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최고의 영웅 (8)
“김무명,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고요?”
헤라클레스가 떠난 뒤.
강유진에게서 얘기를 듣고, 석태준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바다에 빠져서 죽은 거 아니었어요?”
“아니었던 것 같아.”
“그럼 안 죽었다고 연락이라도 할 것이지…….”
“내 말이 그 말이야.”
강유진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김무명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요? 아직 안 갔죠?”
“나도 몰라. 자세한 건 주민하한테 물어보든가.”
“제가 나머지 악마들을 소탕하는 동안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석태준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천막을 나갔다.
홀로 남겨진 강유진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강유진.”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
석태준과 함께 악마들을 소탕하고 있던…… 천상운이었다.
“헤라클레스와 싸웠다면서?”
“그래.”
“용케도 살아 있군.”
천상운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성좌가 직접 내려와서 사람을 공격하다니, 흔치 않은 일인데 말이야.”
“그런가?”
“당연하지. 아, 하지만…….”
“뭔데?”
“어제 이현제한테 들었던 얘기인데, 유럽 쪽에서 성좌들이 단체로 내려와 판데모니움을 공격했다는 얘기가 있어.”
“성좌들이 단체로?”
“그래, 어떤 성좌들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야.”
“헛소문 아닌가?”
“그럴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지.”
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시대에는 외국 소식을 알기 어렵다.
가끔씩 들어오는 짤막한 정보도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시대다.
“근데 결국 헤라클레스는 너를 왜 덮친 거지?”
“……아.”
강유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유를 안 물어봤어.”
“…….”
천상운이 잠시 허를 찔린 표정을 짓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정말…….”
이건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방금 전에 헤라클레스가 찾아왔을 때 물어보면 됐을 텐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도…… 나를 죽이려는 게 목적은 아닌 것 같았어.”
“그래?”
“뭔가 한번 손봐 주려는 느낌이랄까, 시험해 보려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었어.”
“흠…… 하긴 헤라클레스가 진짜로 너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거라면 네가 이렇게 살아 있을 리 없지.”
천상운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들 사이에서 네가 너무 눈에 띈 걸까?”
“모르겠어.”
“나도 예전에 내 성좌와 관계가 돈독했을 때는 그쪽을 통해 정보를 얻곤 했는데…… 요새는 조용하단 말이지.”
“……김무명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김무명? 아, 그 ‘무명의 왕’의 계약자 말인가. 살아 있었다면서?”
“그래, 그분하고 상당히 가까운 사이 같았어.”
“흠…… 나도 한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천상운이 왼쪽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출귀몰한 남자인 것 같고, 벌써 떠났으려나?”
“한번 나가서 찾아보든가.”
“아니, 됐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이 천상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천상운.”
“뭐지?”
“나는 어느 정도 강하지?”
“갑자기 왜 그런 걸 묻지?”
“그냥 궁금해져서.”
“……일단 동아시아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지.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너를 당해 낼 계약자는 없으니까.”
“세계에서는?”
“음…… 좀 생각해 봐야겠는데.”
천상운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알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외국 정보를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이웃 나라라면 몰라도 물 건너 상황까지는 알기 힘들거든.”
“…….”
“내가 파악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너하고 견줄 만한 계약자는 현시점에서 세 명 정도 있어.”
“세 명?”
“그래, 세 명.”
“어떤 자들이지?”
“그중 한 명은, 그리스에서 활동하는 계약자지.”
예전에 그리스는 판데모니움의 침략을 막아 낸 나라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리스 신화 쪽 성좌들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많이 지원을 해 줬다고 한다.
“이름은 알렉산드로스…… 헤라클레스의 후계자라 불리는 계약자야.”
“헤라클레스의 후계자?”
“그래, 물론 계약하고 있는 성좌도 헤라클레스고.”
“실력이 뛰어난가 보지?”
“그렇겠지. 무용담이 꽤 많더라고.”
그 헤라클레스가 인정한 계약자……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2인 1조로 활동하는 계약자들이야.”
“어떤 계약자들이지?”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나네. 두 명 다 여자라는 걸로 기억하는데.”
“여자?”
“그래, 여성 콤비지. 내 기억으로는 한 명은 ‘용을 죽인 불사신’, 한 명은 ‘괴력의 영웅왕’ 하고 계약했을 거야.”
“용을 죽인 불사신과 괴력의 영웅왕이라면.…….”
“지크프리트와 베오울프지. 둘 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특급 영웅이야.”
“…….”
“베오울프는 예전 팔부중의 최철민이 계약한 성좌였지. 네가 쓰러뜨렸던가?”
“그래, 아마 그랬을 거야.”
하지만 강유진이 신경 쓴 건 다른 쪽이었다.
S급 성좌 ‘용을 죽인 불사신’은 예전부터 강유진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며 조언을 해 주던 성좌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새는 그 성좌 메시지를 별로 못 본 것 같아.’
그 성좌는 어떤 사람을 계약자로 선택했을까.
헤라클레스의 계약자 못지않게 관심이 갔다.
“아메리카나 호주 쪽은 정보가 부족해서 알 수 없지만…… 그쪽을 제외한다면 아마 이렇게 세 명이 전 세계 계약자 중에서 TOP 3일 거야. 일단 지금 시점에서는 말이지.”
“나는 그 사람들하고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글쎄, 그건 정말로 알 수 없지. 나도 그들이 싸우는 걸 직접 본 적은 없으니까.”
“그 사람들하고 헤라클레스를 비교하면?”
“…….”
“천상운, 나는 더 강해지고 싶어.”
강유진은 진심으로 말했다.
“정말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강해지고 싶어.”
“그게 헤라클레스 같은 성좌여도?”
“그래.”
“너는 정말로…… 스케일이 큰 놈이야.”
천상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내가 너한테 해 줄 말은 하나밖에 없어.”
“뭐지?”
“그 마음을 잊지 말라는 거.”
그렇게 말하고 천상운은 일어섰다.
“네가 계속 그 마음을 갖고 싸워 나간다면…… 언젠가는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
“너라면 가능할 것 같거든.”
그건 결코 빈말이 아닌 것 같았다.
* * *
성령대계 한구석.
다른 성좌가 결코 찾아올 수 없도록 철저하게 은닉된 위치에, S급 성좌 ‘예언의 마법사’ 멀린의 옥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옥좌 전체가 하나의 탑처럼 개조되어 있는데, 설령 외부인이 발견한다고 해도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탑 안에, 멀린은 혼자 앉아 관측기 화면을 보고 있었다.
“…….”
마치 아무런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무표정으로, 멀린은 눈앞에 펼쳐진 수백 개의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명의 왕…… 또다시 움직인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멀린이 시선을 향한 건, 프랑스 동부의 마지노선이었다.
마지노선은 약 100년 전에 프랑스 정부가 만든 거대 요새로, 당시로서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최고의 방어력을 지닌 요새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광지로 전락해 버렸지만, 현재 마지노선은 판데모니움의 거점으로 부활했다.
악마들은 특유의 건축 능력을 살려 요새를 개조했다. 방어 능력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유럽을 침략하기 위한 거점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게 되었다.
그런 마지노선에…… 성좌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위원회의 성좌들이군.”
그들은 무명의 왕을 따르는 위원회 소속의 성좌들이었다.
본래 멀린도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몇 년 전에 탈퇴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셜록 홈즈 등이 있는 위원회에 계속 몸을 담고 있으면 계획이 탄로 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기사들도…… 있는 건가.”
지상에서 움직이고 있는 성좌들 중에는 눈에 익는 기사들이 많았다. 아서 왕을 따르던 원탁의 기사들이다.
지금은 칩거한 아서 왕 대신 모드레드가 지휘하고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그래도 그걸 보면서도 멀린은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생전의 멀린이었다면 이 광경을 보면서 상당한 감흥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그냥 묵묵히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통신 연결.”
멀린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옆에 새로운 창이 열렸다.
“당신이 나한테 직접 연락을 하다니 흔치 않은 일이군, 멀린.”
통신창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남자의 모습이 표시되었다.
“지상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괜찮을 리가 없지. 아주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어.”
“그런가. 안타깝군.”
이 남자도 헤라클레스와 마찬가지로 멀린과 뜻을 같이하는 ‘결사’의 구성원 중 한 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건, 헤라클레스와 진행하던 일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그렇지, 그래서 당신한테 양해를 구하려 하는 거야.”
“양해?”
“당신은 무명의 왕과 그 계약자에게 큰 애정을 갖고 있었지. 아닌가?”
“…….”
남자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정하지. 나는 그들에게 깊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한테 양해를 구하려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
“이렇게 된 이상, 결사 전원이 나서서 그들을 막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뭐라고? 설마…… 전면전쟁을 하자는 건가?”
“바로 그거지.”
전면전쟁.
그것은 결사의 구성원 전원을 투입하여, 무명의 왕과 그 추종자들을 쓰러뜨리는 걸 의미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언짢아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멀린.”
“그런가?”
“공(公)과 사(私)는 구분할 줄 안다.”
그는…… 멀린이 예상한 대로의 반응을 보였다.
“만약 결사 차원에서 그들과의 전면전쟁을 시작한다면, 나는 그 선봉에 서도록 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돼. 후방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되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는 통신창 안에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멀린, 나는 기쁘게 싸움에 임할 것이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나는 그들을 영웅이라 생각한다.”
“영웅?”
“그래, 우리들과 동격의 영웅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존재가 될 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
“그래서 나는…… 그들과 직접 싸워 보고 싶다.”
그건 멀린이 기대한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성좌들 중에는 이 남자처럼 투쟁 자체에 의미를 두는 ‘영웅’들이 적지 않으니까.
“좋아, 그러면 원하는 대로 선봉에 서게 해 주지.”
“고맙군.”
“그러면 지금 당장 나서 줘야겠어.”
“뭐라고? 지금 당장 전쟁을 시작할 건가?”
“그건 아니야. 다만…… 여론전을 시작해야 하니까.”
“……그렇군.”
그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멀린. 얼마든지 나를 이용하도록 해라.”
“괜찮은 건가?”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영웅이 할 일이지.”
“…….”
“내가 선봉에 나서겠다, 멀린.”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 ‘용을 죽인 불사신’을…… 무명의 왕과 그 계약자 강유진을 쓰러트리는 데 이용하도록 해라.”
S급 성좌 ‘용을 죽인 불사신’.
그 진명은 지크프리트…… 시구르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게르만 신화 최고의 영웅.
강유진을 초기부터 지켜보면서 큰 애정을 쏟아 온 후원자인 그가…… 악역을 자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