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45
제244화
244화
흑마법이 지금의 공용 마법이라 일컫는 마법보다 결정적으로 아쉬운 게 무엇일까?
흑마법사의 전체적인 수준? 길드의 자금력? 혹은 소속된 마법사들의 성향?
‘가장 뒤처진 것은 지식의 집약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렇지 않아도 제멋대로인 게 마법사라는 족속이다.
특히 흑마법사들의 학파 대부분은 지난 세월 세간의 이목을 피해서 은둔하며 연구를 해 왔다.
‘정작 흑마법이 공인되고 길드가 세워졌음에도 그들에게 길드는 지식의 공유나 노하우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그저 일거리를 받는 곳이라는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으니.’
아쉬운 일이다.
같은 네크로맨서의 지식도 각 학파 간의 노하우를 주고받는다면 더욱 손쉽게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터인데.
‘뭐, 그들이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면 그만이야.’
그들을 훈련시키면서 그들의 마법을 보고 지식을 훔친다.
‘그리고 내 지식의 양식으로 삼는 것이지.’
《흑마법 – 흑염 계통 마법의 효율이 향상됩니다.》
《흑마법 – 네크로맨서 계통의 소환 속도가 상승합니다.》
《흑마법 – 저주 계통의 지속 시간이 소폭 증가합니다.》
《흑마법 계통의 치명타 발생률이 상승합니다.》
기타 등등…….
흑마법사들의 특기 마법을 보고 그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내 마법의 소양 역시 향상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보면 분해서 울지도 모르겠는걸.)
‘그만큼 훈련을 시켜 줬어. 이 정도면 마땅한 대가를 받은 셈 쳐야지.’
거기다 흑마법사들의 실력 또한 진취를 이루었을 것이다.
《흑마법 길드에 속한 인물들이 일정 성취를 이룹니다.》
《전공 클래스의 공적으로 판단 되어 성과가 지급됩니다.》
《스킬 포인트 25pt를 획득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27pt.》
성과는 확실하게 얻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얻은 요령도 나중에 정리해서 별개로 이론화해 길드에 제공할 작정이야.’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은 흑마법의 향상을 위해서.
내가 강해지고 득을 보는 것이 곧 흑마법을 밝은 미래로 이끄는 셈입니다.
“계속 그들의 지식을 탐구하고 정리하다 보면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고.”
게임 때는 흑마법사들 중 특히 개성적인 학파에 속한 마법사의 소양을 향상시키다 보면 그 지식이 극에 달했을 때의 강력한 마법 또한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스킬 습득 퀘스트인 셈.
요컨대 흑마법의 연구의 질적 향상은 내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양반들은 더 노력해 줘야 해.’
모든 건 나를 위해.
그렇게 히죽거리면서 습득하는 이론들을 정리하고 기반을 가다듬어서 내 기초 흑마법 소양을 향상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건 그렇고, 이 짓도 만만찮네…….”
단순히 스킬의 이론만을 숙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름 머릿속에서 그 이론을 재검토하고 확실히 개량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지 못하기에 제법 피곤한 노동이기도 했다.
“하아아암……. 꽤 피곤한가?”
체력보다는 제법 정신적으로 지치는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힘들면 이 누나가 위로라도 해 주렴?)
‘야, 널 소환하면 오히려 마력을 소비하잖아.’
(그것만 소비할까?)
‘됐네요. 됐어. 그렇게까지 힘든 건 아니야.’
놀 틈은 없었다.
적어도 흑마법 아이템이 정식으로 시판되기 전까지는 가능한 기초 수양은 끝내 두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이론의 재정리에 몰두하고 있자니.
“……피곤하십니까?”
키르실이 문득 신경이 쓰인다는 듯 묻는다.
“그 정도까진 하아아암~ 아니거든. 조금 뻐근할 뿐이야.”
“그걸 지쳤다고 하시는 것입니다만.”
“괜찮아~, 괜찮아~. 포션도 제대로 근처에 두고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약도 있거든!”
“…….”
어쩐지 키르실이 어이없다는 느낌의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마치 한심한 무언가를 보는 듯한 느낌.
뭐지? 내가 이상한 소리라도 했나.
체력을 소모하면 포션 먹으면 되고, 수면이야 각성제 계통의 약을 쓰면 버틸 수 있잖아?
그것보다는 스펙업이야.
잠보다는 레벨업!
“……과연, 시안 님의 사역마께서 하는 불평을 조금은 이해했습니다.”
(그렇지?)
“너희들, 무슨 이야기 했어?”
최근에 이따금 에밀리와 키르실이 짧게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시안 님을 이럴 때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나를 무슨 칠칠맞은 인간처럼.”
“허술하신 것은 맞습니다. ……적어도 그대로 놔두면 필시 좋지 않겠죠.”
비어 있는 포션 병들을 흘겨보며 키르실은 엄하게 말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수련이 끝나면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일단락되었으니까 상관없긴 한데.”
키르실의 주의가 아니어도 슬슬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적당히 끝내려던 참이었다.
내가 이리 말하자, 키르실은 마침 잘됐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곧 준비해 오겠습니다.”
“준비라니…….”
“아무래도 시안 님께서는 썩 좋지 못한 휴식 방법을 취하시는 모양이니 저희에게 내려오는 비결을 조금 사용하겠습니다.”
비결?
“예. 한정된 시간에 확실한 휴식. 그것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조금 알고 있기에. ……괜찮습니까?”
“음~. 그런 게 있다면야 오히려 부탁하고 싶은데.”
내가 흔쾌히 허락하자, 어쩐지 조금 의욕이 생긴 듯 키르실은 후다닥 내 방을 나갔다.
“그러고 보니 다크 엘프들은 긴 시간 동안 수련한 고수들이니 뭔가 효율적인 휴식법이라도 있어?”
(악마도 그런 거 있거든. 다음에는 이 누나가 이것저것 구해 올까?)
아니, 악마의 것이라고 하니 좀 불안하잖냐. 나는 적당히 사양했다.
일단 조금은 기대하며 기다리자니 한 10분쯤 지나자 키르실이 돌아왔다.
“그럼 우선은 제가 고안한 특제 기력약을 드리겠습니다.”
“아, 약이란 거 혹시 지금 네가 들고 있는 그 그릇?”
“예.”
어쩐지 뿌듯하다는 느낌으로 키르실은 조심스레 가지고 온 그릇 안의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검푸른 색의 무언가가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일단 물어보자. 그거 대체 뭐야?”
“현역시절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개발한 기력약입니다. 포션 같은 회복제는 아니지만, 이것을 마시고 휴식을 취하시면 적잖은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니, 목숨이 빠지나?”
아니, 아무리 봐도 독이야.
(멋질 정도로 혼란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네.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걸까?)
봐 봐, 악마도 질색한다.
“안전한 거냐? 그거?”
“개량을 거듭했습니다. ……처음에는 입안이 약간 녹을 정도로 농도를 잘못 조정했습니다만, 지금이라면 안전합니다.”
“안전하긴 개뿔! 그거지! 약이라고 속이고 암살이라도 하려는……. 웁!”
아무리 생각해도 거절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서 온 힘을 다해 거부하려 하였지만.
키르실은 소리도 없이 고속으로 접근하여 그 그릇 안의 내용물을 내 입안에 처넣었다.
조금 피곤한 마법사 따위에게 극약을 먹이는 것은 참으로 쉽다는 듯.
“맛은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차라리 맛이 없는 쪽이 더 안전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키르실의 말대로 신기할 정도로 맛대가리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무심코 놀라서 삼키자.
“어? ……어어?”
신기하게도 이렇다 할 부작용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좋은 약인 걸까.
대신 뭐라고 해야 할까. 괴로움보다는 어쩐지 묘하게 속이 따끈한 느낌과 함께 쏟아지는 졸음.
“효력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니, 그냥 이거…… 약에 취한다는 거잖아.”
투덜거릴 기력조차 날아갈 정도로 힘이 빠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시야가 기운다.
“괜찮습니다. 예상한 효력대로이니까요.”
다치지 않은 것은 이 효과를 미리 알고 있던 키르실이 당연하다는 듯 나를 잡아 주었기 때문.
“그럼 안심하고 푹 휴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들려온 그녀의 말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잠에 곯아떨어졌다.
* * *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키르실이 말한 대로 어디까지나 휴식을 위해 먹인 약인 모양이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거짓말처럼 다시 정신이 들기 시작했을 때는 신기할 정도로 수면욕이 날아간 뒤였다.
눈을 뜨니 나는 어느새 키르실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린 채 정신없이 늘어져 있었던 모양.
“대충 팽개쳐 놓고 할 일을 하러 가도 됐는데.”
“그럴 순 없었습니다만.”
일어나려 했지만, 키르실의 손바닥이 당연하게 내 이마를 누른다.
머리를 누르면 고개를 못 가누는데.
“조금 더 쉬셔도 괜찮습니다.”
“아니, 충분히 회복됐어. ……아니, 어떻게 그게 회복이 되지?”
스스로 생각해도 원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군.
“드신 약은 신체의 마기에 반응하여 그 흐름을 피와 함께 고루 순환시키는 효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 그런 건가.”
(메이드의 말대로 마기의 흐름이 정말로 원활해졌네.)
내가 신기하다는 듯 감탄하자, 키르실은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우연히 극독을 조합하다가 발견한 것입니다만, 조합을 외워 둔 보람이 있습니다.”
“그거 고맙긴 한데, 독 만들다가 실수로 만들었다고 했냐? 지금?”
“……거기다 별개로 시안 님께서 잠드신 동안, 제가 잠시 시안 님의 마기의 흐름 역시 바로잡히도록 보조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잠든 사이에 나를 뉘어 놓고 붙어 있었던 건가.
“별 재주를 다 익혔네.”
“그러니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면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만.”
“뭐, 정말로 피곤할 때만 부탁하지. ……정말로 빡셀 때만.”
효력은 이해했지만, 그래도 키르실이 퍼 먹인 약의 비주얼은 죽어도 잊지 못할 거 같다.
……왜 좋은 약은 다 그 모양일까.
뭐, 다크 엘프 나름의 연륜이라는 건가.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느 정도 가늠이 됩니다.”
아무래도 연륜이라고 생각한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이 재주는 인간일 때 익힌 것이니까요. 지금의 제 처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그런 거야?”
“예. ……예전에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 애를 돌볼 때 필요해서 익힌 것이니까요.”
다크 엘프가 아니라 인간인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듯 말하는 키르실.
“선천적으로 마력의 흐름이 불안한 아이였기에 이런 방법을 익혔습니다.”
“네가 개인적으로?”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약이란 게 더욱 귀했으니까요.”
어쩐지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듯 그녀는 내 이마에 손을 올린 채로 말했다.
“지금은 간신히 이름만 기억하는 아이입니다만.”
“……그렇군.”
나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인간이었을 적의 일이라고 한다면, 아득히 옛날 일일 테니.
무엇보다 쓸데없는 것을 물을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다.
왜 키르실은 다크 엘프가 되었을까.
정확히는 무엇 때문에 과거 금악룡과 싸우기 위해 토벌대에 들어간 것일까.
그것은 내가 괜히 물어볼 일은 아니리라.
“뭐, 돌봐주는 건 고맙긴 한데 애 취급은 좀…….”
“맞지 않습니까?”
틀리진 않네.
“지금도 그 기억만큼은 선명합니다. 처음 이 기력약을 만들었을 때 그 아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했죠.”
“그건 정말로 운 거라고 생각해.”
누군지도 모르고 먼 옛날의 사람이지만, 그 아이의 심정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뭐, 지금은 키르실의 말마따나 쉬면 그만이지.
이제 곧 흑마법 아이템의 공식 판매가 시작된다.
흑마법사의 역량도 오른다.
거기다 다크 엘프의 존재…….
‘시작되겠지.’
그러니 이때 쉬어 두는 게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