄, 천치는 너 아냐? 내공도 없는 사람한테 당해 놓고선.”
“너, 너······.”
장철이 입을 열었다 닫길 반복했다.
“하여간 내공 없다고 너처럼 방심하더라고 멍청이들이.”
“네, 네가 갑자기 공격할 줄 몰랐지!”
“핑계 대지 마. 장 1공자, 남궁류청이었어도 이렇게 당했을 것 같아? 쯧, 그냥 네 실력이 부족한 거야. 인정해.”
시뻘게진 얼굴의 장철이 콧김을 뿜어냈다.
장철과 누가 진정한 멍청인가를 토론하고 있자니, 문득 남궁류청이 내게 멍청이라 전음했던 게 떠올라 어이가 없었다.
거기서 멍청이는 이 녀석이었는데!
후우, 한숨을 내쉰 나는 놀리는 건 이 정도로 하자 싶어,슬슬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 내가 싫어, 남궁류청이 싫어, 장오가 싫어? 셋 중 누가 가장 싫어?”
“당연히······!”
소리치던 장철이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
“내가 그걸 왜 말해야 하는데! 네가 뭔데? 네가 뭘 알아!”
“글쎄. 내가 너보단 네 미래를 더 잘 알걸.”
“무슨······ 무슨 헛소리야?”
미친놈 보듯 바라보는 시선을 담담히 넘기며 말했다.
“남궁 세가 온지 몇 달 안 된 나도 들었어.”
“뭘!”
“너 장가장주한테 미움받는다며?”
“······.”
“장가장주가 첫째인 장 1공자는 무시하고, 둘째인 장 2공자만 아낀다던데.”
제대로 타격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거기다 소부인께서 말씀해 주시던걸. 장 부인이 편찮으신 몸을 이끌고 사과하러 오신 건 네가 장가장주한테 혼나지 않길 바라서인 것 같다고.”
나는 장철의 침묵을 벗 삼아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튀어 나가면 어떻게 해? 장 부인이 너 가고나서 계속 기침이 멈추질 않아서 급하게 쉬러 가셨어.”
“······엄마가?”
엄마라니.
늘 모친 혹은 어머님이라고 존칭하는 남궁류청과 지내서인지 갑자기 장철이 무척 어리게 보였다.
장철의 안색이 점차 하얗게 질렸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끼나 보네.’
소부인이 이건 내가 상처 받을 거라여겼는지, 혹은 알 필요 없다 여겨서 말해 주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 부인이 사과하러 온 것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장 부인이 내게 사과하겠다는 마음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는 남궁 세가에 오기 위한 핑계에 가까웠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사과를 하면서 장 부인은 남궁 세가와 다시 잘 지내볼 생각이었을 것이다. 본인의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
친부가 미워하는 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인맥을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떠먹여 주려해도
이렇게 멍청하면······.
“엄마는 괜찮아?”
“나는 모르지.”
그러곤 코웃음 쳤다.
“어머니 걱정은 하면서 사과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그건······! 남궁류청 그 자식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그걸로도 모자라서 남궁 세가 한복판에서 동생도 쥐어 패려고 하고.”
“그건 그 자식이 먼저······!”
어느새 점혈이 풀렸는지 장 공자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남 탓에 핑계에······ 장 공자, 추해.”
“너······!”
“네가 그렇게 계속 다른 사람에게 원인을 돌리며 원망만 하면서 살면 과연 누구한테 좋은 일일 것 같아?”
장철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왜,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데?”
난 잠시 눈을 내리떴다.
“멍청한 악역 조연이 꼴 보기 싫어서.”
“뭐?”
“미래가 달라졌으면 한다고.”
“대, 대체 뭐라는 거야?”
나는 더 설명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지만······
그래도 바뀔 수 있었으면 했다.
쓸데없는 악역 역할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이제 뭐, 앞으론 장철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장철이 남궁 세가에서 동생 멱살잡이하는 건 막아 줬다.
나는 금안으로 남궁류청과 장오가 서 있던 복도 방향을 보았다.
눈에 걸리는 건 없었다.
‘갔나?’
벽이 두꺼워 보이지 않을 확률도 있지만······
방에서 보낸 시간이 꽤 되었으니, 남아 있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연 나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
남궁류청이 무표정한 낯으로 문앞에 서 있었다. 복도 쪽만 확인하느라 바빠 문 앞을 확인 못 했다.
“나, 남궁 공자. 놀랐잖아.”
남궁류청이 고개를 살짝 틀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여기서 뭐 해?”
“너는 여기서 뭐 하는데?”
“음? 으흠흠.”
잠깐, 그러고 보니 딱히 장철과 얘기한 걸 숨길 필요가 있나? 얘기 좀 할 수 있지.
그때 남궁류청이 말을 이었다.
“여기 내 방인데.”
“뭐!”
나는 등 뒤의 닫힌 문을 보았다가 다시 남궁류청을 보았다.
“너 처소 따로 있잖아?”
“응. 여긴 내가 일곱 살 때까지 어머님 처소에서 지낼 때 쓰던 방이야. 내가 나간 뒤로도 어머님은 그냥 두셨고.”
“아······.”
남궁류청이 문 앞을 막은 나를 살짝 비켜 문을 열려고 들었다.
나는 재빨리 남궁류청을 붙잡았다.
“뭐야?”
남궁류청이 문손잡이를 잡은 채 나를 불만스럽게 보았다.
“음, 그게 으음.”
본인 방에서 본인과 다툰 애랑 있던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뭐, 다정하게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단둘이 있었다는 게 조금 설명하기 모호한······
한숨을 쉰 남궁류청이 내 어깨를 짚어 살짝 밀어냈다.
“비켜. 다 들었으니까.”
“뭐?”
남궁류청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장 1공자, 내 방에서 나가.”
장철은 내가 나가고 울었는지,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남궁류청은 전혀 변함없는, 장철의 우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 부인 계신 곳은 왼쪽으로 쭉 가면 보이는 건물이야. 거기 가면 시비가 있을거야.”
장철은 우는 모습을 들킨 것이 쪽팔린 듯, 눈을 소매로 벅벅 닦고 황급히 방을 나갔다
나가면서 문 앞에 서 있던 나를 노려보았다. 왜 데리고 와도 이 방으로 데리고 왔냐는 원망이 읽혔다.
‘아니, 나도 몰랐지······.”
알았으면 내가 이 방에서 그런 말을 했겠어? 으으,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장철에게 말하는 걸 다 들었다니. 남궁류청이 보기에 얼마나 꼴같잖을까?
‘나도······ 나도 튈래!’
한 발 뗀 순간이었다.
“거기 서.”
“······.”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남궁류청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 나는 네 방인 줄 몰랐어······ 미안······.”
“원래 그래?”
“응?”
“원래 그렇게 남에게 관심이 많아?”
나는 당황스러운 눈을 했다.
자기 방에 멋대로 들어간 것때문에 화내는 거 아니었어?
남궁류청이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장 1공자가 뭐라고? 쟤랑 친구라도 하게? 쟤가 네가 아끼는 하인을 괴롭히고, 너한텐 막말한 거 벌써 잊어버렸어?”
“······.”
“저런 애한테 조언해 준다고 뭐 달라질 것 있어?”
나는 얼굴을 긁적였다.
남궁류청이 따져 묻지 않더라도 나 또한 스스로 가진 의문이었다.
달라질 것이 있는가?
“있지.”
“뭐?”
“앞으로 장 1공자가 누군가를 괴롭힐 때 내 말이 떠오르지 않겠어?”
“······.”
“장 1공자의 세상에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노력한 것도 헛수고는 아닐 거야.”
남궁류청이 입을 살짝 벌렸다가 질끈 깨물었다. 그러곤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보 같아.”
“아깐 멍청이라고 하더니 이젠 또 바보야?”
남궁류청은 나를 무시하며 방안을 살폈다.
나 또한 언제 도망가려 했냐는 듯 남궁류청을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장철과 있을 땐 방을 둘러볼 생각이 없었기에, 거의 처음 보는거나 다름없었다.
방의 주인이 거처를 옮겼어도 소부인이 살뜰히 관리했는지 먼지 하나 쌓여 있지 않았다. 다만 확실히 여기저기 물건이 빈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장 2공자는?”
“장 2공자?”
“아까 보니까 장 2공자랑 얘기하고 있길래.”
“얘기라고 할 것도 없어. 그냥 복도에서 마주친 거야.”
“흐음, 새 친구를 사귀나 했더니만.”
선반의 서책을 살피던 남궁류청이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왜?”
“난 너밖에 친구 없어.”
난데없는 고백을 하면서도 남궁류청은 한 점의 부끄럼도 없는 아주 당당한 태도였다.
하나뿐인 친구라니.
남궁류청의 인정에 황공한 마음과 함께 당혹스러웠다.
“그······ 자랑이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격떨어지는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마.”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게 바로 그, 나 말고 딴 놈이랑 놀지 마?’
저 말을 듣고 보니 남궁류청이 수향문 사람들이 있던 연무장에서부터 잔뜩 짜증을 내던 것이 이제 이해가 갔다.
다른 사람들이랑 논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아니, 하하. 이건 좀 귀여운데.’
나는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매만졌다. 억누르지 못한 웃음소리도 새어 나왔다.
“왜 웃어?”
“들으면 화낼 것 같은데.”
“말해.”
“귀여워서 웃었······ 봐! 화내 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