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91
91화. 강남 결전 (4)
전투가 시작된 순간.
천상운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강유진이 휘두른 철퇴의 쇠구슬을, 천상운은 뒤랑달로 일도양단했다.
마법적인 강화가 되어 있는 고가의 무기 같았지만, 전설적인 성검인 뒤랑달과 천상운의 능력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었다.
천상운의 능력은 쉽게 말해서 검기(劍氣)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검에 담아 그 기(氣)를 활용해 싸운다.
검 자체의 절단력을 증가시킬 수도 있고, 5미터 이상의 길이까지 기를 증폭시켜 사정거리를 늘릴 수도 있다.
이현제의 뇌전처럼 넓은 범위를 단번에 제압하는 능력은 없지만, 단일 개체와의 접근전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일대일 접근전 특화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강유진의 상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천상운은 조금도 자만하지 않았다.
강유진은 지금까지 불리한 상황을 얼마든지 뒤집어 왔다. 그 폭발력을 알고 있기에 천상운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격투전이 되면 위험하다.’
강유진한테는 지난번에 교룡을 일격에 분쇄했던 스킬이 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만약 강유진이 그걸 사용하면 아무리 천상운이라고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철퇴는 하나 남겨 둬야겠어.’
강유진이 무기를 전부 잃고 맨주먹으로 달려들면 그게 더 위험하다.
일반적인 상대라면 격투전에서도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지만, 강유진이 상대라면 주먹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확실히 숨통을 끊는다.’
조금도 자만하지 않은 채, 천상운은 전력을 다했다.
* * *
강유진은 천상운이 조금도 자만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철퇴를 하나만 무력화시켰어.’
전리품으로 얻었던 최철민의 철퇴가 두 동강 났다. 하지만 예전부터 쓰던 철퇴는 가만히 내버려 뒀다.
강유진은 그게 천상운의 작전이라고 느꼈다.
‘나에게 철퇴 사용을 강요하고 싶은 거야.’
철퇴를 잃으면 강유진은 주먹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천상운은 강유진의 각성 스킬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각성 스킬을 천상운한테 쓰고 싶지는 않아.’
각성 스킬 [일체 분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껴 두고 싶었다.
여기서 천상운을 쓰러뜨리려고 그 힘을 사용하면, 나중에 더 커다란 적이 나타났을 때 공격 수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
‘천상운에게 맞춰 주는 척하면서, 빈틈을 노린다.’
천상운의 작전에 휘말린 것처럼, 철퇴 공격에 열중하느라 격투전은 잊어버린 척 연기한다.
이렇게 천상운에게 슬쩍 밀리는 척하면서, 천상운이 상대의 역량을 잘못 파악하고 빈틈을 보이는 걸 노린다.
그렇기 때문에, 강유진은 오히려 전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기한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신기했다.
처음 계약자가 되었을 때는 그냥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강유진은 수도권 최강의 계약자인 천상운을 상대로 완급을 조절하며 기만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나도 많이 성장했어.’
지금 천상운의 공격을 피하고 있는 이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이 일대는 땅이 무너져 내리면서 온통 울퉁불퉁하다. 예전 같았으면 발을 헛딛지 않도록 계속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지와 다름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지난번에 원필소의 부하인 황철하고 싸우면서 이렇게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웠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갈금이나 사진을 통해 무술의 진수를 배웠으며, 소문광과의 싸움에서는 풋워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현제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SS급 계약자의 무서움을 실감했고, 이현제와 직접 싸웠을 때는 아무리 SS급 계약자라고 해도 쓰러뜨릴 방법은 있다는 걸 확신했다.
오늘 아침에도 최철민이 공격하는 걸 보면서 철퇴를 더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수도권으로 올라가면서 경험한 모든 것이, 강유진의 자산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강유진은 일부러 발을 헛디딘 것처럼 살짝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걸 만회하려는 듯이 철퇴를 강하게 휘둘렀다.
그 움직임으로 미세하게 발생한 빈틈을, 천상운은 놓치지 않았다.
‘이 남자와의 싸움을 통해, 나는 더 강해진다.’
천상운의 날카로운 찌르기.
철퇴의 쇠사슬을 출렁여서 그 찌르기의 궤도를 방해하고, [회보] 스킬을 사용해 천상운의 측면으로 돌아간다.
‘읽혔나.’
처음부터 예상했는지, 중간부터 눈치챘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천상운은 그 움직임에 대응했다.
평소대로 회보로 시작하는 연속기를 펼쳐 봤자, 천상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강유진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회보, 이연보(二連步).’
적의 측면으로 돌아가는 척하면서, 한 번 더 돌아간다.
‘닿아라.’
비스듬한 각도를 확보. 땅을 밟으며 진각(震脚). 주먹을 이용한 타격.
그리고 화성문식 첩산고.
굉음과 함께, 천상운이 무너진 건물 벽에 처박혔다.
* * *
천상운은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내로라하는 기업의 사장이었고, 어머니는 대한민국에서 수위에 드는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가지 신념을 갖고 있었는데, 사람은 자기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일을 솔선수범해서 담당하는 것이 의무이며, 반대로 능력 없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들은 하나뿐인 아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최고의 인재가 될 거라 믿었다.
그들은 아들이 리더로서 대성하기를 기대했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했다.
천상운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했다.
공부든 운동이든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중심이 되었다. 학생회장이나 동아리 회장 같은 건 항상 천상운의 차지였다.
언젠가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을 때까지, 천상운은 이렇게 많은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기를 예정이었다.
천상운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10년 전의 일이었다.
환상대계가 강림하면서 세상은 혼란에 빠졌고, 부모의 사업도 완전히 무너졌다.
명문대 경영학과 신입생으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천상운은 순식간에 모든 걸 잃어버렸다.
계약자의 세상이 되면서, 주변에 있던 추종자들은 천상운을 비웃기 시작했다.
너는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이제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세상이 왔다고 의기양양해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서도 천상운은 실력을 발휘했다. 비웃어 대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천상운을 이기지 못했다.
수많은 적과 경쟁자들을 쓰러뜨리고, 천상운은 수도권 최강의 계약자로 발돋움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많은 추종자들이 생겼다. 결국 새로운 세상에서도 천상운은 리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팔부중 체제가 성립되면서 천상운은 수도권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의 통치권을 보장받게 되었고, 그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사람은 실력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부모의 가르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상운은 자기가 팔부중으로서 사람들을 지배하며 보호한다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건 천상운에게 의무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상운은 신기한 사람을 만났다.
실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갖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사람을.
그는 기본 스펙이 한참 부족했다.
선천적으로 육체 능력이 별로 뛰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D급 성좌와 계약한 탓에 육체 능력을 강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천재적인 센스나 기술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장점은 현명함이었다.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분석을 하여 작전을 세우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렇기 때문에 천상운은 그에게 참모의 역할을 부여하려 했다. 계약자로 싸우는 건 허용하지 않았다.
계속 곁에 있으면서, 지시에 따라 지혜를 발휘하는 존재로 만들려 했다.
이건 천상운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천상운 곁에 있으면서 천상운을 위해 지혜를 발휘할 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전투에 나선다든가, 주체적으로 일을 주도한다든가, 그런 건 그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천상운은 어디까지나 그동안 해 왔던 대로 능력에 맞는 ‘역할’을 부여해 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 역할을 거부했다.
결국 천상운 곁을 떠나 수도권에서 사라져 버렸다.
따로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계속 포기하지 않고 어디선가 계약자로서 활동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짓으로만 보였다.
능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가 떠나간 것을 아쉬워하면 아쉬워할수록, 그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역할에 매진했다.
수도권을 수호하는 팔부중의 최강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기사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시해졌다. 모든 게 너무 쉬웠기 때문에 달성감이 없었다.
‘지금의 나라면 더 큰 역할을 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바로 그 무렵, S급 성좌 ‘빛나는 수호자’가 처음으로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세상을 위해, 더 큰 역할을 수행해 볼 생각이 없냐고.
천상운은 사양하지 않았다.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건 죄악이다.
그래서 천상운은 더 큰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
나는 너하고 다르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잘못된 길을 걷는 너하고는 다르다.
나는 나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치열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상운은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왔다.
* * *
“…….”
천상운은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알고 있었지만 강유진의 파워는 대단했다.
페이크를 섞은 풋워크에서 시작된 2연속 공격은 천상운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멀쩡한 것 같군.”
강유진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현제도 이걸 맞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는데.”
“……교룡을 파괴했던 그 스킬을 왜 쓰지 않았지?”
“안 쓰고 이기면 더 좋지.”
“…….”
천상운은 바닥에 떨어뜨렸던 뒤랑달을 다시 집어 들었다.
유럽에서 건너온 성검을 손에 들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강유진을 노려봤다.
“강유진.”
“뭔데.”
강유진이 냉담하게 대꾸했다.
그런 강유진을 보면서, 천상운은 입을 열었다.
“이제 곧 판데모니움의 재침략이 시작된다.”
그것이, 천상운이 행동에 나선 이유.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팔부중 체제는 완전히 해체한다. 내가 모든 계약자들을 이끄는 유일무이한 리더가 되어, 판데모니움에 맞선다.”
그렇다.
이제 곧 한국에서 시작될 판데모니움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통일된 지휘 계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수도권의 권력 구도를 재편해야 한다. 팔부중을 해체하고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줘야 한다.
대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력을 사용해 다른 이들을 굴복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이것은 ‘빛나는 수호자’가 제시한 조건이기도 했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닌가?”
“아니, 이건 의무다. 인간은 자기 역할을 해야 하니까.”
천상운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진, 너도 마찬가지다. 너도 네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원래 나는 너를 이끌어 줄 생각이었다.”
“뭐라고?”
“너는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상이 없었지. 막연한 정의감으로 싸우고 있을 뿐, 자기 스스로 큰 그림을 그릴 능력이 없었다.”
“…….”
“그렇기에 너를 이끌어 주려고 생각했지. 판데모니움과의 전쟁에서 활약하는 신시대의 영웅으로 밀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말하자, 강유진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본심을 숨긴 채 나를 조종하려고 했던 건가?”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려 했지.”
“뭐?”
“예전에는 대놓고 강요해서 실패했던 거니까. 본인도 모르게 비밀리에 이끌어 주면,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제는 의미 없는, 다 지나간 얘기다.”
흔들리기 시작한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때는 더 잘해 보도록 하지.”
“당신은…….”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그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라지더니, 갑자기 주위가 물바다로 변했다.
“짐승은 바다에서 올라온다…… 다니엘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지.”
“……!”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네 번째 짐승이 출현할 수는 없다.
마법적으로 구현한 ‘바다’가 출현하는 것으로, 비로소 실체적인 네 번째 짐승이 나타날 수 있는 ‘출구’가 준비되었다.
“멈춰!”
“이미 늦었어.”
그렇다.
이미 늦었다.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면서, 거대한 왕(王)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네 번째 짐승이 이 땅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