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지크프리트 (2)
지크프리트의 움직임은 정석 자체였다.
페이크를 섞지도 않았고, 그저 정면으로 달려들면서 검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완벽한 것이었다.
파워도 스피드도 아스톨포보다 몇 단계 위였고, 아스톨포의 실력으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공격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앗!”
아스톨포가 실수로 돌을 밟고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 덕택에 간발의 차이로 지크프리트의 발뭉을 피할 수 있었다.
아스톨포의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몇 가닥 잘려 나갔을 뿐이었다.
“피해?”
지크프리트가 그걸 보고 멈칫했다.
아스톨포가 실력으로 피한 줄 알고 경계한 모양이다.
‘역시 아스톨포!’
만약 성좌의 능력치에 행운이라는 항목이 있으면 아스톨포는 EX급일 것이다.
어쨌든 그 덕분에 지크프리트가 멈칫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탕! 탕탕!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심혈을 기울여 강화한 권총.
그 권총에서 발사된 세 발의 총탄이 지크프리트를 향했다.
하지만 지크프리트는 발뭉을 약간 움직이는 것만으로 그 공격을 모조리 막아 냈다.
“평범한 총탄이 아니군.”
“……!”
나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지만, 지크프리트는 그 자리에 서서 모든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그 틈을 타서 아스톨포가 다시 지크프리트에게 달려들었다.
“하앗……!”
이번에도 행운이 발동했는지, 아스톨포의 검이 지크프리트의 어깨에 명중했다.
하지만.
“……?!”
“평범한 무기로는 내 몸에 상처조차 입히지 못한다.”
지크프리트의 어깨는 멀쩡했다.
오히려 아스톨포의 검이 부러져 버렸다.
“흠!”
“아앗!”
지크프리트가 팔을 돌려 아스톨포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 주먹은 얼굴에 정통으로 들어갔고, 아스톨포는 코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졌다.
“미안하군. 그 잘생긴 얼굴을 망가뜨려서.”
“치, 치유하면 원래대로 돌아가거든…… 에윽.”
아스톨포는 그 상태로 기절해 버렸다.
‘역시…… 불사신의 육체인 건가.’
전승으로는 지크프리트는 용의 피를 뒤집어쓰면서 그 무엇도 상처 입힐 수 없는 불사신의 몸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총탄은 방어했어.’
방금 전에 지크프리트는 ‘평범한 무기’로는 자기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공격이라면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치명상을 입히는 건 불가능할 거야.’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검인 발뭉에 찔려서 죽었다.
유일한 약점…… 나뭇잎이 붙어 있어서 용의 피가 묻지 않았던 등을 공격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뭉 정도의 무기여도 등을 공격하는 게 아니면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백작의 권총 등으로 견제하면서, 등을 노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
물론 지크프리트도 자기 약점은 알고 있을 테고, 나한테 쉽게 등을 내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지크프리트의 등을 공략할 수 있을까.
‘해 보는 수밖에……!’
나는 권총을 들어, 근처 건물들의 유리창을 향해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음!”
유리조각이 떨어지는 걸 보고 지크프리트가 급히 몸을 피했다.
찔려서 피가 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따끔하기는 할 테고, 옷에 유리조각이 박히기라도 하면 걸리적거릴 테니까.
그 틈을 타서 나는 근처에 있던 백화점 안으로 몸을 피했다.
“도망치는가!”
지크프리트가 나를 쫓아왔다.
나는 백화점 건물의 구조를 이용하며 계속해서 도망쳤다.
이미 피난이 완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은 없었다.
“이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군!”
쿵! 쾅! 콰앙!
지크프리트가 발뭉을 휘둘러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백화점 사람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재물은 덧없는 것!”
용을 쓰러뜨리고 온갖 보물을 손에 넣은 영웅이라서 나오는 발언인 걸까.
지크프리트는 백화점을 모조리 박살 내면서 나를 쫓았다.
“윽!”
지크프리트의 공격이 마침내 바닥을 무너뜨렸고, 나는 그 아래로 추락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마라, 무명의 왕! 강유진이라면 이렇게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놈하고 똑같이 취급하지 마……!”
지하는 주차장이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도망치면서 나는 주위 상황을 살폈다.
“무명의 왕……!”
포효하면서 달려드는 지크프리트.
그런 지크프리트를 향해, 나는 가까이 있던 자동차를 냅다 집어 던졌다.
“쓸데없는 발악을!”
나는 계속해서 자동차를 집어 던졌고, 지크프리트는 발뭉으로 모조리 일도양단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무명의 왕!”
지크프리트가 나를 비난했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방아쇠를 연쇄적으로 당겼다.
“소용없다! 나를 실망시키지…….”
지크프리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총성이 들린 직후, 주차장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좋아……!’
폭발한 건 자동차 안에 있던 기름이다.
백작의 권총에서 발사된 탄환이 자동차의 잔해 사이에서 불꽃을 일으켜, 누유된 기름에 불을 붙인 것이다.
‘한국과는 달리 인도는 산유국…… 기름 부족으로 한국은 일반인들이 자동차를 굴리기 어려워졌지만, 인도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내 예상대로, 주차장에는 기름이 꽤 많이 채워져 있는 차가 있었다.
다른 차들도 휘말리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지크프리트의 배후로 이동했다.
‘이걸로……!’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타탕!
백작의 권총에서 발사된 총탄이 불에 휩싸인 지크프리트의 등에 명중하는 걸 확인한 뒤, 다급히 주차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가 백화점에서 빠져나온 순간, 뒤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가스 문제인지 전기 문제인지 주차장에서의 폭발이 더 큰 폭발로 이어진 모양이다.
“해치운 건가?”
나는 숨을 고르면서 불타는 백화점을 쳐다봤다.
하지만, 내 기대를 배신하고 백화점에서 지크프리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깝게 되었군, 무명의 왕.”
불에 그을린 채, 지크프리트가 말했다.
“허리에 찬 성검으로 내 등을 찔렀다면 충분히 내 숨통을 끊을 수 있었을 텐데.”
“……접근했다가 공격당하면 그게 더 위험했으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지.”
주와이외즈로 등을 찌르고 싶었지만, 지크프리트 수준의 실력자라면 내 접근을 감지하고 바로 발뭉을 휘둘렀을 것이다.
결국 원거리에서 총탄을 날리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꽤 부상을 입었다. 조금만 총탄이 깊게 들어왔어도 목숨을 잃었겠지.”
“…….”
근육으로 총탄을 중간에서 멈추기라도 한 걸까.
“어쨌든 훌륭했다, 무명의 왕. 나를 이 정도로 다치게 한 건, 먼 옛날 발뭉으로 내 등을 찌른 하겐 이후 처음이다.”
그렇게 말하고 지크프리트는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귀공을 모욕한 것, 사과하도록 하지.”
“……됐어.”
“그런데 귀공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질문?”
“귀공은 대체 생전에 어떤 영웅이었던 거지?”
지크프리트의 질문을 듣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많은 성좌들이 귀공의 진명을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귀공은 철저히 자기 진명을 숨겨 왔지.”
“…….”
“방금 귀공은 자동차를 폭발시켜 나를 덮쳤다. 이건 우리 같은 과거의 존재들로서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 아니다.”
지크프리트가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물었다.
“귀공은…… 상당히 근대의 인물 아닌가?”
그것은, 내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지금 수많은 성좌들이 관측기로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함부로 대답하면 나한테 큰 타격이 된다.
“지크프리트, 그건…….”
“예전부터 의문이었다. 귀공은…….”
지크프리트가 재차 나에게 말하려 했다.
바로 그때, 거대한 물줄기가 지크프리트를 집어삼켰다.
‘이건……!’
나는 다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옥상 위에서, 비에 한 방울도 젖지 않은 미녀가 이쪽을 보고 있는 걸 확인했다.
“폭발을 보고 달려왔는데, 역시 당신이었군요.”
“용길공주……!”
A급 성좌 ‘물을 다스리는 선녀’ 용길공주.
물을 지배하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가 이쪽으로 달려와 준 것이다.
“지크프리트 같은 막강한 존재를 상대로, 용케 버티셨습니다. 대단하시군요.”
용길공주가 진심으로 감탄한 듯이 말했다.
그때 반대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왔다고!”
고개를 돌리니 이아손의 모습이 보였다.
주먹을 치켜들고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고 있었지만, 아탈란테의 등에 업히고 있어서 상당히 꼴사나웠다.
“흐읍!”
바로 그때.
지크프리트가 자기를 둘러싸고 있던 물을 떨쳐 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아손이 손가락질을 했다.
“하하. 지크프리트, 내가 왔으니 너도 끝이다!”
“이아손…… 귀공처럼 무력한 존재가 대체 뭘 할 수 있지?”
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지크프리트가 대꾸했다.
“내가 뭘 할 수 있냐고? 한번 보라고!”
이아손이 손을 치켜들면서 소리쳤다.
“남의 힘을 빌리는 것. 그게 영웅 이아손이 가장 잘하는 거다……!”
“……!”
흠뻑 젖어있던 지크프리트.
그의 머리 위에서…… 번개가 쏟아졌다.
“크으윽……!”
지크프리트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음 소리가 나왔다.
아무리 지크프리트라고 해도 지금은 흠뻑 젖어 있는 몸이다.
그 상태에서…… 한국 최강의 뇌전 능력자인 이현제의 [금뢰]를 맞은 것이다.
‘이아손…… 이현제를 데리고 온 건가!’
이렇게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이현제의 뇌전이 필요하다는 걸 눈치채고, 이아손이 이현제를 데리고 온 것이다.
“오오옷!”
지크프리트가 아무리 무엇에도 상처 입지 않는 육체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감전의 대미지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크프리트는 다시 움직였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번개에 휩싸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발뭉을 치켜들고 돌진하려 했다.
그 기세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한 명 더!”
이아손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한 남자가 골목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찬란하게 빛나는 성검 뒤랑달을 휘둘러, 지크프리트의 발뭉을 막아 냈다.
“천상운……!”
나도 모르게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천상운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시선을, 단 한순간만 교환했다.
그리고 나는 움직였다.
천상운이 버텨 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게 끝을 내야 한다.
강유진이 쓰는 [회보] 스킬을 흉내 내어, 지크프리트의 배후로 파고든다.
“무명의 왕……!”
지크프리트가 포효하면서 천상운을 튕겨 내고 나에게 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푸욱!
전력을 다해 찔러 넣은 주와이외즈가 지크프리트의 양 어깨뼈 사이를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