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6)
Chapter 175 – 175. 양자택일
“방금 사망하신 마간 님의 영혼은 어디 있습니까?”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
데이우스의 몸이 파르르 떨리며 자신의 정체를 이미 관통당한 것만 같은 충격이 느껴진다.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저들이 정말로 자신을 놓아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면서도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정말로 악마라면.
자신을 다시 되살려줄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전설이나 동화 속에서 나오는 악마들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자, 대답을.”
비서의 질문에 데이우스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정답을 알 수는 없었다.
마간의 영혼이 어디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알겠는가. 머리가 뜨거워지고 모른다는 답을 내뱉을까 싶은 순간.
오른손의 욱신거림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그 대단한 김신우조차 목숨을 걸고 싸웠음에도 죽이지 못한 대악마.
레메게톤이라는 보석을 이용해서 동귀어진을 했음에도 며칠 지난 지금에서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악수를 청해왔던 존재.
‘정말 그렇게 간단하게 죽었다고?’
대악마 마간이?
아직도 그의 섬뜩한 미소가 자신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횡하니 비어있는 오른손이 정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없다.”
툭 하고 내뱉은 한마디에 다른 이들은 무슨 말인가 싶어 의아해했으나 비서의 눈가가 살짝 떨려온다.
“마간의 영혼은 이 자리에 없다.”
떨려오는 눈동자를 읽은 데이아가 데이우스의 옆에 선다. 그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영혼을 볼 수는 없지만 데이아 역시 같은 결론을 내밀고 있었다.
“왜냐면 그는 죽지 않았으니까.”
단호한 선언에는 힘이 들어 있었다. 어차피 이미 입으로 내뱉었다. 이게 정답이 아닐지라도 정답인 양 당당할 필요가 있었다.
마간이 대악마임을 모르는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금 마간의 시체를 확인한다.
그의 시신은 여전히 널브러진 상태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으나.
비서의 입꼬리가 뒤틀리며 치욕스럽단 감정을 담아 그를 노려보는 순간.
“흐, 흐흐흐흐!”
어둠 속에서 광소가 울려 퍼졌다. 실로 커다란 기쁨이 담겨 있는 그 웃음소리는 오히려 모든 이들에게 불안감을 선사했다.
“하하하하하! 그래! 그렇지! 너는 데이우스 베르디야! 그래야만 해!”
비서의 반대편.
어둠 속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남자의 것이었다.
통령 마간.
빛이 닿지 못하는 어둠 속에 숨은 채로 그는 계속해서 웃음을 토해냈다.
“그래야 네놈의 그 맛을 다시금 느낄 거 아닌가! 그래야지만 각별한 진미인 자네를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진실로 대악마는 기뻐하고 있었다. 데이우스 베르디가 진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기세와 분위기가 누그러진 건 오른손이 잘렸기 때문인가? 인간적이군! 실로 인간적이야! 그렇기에 더욱 맛있겠어!”
“…….”
“업을 짊어지고, 고난을 헤쳐오며, 더욱 단단한 신념을 지닌 인간보다 각별한 건 없지.”
훙!
거센 바람이 불자 성녀의 신성력으로 만든 하얀 불빛이 사라지고 짙은 어둠이 덮쳐온다.
“거슬린다, 성녀야.”
신성력이 사라지는 순간, 마간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데이아가 다급하게 루치아를 지키라고 외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억!”
루치아의 비명과 함께 다시금 불꽃이 솟아오르며 주변을 밝힌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성력으로 만든 백색이 아닌 마간이 만들어낸 보랏빛의 불꽃이었다.
떠오른 불꽃 앞에는 쓰러진 루치아를 품에 안고 있는 마간이 서 있었다.
그걸 본 타이른이 다급하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달려들려 했으나.
“쉬잇.”
마간의 손이 루치아의 목을 감싸 쥐는 걸 보곤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부러뜨릴 거다.”
킥킥거리며 웃어대는 마간의 기다란 혀가 기절한 성녀의 뺨을 핥는다.
“도, 도대체 어떻게?”
“이게 무슨 상황이냐!”
“통령은 죽은 게…….”
사람들은 살아있는 통령을 보면서 당황해한다.
그런 이들을 진정시키며 앞으로 나선 비서.
“자, 이게 바로 제가 말씀드린 대체재입니다. 여기서 여러분 전부가 죽으셔도 저희는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인형?”
“미쳤군.”
“아까 연회의 시작을 알리시는 마간 님이 가짜라는 걸 의심하신 분이 계십니까?”
쏟아지는 비난을 단번에 잠재워버리는 비서의 한마디. 옳은 말이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암살 당한 마간이 가짜였다는 걸 자신들은 말해주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약에 여기서 자신들이 죽고.
클락 공화국에서 만들어낸 가짜가 각자의 국가로 돌아간다면?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각자의 국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거물들. 그들이 클락 공화국에게 충성하는 가짜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이제 상황 판단이 좀 되십니까? 저희는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여기서 싸늘하게 벌레 밥이 되실지 아니면 일단 살아남으실지.”
아까부터 들려오는 기어 다니던 것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성녀의 신성력이 사라지는 순간, 발밑을 지나다니는 수백 마리의 벌레들.
그것들은 당장이라도 인간을 먹어 치우고 싶다면서 흥분한 채로 기어 다니고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제르만 왕국의 조르디아가 슬쩍 손을 들며 물어왔다. 그의 질문에 다른 이들이 비난어린 시선을 보내왔으나 그는 담담했다.
“역시 현명하십니다, 사막의 신수이시여. 저희가 연회 시작 전 미리 드렸던 연초 기억하십니까?”
“마약 말이군.”
“후후, 클락 공화국에선 합법이랍니다. 뭐 시중에 있는 것과는 다른 물건이긴 하죠.”
천천히 품에서 연초를 꺼내든 비서.
“이것을 피우시면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께서는 저희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기쁘게!”
정신을 지배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음에 조르디아조차 눈동자가 흔들렸으나 정작 탄성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자, 잠깐. 연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연초를 피웠던 발레스탄 공국의 방패, 톰이 당황하며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살핀다.
그걸 보고는 비서는 웃으며 손을 뻗는다.
“아하, 어떻게 되시는지 한번 보시죠.”
탁!
손을 한번 튕기자 톰의 표정이 점차 차분하게 변해간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곧이어 실소를 흘려댄다.
“어이가 없군. 내가 왜 그렇게 당황했는지. 바보 같았어.”
“톰?”
공국의 후계자가 조심스럽게 톰을 부르자 톰은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펼친다.
“이거였습니다! 제가 평생을 찾아왔던 게 이거였어요! 아, 어째서 두려워했던 건지! 참으로 즐겁군요!”
“토, 톰?”
“두려워하실 건 전혀 없습니다. 아아, 어째서 그리도 당황했던 건지 이제는 부끄럽기까지 하군요.”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톰. 방금 전과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었다. 저건 분명 톰이었고, 또한 진정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톰! 정신 차려!”
후계자의 외침에 톰은 오히려 어깨를 으쓱인다.
“저는 제정신입니다. 진리와 진실을 깨달았을 뿐이죠. 아아, 그동안의 삶이 실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갑작스런 톰의 변화.
당연히 다른 사람들은 저런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겼으나.
오히려 비서는 빙그레 웃으며 제안해왔다.
“자, 연초를 피우시고 저희 편이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싸늘하게 죽어서 벌레 밥이 되실 건가요?”
내밀어진 악마의 양자택일.
벌레 기어 다니는 소리만 울려오는 고요한 연회장 내부. 먼저 비서를 향해 걸어간 건 한 제국의 노인 한소였다.
“어차피 늙어 죽을 몸. 한때는 무신이라 불렸던 나를 버림 말로 쓴 제국에 복수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한소 님!”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한 제국의 사절단에서 한소를 향한 비난이 터져 나왔으나 허리 굽은 노인은 망설임 없이 비서의 앞에 섰고.
비서는 웃으면서 연초를 건넨다.
“환영합니다.”
“아아.”
연초를 향하던 한소의 손이 더욱 위로 솟구친다.
뻐엉!
순식간에 주먹을 말아 쥔 그의 올려치기가 정확하게 비서의 턱주가리를 후려친 것.
“어딜 나의 충심을 시험하느냐!”
붕 떠오른 비서의 몸을 연속적으로 타격하는 한소. 변심한 줄 알았던 그가 실은 목숨을 걸고 대항한다는 걸 알아챈 한 제국의 사절단이 환호성을 내뱉는다.
무신 한소는 지금이 바로 자신의 최절정기이며, 꺼져가던 삶의 불꽃을 마지막으로 불태우는 시점이라는 걸 깨닫는다.
회광반조.
지금만큼은 과거 무신이라 불리던 시절의 기세를 뽐내고 있었으나.
콰득!
어느새 발치로 날아든 벌레들이 자신의 살을 파먹는 걸 보곤 입술을 으득 깨문다.
콰앙!
바닥을 거칠게 내리찍어 마나와 풍압을 통해 밀어냈으나.
“……!”
고작 몇 마리 밀려났을 뿐, 뒤에 있는 더 많은 벌레들이 그의 몸을 덮쳐왔다.
“아, 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과 뿜어지는 핏물. 비서는 얻어맞은 턱을 쓰다듬으며 인상을 팍 찌푸린다.
“노인네가 힘도 좋아.”
콰드득!
벌레들에게 덮쳐진 한소의 심장을 향해 비서의 손이 한 자루의 창처럼 찔러 들어갔고.
한때 시대를 평정하여 무신이라 불렸던 남자의 삶은 허망하게 끝이 났다.
벌레들의 밥이 되어 시신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 제국은 다 죽여.”
그 말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발레스탄 공국의 톰이었다. 비서의 말에 바로 달려들어 한 제국의 사절단을 찢어 죽인다.
거대한 덩치는 실로 곰이라 불리기에 적당했고 또한 보여주는 전투방식도 그러했다.
학살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다른 이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비서의 눈동자는 어디 한번 움직여보라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마주 보면 돌로 변한다는 메두사의 시선이 딱 이런 느낌이었겠지.
그리고 잠시 후.
한 제국의 모든 인원을 먹어 치운 벌레들이 점차 사람의 형상을 띄워간다.
분투 속에 죽어갔던 무신 한소부터 시작해서 다른 사절단들까지.
비서는 웃으면서 그들을 가리킨다.
“자, 보셨죠?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저희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결국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도 이런 양자택일을 쥐어주는 이유는.
이들이 인간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본성을 지닌 악마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는 고요한 여인의 목소리. 오빠들 사이에 서 있는 데이아의 눈동자가 올곧게 뻗어 비서에게 닿는다.
“너희는 악마니까. 그러니까 인간을 가지고 놀기 위해서 이런 복잡한 절차를 밟는다고 보이겠지.”
“…….”
“정말로 비슷한 가치를 저울에 놓았다고 생각해? 내가 봤을 때는 너희는 우리가 그 연초를 피우길 바라는 것 같은데.”
무조건 죽는 선택지와 인간성을 버리고 그나마 살 수 있는 선택지.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다른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연초를 피우면 어떤 방식으로 정신을 지배당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미래가 있다.
나중에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사실상 연초를 피운다는 행위는 그런 미래를 바라고 지금의 자신을 버리는 것이었다.
희망.
이 자리를 살아서 벗어나면 어떻게든 뭔가 바뀔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내걸고.
저들은 연초를 피우라고 은연중에 종용하고 있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목숨을 잃어서 아예 가능성 없는 가짜를 자신들의 조국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이아의 손가락이 무감정하게 서 있는 한 제국의 가짜 사절단을 가리킨다.
“저것들에 뭔가 하자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안 그래?”
“후.”
“양자택일인 척하면서, 실은 너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싶을 뿐이야.”
계속 올라가 있던 비서의 입꼬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온다.
“당신 남매는 참 거슬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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