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7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78화
판단도 책임도 여러분의 몫입니다
대한민국 헌터 협회장실.
협회장, 최태승의 표정이 어두웠다.
최근 많은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러시아 던전에 자국 랭커 다섯을 보낸 것까지는 괜찮다.
[희망의 끈을 붙잡은 실종자 가족들, “하이 랭커의 지원이라면, 그래도 위로가 되죠.”] [랭킹 78위 스켈레톤 킹, 과연 첫 출정의 결과는?] [추가 소식! 랭킹 101위 쇠주먹도 지원해!] [마피아 들끓는 러시아 두고 일부 우려 목소리 나와.]그 소식을 통해.
한껏 끓어오르던 여론이 그나마 잠잠해졌기 때문.
“봉재영 랭커 때문에 그러십니까?”
심각한 협회장 맞은편의 비서가 넌지시 물어온 것은 그때였다.
“맞네.”
최태승은 순순히 인정했다.
“솔직히 많이 걱정되는군.”
쇠주먹은 분명 실력이 좋지만.
마치 물처럼 섞이지 않고 혼자 톡톡 튀는 기름과도 같다.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큰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불화의 상징?
“어쩔 수 없었잖습니까. 랭커가 그렇게 강력히 원하는데, 협회가 무슨 수로 막겠어요.”
“후, 아무리 랭커라 해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던전이지 않은가.”
세상이 변한 지 10여 년뿐이 흐르지 않았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개척 던전과 측정 불가 등급의 던전이 무수한 상황.
“인류가 던전을 다 파악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며, 모순이지. 그래서 나는 그냥 걱정될 뿐이라네.”
“혹여 두 랭커가 싸울까 봐요? 그로 인해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거나, 사고가 날까 봐?”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예, 사실 높은 확률로 그럴 수 있겠죠.”
비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봉재영의 성격 탓에.
그와 불화를 일으킨 랭커가 이미 한둘이 아니었다.
“랭커의 힘은 일반인이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이야. 단순한 감정싸움으로만 도시 하나가 날아갈 수도 있단 말일세.”
“최근엔 광전사가 빌딩을 무너뜨려 버렸죠.”
“후,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군.”
랭커를 관리하는 것도.
그걸 뒤처리하는 것도 협회의 역할.
최태승은 야근하던 그 당시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휴.”
비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저는 왜 협회가 자꾸 봉재영을 케어하려는지 모르겠어요.”
“…….”
“아무리 랭킹 101위라지만, 사실 협회 직원으로선 그냥 사고뭉치잖아요……. 차라리 다른 나라로 귀화나…….”
“말조심하게.”
최태승이 비서의 말을 뚝 잘랐다.
“죄송합니다.”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나. 우리는 공무원이야.”
「대한민국 헌터 협회」는 헌터 관리부 산하에 만들어진 기관이다.
세계 헌터 협회와 연계되어 있기에, 이름을 협회라 지은 것뿐.
“쇠주먹은 국가의 소중한 전력이고. 국가의 밥을 먹는 우리는 국가 전력을 성심성의껏 관리해야겠지…….”
협회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내려다보았다.
어둑한 저녁 속.
수많은 차들이 다니는 도심 한가운데.
빠아앙! 빠앙!
혼란스러운 거리가 왠지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최태승이었다.
* * *
부스슥! 부슥!
“여기도 있습니다!”
“여기도요!”
던전 속 생존자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젠장, 그 빌어먹을 안개 때문에 죽다 살았네!”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무슨 던전이 이리 크고 복잡해요?”
“후아, 이게 얼마 만에 만나보는 사람들이야. 우리 산 건가?”
“이 정도 모였고, 앞으로도 계속 모이고 있는 거면 진짜 살 수 있겠는데?”
공터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각종 등급의 헌터들, 짐꾼들.
저들은 최소 한 달 이상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던 자들이었다.
정확히는 안개가 아니라 독고의 방귀지만.
“어어? 저건 또 뭡니까? 웬 철창에 사람들이…….”
누군가가 기겁하며 철창들을 가리켰다.
러시아 여성이 도주하면서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철창 속 크륵거리던 사람들은 이미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몸에 느껴지는 기운이 하나 없는 걸 보면…….
‘죽음.’
이미 죽은 게 분명했다.
“그 개 같은 러시아 마피아 놈들의 짓이 분명해요!”
“맞소! 내 동료들도 다 잡혀갔었소! 도주 관련 스킬이 없었으면 나 또한 저런 꼴이 났을 테지!”
“어유, 저 불쌍한 애들을 어쩌나.”
“나쁜 놈들! 찢어 죽일 놈들!”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분노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던전의 효과든, 타인의 악의든.
그로 인해 수많은 시간을 의미 없이 할애했어야 했던 자들이니까.
또한 동료를 잃은 자들이니까.
“녀석아.”
“예, 어르신.”
“저들 말대로다. 원격으로 독고를 터뜨린 게야. 뇌를 잠식하고 있는 독고가 삶을 포기하는 순간, 그 숙주인 인간도 함께 삶을 잃는 게지.”
“실로 끔찍한 방법이네요.”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저렇게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건지.”
피가 들끓었다.
비록 나와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참혹한 광경을 보고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고담.’
이게 다 그놈들이 벌인 짓이라는 거지?
“열 받을 거다. 분노할 거다. 하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왜요?”
“만약 내가 말했던 당휘평이란 자와 동일한 수법을 쓰고 있는 거라면,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좋지 않은 꼴을 당할 수 있거든. 예전에 내가 그랬었지.”
“어르신이요?”
내가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에게 당하는 노인이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뭐, 그때는 나 역시 만술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어쨌든. 당휘평은 독고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진법에도 능통하다.”
“진법이라면……?”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특수한 효과를 일으키는 거지. 저기 독고의 방귀로 펼쳐놓은 것 또한 그가 사용하는 진법 중 하나이니라.”
“…….”
근데.
제일 궁금한 거 하나.
그 당휘평이란 놈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놈은 어르신 세계관에서 이미 뒈진 놈 아니던가.
‘설마.’
나와 어르신의 관계와 비슷한 건가?
문득 「고담」의 하이 랭커가 떠올랐다.
세계 랭킹 69위, 충왕(蟲王) 안드레이.
만약, 그의 주변에도 유령처럼 그 당휘평이라는 자가 머무는 거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사실이 그렇다.
세상 그토록 많은 헌터가 있는데, 나 혼자만 조력자가 있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아닐까?
물론, 아직까진 추측일 뿐이다.
“어쨌든, 그럼 어째야 하나요?”
“딱, 일주일만 기다리거라.”
“……기다리라고요?”
“끌끌, 두고 보면 아느니라. 그놈이 펼친 진법을 아주 간단하게 풀어낼 방법이 있거든.”
“……?”
“아, 게다가 네놈에게도 좋은 소식일 게다.”
“좋은 소식이요?”
“일단 고지로 올라가 사방을 보거라.”
“옙.”
스슷!
노인의 말에 따라 발을 내디뎌, 가장 높게 솟아 있는 나무 꼭대기로 올라섰다.
“보이느냐? 당휘평, 그놈이 만든 진법에 네 독무가 갇혀 있는 거.”
“그게 뭐가 좋은 거예요?”
“이놈이! 다시 잘 보거라. 네 독무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지 않더냐.”
“…….”
어?
진짜, 그러네?
예전보다 커지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뭔가.’
도가 넘게 커지고 있다.
이 큼지막한 세상을 도넛 모양으로 가득 채울 정도로?
느껴지는 기운 역시.
더욱 큼지막했고, 더욱 진득했다.
“진법에 묶여서 뭉치고 있는 게지. 그 때문에 당휘평이 다루는 수많은 독고 가스를 전부 다 흡수하고 있는 게다. 저대로 한 일주일만 내버려 두면 된다. 본래 융합에는 시간이 좀 필요한 법이니.”
“오호, 그다음 가서 다시 흡수하면 되겠군요?”
“끌끌, 네놈이라면 그리 말할 줄 알았다.”
크.
독무의 성장이라니.
그렇다면.
노인이 말한 기발한 방법이 저 독무에 있는 걸까?
‘뭐든.’
노인 말 들어서 손해 본 것 없으니, 일단 들어보자.
* * *
생존자들은 다양했다.
실종자라고 뉴스에서 떠돌았던 한국인도 몇몇 보였고.
심지어 랭커들도 다섯 정도 보였다.
‘어쩐지.’
매스컴에 등장하지 않더니, 이런 곳에 박혀 있었던 거구나.
“우린 이제 어째야 합니까?”
“사방을 보니 나갈 곳은 막힌 거 같아요! 독 안개가 퍼져 있는 게, 가까이 가기만 해도 녹아버릴 것 같던데요?”
대충 100여 명 정도 모인 생존자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당신!”
그때,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예?”
“다른 랭커들이 당신 주변에만 있는 걸 보니, 당신이 구조대 중 리더 같은데. 한마디만 해주십쇼!”
한마디라.
못 해줄 것 없지.
저벅.
고개를 끄덕인 내가 저들 앞으로 나섰다.
“…….”
그것만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나는 쏠리는 시선을 느끼며 담담히 말했다.
“여러분들은 모두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대기합니다. 그 후에, 제가 독 안개로 막혀 있는 출구를 뚫어드리면, 그때 하나둘 던전을 빠져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정확히는 한 마디가 아닌 두 마디였지만.
내가 말하는 바는 단순했다.
기다려라.
그다음 출구가 생기면 튀어라.
그게 내가 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호의이자 오지랖이었다.
하지만.
“저 독을, 당신이 처리할 수 있다고요?”
“그걸 어떻게 믿죠?”
사람이 많다 보니, 당연히 불신하는 자들이 나온다.
그때, 가만히 있던 권소예가 나섰다.
“이분은 이번에 랭커로 편입된 78위의 랭커, 스켈레톤 킹이십니다! 그만한 실력은 충분히 갖추셨을 거예요!”
“……78위? 스켈레톤 킹?”
“하, 하이 랭커?”
“하이 랭커 중에 저런 자가 있었나?”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명인데.”
당연히 몰라볼 수밖에 없다.
내가 랭커를 단 건 불과 며칠 전이고.
이들은 최소 한 달간 이곳에 표류하고 있었으니까.
특히.
생존자 중 몇몇 보이던 S급 헌터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그럼 우린 여기서 일주일 동안 발만 동동 굴리다가 나가란 말이오?”
“맞아!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혹시, 우리가 보상 지분을 뺏어갈까 봐 그러는 겁니까?”
흠.
살 만하니까 다시 욕심이라도 솟구치는 걸까?
“저는 이대로 못 갑니다! 제 동료를 죽인 개 같은 놈들을 찢어 죽여야 속이 풀릴 것 같아요!”
아.
저런 건 인정.
복수하겠다는데, 내가 말릴 이유는 없지.
그렇게 생존자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1. 싸워서 보상을 획득하겠다.
2. 복수하고 싶다.
3. 지쳐서 빨리 나가고 싶다.
쿠웅!
누군가가 바닥을 발로 강하게 내려찍은 것은 그때였다.
랭킹 101위, 쇠주먹 봉재영.
“다들 들어라!”
그가 외쳤다.
“나는 세계 랭킹 101위의 헌터, 쇠주먹이라 한다!”
그의 소개에 몇몇 사람들이 반응했다.
그중에는 랭커들도 있었다.
“오, 쇠주먹? 쇠주먹은 알지.”
“유명하잖아. 꽤 실력 있는 대한민국 랭커로 알고 있었는데.”
“맞아, 온몸이 쇠보다 튼튼한 무투가였나?”
꽤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생존자들의 반응에.
봉재영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스켈레톤 킹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냥 가만히 기다렸다가 도망치라고? 그게 우리같이 던전밥 먹은 헌터들에게 할 소린가?”
그가 이번에는 날 응시했다.
“저게……!”
발끈한 임수진이 나서려 했지만.
척!
내가 팔을 들어 올렸다.
굳이 저런 데 힘 뺄 필요 없지.
생존자들 또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봉재영을 바라봤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켈레톤 킹이 강한 건 인정한다. 그는 명실상부 하이 랭커고, 잠깐의 전투였지만, 확실히 그 기세를 느낄 수 있었지. 다만!”
“…….”
“그는 아직 그 강함에 비해 랭커 경험이 미천한 애송이며, 또한 겁쟁이다. 이렇게 강한 병력이 모였는데, 고작 한다는 소리가 도망치는 거라고? 웃기지 마라! 당신들은 고생했다! 함께 싸워 보상을 먹을 자격이 있으며, 또한 고작 마피아 따위에 도망치는 겁쟁이들이 아니다! 내 말이 틀렸나?”
봉재영의 외침에 몇몇 생존자들이 호응했다.
“으음! 맞지!”
“아암, 솔직히 이 정도 헌터 숫자면 해볼 만하잖아? 랭커도 있고!”
“나도 그냥 돌아가긴 싫어. 뭐라도 얻어가야지!”
긍정적인 반응에 봉재영의 어깨가 한껏 치솟았다.
“그러니, 저 중앙으로 쳐들어갈 사람은 내 뒤를 따라라!”
획!
등을 돌리는 봉재영.
“도망칠 겁쟁이들은 남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
“…….”
사전 협의도 없이.
독불장군 같은 모습에 기소율이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떡하죠?”
“으음.”
권소예와 임수진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어쩌긴 뭘 어째.’
픽.
내가 웃었다.
‘아무래도 조금의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나는 생존자들을 설득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그래야 할 동기나 이유도 없고.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그래서 결심했다.
몇 마디 더 해주기로.
“이곳은 던전입니다. 또한, 여러분들은 던전 속에 들어온 헌터죠. 모든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도 여러분이 지는 거지요. 다만, 제 생각은 지금 나서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나아 보일 뿐이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 말을 못 믿겠다?
그럼 떠나라.
붙잡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할 말이 없는 것도 있었다.
“끌끌, 그렇겠지.”
내 생각을 읽은 노인이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네 녀석이 저들 중 하나였다 해도 도망치지 않았을 테니까. 오히려 기연이라며 달려들었겠지. 누가 봐도 무모하게.”
정확하다.
내가 그럴 수 없는데, 어찌 누군가에게 권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저들에게 뭐라 할 자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