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73
073화 숭산파 장문 사음수
장안에서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개방 방주 왕사룡은 기대 안 했던 숭산파 장문 사음수와 무당 왕명학 그리고 화산파 대사형 엄안이 제자들을 데리고 합세하자 기세가 등등해졌다.
‘흠… 이 정도면 월아교 놈들을 싹 쓸어버릴 수 있겠는데…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왕사룡은 이리 생각하며 정파 무림인들을 환대했다.
“월아교 놈들이 방자하게도 성 밖 장원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는 우리 정파 무림을 너무 얕보는 행동이 아닐 수 없소! 한꺼번에 쳐들어가 뿌리를 뽑아 버립시다!”
무당 왕명학이 정파의 도를 말했다.
“먼저 저들에게 사람을 보내 최후통첩하고 그들의 동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인 것 같소! 그래야 정파로써 명분이 서는 게 아니겠소!”
화산파 엄안이 사부의 명대로 왕명학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중원에 들어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니 엄중히 경고한 후에 조처하는 것이 정도입니다.”
이미 월아교에 참패를 당했던 공동파 장문 광성자가 분개했다.
“답답한 소리 마시오! 그들이 공동파를 공격한 것은 이미 중원 무림에 선전포고한 것인데 무슨 경고를 한 후에 공격하겠다는 것이오!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이오!”
곤륜파와 청성파도 이에 합세하니 왕사룡이 다수의 의견을 받아 말했다.
“월아교가 먼저 명분 없이 공격해왔으니 우리가 굳이 명분을 따질 이유는 없는 것이오! 그들이 장원을 사들여 본거지로 삼은 지가 한 달이나 되었으니 이미 중원을 침범한 것이 명백하오. 내일 밤에 쳐들어갑시다!”
이렇게 사실상의 결론을 짓고는 수하 양 장로에게 지시했다.
“양 장로는 월아교의 장원을 불태워버릴 준비를 해주게!”
“네!”
양 장로는 20년간 충성한 왕사룡의 측근으로 왕사룡이 가장 신임하는 개방 장로이다.
왕사룡은 조용히 앉아 있는 사음수를 쳐다보며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었지만, 숭산파 장문 사음수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그저 왕사룡이 하는 양을 방관하기만 했다.
더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자 왕사룡이 회합을 마쳤다.
“그럼, 내일 오후에 출발하는 것으로 정하겠소이다.”
왕사룡이 이렇게 선언하고 일어섰다.
다수가 왕사룡의 의견에 찬동하니 무당과 화산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모두 돌아가고 무당과 화산파만이 남았다.
뭔가 개운하지 않았는지 무당오협중 일제 양일지가 사숙 왕명학에게 말했다.
“저는 저들이 장원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영 이상합니다. 장원의 담이 아무리 높아도 무림인들에게는 그저 울타리일 뿐인데 독 안에든 쥐 모양으로 장원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화산파 대사형 엄안이 거들었다.
“그럼 제가 가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겠습니다. 내일 저녁 쳐들어가기 전에 장원 앞에서 만나시죠!”
왕명학이 엄안의 제안이 옳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으니 그리하시게! 다만 저들과 불필요한 접촉은 하지 마시게!”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엄안이 화산파 제자 둘만 데리고 월아장원으로 출발했다.
다음 날.
왕사룡과 정파 무림 수장들은 제자들에게 점심을 든든히 먹게 하고 전열을 정비한 후 월아장원으로 출발했다.
장안성 서쪽 문을 나와 한 시진을 말을 달리니 거대한 장원에 도착했고, 현판에는 버젓이 [월아장원]이라고 적혀 있다.
공동파 장문 광성자가 현판을 보더니 이를 갈았다.
“저놈들이 비단길에서 돈을 긁어 담는다더니 이렇게 큰 장원을 쉽게 사들이는군! 내 오늘 모두 불태워버리겠다!”
안 그래도 왕사룡은 월아 장원을 불태워버리기 위해 개방 제자들에게 준비를 시켜놨다.
왕사룡이 광성자를 돌아보며 호기롭게 외쳤다.
“광 장문! 걱정하지 마시오! 내 다 준비를 시켜놨으니 내가 그대의 원한을 오늘 갚아드리겠소!”
광성자가 왕사룡에 다가가 감사했다.
“왕 장문! 저들만 없애준다면 그대가 무림 맹주가 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소이다!”
두 사람이 이렇게 무림 맹주 자리를 놓고 자기들 맘대로 주고받고 있는데 장원의 정문이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걸어 나왔다.
무도와 무공을 겨룬 적이 있는 월아교 8대 장로 담천과 젓가락으로 무사의 손가락을 잘라버린 저옹 등 월아교 8대 당주들과 제자들 수십 명이 정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들은 정파 무림인들을 보고도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월아교 8대 당주의 수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왕사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월아교 8대 당주의 수장 흑월이오! 그대가 개방 방주 왕사룡인가?”
월아교 측에서 여자가 대표로 나서서 얘기하니 무림인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쏠렸다.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그녀는 몸에 붙는 검은 옷을 입었는데 날렵해 보이는 몸매를 가지고 있고, 가벼워 보이는 검 한 자루만을 차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매와는 달리 눈빛이 날카롭고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허나, 어찌 된 영문인지 왕사룡은 흑월의 얘기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중원 무림에서 가장 세력이 큰 개방 방주가 어찌 사파의 당주 따위와 얘기를 하겠는가 하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상대가 여자인 것도 꼰대 왕사룡에게는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왕사룡이 들은 척도 안 하자 옆에 있던 왕사룡의 측근 양 장로가 나섰다.
“나는 개방 양장로다. 월아교가 곤륜파와 공동파를 공격하고 중원에 쳐들어와 마음대로 행동하니 이것은 정녕 정파에 도전하는 것인가?”
흑월이 냉랭히 말했다.
“우리는 정정당당히 곤륜파, 공동파와 겨뤄 이긴 것이오! 그들이 실력이 부족한 것을 누굴 탓하는 것인가?”
“…….”
“그리고 곤륜파와 공동파에서 먼저 월아교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대응을 한 것이지 월아교가 무턱대고 먼저 공격을 한 것이 아니오! 광성자 장문! 내 말이 틀렸소?”
흑월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공동파 장문 광성자에게 집중됐다.
광성자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는지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하다.
흑월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무림 문파 간에 으레 있는 사적인 은원을 해결한 것이었다.
개방 8대 장로 나밀도가 한발 나서며 외쳤다.
“사파 놈들이 감히 중원을 넘보는데 그럼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냐? 정파 무림인들이 이리 모였는데도 요설을 지껄이다니 네놈들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흑월이 나밀도를 한번 쳐다보고는 앙천대소했다.
“호호호! 죽고 사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터이니 그대는 유정에게 돌아가시오! 무림인이 어찌 유정 같은 왕족에게 붙어 지내는 것이오?”
흑월의 일침에 나밀도가 뜨끔했다.
‘저자가 나의 내력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인가?’
정파 무림인들도 흑월이 개방 장로 나밀도를 지적하며 그가 유정과 붙어먹었다고 하니 의아해했다.
안 그래도 정파 사람들은 저 나밀도란 작자를 아는 무림인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이렇게 수군거리고 있는데 흑월이 한술 더 떴다.
“사음수! 숭산파 장문께서도 여기 오셨소? 3년 동안의 폐관 수련에 진전이 있으셨소? 내 오늘 그대의 무공수련에 진전이 있었나 확인해봐야겠군!”
흑월이 이렇게 얘기하자 정파 무림인들은 월아교가 정파 무림인들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에 적지않이 놀랐다.
흑월이 자신을 꼭 집어 지명하자 사음수가 차갑게 말했다.
“훗! 월아교의 명성이 헛된 것은 아니었군!”
이제나저제나 하며 분풀이를 하려고 벼르고 있던 광성자가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들고 흑월에게 달려들었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내 검을 받아라!”
흑월은 광성자가 검을 들고 달려들자 몸을 솟구쳐 정파 무림인과 월아교 무리의 중간 지점에 사뿐히 날아 섰다.
흑월은 무기도 빼 들지 않고 광성자와 10여 초를 다투는데 그녀의 표정은 여유롭기까지 했다.
반면, 광성자는 죽어라 검을 휘두르지만, 흑월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광분해서 마구 덤비는 형국이었다.
공동파 장문 광성자가 월아교 당주 흑월을 제압하기는커녕 열세를 면치 못하며 싸움이 길어지자 정파 무림인들 얼굴이 어두워졌다.
흑월과 광성자의 대결을 지켜보던 사음수가 생각했다.
‘공동파가 월아교에 당했다더니 광성자는 무공이 평범하기 그지없군…….’
광성자의 보법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이하자 기다렸다는 듯 사음수가 신형을 날리며 흑월과 광성자 사이를 끼어들었다.
“광장문! 이년은 나한테 넘기시오!”
이리 말하며 사음수가 흑월에게 달려들며 3년간 갈고닦은 대숭음신장을 펼치자 그녀의 주위에서 강력한 음기가 발산됐다.
정파 무림인들뿐만 아니라 월아교 무리도 사음수의 엄청난 음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엄청난 음기이군…….”
“3년 폐관 수련을 했다더니 과연 예전의 사음수가 아니군…….”
사음수는 광성자가 명문 정파의 위신을 추락시키자 이참에 자신의 무공을 정파 인들에게 각인시키고 무림에서 숭산파의 지위를 올려놓으려는 속셈이었다.
흑월은 광성자를 상대할 때와는 달리 사음수의 출수에 가벼이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됐는지 검을 빼 들고 달려드는 사음수의 하체를 노려 찔러 갔다.
두 사람이 30여 초를 주고받는데 사음수가 계속해서 대숭음신장을 펼치자 흑월이 사음수의 대숭음신장을 맞대응해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대체 어떤 절묘함이 있길래 계속해서 나에게 장을 날리는 것이지?’
이런 생각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흑월이 결국 사음수의 장에 자신의 장을 부딪쳤다.
펑!
두 사람의 장력에 모래바람이 일며 사람들의 옷깃이 날렸다.
각자 두 걸음씩 뒤로 물러선 두 사람은 서로의 무공에 감탄하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
흑월은 가슴속에 파고드는 강력한 음기에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았다.
‘음… 사음수의 대숭음신장의 위력이 참으로 대단하군…….’
만약 흑월이 여자가 아니었으면 사음수의 대숭음신장의 음기가 온몸으로 퍼져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흑월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정파라 자청하는 숭산파의 무공에 이렇게 사악한 기운이 있을 줄 몰랐군!”
사음수 또한 흑월이 자신의 장을 그대로 받아내자 처음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훗! 내 장력에 대항하다니 어딜 감히…….’
그러나 흑월이 자신의 장을 맞고도 꿋꿋이 서 있자 내심 적지 않게 놀랐다.
‘월아교의 당주가 저 정도의 무공을 지녔다면 교주의 무공은 얼마나 고강할 것인가?’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저옹이 흑월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숭산파 장문의 무공이 정파라고 하기에는 기이하군! 내 몇 초 겨뤄봐야겠소!”
저옹이 긴 쇠젓가락을 손에 쥐고 사음수에게 달려들며 그녀의 두 눈을 노렸다.
저옹은 쇠젓가락을 무기로 사용하며 평생 적수를 만나보지 못한 고수이다.
그의 본명은 막대였으나 젓가락 무공이 너무나 대단해 사람들이 그를 저옹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사음수는 웬 꾸부정한 노인이 갑자기 자신에게 젓가락을 휘두르며 달려드는데 그의 초식이 괴이할 뿐만 아니라 신법이 너무 빨라 얼른 흑월을 버리고 저옹과 엉키어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