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4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45화
투신 (2)
“괴물?”
투신이 눈을 번뜩였다.
내가 투신에게 던졌던 말.
– 괴물이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
–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지키고 싶다.
이 말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감히 내 앞에서…….”
쿠구구구……!
땅이 떨렸다.
공기가 떨렸다.
일반적인 흔들림이 아니었다.
지구의 하이 랭커들이 만들어내는 떨림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
“나의 사도들을 능멸하는 것인가?”
사내의 존재 자체에서 느껴지는 투기(鬪氣)가 내 전신을 꿰뚫었다.
“흐으읍!”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이걸 어째야 하나.’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맹수 앞 토끼처럼.
투신의 기세만으로도 온몸이 옴짝달싹 못 하게 묶여버렸다.
아아.
이런 게 바로 성좌(星座)?
다른 이름으로 별자리.
그 자체만으로 지구, 아니, 태양계보다 훨씬 더 큰 존재라는 걸까?
[수(水)의 정수가 비웃습니다.] [별것도 아닌 조그만 게, 아주 귀여워 죽겠다 합니다.] [금(金)의 정수가 힘을 씁니다.] [당신에게 ‘단단한 마음’을 부여합니다.]그 순간.
무언가 튼튼한 기운이 내 심장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마치 수천만 바위 산맥이 내 주위를 겹겹이 두르는 느낌이 들었다.
[굳센 마음이 ‘격’(格)의 차이를 완화합니다.]“커허어어억.”
상태창이 뜨고 나서야, 나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후아, 후하!”
산소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으며, 숨을 마음껏 들이켜고 내쉬었다.
“흠?”
그 모습에 투신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고대 마법이 말했던 그 구신이란 존재인가?”
[‘화(火)의 정수’가 눈을 번뜩입니다.] [어린 것이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다그칩니다.]“……뭔지 몰라도 재미있겠군.”
정수의 겁박에도 투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리병에 남은 술을 마지막까지 탈탈 털어 넘겼다.
“크하하, 좋다!”
그러고는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내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은, 나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 그럼 해결책은 하나지. 어디 한번 겨뤄보자!”
[‘화(火)의 정수’가 손을 휘젓습니다.] [‘투신’(SSS급)이 개입이 끊깁니다.] [무기를 사용 제한이 사라집니다.]화르륵!
내 손에 자동으로 창이 생겼다.
역시.
가장 많이 사용했던 무기답게, 본능적으로 창을 떠올렸나 보다.
“우주는 참 신비해.”
투신이 재밌다는 듯 이죽거렸다.
“구석 곳곳을 뒤지다 보면 너 같은 신기한 존재들이 나오거든. 크하하! 감히 내 개입을 끊어?”
[수(水)의 정수가 코웃음 칩니다.] [지랄.] [저 새끼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 벌레를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아무래도 일반적인 성좌란 존재들은, 내 정수들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나 보다.
그럼 ‘고대 마법’(SSS급).
그 존재만 특별했던 걸까?
어쨌든.
쿠아아아아!
투신이 휘두르는 주먹에 난 온몸이 녹아버리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가히 셀 수 없을 만큼 압축된 에너지의 폭풍이 날 집어삼켰기 때문.
하지만.
[목(木)의 정수의 부드러운 기운이 당신을 감쌉니다.] [그대에게 ‘무한한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그대의 회복력이 증폭합니다.]나는 녹지 않았다.
몸의 원자 자체를 분해하려는 걸, 목의 정수가 계속해서 붙들어 맸다.
다나와는 차원이 다른 궁극의 힐링.
동시에.
‘위험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진기에 금이 가고 있었으며, 속이 울렁거렸다.
정수의 힘을 사용한 부작용인 것 같았다.
[화(火)의 정수가 정신 차리라 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그것 보라고 합니다.] [고작 일각(一刻)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저 모양이니, 과연 폐급이라 합니다.]‘아, 예예.’
그래, 고맙다.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좀 차려지네.
시간이 없었다.
더 이상 그들의 기운을 몸에 담고 있었다가는 존재 자체가 소멸할 것만 같았다.
“흐아아압!”
나는 온 신경을 손아귀에 집중한 채, 허공을 박차 날았다.
결국, 위치 따위 모른다.
그저 엄청난 기세가 느껴지는 곳을 조준해 창을 쑤셔 박으려 할 찰나였다.
[화(火)의 정수가 준비하라 합니다.] [저번에도 느꼈다시피,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오케이.’
뭐든.
도와줘요.
그 부작용보다 저 투신이란 작자한테 먼저 뒈질 것 같으니까.
육체에 무리가 간다지만, 저번에도 경험해 본 일이었다.
아란발론이 브레스를 쏘려 할 당시, 그 힘을 빌려서 상황을 타개했었지.
그 보상 역시 달콤했었고.
‘대충, 성좌랑 용이랑 비슷한 건가?’
내 느낌은.
최상위 컨디션일 때의 용족이 성좌와 동급일 것만 같았다.
내가 아직 약해서 세세한 것들은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란발론이나, 거대마룡이나, 눈앞의 투신이나.
내게 와닿는 느낌은 비슷비슷했다.
[화(火)의 정수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화(火)의 정수가 힘을 씁니다.]두쿵!
그때였다.
무저갱 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싸한 느낌과 함께.
화르르륵!
온 세상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과 신경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으며.
시야마저 핏빛으로 물들 찰나.
파즈즉!
세상이 암전했다.
* * *
투신.
우주 일부분을 차지하는 성좌 중 하나이자.
싸움에 한하여 그 누구보다 진심인 존재.
그는 이 상황이 신기했다.
눈앞.
붉은 창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인간.
‘웃기는구나.’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인정을 받으려고만 했지, 이렇게 덤벼오는 존재가 있을 줄이야.
물론 보통 인간은 아닌 듯싶었다.
자신이 인정한 사도들을 처리할 줄 아는 자였으며.
무언가 강력해 보이는 존재들이 그를 수호하고 있음을 알았다.
뭐.
그게 자신이 싸움을 피할 이유는 되지 않았지만.
우주에는 가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존재들이 많기에, 누가 누군지 따지다가는 수백억 년을 외우고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구신?’
그 존재는 또 얼마나 대단한 존재일까!
호승심(好勝心).
그를 투신으로 만들었던 승부욕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덤벼봐라!”
콰아아아!
호리병을 내려놓은 투신의 주먹이 세상을 갈랐다.
과장이 아니다.
쿠과가가가……!
정말로 하늘에 금이 가고, 땅이 두 동강 났다.
정확히는 행성이 반으로 갈라졌다.
어차피 이곳은 투신이 직접 만든 세계.
자신이 직접 만드는 세계이니, 직접 파괴하는 것도 가능했다.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영원한 소멸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투콰가가가!
투신이 발을 들어 다시 한번 세상을 지르밟으려 할 때였다.
화륵!
“음?”
갈라진 세상 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불씨를 본 투신의 몸이 멈칫했다.
화르르륵!
크기가 작은 불씨였지만, 그 안에 내포한 기운은 절대 그러하지 않았다.
뭐야.
무슨 이딴……?
성좌가 된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종류의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화륵, 화르륵!
그 기운이 얼마나 거센지, 뿜어져 나오는 투기가 눌렸다.
아니, 정확히는 증발했다.
“어찌, 이런?”
투신은 뜨겁다는 감정을 느꼈다.
[수(水)의 정수가 깔깔거립니다.] [싸우자면서 기껏 조금 보여줬더니 쫄았냐 묻습니다.]구신(舊神).
고대 마법이 조심하라 경고했던 존재들.
“과연 강하군.”
투신이 씩 웃었다.
화륵!
전신에 화끈한 작열통이 느껴졌지만,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먹을 휘둘렀고, 발을 움직여 세상을 뭉갰다.
콰가가가!
다시금 공간이 찢기고 하늘과 땅이 뒤바뀌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비호처럼 달려오는 주동훈의 기세는 성좌 따위는 우습게 여길 수 있을 정도의 기운.
화르르륵!
투신에게 붙은 불이 그의 육신을 하나둘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아아아악!”
웃으려 해도.
웃을 수 없었다.
그만큼 끔찍이도 강한 화력이었다.
푸수욱!
사내의 복근에 주동훈의 창이 꽂혔다.
강한 예기를 지닌 신살(神殺)급 무기인지라, 성좌급 육체임에도 시원하게 뚫렸다.
화르륵!
불타는 인간.
‘아아.’
투신은 깨달았다.
저 인간이 자신과 싸우기 위해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크흐으으…….”
싸움에 미친 성좌인데도 괴로운 이 고통을.
저 인간도 똑같이 겪고 있겠지.
“크흐흐, 과연 그런 것인가?”
푸화악!
갈라진 상처로 피가 솟구쳤다.
불줄기가 상처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내부를 태웠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별자리가 신과 다름없는 염화(炎火)의 손길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 투신과 싸울 자격이 있는 놈이었군.”
투신은 인간을 인정했다.
자신의 사도가 아닌 호적수로 인정했다.
또한, 저 인간과 겨루기로 한 자신의 판단을 후회치 않았다.
강한 상대를 마주하고.
겨뤄보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였기에.
화륵, 화르륵!
투신은 몸이 타는 와중에도 느릿하게 인간을 바라봤다.
그의 도복이 불과 함께 나풀거렸다.
“그러니.”
꾸욱.
투신이 양손을 바스러지듯 움켜쥐었다.
“나 역시 진심으로 상대하겠다!”
번쩍!
투신의 육체와 인간의 육체가 한 공간에서 부딪혔다.
* * *
화륵!
불타는 주동훈.
“흐아아아아아아!”
그의 입에서 마치 맹수의 포효와 같은 우렁찬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독섬(毒閃).
그의 심장에 응축된 녹색 기운이 창끝에 달려 폭사했다.
달려오던 투신이 주먹을 들어 쳐내려 했으나, 독과 그 속에 담긴 정수의 기운이 투신의 몸을 시커먼 숯덩이로 만들어버렸다.
[화(火)의 정수가 놀랍니다.] [저번부터 느꼈던 건데, 의지력이 보통이 아니라 합니다.] [목(木)의 정수가 인정합니다.] [지금까지 거쳤던 예비 계약자 중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비록 의식 없이 치러지는 전투지만.
보통 사람이었으면, 이미 녹아 사라졌어야 한다.
아니면 지원해 주는 힘을 뱉어내고 포기했겠지.
하지만.
눈앞의 주동훈은 달랐다.
격이 다른 본인들의 힘을 제법 활용할 줄 알았고, 받아낼 줄 알았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무진(武進).
무의식으로 펼쳐지는 오연격.
콰가가가강!
이미 창은 건틀릿으로 유연하게 변해 있었고.
투신은 정신을 잃은 채, 너덜너덜하게 처맞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있는 힘껏 주먹세례를 갈겼다.
퍼버버버버버버벅!
우두둑, 우득!
뼈가 부서지고 살이 튀었다.
척추가 튀어나오고 갈비가 날아다녔다.
콰앙!
이미 걸레짝이 되어버린 투신은 멍한 표정으로 주동훈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화(火)의 정수는 힘을 거두지 않았다.
아직.
한 방이 남아 있었기 때문.
[화(火)의 정수가 기운을 더욱 불어넣습니다.]이미 투신은 정신을 잃었다.
그 말은 이미 무방비 상태이며, 치명타를 꽂기 가장 적합한 시간이라는 것.
쑤아아아!
자세를 낮춘 후, 오른손을 뒤로 젖힌 주동훈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의식이 있을 땐 보여주지 않았던,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자세로.
그다음.
후웅!
그 틈을 향해.
만술(萬術).
비기(祕技).
독섬(毒閃).
주먹에 무시무시한 기운을 가득 담은 녹빛 섬광이 직선으로 투신의 복부를 뚫었다.
“어억-!”
타오르던 투신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지는 폭발.
투신의 배에 뚫린 구멍에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
[수(水)의 정수가 말합니다.] [끝났네.] [물론, 이 인간 꼬마도 살아남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성좌(星座)의 소멸이란 이런 것일까?
콰가가가가!
튀어나온 빛과 함께 세상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섬광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엄청난 폭발음이 사방으로 튀었다.
투신(SSS급).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가 인간에게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