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0
40화. 백기단 (3)
사실 대부분의 성좌들은 사마윤이 약간 우세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강유진이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근육이 울퉁불퉁한 스타일은 아니다. 198센티미터의 신장과 178킬로그램의 체중을 지닌 사마윤하고 비교하면 강유진은 그냥 가냘픈 수준이다.
지금까지 강유진은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싸워 왔다.
하지만 피지컬적인 측면에서는 누가 봐도 사마윤이 강유진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도 사마윤이 훨씬 우월하다.
사마윤은 10년 가까이 계약자 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몬스터나 악마들뿐만 아니라 같은 계약자하고도 많은 싸움을 치러 왔다.
풍부한 실전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완성된 전투 기술…… 강유진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사마윤도 S급 성좌와 계약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혜택을 계속 받아 왔다.
근력, 체력, 민첩, 마력 전부 S급 강화를 받은 상태고, 사실상 성좌에게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최대치까지 받아 놓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강유진이 S급 성좌와 계약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계약자가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강화도 부족할 테고,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사마윤이 우세할 거라고 생각하는 성좌들이 대부분이었다.
강유진이 승리를 거두려면, 지난번 사흉 토벌 때처럼 동료들과 함께 협공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는 게 대다수 성좌들의 의견이었다.
그렇다.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성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 *
“강유진, 너는 실수를 하나 했어.”
“실수?”
“주먹 한 방에 어떤 적이든 박살 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면서?”
입에서 부서진 이빨을 뱉어 내며, 사마윤이 말했다.
“아까 한 방에 나를 박살 냈어야지.”
그 직후, 사마윤이 움직였다.
‘빠르다.’
지금까지 강유진이 만나 온 계약자 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던 건 이죽헌이었다.
그런데 사마윤은 그 이죽헌보다 빨랐다.
온몸이 근육덩어리인 사마윤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D급 성좌 ‘탑을 불태운 귀신’이 비명을 지릅니다.] [B급 성좌 ‘붉은 말보다 빠른 장수’가 위험하다고 소리칩니다.]맞받아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두 팔을 치켜들어 방어하는 게 고작이었다.
쿠웅!
바위가 날아온 듯한 충격을 느끼며, 뒤쪽으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사마윤의 공격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통나무 같은 팔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강유진을 향해 육중한 펀치를 퍼부었다.
[B급 성좌 ‘시련을 이겨 낸 궁수’가 저래서는 반격하기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합니다.] [A급 성좌 ‘쇠스랑을 든 수군 대장’이 만약 반격을 하더라도 쉽게 피해 버릴 거라고 분석합니다.]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육체 능력뿐만 아니라 기술도 뛰어나다고 감탄합니다.]강유진은 사마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다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두 팔을 움직인 순간, 사마윤이 다리를 치켜들었다.
철퇴에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강유진이 뒤로 날아갔다.
* * *
“어이어이, 어떻게 된 거야?”
통신창을 통해, 이아손이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강유진이 저렇게 나가떨어지다니, 평소하고는 정반대네? 어이쿠, 큰일이네!”
“왠지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내가? 하하, 그럴 리가!”
지난번에 강유진에게 얻어맞아 나가떨어진 기억을 떠올리며 통쾌해하고 있는 걸까.
“어쨌든 이건 좀 위험한 거 아닌가? 사마윤한테 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좀 그런 상황이긴 하네.”
“사실 나는 이죽헌이나 다른 놈들하고 협력해서 사마윤을 상대할 줄 알았거든? 그러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그런데…….”
이아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걔네들은 다른 적들을 상대하느라 강유진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지.”
“…….”
이아손의 말대로, 지금 이죽헌뿐만 아니라 석태준과 주민하도 강유진을 지원해 줄 수 없는 상태였다.
백기단과 교단의 계약자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그들의 발을 묶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메라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저걸 보면, 확실히 강유진하고 일대일 대결을 하는 걸 원했던 것 같아.”
“그렇겠지.”
사제의 왕이 직접 지시를 내린 건지, 아니면 사마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저쪽 진영에서 강유진과 사마윤의 맞대결을 원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지금 특대 가호를 내릴 거야?”
“…….”
“잘 생각해서 해야 돼.”
성좌는 계약자에게 실시간으로 ‘가호’를 내려 줄 수 있다. 능력치를 올려 주거나 특정 속성 공격의 내성을 부여해 주거나 하는 식이다.
원래 성좌가 계약자를 지켜보다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가호를 내려 주는 게 원칙이지만,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계약자 하나하나를 전부 다 챙겨 주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강유진 일행하고만 계약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수동으로 가호를 내려 주고 있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가호는 한 번 부여해 주면 한동안 새로운 가호를 부여해 줄 수 없어. 그리고 가장 강력한 가호인 특대 가호는 5분만에 효력이 끊기지.”
특대 가호는 5분 동안 근력, 체력, 민첩, 마력을 대폭 상승시켜 준다. 근원력 소모는 크지만 기본적인 가호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녔다.
지금까지 강유진의 힘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주 사용해 왔지만, 사마윤 같은 계약자와의 싸움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강유진한테 특대 가호를 부여하면 사마윤의 성좌도 특대 가호를 부여해 줄 거야. 아니면 강유진의 가호가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특대 가호를 부여해서 몰아붙일 수도 있고.”
“…….”
“눈치 싸움을 해야 돼. 지금 밀리고 있다고 해서 강유진에게 다급히 특대 가호를 내려 줘서는 안 된다는 거지.”
의외로 이아손이 순수하게 어드바이스를 해 줬다. 정말로 진지하게 걱정해 주는 걸까.
그 선의에 보답해 줄 겸, 나는 이아손에게 내 생각을 조금 오픈해 주기로 했다.
“걱정하지 마.”
“뭐?”
“지금 가호를 내려 줄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 일단 상황을 지켜본 다음에…….”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의 사마윤을 상대하기 위해 가호를 내려 줄 생각은 없어.”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의아해하는 이아손에게,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호 없이도, 강유진은 사마윤을 쓰러뜨릴 수 있으니까.”
“……뭐?”
“그만 좀 떠들고, 화면이나 봐.”
나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담담히 말했다.
“이제 곧 시작할 테니까.”
* * *
사마윤은 눈을 의심했다.
“…….”
힘을 조절하지는 않았다.
내장이 터져 나가도록 전력을 다해 날린 발차기였다.
그런데도, 강유진은 멀쩡한 표정으로 일어서 있었다.
“좀 아프네.”
“…….”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있긴 하지만, 별로 대미지를 받지는 않은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멀쩡하지? 방어구가 좋은 건가?”
“요즘 들어 깨달은 게 있어.”
“뭐?”
“칼로 베이거나 총을 맞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타격 대미지는, 내가 근육에 힘만 잘 주면 버틸 수 있는 것 같더라고.”
“…….”
“그냥 무방비한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면 소용없지만 말이야.”
허를 찔린 사마윤 앞에서, 강유진이 몸에 묻은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뭐지?”
“방금 당신한테 얻어터지면서 깨달은 것도 있어.”
“무엇을 깨달았다는 거지?”
사마윤이 질문한 순간.
강유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하고 싸워야 배우는 게 많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었지만.
사마윤은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방금 자신이 달려들었던 것과 똑같은 움직임으로 강유진이 달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커헉!”
강유진의 주먹이 사마윤의 몸통에 꽂혔다.
사마윤은 다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강유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 공격 하나하나가, 방금 사마윤이 강유진에게 퍼부었던 공격하고 거의 동일했다.
“지금까지 나는 그냥 상대편의 빈틈을 찾아서 주먹을 날리면 된다고 생각했어.”
“뭐, 뭐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 당신 움직임을 보고 이해했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으며, 강유진이 말했다.
“풋워크? 보법?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리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건 오늘 처음 깨달았어. 주먹을 날릴 때 자세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서 위력도 속도도 달라진다는 것도 방금 이해했고.”
“네놈, 그런 기초적인 걸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잖아.”
강유진이 냉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하실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다고. 싸우는 방법 같은 건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으니까.”
“……!”
사마윤은 전율했다.
‘싸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믿겨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지금까지 순전히 본능만으로 싸워 왔다는 건가?
‘말도 안 돼!’
백기단에도 무식하게 힘만 센 단원들이 있다.
기술을 가르쳐도 잘 흡수하지 못해서, 결국 힘으로 밀어붙이는 짓밖에 못하는 놈들이다.
하지만 강유진은 그런 놈들하고 확연히 달랐다.
아까 사마윤의 공격을 막고 있었을 때도, 노련한 권법가처럼 사마윤의 공격 궤도를 파악해 영리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 기술이나 경험이 아니라 본능적인 감각에 기반한 것이라는 건가?
‘만약 이놈이 앞으로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는다면…….’
사마윤은 소름이 끼쳤다.
이런 위험인물을 가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이놈이 더 강해진다면…… 세상은 악마들의 소굴이 되어 버린다!’
강유진이 평범한 계약자였다면 그 재능을 칭찬해 주고 미래를 축복해 주겠지만, 악마들에게 협력하는 흑룡회 소속인 이상 일치감치 싹을 뽑아 버려야 한다.
“흐읍!”
강유진의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지만, 사마윤은 일부러 맞아 줬다.
그 팔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전력을 다해서…… 여기서 짓밟아야 한다!’
입안이 찢어져 피가 흐르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사마윤은 강유진의 팔을 꺾어 버리려 했다.
하지만.
“당신 정도 실력이면, 이미 눈치챘을 텐데.”
강유진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도 내가 더 강해.”
사마윤의 팔이 반대 방향으로 꺾였다.
* * *
[A급 성좌 ‘군신의 셋째 아들’이 엄청난 용맹에 감탄합니다.] [C급 성좌 ‘아버지를 죽인 왕자’가 대체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냐고 놀라워합니다.] [C급 성좌 ‘빛처럼 빠른 시종’이 혹시 무공을 수련한 게 아닐까 하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A급 성좌 ‘모험하는 뱃사람’이 무도인이라면 저런 신체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동조합니다.]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
고속 도로에 쓰러져 있는 오래된 고속버스 위에 걸터앉아, 안경을 쓴 남자가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마 성좌들도 다들 착각하고 있었을 거야.”
“주교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버스 아래에서 부하가 말을 걸었다.
“사마윤이 키가 크다. 더 무겁다. 근육량도 훨씬 많다…… 당연히 사마윤의 육체 스펙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주교님?”
“근데 그렇다고 해서…….”
아래에서 말을 거는 부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강유진보다 더 힘이 강한 건 아니거든?”
저 멀리서 강유진이 사마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작게 미소 지었다.
“심혈을 기울여 개조한 실험체란 말이야. 완성되기 전에 탈주해 버려서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저런 근육 덩어리 고릴라한테 힘으로 밀릴 강유진이 아니지.”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면서 망원경을 아래로 내렸다.
“백기단의 협력 요청을 받아들여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어.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네? 벌써 천안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아직 결판이 나지 않았는데요?”
“한시가 급해.”
그는 검지손가락으로 안경의 위치를 조절하면서 부하의 말에 대꾸했다.
“내 사랑스러운 실험동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