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4)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24화
35장 건국제(1)
시온 아그네스 황자가 가장 먼저 재앙을 토벌했다는 소식은 곧 수도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수하 한 명만을 데리고 조용히 나갔다가 돌아왔기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늦게 강철 요새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덕분에 최근의 수도는 다시 한번 시온 아그네스의 이름이 치솟고 있었다.
물론 다른 황족들도 전부 재앙 토벌에 성공하여 그 이름값을 높이고 있었지만, 시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환영 군세를 포함해 무려 두 개의 재앙을 토벌했고 가장 먼저 성공했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다른 한 가지 요소가 시온의 토벌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단 두 명이서 출정했었다고요?”
청성궁의 집무실에서 로이드의 보고를 받은 디에나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시온이 먼저 돌아온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개인적으로 알아본 정보였다.
“예. 그래서 출정과 복귀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입수한 바로는 강철 요새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아침 곧바로 괴수 군단을 토벌했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해요? 물론 요새에 군단 하나가 주둔하고 있던 건 알고 있지만, 그들만으로는 토벌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알아보았더니 시온 황자와 같이 갔던 붉은 눈의 여자가 전장에서 즉석으로 군단 하나 급에 해당하는 소환수들을 소환했다고 합니다.”
“!!!!!!”
그 말에 5황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단 한 명의 마법사가 군단을 소환했다는 이야기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게 말이 돼요?”
“전장에 있던 병사들 모두가 봤다고 합니다.”
“하, 그게 무슨…… 아니지.”
그 말을 부정하던 디에나의 눈에 서서히 납득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시온은 환영 군세를 토벌할 때도 그 리나라는 이름의 여인과 둘이서만 출정했으니까.
그때는 잿빛 사자단의 도움을 받았다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 말을 듣고 떠올려보니 그때도 이미 시온은 그 여인을 이용해 환영 군세를 토벌했던 것 같았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였을 줄이야.”
그 정도면 ‘일곱 하늘’에 필적한다고 하더라도 무방했다.
대체 시온은 어디에서 그런 전력을 구한 것일까.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
점점 황위에서 멀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빠르게 떨쳐 내며 디에나는 현재의 황위 경쟁 구도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정통성 방면에서는 시온이 가장 유리해.’
선황제 우르디오스로부터 정식 후계자로 지명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그저 얼마 되지 않는 황제파 귀족의 힘을 조금 더 실어줄 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제국의 특이한 점이기도 했다.
세계의 지배자나 다름없는 아그네스 황제의 명은 그 무엇보다 지고하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한다.
‘하지만 후계에 관해서는 아니지.’
정확히는 후계 경쟁에 관한 황제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하는 게 옳았다.
‘정통성보다는 힘.’
아그네스 제국을 건국한 영겁제 오르렐리온 이후로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왔으며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는 풍조였다.
그렇기에 역대 모든 황제는 전부 자신의 힘과 세력으로 다른 형제자매를 모조리 박살 내거나 굴복시킨 후 황위에 올랐다.
그중에는 선황제에게 정식 후계자로 지정된 자도, 지정되지 않은 자도 존재했지만, 그 과정에는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해야 세계 전체를 지배하는 제국을 다스릴 자격이 있다고 여겼으며 군신들에게도 진정한 황제로서 인정을 받을 수가 있었다.
‘황성 안에서의 암투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그렇기에 정통성을 따지는 건 아그네스의 직계 혈족이라면 그리 큰 의미가 없었고 고대 국가에 있었던 장자 계승의 원칙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선황제 우르디오스가 시온을 후계자로 지명할 때 다른 황족들이 반발하면서도 받아들였던 이유.
‘애초에 아버지조차 정식 후계자가 아니었음에도 다른 형제자매를 전부 죽이고 황제에 올랐으니…….’
황태자란 단어를 굳이 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어차피 의미가 없었으니까.
‘세력 쪽에서는 아직까진 다른 황족들이 우위에 있긴 하지만…….’
그것도 언제 따라잡힐지 알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이번 재앙 토벌로 인해 시온에게 주어진 황위 경쟁에서의 우위 때문에 그 격차는 더욱 빠르게 좁혀질 터.
‘그 우위가 앞으로 열리게 될 ‘세계 회의’에서의 주도권이었지.’
아그네스 세계 회의.
제국에서 열리는 가장 커다란 규모의 회의로써 외경이라 불리는 거인대군락, 요정림, 수인해의 대표까지 참석하는 회의였다.
외경의 대표들은 보통 세계 회의를 주도하는 황족을 차기 황제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주도하는 황족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곧 세력 형성에 있어 엄청난 우위로써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만약 시온이 영겁제의 후예인 것까지 드러난다면…….”
그 뒤로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디에나가 옆에 있는 이그라시아의 1번대 대장 로이드를 불렀다.
“로이드.”
“예.”
“조만간 요정림을 방문할 거예요. 그렇게 알아두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디에나.
그런 그녀의 눈에 어느새 하루 앞으로 다가온 건국제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 * *
아그네스 건국제.
말 그대로 아그네스 제국이 건국된 것을 기리는 축제로써 제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커다란 축제였다.
밤낮을 이어 나흘간 지속되었고 그 규모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제국 전역에서 모여들 정도였다.
그러한 건국제가 열린 것은 정확히 모든 황족이 토벌을 끝내고 황성으로 복귀한 지 이틀 후의 일이었다.
원래부터 건국일에 맞춰 열리는 행사였기에 미룰 수 없었고, 때문에 대규모 재앙 토벌의 뒷정리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축제가 열리게 된 것.
모든 황족이 승전보를 울리고 돌아왔기 때문일까?
이번 건국제는 작년보다 더욱 성대하게 열렸다.
빰빠라밤!
수도 곳곳에서 퍼레이드가 거리를 가로질렀고 춤과 노래,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은 셀 수조차 없었다.
거기에 더해 밤인데도 불구하고 거리를 밝히며 빼곡하게 널려 있는 노점상들은 축제의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엄마, 저기! 저기 한번 가볼래요!”
“그래, 가는 건 좋은데 길 잃어버리니까 손은 잡고 가야 해.”
그러한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
그리고 그중에는,
“바로 저곳입니다, 전하.”
시온 일행 또한 있었다.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을 바꾼 시온과 변장한 채 그 뒤를 따르는 수하들.
괴수 군단을 토벌하고 돌아온 후 다음 계획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고 시온은 그 여유를 틈타 잠깐 황성 밖으로 나온 상태였다.
물론 시끄럽고 복잡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온이 굳이 이곳까지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희 ‘그림자’가 알아낸 바로는 저곳이 여기 있는 가게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입니다.”
바로 커피 때문이었다.
시온은 이번 건국제 때 전문적으로 커피를 파는 노점상만 모여 있는 ‘커피 거리’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보기 위해 직접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커피에 대한 시온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아니에요, 전하. 저희 ‘달의 눈’에서 분석해 봤는데 저곳보다 맞은편 두 블럭 위에 있는 곳이 제일 산미가 뛰어나고 향의 밀도가 높아요. 저곳으로 가시죠.”
티에리의 말에 옆에 있던 아일린이 기다렸다는 듯 그 말을 부정하며 다른 가게를 가리켰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전하께서는 향이 너무 짙은 것보단 은은한 것을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말한 가게는 향이 짙다 못해 콧구멍을 마비시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향도 향 나름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쪽이 선택한 가게는 우리 쪽보다 더 질이 좋지 않은 원두를 쓰더군요. 전하께서 그런 걸 드시길 바라나요?”
“원두의 질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언가 깊이 있어 보이지만, 전혀 쓸데없는 대화였다.
“…….”
시온은 그런 둘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굳이 보필한다고 와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똑같은 정보 조직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경쟁의식이라도 생긴 것일까?
“어어, 손님! 그거 탄산이라 흔들면 안 됩니다!”
“탄산? 그게 뭐…….”
푸화학!
다른 한쪽에서는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갈색으로 물들인 리우시나가 노점에서 산 탄산음료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분수 쇼를 펼치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봉인되기 전에는 탄산이라는 게 없었던 것 같았다.
“설탕은 넣지 말고 차갑게.”
그런 리우시나와 일행이 아닌 척하며 시온이 커피를 주문할 때였다.
“자네 그거 들었나? 마지막 남은 재앙인 ‘뿌리를 갉아 먹는 뱀’이 토벌되었다는 소문.”
옆 노점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가 시온의 귓가로 들려왔다.
“뭐? 그게 정말인가?”
“그래. 나도 좀 전에 들은 소식이라네. 물론 확실하진 않지만.”
“설마 그사이에 제국에서 군대를 보내기라도 한 건가?”
“아니, 군대가 아니라 소수 인원이었다고 하더군. 두 명인가?”
“하하하! 뭐? 두 명? 자네 어디서 헛소리를 듣고 왔군.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고.”
“아니, 정말이라니까. 진짜 그렇게 들었…….”
점점 멀어지며 끊기는 목소리.
때문에 끝까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미 얻어낼 정보는 전부 얻어낸 시온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맺혔다.
‘성공했나 보네.’
십중팔구 용사 일행이리라.
이제 이번 일로 인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테고 그렇게 되면 본격적인 용사의 행보 또한 시작될 터.
전부 시온 자신이 의도한 바였기에 나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동료들도 늘어나게 되겠지.’
시온의 입장에서도 용사 일행의 성장은 기꺼운 일이었다.
이용하기에 따라 시온 자신의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었고 메인 스토리를 더욱 유리하게 진행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가 나중에 마왕을 잡을 때도 필요했다.
애초에 용사란 존재 자체가 마왕 살해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마왕이라…….’
시온은 어느새 나온 아이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마왕에 관한 것들을 떠올렸다.
마왕.
사실 연대기를 끝까지 읽은 시온으로서도 마왕이 어떤 존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연대기 안에서 마왕이 직접적으로 등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마역의 가장 깊은 곳에 웅크린 채 세상 모든 마물의 경외와 경배를 받는 초월적인 존재.
‘연대기에서 용사 일행은 마왕에게 도달조차 하지 못했었지.’
그 당시 용사 일행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그래봤자 지원 세력 하나 없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한계가 명확했고 마왕은커녕 직속인 4대공들조차 전부 뚫어내지 못했다.
‘제국과 빛의 교단이 정상적으로 지원을 해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나마 용사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벨린 아그네스가 사망한 이후 제국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갔고 그 와중에 빛의 교단 또한 위태로워졌으니까.
‘그래서 마왕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단 말이야.’
분명 연대기의 최종 보스이니만큼 다른 존재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을 터.
사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것도 있었다.
시온 자신이 본래의 힘을 전부 회복했을 때 과연 마왕은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즐거움을 줄지.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빠르게 흑성하의 경지를 올려야겠지.’
반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4성까지 올렸지만, 시온은 이것마저 더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육체 때문에 더딘 게 맞기도 했었고.
원래 세계에서 시온이 도달한 흑성하의 경지는 8성이었다.
단순히 숫자로만 따지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과 앞으로 올릴 게 비슷했지만,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불어나는 힘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일단 한 달 안에 5성까지.’
그렇게 시온이 생각을 마무리 지을 때,
“거기 자네들!”
옆쪽에서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고개를 돌리자 정확히 시온 자신과 뒤따라오는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는 노파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목걸이와 귀걸이를 주렁주렁 매단 채 주름 가득한 얼굴로 히죽 웃고 있는 새하얀 머리의 노파.
간이 천막 안에 앉아 있는 노파의 앞에는 기이한 빛이 어른거리는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혹시 점 볼 생각 없나?”
곧이어 노파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시온을 향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