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3)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93화
48장 부유 도시(10)
부유 도시의 중앙에 존재하는 마법 상가 거리.
“음흠흠~”
밤늦은 시간까지 항상 마법사들로 북적이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한 소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었다.
이제 갓 십 대 초반은 되었을까.
그런 소녀의 복장은 주변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치렁치렁한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
더불어 드러난 소녀의 피부는 무척이나 하얗고 그에 반해 입술은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어 마치 인형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거리에 처음 와보기라도 하는 것일까.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소녀의 눈은 흥미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저기 꼬마야, 이곳에 혼자 온 거니?”
상가 거리의 치안을 담당하는 두 명의 마법사가 그런 소녀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이곳에는 위험한 마법 물품들도 있어서 너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해.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그에 걸음을 멈추고 마법사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 소녀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밤이 늦어서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집은 어디니? 우리가 데려다주마.”
“부모님이 안 계셔서 괜찮아요. 그러니까 진짜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과 함께 다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하는 소녀.
“뭐? 부모님이 안 계시다니 그게 무슨 말…….”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마법사 중 한 명이 뒤를 따라가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신경 쓰지 말라니까.”
소녀의 입에서 방금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콰직!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마법사의 상체가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짐승에 의해 씹어 먹히기라도 한 듯 남아 있는 마법사의 하체에는 거친 이빨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푸화하학!
그로부터 터져 나오는 막대한 선혈!
“너……!”
그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옆에 있던 다른 마법사의 눈이 더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는 순간, 콰드드득!
그의 전신 또한 씹어 삼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두 명의 마법사를 처리한 소녀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상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한 가지 기이한 것은 거리 한복판에서 그러한 살해가 벌어졌는데도 주변에 있는 다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음흠흠~ 대체 어디 있을까나?”
소녀의 입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콧노래와 중얼거림.
그리고 다음 순간,
우뚝!
그런 소녀의 걸음이 또 한 번 멈추었다.
방금처럼 누군가 멈춰 세운 것은 아니었다.
“찾았다.”
마침내 그녀가 원하던 목표를 발견했기 때문.
곧이어,
“사고 안 치고 그냥 보기만 할 거니까.”
마법 상가 거리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며 그렇게 읊조린 소녀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예전 시온이 황제였던 시절, 광룡 오베르기아와 맺었던 계약.
그 계약의 내용은 이러했다.
언제 어디서든 시온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단 한 번, 목숨을 바쳐서라도 힘을 빌려줄 것.
지금의 오베르기아는 거동조차 힘든 상황이었기에 일반적인 언령으로 맺어진 계약이라면 이행이 불가능했겠지만, 시온과 광룡이 맺은 계약은 일반적인 계약이 아니었다.
오베르기아가 자신의 수명과 권능마저 소모하며 맺은 세계급 계약.
한 번 맺은 세계급 계약은 말 그대로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져야 했고 그렇기에, 화아아아악!
지금의 시온에게 일시적이지만, 오베르기아의 권능 전부가 이전되는 형식으로 계약이 이행되고 있었다.
-……오베르기아?
시온으로부터 흘러나와 주변을 밝게 물들이는 빛의 정체가 광룡의 권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본 스티그마의 눈이 의문과 당혹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째서 도시의 가장 깊숙한 곳에 박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오베르기아의 힘이 시온 아그네스에게서 흘러나온단 말인가.
그와 함께 용의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
‘이 형태의 내가…… 싸워보지도 않고 불안을 느낀다고?’
그럴 리 없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비록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필멸의 존재 중에서는 최강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자신이었으니까.
곧이어 그런 불안감을 떨쳐내듯 들어 올려진 스티그마의 손가락이 시온의 심장을 가리킨다.
꾸드드드득!
그림자 왕의 손가락 끝으로 모여드는 절대적인 권능의 그림자.
-그대로 심장을…….
세계의 법칙에 마저 간섭하는 용언과 함께 마침내 응집된 그림자가 시온을 향해 쏘아지려는 찰나였다.
팟!
작게 명멸하는 빛과 함께,
투확!
용이 들어 올린 한쪽 팔이 그대로 사라졌다.
응집점을 잃고 흩어지는 그림자와 멍하게 변해가는 스티그마의 눈동자.
한 박자 뒤늦게 그런 영룡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온의 황금빛 눈동자가 휘어지는 순간, 쩌저저저저저적!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스티그마의 시야가 뒤틀렸다.
거꾸로 뒤집힌 채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한 속도로 튕겨 나가는 용의 신형.
그런 스티그마의 몸이 공동의 벽에 닿기도 전,
후욱!
날아가는 용의 반대 방향에서 이클락시아를 옆구리에 붙인 시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화아아아악!
그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빛을 빨아들인 채 밝게 빛나는 멸광검과 이어지는 정확한 타이밍의 참격.
쩌어어어어엉!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빛의 폭발과 함께 그 안에서 사선으로 튕겨 나온 스티그마의 신형이 공동의 바닥에 비스듬히 처박혔다.
-무슨!!!!!
그래도 왕의 칭호까지 받은 고룡 중 하나라는 것일까.
그 와중에 반응하여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만은 막아낸 스티그마가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으며 자신의 오른팔을 재생시켰다.
동시에 용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수십 가지의 용언.
오직 상대의 죽음만을 위해 만들어진 용언들이 도시 하나 정도는 날려 버릴 정도의 힘을 품은 채 시온을 향해 쏘아진다.
하지만 그런 스티그마의 ‘말’은 시온에게 닿지 못했다.
스스스슷!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시온의 검이 공간 자체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기이한 문자들을 새겨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용언이었다.
용이 아니기에 발성으로 용언을 사용할 수 없는 시온이 그 대체재로서 만들어낸 방법.
차라리 용언보다는 용문(龍文)이라고 불러야 할 신비가 펼쳐지며 다가오는 스티그마의 용언을 모조리 박살 낸다.
-!!!!!
그 장면을 바라보는 그림자 왕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지금 그가 쏘아낸 용언들은 조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격을 가진 본질적인 힘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오베르기아의 힘을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저렇게 간단히 막아낸다고?
하지만 스티그마는 그 경악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화아아악!
박살 난 채 흩날리는 용언의 파편 속에서 찬란한 빛에 휘감긴 시온이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그그그긋!
이미 최대치의 빛을 빨아들인 채 미친 듯이 진동하는 검.
마침내 영룡의 바로 앞까지 떨어져 내린 시온이 그러한 이클락시아를 내리긋는 순간,
————–!
광룡의 권능으로 인해 응집된 빛이 모조리 질량을 머금으며 그림자 둥지 전체를 백열시켰다.
온통 새하얗게 변하는 시야.
-!!!!!!
그 중심에서 상반신 절반이 사라진 스티그마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소리 없는 비명을 터뜨린다.
그걸로도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인지 바닥에 착지하며 살짝 몸을 웅크리는 시온.
그런 시온을 중심으로 둥지를 백열시키던 빛이 모조리 당겨지는가 싶더니, 투콰아아아아앙!
바로 앞에 있는 그림자 왕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그에 제대로 된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형편없이 밀려나는 스티그마.
그런 용에게 시온이 따라붙으며 연속적인 공격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스가가가가각!
‘나쁘지 않네.’
이클락시아가 휘둘러질 때마다 터져 나오며 스티그마가 지닌 그림자의 본질 자체를 지워내는 권능의 빛.
그러한 빛을 바라보며 시온은 슬쩍 웃음 지었다.
조금 전 계약을 실행한 이후로 시온은 철저하게 광룡의 권능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흑성하와 오베르기아의 힘은 그 특성상 서로가 잘 어울리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한 두 힘 중 시온이 굳이 오베르기아의 권능을 사용하기로 판단한 근거는 존재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옅어지듯 광룡의 힘은 스티그마의 그림자로부터 상성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
지금껏 두 용의 수준이 비슷했음에도 부유 도시의 서열 1위가 오베르기아였던 이유이기도 했다.
더불어,
화아아아악!
계약 이행의 일부인 듯 조금 전부터 시온의 머릿속으로 빛의 권능에 대한 사용법과 지식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더욱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그림자 왕을 밀어붙이는 시온.
-허어…….
‘빛의 감시자’의 본거지에서 천룡시를 통해 그러한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오베르기아의 입에서 기가 막힌다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온 황자가 자신의 힘을 모조리 강탈해 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광룡이 놀란 부분은 시온 황자가 빛의 권능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분명 나의 권능일진데…….
전혀 다르다.
용 대부분이 그러하듯 오베르기아는 자신의 권능을 거의 마법에 접목하여 사용했다.
그런데 시온 황자는 그 힘을 오직 검 하나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근본만 같지 거의 다른 힘이나 다름없는 수준.
-저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에게 맞춰 적용할 수가 있다니.
아무리 영겁제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사용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힘을 받자마자 저럴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로울 정도였다.
-어쩌면…… 저 사내가 세상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었던 이유는 흑성하 때문이 아닐지도…….
그런 오베르기아의 입에서 나지막한 읊조림이 흘러나올 때, -끄아아아아아!
반대로 스티그마의 입에서는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미 시온에 의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용의 몸.
그런 용의 눈은 당혹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와 같은 복잡한 감정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어째서……!’
그래, 솔직히 조금 전까지 자신이 밀렸던 것은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무리 예전에 비해 미약해졌다고는 하더라도 흑성의 힘을 사용하는 자였으니까.
하지만 본래의 힘을 전부 꺼내든 지금,
콰아아아아앙!
오히려 그 전보다 더욱 압도적으로 박살 나고 있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그림자 왕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하나의 단어.
그것은 바로 패배였다.
‘내가…… 진다고? 또다시?’
흔들리는 스티그마의 눈동자 안에서 과거 처음으로 겪었던 굴욕적인 패배의 장면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한다.
-아니!!!!
그러한 장면을 떨쳐내듯 용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발악과도 같은 외침.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그 후로 영겁제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이 보내왔던 수백 년의 세월이 그대로 헛것이 되어 버릴 터.
-나는 질 수 없다. 아니, 져서는 안 된다.
드드드드드드드!
맹세와도 같은 스티그마의 말과 함께 주변의 세계 자체가 기이하게 요동치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공동을 밝히는 빛의 존재가 옅어지며 용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그림자.
그 응집은 단순히 공동과 둥지를 넘어서 도시 전체에 적용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죽는 것은…….
그렇게 응집된 그림자가 위쪽으로 치솟으며 하늘 전체를 가득 메우고.
-너여야만 한다.
마침내 하늘 그 자체가 된 그림자가 용의 마지막 말과 함께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림자 하늘.
반신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던 그림자 왕이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바쳐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권능기.
수명까지 바쳐 만들어낸 일격이었기에 그 위력은 그동안 용을 막아섰던 한계마저 가볍게 초월하고 있었다.
그렇게 스티그마가 만들어낸 하늘이 기존의 세계에 존재하는 법칙마저 일그러뜨리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 재앙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는 공간.
“아…….”
“어떻게 저런 것이…….”
그 장면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의 눈에 깊은 절망이 어린다.
멸망의 시간이 도래한 것일까?
새카만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앞에서 사그라드는 빛과 희망.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저 하늘이 자신들을 집어삼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
드드드드드!
무너지는 공동의 바닥.
그러한 바닥 한가운데서 시온은 고요히 추락하는 그림자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마 있던 빛마저 모두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그림자에 집어 삼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시온의 모습.
그에 그 모습을 바라보는 고룡의 눈에 끝없는 우월감이 어릴 때, 스륵-천천히.
아주 천천히.
빛을 잃은 이클락시아가 떨어져 내리는 하늘을 향해 뻗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
필멸을 뛰어넘는 수준의 격?
아니, 그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한 점의 우위.
시온이 하늘을 뚫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단 한 점의 우위였다.
이것은 그러한 한 점의 우위를 가져오기 위한 시온과 광룡의 처음이자 마지막 합의(合意).
일광지로(一光之路).
마침내 용이 만들어낸 멸망이 지상에 도래하고.
그런 멸망을 향해 완벽하게 이클락시아가 뻗어지는 순간, 그림자의 왕,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는 볼 수 있었다.
——————-!
시온이 검 끝에서부터 치솟은 한 줄기의 빛.
그러한 빛이 단숨에 그림자의 하늘을 박살 내고 세상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