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2)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52화
64장 백성궁 지하(2)
제국의 수도 휴브리스 외곽 지대의 슬럼가.
중심부와 비교해 치안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았기에 하루에도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는 곳이었다.
더불어 세상의 위기보다는 자신들이 당장 먹고살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을까.
슬럼가에는 전쟁을 코앞에 둔 이 시기에도 여러 가지 범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슬럼가에서도 극빈층들이 머무르는 판자촌.
콰직!
그곳에서는 아침부터 커다란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판잣집 하나의 문을 거침없이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 있는 집기들을 있는 대로 자루에 쑤셔 박는 십여 명의 성인 남성들.
그런 그들의 가운데에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자그마한 소녀와 그 소녀를 보호하듯 껴안고 있는 십 대 후반의 소년이 있었다.
“흠…… 이걸로 빚을 갚기는 턱도 없을 것 같은데.”
남자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십 대 중반의 사내가 집 안을 둘러보며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내의 이름은 노딕.
돈이 된다면 불법적인 일들마저 서슴없이 자행하는 슬럼가의 사채업자 중에서도 무척이나 악명 높은 자였다.
“혹시 말이야.”
그렇게 한동안 이곳저곳을 살피던 노딕이 칼자국으로 뒤덮인 험악한 얼굴을 소년을 향해 돌리며 물었다.
“집 안에 숨겨둔 귀중품 같은 거 없어? 보석이라든가, 금붙이라든가. 현금이 있으면 더 좋고.”
“없어. 이미 네 녀석들이 진작에 다 가져갔으니까.”
그에 소년, 벨리드가 노딕을 노려보며 짓씹듯이 입을 열었다.
그가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배경.
그것은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였다.
어려운 형편을 벗어나고자 빚을 내어 가게를 차린 부모가 모종의 사고로 사망했고 그 즉시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 노딕이 강제 회수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율로.
“이거 좀 곤란한데…… 아!”
벨리드의 말에 잠시 턱을 쓰다듬던 노딕이 곧이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직 남아 있는 게 있긴 하네.”
그렇게 말하는 사채업자의 시선은 벨리드와 그의 여동생에게로 향해 있었다.
인신매매.
제국법상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노딕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생각을 눈치챈 것일까.
“이 미친 새끼가!”
벨리드가 재빠르게 동생을 안은 채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어느새 포위를 좁힌 건달들을 벗어날 수 없었다.
곧바로 제압당해 무릎 꿇려지는 소년과 소녀.
“크으…… 설마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그런 벨리드의 말에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은 노딕이 소년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 나름 머리가 비상하다지? 지하 경매장에 올리면 괜찮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네 동생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그 말에 소년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아, 안 돼! 제발 일리야만은!”
자존심을 전부 굽힌 채 고개를 숙이며 애원하는 벨리드의 모습은 무척이나 처절했지만, 노딕의 눈빛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런 것에 흔들릴 정도였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터.
노딕의 눈짓에 움직인 남자들이 벨리드의 여동생을 먼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으아앙! 오빠, 오빠아아아!”
“끄으으으! 이 개 같은 새끼들아아아!”
정말 개 같은 인생이었다.
이 지옥과도 같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고 또 발악했다.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달라고 신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지옥은 몸부림칠수록 더욱 깊어졌고 신은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빛조차 닿지 않는 구렁텅이.
그 안에 자신은 존재했다.
‘그래도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정말 신이란 게 있다면……!’
실핏줄이 터져 새빨갛게 변한 눈으로 끌려가는 여동생을 향해 손을 뻗은 벨리드가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덜컥!
반쯤 부서진 판잣집의 문이 강하게 열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이곳 슬럼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형한 눈빛의 기사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뭐 하는 새……!”
그에 눈치 없는 몇몇 건달들이 달려들었지만,
서걱!
검을 뽑아 든 기사 중 한 명에 의해 곧바로 목이 잘려 나갔다.
더러운 게 묻었다는 듯이 검을 털어내는 기사.
그와 함께 시작되는 얼어붙은 것 같은 정적 속에서 가장 앞에 서 있던 중년의 기사가 벨리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벨리드 프로스트? 그리고 일리야 프로스트?”
“……예?”
“지금 바로 황성으로 간다. 준비하도록.”
들어오자마자 보여주었던 살벌한 모습과는 달리 소년과 소녀를 향해 말하는 기사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걸 넘어서 공손하기까지 했다.
그때, 돈 냄새를 맡기라도 한 것일까?
“안녕하십니까. 기사님들. 저는 노딕이라고 합니다.”
상황을 파악하듯 한쪽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노딕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저들을 황성으로 데리고 가려는 겁니까?”
그에 아무 말 없이 노딕을 바라보는 기사.
“그렇다면 일단 저와 이야기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저들의 부모는 저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고 얼마 전 사망하였기에 그 빚은 이제 저들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빚을 전부 갚기 전까지는 저들의 신원을 비롯한 모든 것을 제가 관리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노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들이 너의 소유라고 말하는 건가? 제국의 노예 제도는 진작에 금지되었을 터. 그것을 어긴 걸 지금 내 앞에서 시인이라도 하는 건가? 그리고…….”
서걱!
별안간 그어지는 은빛 섬광과 함께 노딕의 오른팔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끄아아악!”
“한 번만 더 명(命)의 집행을 방해한다면 다음에는 팔이 아닌 목을 날리겠다.”
팔이 떨어져 나간 자리를 부여잡은 채 비명을 지르는 노딕과 감정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기사.
“대, 대체! 누구의 명이길래!”
그 발악과도 같은 노딕의 외침에 기사가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우리는 아그네스 기사단이다.”
그 한마디에 모든 의문이 풀리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눈동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아그네스 기사단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벨리드 프로스트.”
그렇게 가득 차오르는 경악 속에서 다시 벨리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기사가,
“시온 아그네스 황제 폐하께서 그대를 부르신다.”
선언하듯 입을 열었다.
* * *
‘영겁제의 시련?’
밝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시야를 느끼며 시온은 머릿속으로 의문을 띄웠다.
뜬금없이 귓가에 울리는 인공 정령의 목소리도 목소리였지만, 영겁제의 시련이라는 말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자신은 이런 것을 만든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영역’의 주인인 녀석이 만들었거나 아니면 내가 이 몸에 들어온 후에 과거의 내가 만들어 놓았다는 건데…….’
곧이어,
화아아악!
돌아온 시야에 비치는 광경과 다시 귓가에 울리는 인공 정령의 목소리를 통해 시온은 그중 후자가 맞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영겁제의 시련에 진입했습니다.] [현재 당신은 포위당해 있습니다. 수인과 요정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으십시오.]간단하기 그지없는 메시지.
‘설마 내가 ‘영역’을 방문할 줄 알고서 미리 만들어 놓은 건가?’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감싼 채 원을 그리며 서 있는 수백의 수하들과 저 멀리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수인과 요정의 군세.
시온은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자신이 오르렐리온이었을 시절, 세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대륙을 누비던 도중 맞닥뜨렸던 위기 중 하나.
‘거인 대군락의 정벌이 거의 끝났을 때쯤이었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속도로 진군해오는 적의 군세에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요정림과 수인해는 연합군을 창설한 뒤 모든 전력을 동원해 소수의 병력과 함께 이동하던 시온 자신을 노렸고 그게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원래라면 걸리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이상했지. 마치 세계 자체가 방해라도 하는 것처럼.’
한 존재가 세계 전체를 집어삼킨다는 것은 원래라면 존재할 수 없으며 존재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순리에 어긋나는 역천(逆天).
그렇기에 세계는 시온 자신에게 패배의 운명을 부여했고 이 전투는 그 운명이 가장 강하게 발휘되던 전투 중 하나였다.
이 운명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이 가진 흑성하뿐.
그렇기에 이것은 일종의 증명시험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자신임을 증명하는 시험.
그때,
“폐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점점 포위망을 좁히며 가까워지고 있던 수인해와 요정림의 군세를 바라보던 사내 한 명이 다급한 얼굴로 시온을 향해 외쳤다.
‘오랜만이군.’
시온은 루카스 아스칼론과 닮은 외모를 지닌 그 사내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검성(劍聖) 이안 아스칼론.
과거 시온 자신을 보좌했던 오왕 중 한 명이자 오대가문 중 하나인 아스칼론을 세운 녀석이었다.
실제가 아닌 재현된 세계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반가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저희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길을 뚫을 테니 그곳으로 빠져나가시지요!”
화아악!
아직 실력이 무르익지 못한 이십 대 후반의 젊은 나이었음에도 그렇게 외치는 이안 아스칼론의 검에서는 세상조차 갈라버릴 듯한 빛의 강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오버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네요.”
그런 이안의 반대편에서 마법사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이번에는 이안의 말대로 하는 게 어떠신가요?”
오왕 중 하나이자 훗날 오즈리마 가문의 선조가 되는 리즈웰 오즈리마였다.
이안이 불이라면 리즈웰은 물이었다.
그 성격답게 무척이나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런 그녀조차 눈 속에 어린 불안은 전부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런 이들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소리와 함께 대지 전체가 요동쳤다.
그와 함께 요정군 진영 쪽에 존재하던 대지가 위쪽으로 솟구치더니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대지의 정령왕, 디오트네.
그가 땅의 모습을 빌려 세상에 현신한 것이었다.
그 오 오 오 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겠다는 듯 정령왕이 깃든 대지의 거인이 시온 쪽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드드드드드드드!
더불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흔들리는 대지.
“폐, 폐하!”
그 모습을 본 이안 아스칼론이 시간이 없다는 듯 더욱 다급한 목소리로 시온을 불렀다.
그로서도 디오트네를 상대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했으니까.
“폐하, 일단 반대쪽으로 저희가 길을 만들…….”
그에 리즈웰 또한 그렇게 말하며 두 손에 술식을 담아내는 순간이었다.
“아니.”
시온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시온.
그 걸음이 향하는 곳은 바로 다가오고 있는 정령왕 쪽이었다.
“오르렐리온 폐하!”
뒤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이안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온은 한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잡았다.
스륵-
기다렸다는 듯 손안으로 잡혀 드는 이클락시아.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버티면서 지원군을 기다리거나 포위망의 한쪽을 뚫고 도주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력의 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할뿐더러 이 시기의 시온 자신은 흑성하가 아직 7성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정령왕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자신의 답도, 그리고 과거 오르렐리온의 답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백 번, 아니 천 번의 위기를 마주해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단 하나의 답이자 지금까지 시온이 항상 자신을 증명해 왔던 방식.
천천히.
하늘이 찢어질 듯한 괴성과 함께 주먹을 내려찍는 디오트네를 향해 시온의 검이 천천히 그어진다.
그 일검(一劍)은 무척이나 기이했다.
분명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위에서 아래로 그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아래에서 위로 그어지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어지는 것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공간, 그리고 감각의 부정과 함께 급속도로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도 꾸준히 같은 속도로 나아가는 검.
마침내 운석처럼 대기를 태워내며 떨어지던 정령왕의 주먹이 시온의 머리 위 한 치 앞에서 완전히 정지하고.
그와 함께 시온의 검 끝이 완벽하게 종착점에 도달하는 순간, 투화하하하하하하학!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과 함께 터져 나온 어마어마한 마찰 불꽃이 전장을 감싼 대기 전체를 뒤덮었다.
그로 인해 새하얗게 변해 버린 시야 속에서,
쩌저저저저저저적!
정확히 두 쪽으로 갈라진 채 무너져 내리는 대지의 정령왕.
그 신화와도 같은 광경 안에서,
“지금부터 적의 중심까지 파고들어 머리를 박살 낸다.”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안과 리즈웰을 향해 시온이 나지막이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