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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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화. 쉐도우 태권도
일수 태권도와 함께한 콘텐츠.
짧지 않은 수업이었다 보니 하나의 영상으로 올리기는 어려웠다.
‘뭐, 괜찮겠지.’
워낙 즐거웠으니 두 개로 나눈다고 해서 문제는 없을 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영상 업로드로 인해 일수 태권도 채널도 어느 정도의 낙수효과를 받지 않을까 하고.
잘 되길 바라는 채널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도 두 개로 나눠 올리는 게 효과가 더 클 듯했다.
달칵.
바로 편집에 들어갔다.
타 채널과 함께 진행한 콘텐츠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편집에 임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 흣.”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새삼 느끼는 사실이지만 이번 콘텐츠는 아이들의 도복 비주얼만으로도 사기였다.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타닥. 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편집하다 보니 어느새 영상 하나의 편집을 마쳤다.
길이도 딱 적당하다.
남은 분량도 2부를 편집하기에 충분할 거 같고.
“후..”
보통 하나의 영상 편집을 마치고 나면 업로드 전에 검증의 시간을 거친다.
논스톱으로 쭉 돌려보는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다 보면 보완해야 할 점이나 개선점이 보이기도 하니까.
‘바로 보는 건 좋지 않지만.’
지금은 소위 말해서 편집뽕에 취해 있는 상태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돌려봐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검토할 수 있다.
연두부의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숨은 한 번 돌리는 게 좋았다.
끼익.
방에서 나온 나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거실에 있는 전신거울이 눈에 밟힌다.
왜일까.
거울 앞에 서니 몸이 간질거리는 기분이다.
“.. 핫.”
작게 기합을 내뱉으며 발차기를 내질렀다.
하단차기.
나쁘지 않은 동작이었다.
이어서 기본자세를 취한 나는 그대로 발을 들어올렸다.
슈욱-
겨냥하는 건 괴한의 얼굴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이 녀석은 연두를 괴롭히려는 녀석이다…’
열이 확 올라왔다.
일수 태권도 수강생으로서 지금은 폭력을 써도 되는 타이밍이었다.
슈슉. 슉.
정권지르기와 앞차기, 비틀어차기, 나래차기, 후려차기, 역회전 돌개차기가 괴한의 전신을 강타했다.
전부 배운 기술이냐고?
물론 아니다.
일수태권도 채널의 썸네일에서 본 적이 있는 기술들이었다.
‘아무렴 어때.’
괴한은 쓰러졌다. 연두를 지켜낸 거다.
가끔 나는 에너지 발산이 필요할 때마다 이런 또라이가 되곤 했다.
허나 문제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거짓말처럼 내 모습을 목격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다.
“.. 아빠아?”
눈을 비비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연두.
다른 의미로 얼굴이 화끈거리며 열이 올라왔다.
어디부터 본 걸까.
“하하, 연두야. 이건 말이지.”
필사적으로 변명한 끝에 연두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
“응, 연두야.”
“내일은 연두랑 같이 해여, 태권도.. 지금은 너무 졸려서……”
다시 잠에 든 연두.
“하아…”
연두한테 이런 추태를 보일 줄이야.
그래도 쉐도우복싱, 아니 쉐도우태권도 덕택에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차긴 했다.
그 상태로 나는 영상을 쭉 돌려봤다.
문제는 없었다.
달칵.
업로드한 뒤에 조용히 잠을 청했다.
아무래도 오늘 꿈에는 괴한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비해 전갈차기와 외발 돌개차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딱 기다려라, 괴한.
***
[연두의 태권도 원데이 클래스!(feat. 일수 태권도)]영상이 올라갔다.
연두와 태권도. 아무도 생각 못한 조합이라 그런지 조회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중요한 건 댓글 반응이었다.
-미쳤다 미쳤어…
-썸네일에 도복 입은 뒷모습만 보고 설레서 재생버튼 못 누르는 중이다…
-연두랑 태권도라니…
-심지어 뽀짝이들도 함께야 ㅠㅠ 단비음악대 완전체… ♥
-조합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근데 일수태권도가 뭐지?
역시나 제목과 썸네일만으로 기대감을 드러내는 댓글이 많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응들.
-연시레유 도복 실화냐??
┖저게 정녕 내가 잼민이시절에 입었던 태권도복이 맞는 건가.
┖진짜 졸귀탱이다…
┖도복 입고 등장하는 순간에 내 정신은 가출했음. 이게 말이 되는 귀여움이냐.
┖연두 정권지르기 왤케 앙증맞아 ㅋㅋㅋ
┖엉덩방아 찧는 거 너무 귀엽네 ㅋㅋ 그 와중에 또 씩씩하게 일어나는 거 봐.
┖연두 정권지르기 맞아보고 싶다.
┖ㅁㅊ놈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 태권도집안 뭐임?
┖관장님 얼굴 보고 한 번 놀라고 아들 얼굴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대존잘이다, 진짜…
┖삼수 나만 귀엽냐 ㅋㅋㅋㅋㅋ
┖발차기 미쳤네. 진지하게 삼수한테 싸움으로 질 자신 있다.
┖나도.
┖그 와중에 초록님한테 엄격한 거 현웃터졌다 ㅋㅋㅋ
┖연두튜브 보면서 처음으로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유연성 트레이닝…..
┖ㄹㅇ ㅋㅋ
┖보면서 내가 아파서 소리지름…
다행히 내 아픔에 공감해주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영상 반응과 더불어 자연스레 연두부들의 관심은 함께 콘텐츠를 진행한 채널을 향했다.
바로 일수태권도였다.
-일수태권도 처음 들어보는 채널인데.
┖사실상 초록님이랑 친분 없이 콘텐츠 같이한 첫 채널 아님?
┖ㅇㅇ 초록님이 일방적인 팬이었다던데.
┖미쳤네.
┖근데 왜 안 떴는지 이해 안 가긴 함. 관장님은 국대 출신에 존잘러인데.
┖아들을 공개했어야 함 ㅋㅋㅋ
┖ㅇㅈ 이수는 멋지고 삼수는 캐릭터성이 미쳤음 ㅋㅋ
┖와, 떡상 미쳤네 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영상 반응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떡상의 현장을 안 보러 갈 수가 없었다.
바로 구독란에 들어갔다.
[일수 태권도]화면에 떠오르는 채널, 자연스레 시선은 구독자 수를 향했다.
이윽고 벌어지는 입.
“하, 하하..”
내 기억상 마지막으로 확인한 구독자 수는 3000명가량이었다.
그래서였다.
눈앞의 수치가 쉽사리 믿기지 않는 건.
구독자 : 23. 7만
믿기지 않는 수치.
심지어 업로드 이후 단 하루만의 변화였다.
그리고 머릿속에 이순신 장군님의 명언이 떠올랐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그 말처럼 내게도 남아있는 게 있었다.
관장님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태권도 시리즈 2부가.
***
정작 당사자인 성일수가 소식을 접한 건 조금 늦은 시점이었다.
“하하, 조심히 가렴!”
“안녕히 계세요!”
“그래, 영수도 조심히 들어가고!”
수업을 마친 뒤.
채널에 들어간 성일수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응?”
늘 보던 숫자가 아니었다.
25만.
한참이나 그 숫자를 들여다보던 성일수의 눈이 부풀었다.
“이십오만이라고?”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눈을 찡그리고 봐도 이십오만이었다.
이럴 수가.
아무리 잘 때 빼고 미소를 짓고 있는 그라도 지금만큼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내려가는 시선.
[뒤돌려차기 수업]심지어 가장 최근에 올린 영상은 조회수가 오십만을 넘어가고 있다.
댓글 수는 무려 만개가 넘었다.
-연두부 일동 인사드립니다.
-형님 뒤돌려차기 보고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빛돌려차기로 이름 바꿔주세요.
-아버니임. 저 열여덜짤인데 이수 좀 주떼요. 이수랑 결혼하고 시포요..
-삼수 너무 귀여워요…
-일수오빠 예전에 엄청 따라다녔는데.. 행복한 모습 보니까 좋다…
다소 매운 댓글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성일수에게는 신세계였다.
댓글이 열 개만 넘게 달려도 이번 영상이 대박났다며 좋아하는 그였으니까.
곧바로 키보드를 쥐었다.
-연두부 일동 인사드립니다.
┖저 성일수도 고개숙여 인사드립니다. 충성!
-형님 뒤돌려차기 보고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지만 시력을 되찾으셔서 다행입니다. 흐릿한 시야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빛돌려차기로 이름 바꿔주세요.
┖빛돌려차기, 좋은 이름입니다. 하지만 태권도 정식 기술명은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서요…
-아버니임. 저 열여덜짤인데 이수 좀 주떼요. 이수랑 결혼하고 시포요..
┖허허, 귀여운 며느리가 생기겠군요. 하지만 대한민국 제도상 미성년자끼리 결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수 너무 귀여워요…
┖하하. 이건 비밀이지만 저도 이수보다 삼수가 더 귀엽습니다.
그런 와중에 성일수를 흠칫하게 만드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일수오빠 예전에 엄청 따라다녔는데.. 행복한 모습 보니까 좋다…
윤경아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소싯적에 성일수를 따라다니던 소녀팬들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셀 수 없을 정도니까.
그리고 성일수가 흠칫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그렇게 성격이 개차반일 수가 없었다.
소녀팬을 대할 때도 그랬다.
따라다니며 귀찮게 군다는 이유로 세상 매몰차게 대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게 매력이라며 더 달라붙긴 했지만.
머리를 헝클이며 자책하던 성일수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그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지내고 있지? 한때나마 못난 내 모습을 좋아해줘서 고맙고, 나만큼 너도 행복했으면……
미안함을 담아 답글을 작성하고 있던 차였다.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 하고 있어?”
다름 아닌 윤경아였다.
화면을 쭉 훑어보며 그녀는 입을 뗐다.
“이게 다 뭐야? 설마 당신, 이 댓글 전부 다 답글 달아주려고?”
남편보다 먼저 늘어난 구독자수를 확인한 그녀였다.
성일수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응. 내 채널에 댓글까지 달아준 고마운 분들이니까.”
“내가 미쳐.. 당신 이거 다 달려면 하루종일 달고 있어야 돼. 그리고 당신 타자도 느리잖아. 엄청 장문으로 쓰고.”
“하하, 그래서 조금 짧게 쓰는 중이야.”
“으휴…”
바로 그때였다.
싸늘한 공기가 성일수를 에워싼 건.
“근데 이건 뭐야? 일수오빠 예전에 엄청 따라다녔는데.. 행복한 모습 보니까 좋다…?”
“…”
불길한 예감.
마우스에 손을 가져다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손목을 잡혔으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잘 지내고 있지? 한때나마 못난 내 모습을 좋아해줘서 고맙고?? 너도 행복했으면???”
점차적으로 올라가는 어조.
“아주 로맨티스트 납셨네! 첫사랑이라도 만났나 봐?”
“여보, 그런 게 아니라……”
“아련해서 눈물이 다 나려 그러네. 왜, 아주 팬서비스로 뽀뽀까지 해 주지 그래?”
그렇다.
둘의 러브스토리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성일수의 앞에는 크나큰 시련이 남아있었으니까.
***
다음날 오후.
놀이터에 간 삼수는 친구들을 마주쳤다.
“어, 성삼수다!”
삼수는 자연스레 움츠러들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마주친 아이들은 삼수를 짓궂게 놀리는 멤버였으니까.
최진호, 박동수, 김시철, 그리고 오경민.
“푸하핫!”
“사람 이름이 어떻게 성삼수임? 개웃겨.”
“삼수야~ 삼수야~ 대머리 깎아라~”
오늘도 어김없이 놀리는 아이들. 삼수가 괜히 울었던 게 아니다.
장난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정도가 꽤나 심했다.
또 울음보가 터지려는 순간이었다.
‘.. 삼수야.’
태권도를 배우러 온 아저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친구들이 많이 놀린다고 했지?’
‘네!’
‘아저씨가 친구들이 못 놀리게 하는 법 알려줄까?’
‘정말요?’
‘응. 다음에 친구들이 또 놀리면 말이야……’
밑져야 본전이었다.
울면서 도장으로 달려가는 대신에 삼수는 성큼성큼 친구들을 향해 걸어갔다.
평소와 다른 반응에 주춤하는 아이들.
“뭐, 뭐야!”
친구들 앞에 선 삼수는 말했다.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재밌는 거?”
“응. 그러니까 핸드폰 잠깐만 빌려줘.”
유독 삼수를 짓궂게 놀리는 경민이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유투브에 들어간 삼수.
아저씨가 알려준 키워드를 그대로 검색했다.
[삼수 발차기 모음]보는 그대로였다.
이건 주원이 삼수를 위해 특별제작해서 쇼트로 업로드한 영상이었다.
길이는 1분도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시선이 작은 화면을 향하고 영상이 재생됐다.
[아빠.]흘러나오는 삼수의 목소리.
그리고 삼수가 날아오른다.
실제로 봐도 비현실적인 동작이지만, 주원의 편집으로 그 임팩트는 배가 됐다.
떡 벌어지는 아이들의 입.
특히나 경민이의 입이 가장 크게 벌어졌다.
슈슉- 슉-
회축과 돌개차기.
그 뒤에도 연달아 삼수의 발차기가 나오며 영상이 끝이 난다.
떠오르는 검은 화면.
그러나 아직 주원의 지시는 끝난 게 아니었다.
‘영상이 끝나고 나면…… 가장 많이 놀리는 친구를 보면서 웃는 거야. 이빨이 보이게.’
지시대로 삼수는 고개를 돌려 경민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이빨이 다 드러나도록.
“.. 히익!”
놀라서 뒤로 자빠지는 경민이.
“미, 미안해!”
“.. 응?”
핸드폰을 들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경민이와 친구들.
참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