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수장님들이 난리를 부려요, 아가씨?”
진이 쏙 빠진 모습으로 나타난 휘스테론은 요이델의 손등에 장난스럽게 입 맞추며 예를 취했다.
요이델은 그녀의 귀빈실에서 둘을 맞이했다.
“……휘스한테 아가씨 소리를 들으니까 어색해. 난 신관이야.”
“동시에 우리가 찾던 귀한 분이시고요.”
그의 능청에 요이델의 눈이 당황으로 좁혀졌다.
“그래, 휘스는 언제부터 알았던 거야? 어떻게 뭐든 미리 알고 있어?”
“눈치가 빨라서?”
“휘스테론.”
“그 톤은 차기 수장님이랑 진짜 똑같네. 피는 못 속여.”
요이델이 강경히 묻자 휘스테론은 차기 수장에게 완전히 빼앗긴 손수건을 허공에 그리며 답했다.
“아마 축복받은 손수건을 몰래 빼돌렸을 때부터?”
“그렇게 빨리? 정말 눈치가 빠르긴 하구나. 대단해.”
“신관님, 저도…….”
“하지만 칭찬하는 건 아니야. 왜 나한테만 비밀로 했어?”
“……저는 몰랐던 일입니다.”
요이델이 뾰족하게 바라보자 휘스테론은 시선을 피하고 라이오스는 태세를 바꿨다.
“하하, 델, 메디아의 기후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요즘 같은 계절에는 말이야.”
“내가 물었잖아, 휘스. 대답해 줘.”
“끙. 이번에도 아니라면 수장님들이 실망하실까 봐 숨겼어. 이래 봬도 충성심 정도는 가지고 있어서. 그리고…….”
휘스테론은 말할까 말까 눈을 굴리다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델의 무서운 오라버니께 된통 깨질 수도 있어서. 뭐든 신중한 게 좋다고 생각했지.”
“오라버니가 그런 사람이라고?”
“델 말고 모두에게 그럴 사람이라고 말해도 못 믿겠지. 쿡.”
휘스테론은 고개를 설설 저으며 웃었다.
물론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내가 본 오라버니는 그렇지 않았는걸.
“라이, 아니지?”
“……아닙니다.”
“휘스는 과장이 너무 심해. 오라버니한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단호하게 대답하자 휘스테론은 눈물을 찔끔 훔쳤다.
“여동생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못살아, 흑흑, 내 남동생은 왜 저렇게 날 지지해 주지 않는 거냐고.”
“네 주둥이를 해치지 않고 놔둔 게 최대한의 성의임을 모르나.”
“으, 차기 수장님은 다 가졌어! 그 유전자들에서 어떻게 델 같은 천사가 나왔냐!”
휘스테론은 상처받은 듯 엎드려서 우는 척하다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회복.”
“휘스는 회복이 빨라서 신기해.”
“어릴 때부터 기사단에서 구르면 그렇게 돼.”
“기사단? 메디아에서도 그랬어?”
“어, 뭐 그렇지. 부모님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휘스랑 라이의 부모님도 기사셨구나…….”
“응, 우리 부모님은 델도 본 적 있을걸?”
“내가?”
요이델의 흥미를 끈 휘스테론은 냉큼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델, 오늘은 수장님들이랑 성하를 주의해.”
“왜?”
“오늘 보니 상태가 보통이 아니던데. 누구 하나 죽일 수도 있겠어. 혹시 무슨 일 있었어? 뭐 가령 수장님들 앞에서 우리 당장 결혼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했다든가.”
“응? 아냐, 안 했어.”
요이델의 대답에 휘스테론은 피식 웃었다.
“그치? 나 참, 수장님들의 엄살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왜냐하면 이미 반려가 됐다고 했거든.”
“풉!”
촤악!
웃으며 넘기던 차가 코로 뿜어져 나왔다. 콜록콜록, 휘스테론은 가슴을 두드리며 기침을 내뱉었다.
“콜록, 지, 케헥, 진짜로?”
“꺄악! 휘스, 다 뱉었네! 괜찮아? 어디 아파?”
요이델이 놀라자 라이오스는 제 형의 입에 장갑을 재갈처럼 묵묵히 쑤셔 넣었다.
“퉤! 잠깐만. 델, 둘이 뭐라고 했다고? 그게 끝인 거지?”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전부 말했을 뿐이야. 그냥, 조금…… 분위기가 안 좋아지긴 했어.”
머뭇거리다가 그냥 말해 주기로 했다.
왜 모두 기절할 듯 놀랐는지 잘 이해가 안 됐으니까.
“푸하하하!”
지난 저녁의 이야기를 들은 휘스테론은 웃다 죽을 것처럼 바닥을 나뒹굴었다.
뭐야, 정말. 요이델은 빨개진 얼굴로 휘스를 쏘아봤다.
“왜 웃어! 내가 잘못한 거야?”
“하학, 하지만, 아, 그치만 델. 너 그게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진짜 몰랐나 보네. 성하가 그 위치가 아니면 진작 살해당했을 텐데!”
“페어링을 맺은 게 왜? 혹시 뽀뽀로 맺는 관계라서 그런 거야? 아, 그렇구나. 어떡해.”
거기까지 자연히 추측할 수 있겠구나. 요이델은 손부채질을 하며 열을 식혔다.
“와하학! 화끈하네. 그거 뽀뽀로 하는 거였어? 어떡해, 웃으면 안 되는데 나 죽을 것 같아, 델. 푸흡.”
“뭐야, 그게 아니야? 정말 왜 그러는 거야, 휘스! 웃지만 말고 알려 줘!”
“신관님.”
휘스테론은 물론 라이오스까지 얼굴을 붉혔다. 라이오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해바쳤다.
“그런 의도는 아니셨겠지만 연인 사이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떼어낼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는 표현이 함께 쓰이면 뜻하지 않은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해?”
“델, 놀라겠지만 어쨌든 잘 참고 들어. 그건 말이야 성하와 네가…….”
휘스테론은 폭소를 참고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로사리움의 시종들이 잠옷을 준비하며 기대하는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뭐?! 아냐! 없었어!”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귓가가 벌게진 요이델이 얼굴을 가리고 발을 동동 굴렀다.
“내가 그런 걸 부모님 앞에서 말씀드린 거야? 농담이지? 장난이지? 휘스, 라이,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 줘…….”
“거짓말이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수장님들께서 성하를 따로 초대해 식사를 하신 것 같네.”
“뭐, 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나한테는 아무 말도 없으셨어.”
“그랬겠지. 너를 혼내고 싶진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델.”
휘스테론은 요이델에게 측은한 눈빛을 보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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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 게 아닌데, 어떻게 해명하죠?”
요이델은 성국에 있는 파멜라에게 영상구로 고민을 토로했다. 설마 그런 뜻으로 오해할까, 했는데.
―아기님의 대모는 제가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권력자가 되어 볼게요!
―아기님……?
파멜라의 장난 가득한 대답을 엿들은 하일이 달려와 되물었다.
―아, 아기, 아기님?! 서, 성후님?!
광기와 감격이 들어찬 하일의 물음에 절대 아니라고, 오해라고 말한 뒤 연결을 끊어 버렸다.
요이델은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본성 어귀, 넓은 길목에 걸린 장식품들을 바라봤다.
‘역시 익숙한 느낌이야. 내가 원래 메디아 사람이 맞다면……. 왜 굳이 날 빼앗으려고 했을까? 그들에게는 짐짝 취급당했을 뿐인데.’
깨고 난 뒤 생각났다. 꿈속에 나온 낯선 목소리는 요보힐데 공작 부인의 것과 똑같았다.
트이기 시작한 기억들은 빠르게 빈 공간을 메꿨다.
요이델은 차가운 벽에 손을 대고 정신을 바로잡았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해.
시엔델.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그 애는 내가 자신의 쌍둥이가 아닌 걸 알고 있었을까?
공작 가문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게 대해 줬던 사람.
딱 둘이었다. 시엔델과 유모.
“여전히 먼지 한 톨 없이 관리되고 있군요.”
“올가 님!”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요이델의 주위를 밝혔다.
“오늘은 저를 부르셨다고요.”
“혹시 많이 바쁘셨나요?”
“아니요, 후후. 하지만 페어링을 풀 방법을 찾아내라고 억지 쓰는 커다란 어린아이와 씨름은 조금 했죠.”
“죄송해요. 오라버니 때문에.”
“선함이 이쪽으로 몰렸군요.”
오라버니라는 호칭에도 올가는 놀라지 않았다. 올가는 휘르무트에게 되찾은 기억에 대해 말했고, 그들은 유기성을 쉽게 찾아냈다.
상냥한 올가의 눈빛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해 눈을 질끈 감고 최대한 참았다.
“……유모도요.”
배시시 웃은 요이델이 올가를 꽉 부둥켜 안았다.
“흑…….”
“앗, 괜찮으세요? 어, 지금은 저, 손수건이 없, 없는데 어쩌죠?”
예상치 못하게 올가가 먼저 눈물을 흘렸다. 어쩌지? 요이델은 급히 닦을 것을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
그때 휘르무트가 멋쩍은 얼굴로 슥 나타나 손수건을 건넸다. 그는 사실 둘의 대화에 끼고 싶어서 몰래 따라왔다.
눈물을 닦은 올가가 눈을 흘겼다.
“눈치가 있으면 빠져 주시지요.”
“왕가의 전시관에서 두 사람이나 주저앉아 울고 있으면 보통 이상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올가 너는 교양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
“재수 없으셔라.”
그들은 눈물을 수습하고 가장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요이델이 어릴 적 쓰던 옛 방이었다.
휘르무트는 구석에 놓인 아주 작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요이델을 바라봤다.
“이 오라버니는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얘기하렴. 부족한 건 없지? 디저트를 더 가져다줄까?”
“그래도 오라버니 노릇은 제대로 하셔서 안심이군요.”
“저, 오라버니, 올가…….”
“난 어릴 때도 좋은 오빠였어.”
“도련님은 몰라도, 아가씨는 예전에도 지금처럼 친절하셨죠.”
그녀는 능숙하게 차를 따르고 우유를 부었다. 딱 평소 요이델이 선호하는 비율이었다.
“저는 지금도 기억한답니다. 눈에 선하죠. 자그맣던 고사리손으로 오랜만에 제공된 맛있는 케이크를 주머니에 숨겨서 가지고 오셨어요. 제게 주시려고요.”
“주머니에요?”
요이델은 민망해져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나도 못 먹었겠네요?”
“그렇지만 가장 즐거운 추억이었죠.”
다시 떠올려도 좋다는 듯 회상에 젖은 눈이었다. 요이델은 손을 만지작거리다 올가를 직시했다.
“올가, 실은 물어볼 게 있어서 꼭 만나고 싶었어요.”
“공작가에 대해서인가요?”
“……!”
“역시 그랬군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가씨께서는 긴장하실 때마다 상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곤 하셨죠.”
올가는 다 안다는 듯 미소 지었다. 기쁨이 아른거리던 표정이 서서히 차분해졌다.
“제게 어서 도망치라고 덜덜 떨며 말씀하시던 그날을 제외하곤, 항상 그러셨지요.”
그 말에 구석으로 좌천당해 심심하고 섭섭한 듯 인형의 팔다리를 움직이며 놀던 휘르무트의 고개가 들렸다.
“오는 길에 봤던 장식품들은 전부 아가씨께서 제게 주셨던 것들이에요.”
올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요. 말씀드릴게요.”
평탄했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곳의 사람들은 아가씨를 백치라고 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죠. 제가 본 아가씨는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기억력이 아주 좋은 분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