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현재 새 영지의 안정과 개발을 위해 목돈이 뭉텅뭉텅 나가는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300골드를 따로 빼내서 준 거다.
화들짝.
주머니 안의 황금을 보고 세 사람이 다들 기겁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큰돈 벌게 되었다고 떠나는 건 아니지?”
“영주님!”
“저희가요?”
“절대 아닙니다!”
셋 모두 두 손을 마구 내저으며 말했다.
“이거 받고 마음도 풀어 줬으면 좋겠어. 셋이서 새로운 지휘관들을 품어 줘야 저들도 영지에 적응하잖아?”
“…….”
셋이 동시에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표정을 보자 내 말대로 해 줄 걸 알았다.
셋에게 300골드를 쓰고 남은 건 대략 1만 2천 골드.
‘젠장, 5만 골드에서 이것만 남다니.’
돈이 뭉텅이로 쑥쑥 빠져나가는 게 문제였다.
앞으로도 나갈 돈이 많은데 벌써부터 이렇다니.
‘후우, 남은 돈은 알차게 써야 해. 지속적인 수입원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고.’
영지가 커진 만큼 앞으로 수입도 늘어날 테지만, 반대로 영지가 커져서 지출도 늘어나니 가진 돈이 떨어지기 전에 수입이 지출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걸 못한다면 계속 적자가 날 테고, 이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영지 일부를 팔아야만 한다.
아니면 영지민들을 착취하든가, 다른 영지에 전쟁을 걸어서 약탈로 해결하든가.
‘돈을 어디에 써야 가장 효과가 좋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저수지와 비료였다.
저수지야 농사를 지으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니 이해가 될 테고.
비료는 화학 비료?
아니다. 내가 무슨 화학자도 아닌데.
물론 화학 비료가 좋다는 건 알고, 존재하는 것도 아는데 만드는 방법 따위는 전혀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건 천연 비료였다.
인분?
물론 그것도 있고, 풀을 베어 썩히는 것도 있고… 정확히 말해서 내가 생각하는 건 몬스터 사체였다.
가죽이면 모를까 고기는 맛도 없고, 질기고, 독소도 있어서 먹지도 못하고, 뼈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태우거나, 버리거나, 땅에 묻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가죽을 벗긴 사체를 태워서 재로 만들고, 뼈도 부숴서 가루를 만들면 비료가 된다.
몬스터지만 흑마술로 만들어진 저주의 생명체가 아니고 이 세계의 자연환경에서 생육하며 자라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죽은 사체는 흙의 입장에선 다 영양분인 셈.
태우는 것도, 뼈를 부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긴 하지만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선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비료를 만들 정도로 몬스터가 많으냐면…
많긴 하다.
하지만 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에 있는 몬스터의 대지까지 가야 했다.
산에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긴 해도 영지 부근은 인간들에 의해 개척되고, 개발된 곳이라 수는 많지 않았다.
빅자이언트가 자이언트들을 몰고 내려온 건 정말 이례적인 경우였다.
몬스터들의 대지는 영지에서 한 달 이상은 북으로 올라가야 있고, 이것도 경계선의 시작이라 봐야 했다.
여기서 잡아다 시체를 운반해서 비료로 만든다?
너무 힘들다.
토벌대가 다녀오는 데만 두 달이고, 이 기간에 소비하는 식량과 보급품들, 사냥과 사체의 운반 등의 모든 걸 생각하면 가성비가 최악.
그럼 어떻게 몬스터 사체로 비료를 만들 거냐고?
‘가까운 곳에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던전이 있다.’
발견 전까지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지만 발견 후부터는 클리어가 되기 전까지 계속 나온다.
던전은 나 혼자만 들어갈 수 없었다.
위험하기도 하고, 사체를 비료로 쓸 정도가 되려면 많은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당장은 특성부터 얻자.’
현재 고용한 화가는 실버훈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여길 찾아갔다.
내 목표는 행운 룰렛.
난 화가 옆의 소파에 앉아 창가 곁에서 자세를 잡고 서 있는 실버훈에게 집중했다.
상대는 석상처럼 최대한 움직임을 제한한 상태라 정밀 분석을 쓰기에 딱 좋았다.
난 청소 특성을 불러냈다.
둘은 너무 상반된 모습이었지만, 정신력을 써 가며 청소 특성을 행운 룰렛의 그것으로 변형시켜 나갔다.
1분, 2분, 3분…….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
중간에 휴식을 하면서 이어진 작업.
첫 휴식 시간에 실버훈은 찾아와 줘서 고맙지만 바쁠 텐데 뭘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집중해서 보냐고 했다.
“아… 사실 제가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요. 화가의 작업을 보면서 그림 그리는 걸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
이후로는 오랜 시간을 있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SS급의 정신력이 거의 다 소모될 즈음에 청소 특성은 행운 룰렛으로 바뀌어 있었다.
‘후우, 드디어 얻었다.’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다.
‘흠흠, 어떤 선택 놀이를 해야 할까나…….’
잠시 고민하다 선택한 건 주사위.
던지기 전에 행운 룰렛 특성을 썼다. 그리고…
또르르르.
6!
다시 던지고 결과는…
6!
이후로도…
6~ 6~ 6…….
연속으로 이어지는 6의 행진.
‘히야, 사기네, 사기야. 실버훈 남작이 도박에 빠질 만했네.’
이런 사기적인 능력이 있는데 어찌 노름을 안 하고 싶겠는가.
‘그런데 사기 특성을 쓰는 인간이나, 기계로 승률을 조작하는 놈들이나 똑같지.’
난 도박 같은 건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조작하는 놈들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놈들의 배경을 캐 들어가면 결국엔 샤이아 블랙미어 공작이 나온다.
이 게임에서 최종 보스 격 악역을 맡은 이.
지금 내 수준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
모든 스탯이 S급이 되어야 비벼 볼 수가 있다.
‘굳이 샤이아 공작과 싸울 필요 없이 엔딩을 볼 수도 있긴 하지.’
다양한 방법의 엔딩이 있으니까.
이 캐릭터가 중간에 이상한 짓만 안 한다면 말이다.
불치병 같은 거.
그런데 이번엔 왠지 그런 일이 발생할 것 같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군주… 영지민들의 지지. 이게 변수라 이거지.’
실버훈의 행운 룰렛을 얻은 후에는 이자벨이 모델이 되었을 때 찾아갔다.
그런데!
찌릿찌릿.
이자벨에게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녀의 시선이 따가워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그녀가 다가와 노골적으로 묻기까지 했다.
“흠흠, 제게 관심이 많으신데, 혹시 프러포즈라도 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하네요.”
“어… 어… 그, 그건…….”
“레아 양과 아나이스 양 때도 이렇게 지켜보셨나요?”
“아닙니다.”
“그럼 왜요?”
“그건 제가 그림에 관심이…….”
실버훈에게 했던 변명을 그대로 해 주었다.
하지만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서 계속 저만 보셨잖아요.”
“그, 그렇죠.”
내 시선이 계속 그녀에게 있었는데 어떻게 속이겠나.
“절 고르신 거라면 솔직하게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당장은 아닙니다.”
이자벨과의 결혼 생활은 나도 큰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그녀가 두려우니까.
그녀의 시선을 피해 가면서 정밀 분석을 하느라 힘들었다.
그렇다 해도 결국은 성공했고, 정리 정돈 특성을 위장 특성으로 바꾸었다.
또 특성 슬롯을 구입해 싼 걸 하나 산 후에 치명적인 일격 특성으로 바꾸었다.
몽크의 피로 회복도 좋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행운 룰렛과 위장이 더 나을 것 같아 피로 회복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
그동안은 여유가 없어서 서재에 오지 못했다.
이제는 두 번의 영지전도 끝났고, 상태 이상도 치료해서 책을 보며 집중을 하더라도 머리가 아프지 않으니 마법책을 하나씩 보기로 했다.
하지만 룬어를 모르기에 이것부터 익혀야 했다.
그런데 룬어 사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룬어를 가르쳐 주는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단은 가볍게 모든 책을 보며 외우는 것.
뜻을 하나도 모르는 룬어였지만 희대의 천재 특성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사진을 찍어 버리듯 모든 책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음은 눈을 감고 외운 책을 떠올리며 수많은 문장 속에서 나타나는 법칙을 찾는 것.
마법의 언어인 룬어라 하더라도 언어이고, 언어는 소통을 위한 것이니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
바로 문법 말이다.
이걸 찾는 게 첫 번째였기에 똑같은 문자가 쓰이는 위치를 기억했다.
다음으로 문장은 주어와 동사가 기본이기에 주어가 되는 말과 동사가 되는 말을 찾았다.
간혹 책에 그림이 나올 때는 이 페이지에서 그림을 나타내려는 문자도 찾았다.
이런 식으로 룬어라는 언어에 대해 연구했다.
서재에 있는 마법책은 모두 552권.
백지나 다름없는 룬어에 관한 것의 체계를 세우고, 해석을 해내기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
눈으로 보고 외우는 건 불과 하루 만에 끝냈다.
하지만 분석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정밀 분석 특성을 쓰며 파악해야 하는데, 한 권을 보고 나면 정신력이 바닥이 나서 그날은 푹 쉬어야 했다.
인내심을 발휘해 정말 노력한다고 해도 얇은 책으로 2권 정도가 한계였다.
‘끄응, 영지전이 끝났지만 그래도 할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니 마스터까지는 꽤 시간을 잡아야겠다.’
대략 20여 권 정도를 파악한 후에 일단 멈추고, 앞서 말했듯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오는 던전을 개척하기로 했다.
영지를 시찰한다는 목적으로 영지병 100여 명과 말콤, 아나이스, 몽크, 페온, 마고, 바렛을 데리고 타르타르 계곡으로 향했다.
“시찰하는 것치곤 인원이 좀 많습니다.”
말콤은 지휘관 한 명에 영지병 10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직 영지 내에 패잔병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에이, 설마 아직까지 남아 있을까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모르나? 혹시라도 내가 죽거나 다치면?”
“…….”
역시나 대꾸를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고, 내 주장대로 인원을 꾸렸다.
데리고 가는 지휘관 외에 나머지는 어차피 전투에는 도움이 될 게 없으니 영지에서 각자 맡은 일에 전념하도록 했다.
말콤은 노쇠하여 빼고 싶었지만 아나이스를 데리고 가려면 그가 필요했다.
아나이스가 가는 걸 보고 레아와 이자벨도 따라온다고 했었다.
“안 됩니다.”
“왜요? 아나이스는 가잖아요.”
“그러니까요. 왜 차별하시는 거죠?”
두 사람은 왜 이렇게 적극적인지…….
질투?
으음, 레아가 그런 거라면 기쁘겠지만 이자벨은 아니겠지.
‘이자벨의 숨은 뜻이 뭔지 모르겠네.’
하여튼 아나이스를 데려가는 이유는 생사의 분기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건 말해 줄 수 없지. 이해도 못할 테고.’
그래서 말콤의 보호자 역할이라는 핑계를 댔다.
“말콤은 우리 영지에서 가장 오래 일했으니 영지민들도 잘 알거니와 지리도 잘 압니다. 그래서 그가 필요한데, 노쇠했으니 아나이스에게 돌보게 하려는 거죠.”
적절한 이유였기에 둘은 더 이상 반대하지 못했다.
“타르타르 계곡이면 요새가 있는 곳이죠?”
용병이었다가 기사가 된 몽크가 질문했다.
“맞다. 이 요새에서 처음으로 자이언트 소식을 전했지. 그리고 철수했고.”
철수 후로 사람이 가는 건 처음이었다.
“그럼 저희는 요새의 복구를 위해 가는 겁니까?”
“그렇다.”
“혹시 병력도 두고 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