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98
제197화
197화
“역시 원로 본인이 직접 나서게 되나.”
“시안?”
“셀리디아, 지금부터 구출한 정령술 클래스의 녀석들을 데리고 내가 말한 방향으로 도망쳐.”
“적이 와?”
그래, 오고 있다.
“조금 전 정찰을 위해서 데몬 스켈레톤 몇 마리를 보냈거든.”
“그런데?”
“한순간에 전멸했어.”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 일단 보이는 적을 공격하도록 설정했기에.
내게 전해진 정보는 단 한 명의 접근에 반응했고, 공격을 시도했으나 순식간에 전멸.
그게 가능한 역량을 가진 자는 마탑의 원로 로벨타스 정도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 시점에서 들켰다고 생각한 것인지 은폐도 하지 않고 있다.
“……마력. 그것도 살벌해.”
“그래, 어지간히 기분이 나쁜 모양인데. 그 할배.”
인격이 어떻든 7서클에 이른 경지는 헛것이 아니다.
마력에 살기마저 담긴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니.
“그럼 나도 도울게.”
“아니. 셀리디아 넌 애들을 데리고 튀어.”
“시안…….”
“그게 가장 확실해. ……솔직히 짐짝들 데리고 있어 봐야 신경 쓰여서 제대로 못 싸워.”
“누가 짐짝이에요!”
마시놀린이 울컥한 듯 발끈했고, 구출된 정령술 클래스의 애들도 굴욕스러운 눈빛을 했지만.
“정령술을 못 쓰는 정령사가 뭐?”
“크으으윽.”
정곡이 찔린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셀리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정령사들은 현재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정령을 다루지 못한다.
방법을 지도하기에는 시간이 급박하다.
“쟤네들만 보내는 것도 위험해. 결계 바깥에는 몬스터가 있어.”
“……알았어.”
셀리디아는 더는 반론을 말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내 말대로 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으니.
“금방 돌아올게.”
“안 그래도 돼. 아, 그보다 도시로 가면 거기 학생회장이 있을 거야.”
“회장? 어째서?”
“어쩌다 보니 같이 왔거든. 하여튼 회장에게 이걸 전해 줘.”
나는 품에서 접어 둔 양피지를 꺼내 셀리디아에게 넘겼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적어 둔 것이다.
“내용은 이후의 방침. 그걸 보여 주고 회장이 말하는 대로 따라. ……거기에 간략하지만 정령술 클래스 애들의 수련법도 대강 적어 놨어.”
“응.”
셀리다아는 주저하는 듯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내 정령술 클래스 애들을 데리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자~ 이걸로 당장 목적인 정령술 클래스 애들의 확보는 됐고.”
“하지만 무서운 할아버지가 오는 모양인데? 시안.”
“흥, 살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이지.”
무려 7서클에 도달한 고수임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태연하게 코웃음을 친다.
“시간을 끌게?”
“셀리디아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긴 했는데. ……굳이 그럴 생각은 없어.”
시간 자체라면 벌 수 있다.
작정하고 숨거나 원로의 발을 묶는 전법으로 나설 경우, 충분히 시간을 벌고 내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은 버린다.
“그 노인은 여기서 해치우겠어.”
가능한 위협적인 전력은 여기서 일대일로 대치했을 때 없애 버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
“할 수 있겠니?”
“해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허세만은 아니었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나름 심사숙고해 대답하자, 에밀리는 반대하지 않고 싱긋 미소 짓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야, 긴장 빠지게…….”
“이젠 제법 사내 같은 말도 하는구나 싶어서 말이야. ……이 누나를 막 소환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직 1년도 안 됐어.”
“인간은 참 빠르게 크네.”
“흥, 그러니 그 노인한테도 가르쳐 줘야지.”
고작 며칠 사이에 얕보던 흑마법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우선은 덫부터 놓자.”
* * *
“역시 방해하는 건 그 고얀 흑마법사 애송이인가?”
마탑의 원로 로벨타스는 부서진 데몬 스켈레톤의 잔해를 벼락으로 마저 부수었다.
스켈레톤의 잔해가 사라진다.
흑마법사에게 사역된 소환물 특유의 현상.
“시답잖은 재주를 부리는군. 하긴 그것이 고작이겠지.”
불쾌한 것은 그 흑마법사 애송이에게 간 제자들이 전멸했다는 것.
“제자야 다시 들이면 되지만……. 그만한 수를 보충하려니 머리가 아프군.”
이 분노는 그 세상 물정 모르는 흑마법사 놈을 상대로 풀리라.
로벨타스는 노여움에 수염까지 파르르 떨고, 흑마법사 놈의 기척을 찾고자 했다.
도망칠 수는 없으리라.
그 순간.
“호오? ……건방진 놈 같으니.”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한 곳을 응시했다.
치솟은 흑염의 줄기가 결계에 부딪힌다.
어차피 유지하고 있던 제자 놈들도 쓰러진 터라 곧 소멸만을 앞두고 있는 결계.
그것은 유리처럼 깨지며 산산이 흩어진다.
“오라는 것이냐. 고얀 놈 같으니.”
어차피 찾아낼 작정이었다.
그 시건방진 도발에 기꺼이 어울려 주지.
로벨타스는 시안의 마기가 감지되는 곳으로 단번에 직진했다.
‘덫 정도는 쳤을 거라고 생각했거늘 의외로 조용하군.’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마법을 내심 경계하며 방심하지 않는다.
로벨타스는 7서클에 이른 마법사.
반면 그 애송이는 보건대 5서클. 그것도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리라.
그 나이에 5서클에 이른 것은 불쾌하지만, 그래도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서클 두 개의 차이.
그 차이는 가히 절대적이다.
‘놈은 내 방심을 노리려 하겠지.’
하늘을 흔들고 대지를 녹이는 힘을 가진 대마법사도 마법을 쓰지 않으면 한낱 인간.
술에 취해 허무하게 돌팔매질에 맞아 죽는 마법사도 존재한다.
“그 흑마법사 놈은 은폐해 있나.”
흑염이 분출한 장소에 도착한 로벨타스는 그 지점을 둘러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곳에서는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밀집하여 그를 경계하듯 노려보고 있었다.
본래 목적인 정령술 클래스의 학생들.
“같잖은 함정을.”
그러나 로벨타스는 그 애송이를 비웃으며 지팡이를 내밀어 마법을 캐스팅한다.
파지지짓.
그의 주변에서 번갯불이 마구잡이로 몰아치기 시작한다.
“그런 헛것 따위에 이 로벨타스가 농락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조소와 함께 그는 보이는 모든 일대를 소각할 마법을 발휘한다.
7개의 서클이 한 번에 가동되며 그 막대한 마나에 걸맞은 마법을 만들어 낸다.
“불타 버리거라. 헛된 환상.”
그의 주변에서 치솟은 것은 번개가 밀집하여 흡사 용 머리의 형상을 이룬 형태의 마법.
드래곤 라이트닝 폴.
7서클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힘.
그 번개에 맞아 주변의 모든 것이 휩쓸려서 재도 남지 않는다.
번개의 용 아가리에 집어삼켜지는 순간, 아카데미 학생들로 위장한 환상이 녹아 검은 스켈레톤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저열한 환각이군.”
사역한 언데드에 환각을 덧입혀서 학생들로 위장한 것.
“나쁘지 않은 꾀이나 그것은 어린 녀석들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나, 사악한 사역마여?”
일대를 섬멸하고 그가 지팡이를 옆으로 휘두르자, 때맞춰 허공에서 나타난 여악마가 휘두른 마기의 칼날과 맞부딪친다.
“애송이의 사역마인가. ……그렇군. 환각은 네 마법인가?”
“후훗, 일개 사역마도 기억해 주는 거니? 늙어 빠진 인간 마법사.”
“악마를 다루는 흑마법사의 전술은 이미 지긋지긋할 정도로 알고 있다.”
환각도, 악마를 통한 별개의 기습도 전부 뻔한 잔꾀일 뿐.
“악마는 두려운 존재지. 그러나 사역하는 이가 일개 애송이라면 볼 것도 없다.”
“어머, 서운하고 짜증 나는 말을 하네.”
악마의 힘은 그 계약자의 그릇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통념.
그것은 로벨타스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럼 또 하나의 꾀를 받아 보는 게 어때? 늙은 마법사.”
“흠?”
그 역시 이미 눈치채고는 고개를 위로 든다.
“허어……. 저 애송이 놈.”
사역마에게 주의를 끄는 뻔한 짓을 시킬 때부터 반쯤은 예상했다.
보나 마나 숨은 채로 위력적인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겠지.
고개를 드는 순간, 머리 위에 보이는 것은 검은 냉기가 휘몰아치는 거대한 구체.
5서클 아니, 그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마법.
그것뿐이 아니라 몇 개의 마법도 추가하여 동시에 떨어트리고 있었다.
가용 가능한 마법을 죄다 난사하는 것인가.
“제법이군.”
혼자서 몇 명에 이르는 마법사의 몫을 할 정도인가.
“그 늙은 몸에 저건 조금 버겁지 않을까?”
“건방진 짓을…….”
로벨타스가 대응하기도 전에 사역마 에밀리가 펼친 마기의 사슬이 그의 전신을 동여맨다.
푸는 데 5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사이 떨어지는 저 파괴력 있는 마법들에 명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
“흑마법사 주제에 조금은 재주가 있는가.”
로벨타스의 중얼거림이 끝나는 순간, 낙하하는 흑마법들이 그 늙은 몸을 집어삼킨다.
* * *
“놈이 처음부터 방심할 때 아끼지 말고 처박아서 최대한 마력과 체력을 깎고 시작하자.”
내가 자주 써먹는, 첫 일격에 일단 상대의 피통부터 날리고 보자는 전략.
인간과의 싸움에서도 쓰지 못할 건 없었다.
뻔한 함정을 준비하고 에밀리에게 주의를 몇 초라도 끌도록 지시한다.
‘어차피 들켜도 놈은 얕보고 있기에 방어만 하려 들겠지.’
내 역량을 파악하고 있을 터.
그렇기에 평범한 5서클은 내지 못할 화력을 총동원하여 첫 일격부터 꽂아 줄 수밖에 없다.
빙흑랑의 팔찌.
거기에다 두 개의 스태프를 통해 각각 최고 출력의 마법도 동시에 난사.
말 그대로 최고 위력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폭격.
“이거 써먹는 쪽에서도 죽을 맛이거든?”
소진한 마력을 급히 포션을 연거푸 들이켜 채우면서 나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품질이 좋은 포션이니 부작용은 없지만 특유의 속이 쓰린 느낌은 고역이었다.
일단은 첫 폭격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검게 부풀어 오르는 대량의 마기의 광채를 아래에 둔 채 지켜보고 있자니, 제 역할을 마친 에밀리가 내 뒤에 다시 소환되었다.
“시안, 해치웠구나? 라는 말도 안 묻니?”
“그걸 왜? 어차피 뻔한데.”
그딴 플래그 세우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
“원로급이야. 그 정도로는 안 죽어.”
놈이 나를 얕보든 얕보지 않든 상관없지만.
나는 그 노인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어머, 바로 오고 있네.”
경고와 함께 에밀리는 나를 끌어안고 빠르게 이동한다.
아래에서 무수히 치솟는 벼락들이 뒤를 쫓기 시작한다.
“놈의 특기는 전격 계통의 마법. 오로지 벼락만으로 군대 하나를 섬멸했다고 여겨지는 전투 특화 마법사야.”
“그럼 어떻게 할래?”
“……싸워야지.”
나를 안고 회피 기동을 하던 에밀리가 나를 놓는다.
“포격전을 퍼부으면 승산이 없어. 일단 붙는다.”
흑마법 이동기 섀도우 무브를 발동.
낙하하며 마기의 그림자에 휩싸인 나는 무수히 치솟는 벼락을 그대로 통과하여 지상에서 마법을 난사 중인 로벨타스를 향해 정확히 이동한다.
“호오, 허상의 그림자에 잡혀 벼락을 피했나?”
“댁이 쓰는 마법 종류는 그럭저럭 알고 있거든.”
단순한 벼락이라면 섀도우 무브의 무적 판정으로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다.
마법을 해제하고 튀어나온 내 앞에 보이는 것은 노인의 약간 굽은 등.
“허리나 두드려 줄까? 영감님?”
온 힘을 다해 지팡이를 쥐고는 휘둘러 친다.
“고얀 놈, 제자들에게도 시킨 적 없거늘.”
평범한 인간이라면 얻어맞는 즉시 몸통이 분리될 위력의 타격.
그것을 로벨타스는 자연스런 발놀림만으로 몸의 방향을 반전시키고는 지팡이로 막는다.
체술.
그것도 무려 마법사가 구사하고 있다.
“쌈박질 좀 했나 봐?”
“칼 좀 휘두른다는 놈들을 상대한 보람이 있군.”
경험의 차이.
무엇보다 로벨타스 본인의 순수한 근력 역시 만만치 않다.
지팡이를 쥔 손과 팔목은 어지간한 청년보다 근육이 잡혀 있다.
“힘은 놀랍군. 애송이. 그러나 경험이 부족해.”
“그래? 그럼 그건 깡으로 때워야겠네.”
씩 웃으며 준비해 뒀던 마법을 캐스팅을 완료해서 바로 터트린다.
“흠?! 이런!”
알아챈 로벨타스가 수염을 파르르 떨었지만, 이미 늦었다.
-라이트닝 인페르노.
5서클에 속한 강력한 흑염의 파도가 코앞에서 터져 나가 노인을 집어삼킨다.
콰앙!
눈앞에서 강력한 흑염을 터트리면 나 역시 대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충격으로 뒤로 날아가는 나를 에밀리가 날아와 받아 낸다.
“시안! 무모하긴…….”
“그거라도 해야 씨알이라도 먹혀. ……봐.”
폭발한 흑염을 걷어 내며, 로벨타스가 건재한 모습을 과시한다.
약간의 화상을 입은 게 고작.
“하다못해 팔 하나 정도는 날아갔으면 했는데, 무슨 영감님이 이리 질겨.”
“미쳤구나. 애송이. 실수하면 네놈도 무사하지 못할 터인데.”
아쉽긴 하나. 뭐, 생각했던 대로라고 할 수 있다.
7서클의 역량은 헛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내가 어느 정도로 싸울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원로급을 상대로는 역시 꽤 버겁군.’
성가신 건 지금부터다.
저 노인은 더는 방심하지 않을 터.
“어쩌겠니, 시안? 방침을 바꿀래?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걸.”
“……됐어. 안 바꿔.”
도망 따윈 가지 않는다.
저 노인을 쓰러트리는 방침은 바꾸지 않는다.
“그걸 시작한다.”
전초전은 끝났다.
원로급의 힘은 어느 정도 가늠했다.
나는 지금 막 꺼낸 아티팩트를 손에 쥐었다.
‘진마빙현제.’
완성한 흑마법 비술의 발동 아이템.
흑약의 나침반.
이걸 쓰자.
마침 마탑의 원로 정도면 딱 좋은 시험 상대이니까.
‘어디~ 새 스킬의 성능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