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6
6
“나이가 아직 어리시니 육감적인 화장은 피했습니다.”
“어머.”
아리스는 거울에 손을 댔다. 자신이 봐도 아름다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리스.”
이때였다. 이안이 문을 두드렸다.
“준비 다 되었니?”
“네, 아버지.”
아리스는 황궁 지리를 모른다. 그래서 이안이 봄의 정원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아리스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봄의 저녁은 바람이 꽤 쌀쌀하다. 거기 가서 벗을 테지만 가기 전까지 입을 외투를 걸쳤다.
문이 열리고 이안이 들어왔다. 이안은 딸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우리 딸, 예쁘구나.”
“정말요?”
“그래.”
금발이 아니라 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리스는 자신을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를 향해 웃었다.
“다들 아름다울 거예요.”
“그렇겠지?”
“황태자 전하께서는 저에게 눈길 한 번 주시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되기를 빌어야지.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아버지의 팔을 잡았다. 딸이 자신의 팔을 잡자 이안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 아리스를 보았다.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리 차려 입으니 어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딸이 시집을 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는 그리 생각하고 딸을 에스코트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탄 마차가 황궁으로 향했다.
* * *
화단에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이곳에는 수많은 꽃과 꽃나무가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꽃들의 향연이 이루어진 것 같아 봄의 정원이라 불렀다. 봄을 상징하는 프레시안 꽃이 바람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아래 오늘 배고픔을 감내하고 황궁에 도착한 아리스와 이안이 있었다.
“아버지는 가셔도 괜찮아요.”
이안은 그녀를 계속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루진도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다른 귀족 영애들도 아버지와 같이 왔다. 그녀들 역시 아리스처럼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다들 음식을 보며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하지만 연회의 주인공인 황태자가 오지 않아 선뜻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럼 조심하거라.”
“네.”
이안은 딸을 두고 정원을 나갔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루진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 믿었다. 거기에 특별한 날, 특별한 손님이 모였기에 정원 곳곳에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안전을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한 셈이다.
아버지가 가셨다. 아리스는 눈치 보지 않고 먹을 것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녀의 팔을 루진이 잡았다.
“아가씨.”
“응.”
“드시면 안 돼요.”
“왜?”
“아직 황태자 전하께 모습을 보여 드리지 않았잖아요.”
루진은 지금 아름다운 아리스의 모습을 황태자가 꼭 봤으면 했다. 루진의 칼 같은 말에 아리스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가 너무 고파.”
“다른 것은 잘 참으시잖아요.”
“배고픈 건 못 참겠어.”
다른 것들은 내숭을 떨면서 참았다. 하지만 배고픔은 참기 힘들었다. 그녀가 애교를 섞어 루진에게 말했다.
“조금만 먹을게.”
그녀의 말에 루진이 고집을 꺾었다.
“음료수 한 잔.”
“좋았어.”
의사가 타협되었다. 루진에게 허락을 받은 아리스는 양이 가장 많은 음료수를 찾아 집었다. 그때 바로 옆에 있는 음료수를 다른 아가씨가 잡았다.
아리스는 그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찰랑이는 금발을 늘어뜨리고 가슴이 별로 파이지 않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호수 같은 파란 눈동자, 누가 봐도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크면 앞으로 장래가 기대될 아가씨였다.
두 여자는 서로를 관찰하며 음료수를 마셨다. 한 번에 먹기 아까워 조금씩 조금씩.
“안녕하세요.”
아리스가 먼저 웃으면서 인사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빙긋 웃어 주었다. 매일 거울을 보고 연습했던 표정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상대방이 똑같이 인사했다. 아리스의 웃음보다 약간 전문성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름 귀엽게 보이는 웃음이었다.
“음료수가 맛있네요.”
아리스는 아가씨를 보았다. 찰랑이는 금발을 뒤로 넘기며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 우아했다. 귀족 예법대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거기에 약간 기운 없는 표정까지. 상태가 자신과 아주 비슷해 보였다.
“사실 전 아침도 못 먹고 점심도 못 먹었어요.”
아리스가 조곤조곤 말했다. 루진이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걸 알기에 음식 같은 건 쳐다보지 못했다.
“이거 하나 겨우 허락받았어요.”
아리스가 말하자 작은 아가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황궁에서 초대장이 왔다는 말에 시녀들이 어제 저녁부터 굶겼어요.”
그녀는 다 마셔 가는 음료수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건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를 보았다.
“아리스 호리슨 영애시죠?”
“네.”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아버지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래요?”
“제 이름은 비올레 디 에셀이에요.”
“아.”
아버지가 말하고는 했다. 루이슨 공작에게 딸이 있는데 그렇게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고 다닌다고 말이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지고 있다던데, 루이슨 공작을 닮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자랑할 만하네.’
딸바보라서 그냥 자랑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아름다웠다. 자신도 아름답지만 비올레와 나란히 있으면 자신은 보통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다.
‘좋았어.’
황태자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최대한 아름다운 아가씨 곁에 있는 게 낫다. 그리고 비올레라면 황제가 내심 찍어 둔 여자 중 하나일 것이다. 황태자가 자신보다 비올레를 마음에 들어 하면 일이 다 잘 풀리는 셈이다.
“저도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레이디 에셀.”
“비올레라고 부르세요.”
“네, 비올레. 저도 아리스라고 부르세요.”
“알겠어요.”
두 사람은 동시에 음료수를 다 마셨다. 서로 아쉬운 눈길로 음료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비올레가 방긋 웃어 아리스가 따라 웃었다.
“정말 똑같은 처지네요.”
아리스는 그리 말하며 잔을 놓았다. 비올레 역시 잔을 놓았다.
“황태자 전하 드십니다.”
드디어 모든 스케줄을 끝내고 티타임의 주인공인 황태자가 등장했다. 이때까지 기운이 없던 아가씨들의 얼굴에 갑자기 힘이 솟아났다. 황태자에게 얼굴을 비추고 먹을 것을 먹겠다는 사명으로 다들 황태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서들 와.”
이엘는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느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잘생긴 자신은 어디 가든 시선이 집중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아, 나는 왜 이리 잘생겼지?’
이엘은 거울을 바라보았다. 찰랑이는 금발이 어깨까지 내려왔고, 호수를 닮은 파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우수에 찬 눈동자가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반짝이는 보석보다 자신의 눈동자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으흠.”
“왜 그러십니까? 황태자 전하.”
“내가 너무 잘난 것 같아.”
그의 말에 시종이 한 마디 거들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시종은 거울에 비친 이엘의 모습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우아한 행동거지, 거기에 아름다운 얼굴, 황태자 전하라는 신분까지. 그 어떤 남자도 따라오지 못할 겁니다.”
시종의 예찬에 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정한 명단은 훑어보았다. 그가 알고 있는 수도에 예쁘다고 소문난 아가씨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 만나고 싶어!’
명단에는 모르는 여자도 있었다. 수도에 아름다운 여자 중 자신이 모르는 인물이 있었다니, 그건 충격이었다. 그렇기에 모두 다 만나고 싶었다.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준비 다 끝났습니다.”
“그래.”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챙긴 그는 만족한 듯 웃었다. 대외적인 미소를 한 번 지어 주고 방을 나왔다. 그 뒤를 시종과 호위 기사가 따랐다.
“라자엔.”
“네, 전하.”
시종의 이름을 부른 그가 물었다.
“아가씨들은 어찌 있다고 하지?”
“음식을 드시지 않고 전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도 먹지 않고?”
“사실 말입니다, 레이디는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 음식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럼!”
“모두 다 전하께 잘 보이기 위해 음식을 드시지 않고 기다리시는 겁니다.”
라자엔의 말에 이엘은 기분이 더 좋아졌다. 배고픔을 참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 수많은 레이디가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니! 이 얼마나 가상하단 말인가.
그는 오늘 최대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로 했다. 그게 레이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