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18화
나는 다음 할 일을 말했다.
“마나의 제어 요령이 잡혔으면 나머지는 셀리디아, 네게 섞여 있는 정령의 요소를 제어해서 하나의 정령의 형태로 재정립시키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
“괜찮을까?”
“이론상으로는 문제없어.”
그 이론이 게임을 근거로 했다는 점만 빼면.
“불안하냐?”
“글쎄…….”
모호하다는 듯 셀리디아는 대답했다. 하지만 잡고 있는 손에 어쩐지 힘이 들어갔다.
‘불안하겠지?’
주인공은 여기서 조언이나 격려를 하리라.
호감도를 위해.
공략을 위해.
나는?
‘내 평화를 위해.’
이 녀석을 도와서 내 장래에 위험이 줄어든다면 기꺼이 얼마든지 친절하게 서비스 팍팍 해 줄 수 있지.
‘하지만 이 녀석은 어떻게 여기려나.’
그 생각을 한 게 이유였을까.
셀리디아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바라보며 주저하고 있다.
역시 불안한가?
적당히 근거로 댈 만한 핑곗거리가 없나?
그러나 셀리디아가 꺼낸 말은 내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었다.
“뭘 원해?”
“어?”
“바라는 게 있어서 돕는 거 아니야?”
당연한 의문일 것이다.
대가 없는 친절 따위는 있을 수 없다.
“돈? 아니면…… 다른 거라도 바라는 거야?”
스스로 말하기 주저하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으리라.
셀리디아는 무슨 생각인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께로 일부러 향했다.
“야……. 장난도 정도껏 해.”
“순수하게 선의로 돕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시험하는 것이다.
말로만 묻는다면 나는 얼버무린다. 그러니 다소 과감하게 반응을 떠본다.
그녀는 멍청하지 않다.
험한 일을 겪은 과거가 있기에 더욱 철저하게 의심한다.
게임에서는 호감도 수치에 따라 일방적인 호의만을 보일 것이다.
의심도 속셈도 없다.
하지만 더는 게임이 아니니 그녀에게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
“듣고 싶어.”
“무슨 이유라도?”
“상관없어.”
나는 잠시 침묵하다.
그대로 셀리디아를 벽에 몰아붙였다. 늘 시끄러운 서큐버스 누나는 참견하지 않는다.
“정말로 네 말마따나 네 얼굴과 몸이 목적이라고 해도?”
“납득할 뿐이야. 그리고.”
셀리디아는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네 도움에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여겨.”
정말로 내가 무슨 요구를 해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하려는 듯.
“……큰일 날 소리 마.”
나는 한숨을 쉬며 물러났다.
한순간 그렇게 말해 볼까? 하는 충동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미쳤냐, 내가.’
그게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모를 리가 없잖은가.
“아~! 그래, 목적 있어.”
“뭔데?”
“출세.”
내가 늘 떠벌리고 다니던 목표.
“출…… 세?”
“정령술 클래스의 인재랑 친목을 다져 두면 그것만으로도 인맥이 되잖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은혜를 베풀어 두면 나중에 인맥이 된다.
출세는 제쳐 두고 언젠가 게임의 시나리오가 진행이 되고 내가 궁지에 몰리면?
혹 도와줄지도 모르지.
“내 인생의 평화를 위해서야.”
거짓도, 핑계도 아니다. 나름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그러니 부디 성공해 달라고.”
“하지만…….”
“됐고. 정 뭔가 하고 싶으면 셀리디아 네가 나중에 한턱내. 슬슬 내가 사 온 것도 다 떨어졌거든.”
다음번에는 네가 한턱을 쏘라고 장난스레 말할 뿐.
“……응.”
무언가 생각하던 셀리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여기든 결과는 나온다.
‘나는 지켜보고 바꾸면 그만이야.’
셀리디아의 각성 프로젝트는 거의 이루어졌다.
결과만 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 않는 게 좋으려나.’
나만이 인식할 수 있는 그것.
《서브 퀘스트》
《목표 : 해당 인물 ‘셀리디아 밀로닐’의 운명에 간섭하십시오.》
목적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
‘어느 게임이든 등장인물이 역경을 넘으려면 시련이 생기겠지.’
운명을 좌우할 원인.
그건 아직 오지 않았으리라.
특히나 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알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방심하지 말라고.
* * *
셀리디아의 눈으로 시안을 처음 본 인상은…….
‘알 수 없어.’
의문 그 자체였다.
10년 만에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단 한 명뿐인 흑마법과의 신입생.
그런 것 따위는 관심도 없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슬럼가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의 일조차 잊었으니.
그러나 셀리디아가 시안의 이름을 기억한 것은 그 마력이론학 수업 때의 일 때문이었다.
‘……어둠 그 자체.’
시안 본인이 듣는다면 서운해할 감상이었으나, 그녀로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셀리디아는 시안에게 말하지 않은 또 하나의 부작용을 안고 있었다.
셀리디아는 인간과 접촉하면 그들의 마나에 반응하여 정령의 요소가 비명을 지른다.
마치 원한을 부르짖듯.
‘하지만 그의 어둠 속에서는 그런 게 없었어.’
시안을 접한 순간, 처음으로 그녀가 느꼈던 것은 고요함.
그 정령들의 원혼 역시 삼켜서 조용하게 만드는 침묵.
그러니 셀리디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라서? 아니면 시안이라는 저 소년이 특별한 거야?’
그에 대한 인상은 솔직히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묘한 눈빛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현실에서 동떨어진 듯한 눈동자.
이따금 허공에 대고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계약한 악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보다 나중의 일.
흑마법사는 대개 지식을 탐하고 속세에 초연한 면이 있지만, 시안은 그 반대였다.
지식에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저 도구로 취급하고 속세에 집착한다.
‘대체 정체가 뭐야?’
시안은 그들과는 달랐다.
7년 전 금기를 저지른 이들과…… 그리고 지금도 셀리디아에게 가르침을 주겠다고 나서는 지식인들과도.
그들은 셀리디아를 두고 어디까지나 새로운 지식을 개척할 경지 혹은 재능이라고만 여기고 있다.
“셀리디아, 자네라면 보다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 걸세.”
“자네는 다른 이들과 다르네.”
다르겠지.
지긋지긋한 실험 때문에 고통스러운 몸이잖아.
그러나 그들은 셀리디아의 인식에 공감하지 못했다.
어릴 적.
그 연구소에서 구출된 이후 제국의 정령사에게 딱 한 번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게 무슨 대수겠니? 그런 건 사소한 일이란다.”
알게 되었다.
“중요한 건 넌 특별한 정령사가 될 수 있다는 거란다!”
다를 바가 없다. 똑같은 것이다.
금기를 저질러 처형된 그자들과 도리를 지킨다는 핑계를 떠들어 대는 그들이 다를 게 없다는 것.
하지만 시안은 달랐다.
지식이 어떻고 새로운 경지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보다는 셀리디아가 바라는 것을 알겠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그는 너무나도 간단히 제국의 지식인들의 주장을 비웃었다.
당연히 그의 주장을 쉬이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하지 못할 정도로 시안은 그녀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셀리디아를 도울 수 있다며 내세운 증거.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7년 만에 다시 맛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더는 의심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달콤한 맛.
그녀는 그 순간 더는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안이 옳았어.’
그의 말을 듣는 게 정답이었다.
해답을 주었다.
무엇보다 소년의 어둠은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는 흑마법사가 불길하다고 말한다.
마기를 접하면 괴롭고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하지만 셀리디아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어둠이 편해…….’
시안의 마기에 영향을 받으면 그녀에게 섞인 정령이 겁을 집어먹고 조용해진다.
7년 동안 무슨 궁리를 해도 알지 못했던 평온함이다.
‘왠지 부끄러워서 말 못 했지만…….’
그 탓에 시안은 오해를 한 것 같지만.
‘이제는 어쩌지?’
시안에게 배우고 있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받은 은혜에 대해 어떻게 답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는 딱히 대가를 지불해 줄 필요도 없다고 하였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지불해 주지 않으면 그것 또한 뭔가 아니지 않을까?
‘뭘 해 주면 될까.’
어려운 고민이다.
아직 그녀는 시안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물어보는 게 좋을까?’
그렇게 고민하며 오늘도 시안의 공방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지극히 곤란해. 셀리디아 양.”
누군가가 불렀다. 몇 번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다.
분명 정령술학과의 조교수였던가?
테닐 알테롤?
요령 좋고 성격도 좋은 편이라 다른 교수들에게서도 제법 신임을 받고 있는 사내.
“……누구?”
그러나 테닐을 보자마자 셀리디아가 반사적으로 내뱉은 것은 의문이었다.
그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도 몇 번이고 보았고, 그 역시 셀리디아의 재능에 관심이 있는지 말을 걸고 참견했으니까.
셀리디아의 질문은 그의 이름 따위를 묻는 게 아니다.
저 사내의 존재.
“……테닐 조교수가 아니야.”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시안이 가르쳐 준 이론을 통해 마나 감응력에 한해서는 놀랄 정도의 성장을 이루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알게 된 것이다.
저 조교수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과연…… 상당히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좋지 않아졌어. 아니, 너희들의 기준으로는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그는 변명조차 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실소하며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꽈득.
그의 목에서 무언가가 뒤틀리는 소리.
셀리디아 역시 이때만큼은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아, 미안하군. 조금 긴장이 풀려서 말이야. 인간의 육체라는 건 불편하거든. 왜 길거리에서 인형에 실을 매달아 공연하는 거 있잖아?”
자칫 짜증이 나서 손이 꼬이면 그대로 인형이 꺾이는 것처럼.
“짜증이 나면 손이 꼬이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저 사내의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안쪽. 더욱 안쪽에서 무언가가.
“……누구야?”
“네가 나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자, 라고 하면 되려나.”
“……뭐?”
“아, 오해는 하지 마. 정확히는 네게 섞인 것들에게 바라는 것이니까.”
셀리디아에게 섞여 있는 정령이 목적.
그러나 그는 지식을 바라는 것 같지 않았다. 7년 전 그자들과 같은 탐욕이나 광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네가 단념하고 언젠가 기력도 잃게 되면 자연스레 네게 섞여 있는 것들이 내가 바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거든.”
“무슨 말이야?”
“하지만 그 소년 덕에 어그러졌어. 아니, 기회를 놓쳤다고 해야 하나. ……간섭하기도 전에 계획이 망가지는 건 너무하잖아?”
시안을 말하는 것일까.
“그러니 계획에는 없지만 조금 부추겨야지.”
“……읏!”
이때 셀리디아가 택한 것은 도주.
본능적으로 저것과는 싸워서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들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그녀라면 도망치는 일에는 충분히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소용없어.”
그가 팔을 뻗는 것과 동시에 셀리디아는 뒤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테닐의 팔을 찢고 나온 검은빛이 셀리디아를 붙잡는 게 더 빨랐다.
“이건…….”
“조금 억지로 깨울게.”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검은빛이 자극하는 것은 셀리디아에게 섞여 있는 정령의 요소.
겁을 주고 있다. 그리고 기억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다시 떠올리렴. 그때 너희들을 찢어 버린 고통을……. 그리고 원한을……. 마지막으로 너희의 존재를 삼켜 버린 어둠을.”
그 순간, 셀리디아의 의식 역시 그 어두운 빛에 집어삼켜졌다.
이해하게 된 저것의 정체를 입에 담을 새도 없이.
* * *
셀리디아 밀로닐의 서브스토리는 단순히 자신의 곤경을 극복하는 내용만을 담지는 않았다.
‘공부와 실습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면 게임으로서의 의미가 없으니까.’
명백하게 맞서야 할 적이 존재한다.
굳이 말하면 싸우고 이겨서 경험치가 되어야 할 적이 필요하지.
‘구해 주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녀를 이용하고자 하는 악당도 존재하기 마련이고.’
셀리디아를 위협하는 적은 명백하게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역시 저놈이 개입하는 건가.”
내게 말을 걸었던 테닐 조교수.
그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것은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니까.
“언제까지 숨어서 구경만 할 건가? 흑마법사, 아…… 시안이랬나?”
역시 눈치챘군.
들키자마자 나는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단검을 뽑고 녀석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언제든 싸울 태세를 갖춘 채로.
“좀 더 빨리 덤벼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철저하게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싸우는 주의야.”
무턱대고 들이대는 쪽은 주인공의 소양이 아닐는지.
농담조로 받아치면서도 내 시선은 결코 그의 행동에서 눈을 떼려 하지 않는다.
얕보지 않는다.
“신기한걸.”
그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나를 보며 참으로 흥미로운 듯 말했다.
“마치 시안, 너는 내가 누군지 알면서 경계하는 것 같아.”
“……알아맞히면 상이라도 주나?”
“내 기분에 따라서.”
거참 통 크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