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9
39화. 백기단 (2)
– 뭐야? 왜 저리 많이 모였어?
– 그러게. 한국 중서부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숫자의 계약자가 동원되는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
– 그만큼 백기단도 흑룡회도 이번 싸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
– 중서부 지역을 누가 차지하는지 결정짓는 싸움이 되겠구만.
“북쪽에서 내려오는 게 백기단, 그리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게 흑룡회군요.”
“그렇지요. 참고로 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게 백기단 단원들이고, 복장이 제각각인 건 새벽의 명성 교단에서 파견해 준 지원군일 겁니다.”
“교단 쪽 지원군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네요?”
“흑룡회가 그동안 호서파 등 여러 세력을 흡수해서 세력을 불렸으니, 저 정도는 되어야 상대가 되겠죠.”
– 궁금한데 꼭 고속 도로에서 싸워야 하는 거야?
– 눈이 삐었냐? 주변 지형 험난한 거 안 보여?
– 주변의 산이나 숲은 몬스터들이 사는 곳이야. 섣불리 발을 들였다가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고.
– 몬스터들도 갑자기 많은 인간들이 나타나서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자기들 영역을 침범하면 가만있지 않겠지.
– 그러면 몰래 돌아가서 상대편 후방을 기습한다든가 그런 전략은 쓰기 어렵겠네.
“장군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일단 양쪽의 군세를 비교하면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백기단 쪽이 훈련은 잘 되어 있지만, 흑룡회 쪽은 판데모니움에서 공급된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죠. 머릿수는 비슷한 수준이고.”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장수의 차이가 승패를 가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태수와 사마윤의 대결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마태수는 사마윤을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마태수도 뛰어난 계약자지만 사마윤한테는 상성이 좋지 않죠.”
“그 정도로 사마윤이 대단한 계약자입니까?”
“그렇지요. 예전에는 ‘인간요새’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판데모니움의 군세를 상대로 엄청난 공적을 세웠습니다.”
“그러면 백기단 쪽이 유리하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흑룡회에는 강유진이 있지요.”
“……강유진이 사마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보십니까?”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 인재는 흑룡회 쪽이 더 낫다고 봐야 해.
– 그게 무슨 소리야?
– 마태수뿐만 아니라 강유진이 있잖아. 그리고 이죽헌도 있고.
– 이죽헌? 청강검 잃어서 순식간에 허접해졌잖아.
– S급 성좌하고 계약하면서 날아오른 거 모르냐? 성좌 튜브 들어가서 궁기 눈알 꿰뚫는 거 보라고!
– 결국 궁기 숨통 끊은 건 같이 있던 마법사 타입 계약자잖아.
– 걔도 꽤 하던 것 같은데? 광탄계 마법 솜씨가 괜찮아.
– 키메라 라이더도 무시하면 안 되지!
– 참나, 잔챙이들 갖고 호들갑 떨기는. 다들 사마윤한테는 한주먹꺼리밖에 안 돼.
– 그래, 아무래도 사마윤와 비교하면 어중이떠중이들이지.
– 거꾸로 생각하면 백기단에는 사마윤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잖아?
– 백기단은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 새벽의 명성 교단도 뭔가 비장의 카드가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승부는 의외의 곳에서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번 싸움의 배후에는 S급 성좌인 ‘사제의 왕’이 있습니다.”
“사제의 왕…… 상당한 거물이지요.”
“그 성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 * *
“성좌들이 아주 난리야. 다들 이번 싸움을 얘기하고 있어.”
이아손의 즐거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한국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으니까 말이야. 이 정도 규모의 싸움은 드물었지.”
“…….”
“지금도 수백 명의 성좌가 지켜보고 있어. 어쩌면 천 명이 넘어갈지도 모르겠는데?”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르겠네.”
“많은 거지! 한국 중서부는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야. 이 정도면 이례적인 거라고.”
하긴, 지난번 바포메트와의 전투는 총 218명의 성좌가 지켜봤다.
1천명이 넘어간다면 확실히 대단한 호응이다.
“백기단과 흑룡회, 서로 반목하는 정파와 사파의 정면 대결…… 게다가 ‘인간요새’ 사마윤과 요즘 떠오르는 신인 강유진의 격돌도 예상되고 있어. 무척 흥미로운 사건인 거지.”
“…….”
“그리고…… S급 성좌인 ‘사제의 왕’이 백기단 배후에 있지.”
통신창을 통해 보이는 이아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주 흥미로운 전개가 될 거야. 생중계도, 나중에 성좌 튜브에 올릴 영상도 엄청난 호응이 있겠지. 물론 나도 분석 영상을 올려서 한몫 잡을 거고 말이야.”
그렇게 말한 뒤, 이아손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물론…… 우리 쪽이 승리할 때의 얘기지만 말이야.”
“…….”
“무명, 자신 있겠지?”
이아손이 나에게 물었다.
“사전에 정보도 입수했으니 말이야. 승리를 위한 준비는…… 다 끝내 놓았겠지?”
“…….”
이아손의 질문에,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 *
전투는 처음부터 격렬했다.
흑룡회와 백기단은 예전부터 앙숙이었다.
서로 타협할 여지는 없었고, 양쪽 모두 이번에야말로 사생결단을 낼 각오였다.
하지만 양쪽 다 전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결정적으로 밀리는 일 없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게 되었다.
“사마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마태수가 전장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맨 앞에 서서 공격을 선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어.”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걸까요?”
“딱히 계략을 꾸밀 성격은 아니야. 그냥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말한 뒤, 마태수는 주민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주민하, 슬슬 투입할까 하는데, 어떨까.”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적장이 뒤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중이라면, 우리 쪽 돌격 부대를 투입해서 적장을 급습해야겠지.”
“그럼 출발하도록 하지요.”
“부탁하지.”
마태수가 작게 고개를 숙이는 걸 확인하고, 주민하는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유진과 석태준, 이죽헌과 합류했다.
“슬슬 움직여도 될 것 같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하네.”
“마태수도 투입 시기를 고민했던 거겠죠.”
투덜거리는 이죽헌에게 그렇게 대꾸한 뒤, 주민하는 강유진에게 시선을 향했다.
강유진은 중앙 분리대 위에 걸터앉은 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강유진 님, 준비는 되셨습니까?”
“……그래.”
강유진이 중앙 분리대에서 내려오자, 키메라를 쓰다듬고 있던 석태준이 말을 걸었다.
“강유진 씨, 정말로 제가 써도 되는 겁니까?”
“쓰라고 했잖아. 키메라를 타고 다니면서 싸우려면 그렇게 긴 무기가 좋을 것 같더라고.”
석태준의 손에는 강유진이 지난번에 49호에게 구매했던 창이 들려 있었다.
“그래도 1억5천만 코인짜리인데…….”
“그럼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빌려주든가. 이번에는 안 쓸 것 같아서 넘겨준 거야.”
현재 강유진은 맨손이었다.
그동안 사용하던 1억짜리 철퇴도 도철이 먹어 버렸기 때문에, 지금 강유진이 쓰는 무기는 없다.
“야, 강유진. 그렇게 쿨하게 자기 장비 양보해 줄 거면 내 옷이나 물어내라고.”
“내가 입던 거 준다고 했잖아.”
“무기랑 방어구랑은 다르지! 네 땀에 절은 보호복 같은 건 입기 싫다고!”
“흑룡회한테 빌린 거 입고 있으니까 됐잖아. 불만이면 네 돈으로 새로 사든가.”
“그 사도한테 2억짜리 칼 강매당해서 아직 대출금이 남아 있단 말이야!”
이죽헌이 옆에서 시비를 걸었지만, 강유진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먼저 간다.”
“야, 기다려!”
앞서 가는 강유진의 뒤를 이죽헌이 쫓아갔고, 석태준과 주민하도 그 뒤를 따랐다.
* * *
– 강유진 떴다!
– 오오!
– 기다렸어!
강유진이 전선에 등장하자, 채팅방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용맹무쌍한 활약을 기대합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강유진에게 5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석태준에게 5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이죽헌에게 5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이 주민하에게 5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일기당천의 무용을 보여 달라고 격려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강유진에게 2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 ‘물을 다스리는 선녀’가 이번에도 좋은 호흡을 보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A급 성좌 ‘물을 다스리는 선녀’가 강유진에게 1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 [A급 성좌 ‘물을 다스리는 선녀’가 이죽헌에게 100만 코인을 후원합니다.]관측기 화면에서도 후원금을 보내는 성좌들의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었다.
아직 아무런 활약도 하지 않는데 이렇게 열렬한 반응을 보내는 걸 보면, 성좌들도 이번 싸움에 큰 기대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형님, 우리도 ‘금색과 은색의 동자’ 이름으로 조금만 후원금 날리죠?”
“가만있어 봐. 지금 찔끔찔끔 던져 봤자 별 의미 없어. 나중에 큰 활약을 했을 때 크게 던지자고.”
금각은 은각에게 대꾸하면서 화면에 집중했다.
강유진과 이죽헌이 먼저 앞으로 나서고, 그 뒤에서 키메라를 대동한 석태준, 주민하가 뒤따르고 있었다.
– 흑룡회 놈들이 아예 길을 비켜 주네.
– 이제 다 아는 거야. 쟤네들이 대단하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적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 정면 돌파 간다!
– 뚫어 버려!
– 사마윤 목을 치러 가자!
갑자기 치고 들어온 강유진과 이죽헌을 향해, 백기단 단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백기단은 협동 전술이 뛰어난 조직이다. 한꺼번에 달려들면서도 서로 동선이 전혀 꼬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유진 일행이 고작 그 정도 협동 전술에 당할 수준이었던가.
–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네!
– 아무리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소용없지!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강유진이 팔을 몇 번 휘젓자, 백기단 단원들이 추풍낙엽처럼 땅을 뒹굴었다.
– 잠깐, 지난번에 강유진은 백기단의 협동 공격에 좀 고생하지 않았어?
– 맞아. 그러다가 철퇴 들고 우세를 점했던 거고.
– 근데 지금은 그냥 맨손으로 다 때려눕히는데?
– 백기단 전술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가?
– 혹시…… 지난번보다 더 강해졌다는 건가?
– 에이, 설마…….
활약하는 건 강유진뿐만이 아니었다.
이죽헌이 칼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백기단 단원들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 이죽헌, 청강검 없어도 잘하는데?
– 그러게? 예전보다 더 움직임이 나아진 것 같지 않아?
– 좋은 무기에 의존하지 않게 되어서 그런 거 아냐?
– 그럼 저게 본래 실력이라는 거?
강유진과 이죽헌이 너무 빠르게 적진을 돌파했기 때문에, 뒤따르는 석태준과 주민하가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이대로 계속 전진하면…….’
금각은 관측기를 조작해 시점을 바꿨다.
화면을 움직여, 백기단 진영의 후방을 살펴봤다.
자동차 보닛 위에 앉아 있는 거구의 남성…… 사마윤이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곧 사마윤하고 마주치게 된다.’
척 보면 알 수 있었다.
사마윤은 강유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 강유진을 쓰러뜨릴 생각인 건가?’
만약 강유진이 사마윤과 일대일 대결을 펼쳐 승리를 거둔다면, 그건 상당히 큰 사건이다.
흑룡회와 백기단의 싸움을 넘어, 성좌들 세계에서도 큰 영향을 끼칠 테니 말이다.
‘여기서 사마윤이 진다면…… 사제의 왕은 큰 타격을 입겠지.’
판데모니움에게 적대적인 S급 성좌 ‘사제의 왕’이 이번 전투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건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싸움을 벌였는데 패배한다면 평판이 하락할 수밖에 없고, 근원력 피해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강유진이 진다면…….’
강유진과 계약한 S급 성좌는, 그냥 큰 타격을 입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황상 그 S급 성좌는 강유진 일행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여기서 강유진이 패배하고 목숨을 잃는다면 완전히 쫄딱 망하게 된다.
자세한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재기 불능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어떻게 될까?’
금각은 침을 삼키면서 관측기 화면을 주시했다.
* * *
“왔는가.”
사마윤은 손을 치켜들어 주위의 단원들에게 물러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자동차 위에서 내려와 도로 위에 두 발을 딛고 섰다.
“만나서 반갑군, 강유진.”
“사마윤인가?”
한 청년이 냉정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이곳까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몸이 가냘픈데? 조금 실망스러워.”
“당신 앞에서는 99퍼센트 이상의 인류가 가냘픈 축에 속할 것 같은데.”
“하하. 그렇군.”
사마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년에게 다가갔다.
“어쨌든 이렇게 보게 되어서 반갑군. 악수 좀 할까?”
“그러지.”
청년이 짤막하게 대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마윤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뻗었다.
퍼억!
그리고, 주먹을 쥐어 청년의 턱을 후려쳤다.
“악마 놈들 뒤나 핥아 주는 새끼하고 악수를 할 리가 없잖아? 안 그래?”
눈을 부릅뜨고 일갈했다.
저렇게 멀쩡하게 생겨 갖고 흑룡회에 들어가 악마들과 빌붙고 다니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흠씬 두들겨 패서 참교육을 해 준 뒤, 죽창에 꽂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가.”
바로 그때.
뒤로 넘어갔던 강유진의 상체가 다시금 원위치로 돌아오면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그 직후, 왼쪽 뺨에서 충격이 느껴졌다.
“악수가 아니고 주먹으로 인사하는 종족이었나 보군, 고릴라 아저씨.”
“이 애송이가……!”
주먹이 꽂힌 얼굴 안쪽에서 이빨이 부러진 걸 느끼며, 사마윤은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