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orry I went to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306
격발 (5)
우우우우웅―
또다시 헤스터와 클레이오 두 사람의 서클이 서로 간섭을 일으키며 불쾌하게 공명했다.
두 7레벨 마법사의 대결은 반경 1킬로미터 안의 자연물과 인공물 전부에 영향을 끼쳤다.
이 싸움은 실로 천재지변에 가까웠다.
물이 하늘로 치솟고, 흙이 하늘에서 땅으로 하강한다.
니네베 호수의 성이 불안하게 뒤흔들렸다.
천 년의 성채가 마법에 의해 붕괴하고 있었다. 베헤못이 잠든 탑은 무사했지만 증축을 거친 부분은 대부분 유실됐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뭍과 연결된 지하 통로를 향해 달렸다.
제가 먼저 살겠다고 서로를 치고 당기는 아비규환이, 클레이오는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미 아슬란은 멀리 떠났고, 이 소란을 안다 한들 돌아올 리도 없다.
물건처럼 새로 갈아 치워둔 성의 사용인들이 죽든 살든 그에게는 무의미한 사건일 테니.
두 마법사는 [체공] 마법식에 에테르를 불어넣으며 공중에서 대치했다.
헤스터는 품에서 마석을 아낌없이 꺼내 흩뿌리며 그 모두를 위협적인 물리 공격으로 변환시켰다.
불과 번개, 화살과 창이 수십 차례 교차했다.
클레이오는 저 자신이 발명한 마법의 방식을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경합이 길어지자 승기는 아슬아슬하게 클레이오에게로 넘어왔다.
헤스터 역시 만만치 않았다.
자비의 일격을 받아들이느니 바닥을 기더라도 살아남겠단 의지로 ‘기아의 포식가’는 끈질기게 버텼다.
그러나 그녀는 곧 깨닫게 됐다.
자신의 역량으론 클레이오의 지극히 섬세한 에테르 조정 능력을 상대할 수 없으며, 에테르 유량 역시 그에 비해 턱없이 미달한다는 사실을.
타인의 생기를 빨아들여 제 힘으로 삼는 일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그랬다.
정면 대결의 승산을 잃자 헤스터는 검을 역수로 쥐고 어깨가 빠져 덜렁이는 자신의 팔뚝을 쭉 베어냈다.
촤아아앗!
투욱.
잘려나간 신체를 핵으로 삼아, 시뻘건 에테르가 활화산처럼 치솟았다.
“[나의 형상을 따라 나의 모습대로 만들어진 피조물아, 온 땅과 땅에 기는 것을 다스려라!]1)”
헤스터는 길라드가 엿보았던 여덟 번째 세계의 진언을 썼다. 끔찍하도록 강력한 진언이었다.
피와 에테르는 한데 섞여 물가의 진흙을 온통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기괴하게 비틀어진 팔다리가 진흙으로 빚어지며 곧 마수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무렇게나 들러붙은 마수들의 머리는 열둘, 팔다리는 서른여섯. 모두가 주둥이에서 시뻘건 독액을 뚝뚝 흘렸다.
‘젠장!’
히드라의 독은 그것을 마신 자의 피도 독액으로 만든다.
바람결에 실려 온 공기만으로도 코 안이 따가웠다. 클레이오의 신체는 독을 견딜 내성이 없었다.
이 부근에서 땅에 내려섰다가는 독액에 몸을 침식당하거나, 마수에게 붙잡혀 깊은 진흙 속으로 끌려갈 것 같았다.
그것들에게 붙들리기 전에 클레이오는 뒤편으로 [도약]을 써 헤스터에게서 물러났다.
그 틈을 타 헤스터는 가짜 성흔을 발동시켰다.
[변형 스킬: 기생의 술식―타인의 생명을 거름 삼아 에테르량을 늘리는 사술(邪術).]
진흙 마수로 클레이오의 발을 묶은 뒤, 헤스터가 향한 곳은 뭍과 성을 잇는 지하 통로였다!
클레이오와의 싸움에서 에테르가 부족해지자 또다시 사람의 기운을 집어삼키려는 것이었다.
클레이오는 다급히 공작의 완드를 내뻗었다.
그러나 금빛 에테르가 맺힌 깃에 베이고도 마수들은 꿈틀거리며 두 마리 세 마리로 분열될 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마석이 아니라 헤스터의 신체를 핵으로 삼는 놈들에겐 물리공격이 안 먹히는 거였다.
‘이놈들을 상대해봐야 끝이 없어. 헤스터를 잡아야 해.’
진흙 괴물의 엄호를 받는 헤스터는 이미 호수 아래 한 지점을 향해 소용돌이를 일으켜 물을 몰아내고 있었다.
촤아아아앗―!
그 아래에서 사람 수십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클레이오는 [체공]을 해제하지 않은 채 두 번째 서클을 이중 발진했다. [방음]과 [차폐]였다.
무해하기 그지없는 마법식은 동전 하나 크기로 축소되어, 헤스터의 방어를 뚫고 그녀의 목 안에서 생성되었다.
“[불명예에서 영예를 간구하고
헛된 영광 속 악행에서 명성을 추구했구나
그리하여 너에게는 영구한 침묵이 운명 지어질지니]2)”
클레이오는 자신의 심장을 멈추려 했던 헤스터의 시도를 똑같이 되돌렸다.
진흙 괴물들이라 해도 물리적 실체가 없는 공격을 막아설 순 없었다.
“―!!!”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솟아올랐던 호숫물이 거대한 풍랑을 일으키며 쏟아져 내렸다.
헤스터의 손등에서 일렁일렁 일어나던 가짜 성흔의 기운이 확 우그러졌다. 남은 한 손으로 제 목을 움켜쥔 헤스터는 마법으로 보정된 움직임을 잃고 호숫물에 처박혔다.
물이 붉었다.
피인지 에테르인지 구분되지 않는 건 여전했다.
촤아아앗!
혼란 속에서 헤스터의 위치를 놓쳤던 클레이오는 [차폐]의 마법식에 에테르를 더하기 위해 [체공]의 고도를 낮추었다.
그때, 혼란에 빠진 듯 우왕좌왕하던 진흙 괴물 하나가 클레이오의 등 뒤에서 기형적으로 긴 팔을 주욱 뻗어왔다.
「지각」의 경고는 진작 받았는데 반사 신경이 그에 따르질 못했다.
“으윽!”
첨벙!
이번에는 클레이오가 물에 거꾸로 들이박혔다. 물에 빠지면서 헤스터에게 걸렸던 [차폐] 마법도 완전히 풀렸다.
안 그래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마법이었다. 진흙 괴물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로 마법식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진흙 괴물은 손에 잡힌 클레이오를 물에 담갔다 빼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는, 제 주둥이를 향해 가져가려 했다.
클레이오는 다급히 화살 몇 발을 쏘아 괴물의 대가리를 부쉈다.
그동안 시간을 번 헤스터는 피를 마구 토해내면서 [도약]의 식을 발진했다.
붉은 마법사는 마구잡이로 마석을 꺼내 부수더니, 7레벨 마법사의 한계를 벗어나 무시무시한 거리를 한 번에 도약했다.
지각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거리를 도약하는 건 거의 순간이동에 필적하는 효과를 냈다.
호숫가 주변의 숲에서 새들이 파르르 날아올라 도망쳤다.
괴물들은 순식간에 에테르를 잃고서 악취 나는 진흙으로 되돌아갔다. 니네베 성의 사용인들도 모두 대피했는지 지하통로 역시 인기척이 없었다.
그 뒤론 압도적인 침묵.
깜빡 정신을 잃었던 클레이오는 물가에서 눈을 떴다. 엎드린 자세였기에 입 안까지 진흙이 씹히고 코에서도 흙물이 흘렀다.
몇 번이나 기침을 하던 클레이오는 엉거주춤 일어나 앉았다. 그의 무릎께에는 길쭉한 덩어리 같은 게 나뒹굴고 있었다.
멍하니 물체를 살피던 클레이오는 앉은 채로 주르륵 물러나 앉았다. 그의 허우적거리는 움직임에 따라 펄이 파인 자국이 길게 남았다.
앞에 놓인 건 사람의 팔이었다.
팔꿈치 아래부터 뜯겨, 덩그러니 남겨진 헤스터의 손.
방금까지 진흙 괴물의 핵을 이루었던 물질.
팔에 감긴 제복은 피에 젖어 본래의 푸른 기 도는 회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아래 드러난, 고통으로 꽉 죄인 손가락은 너무나도 작고 가녀렸다.
들이찼다 나서는 물결에 쓸려 진흙이 씻기고, 창백한 손의 존재감은 명확해진다.
짧은 손톱, 험한 일로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 중지엔 펜 자국대로 부풀어 있는 오른손. 한 사람의 역사를 요약하는 신체의 일부.
그걸 없애지도 외면하지도 못하고 클레이오는 또다시 토악질을 했다.
먹은 것이 없어 신물까지 다 올려낸 뒤로, 흙탕물이 된 호수에 머리를 거꾸로 담갔다 뺐다.
서너 번 그렇게 하니 겨우 정신이 났다.
클레이오는 [발화]의 식을 일곱 슬롯 전부에 채워 물 위에서 불을 피워냈다.
물질의 근본적 성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적의 대마법이지만 그걸 행하는 자가 느끼는 감정은 고통과 자괴감뿐이었다.
“[내 손 닿는 모든 것, 빛으로 화하고,
내 뒤에 남는 모든 것, 숯이 되노니]3)”
헤스터의 남아 있던 팔은 불 속에서 흔적도 없이 타올라 사라졌다.
그 비릿한 연기에 휩싸인 채 클레이오는 우두커니 있는다.
신들을 향했던 비난이 그대로 내면을 향해 칼끝을 돌린다.
편집의 능력을 이관받았을 뿐 굳은 의지도, 올바른 확신도, 신적인 평정도 없는 자신이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멸망해가는 세계의 여신이 택한 화신이라 한들 말이다.
.
.
.
7레벨 마법사 둘의 대결에, 호수의 성은 남면의 절반가량이 무너졌다.
대마법사가 새긴 마법식도 천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희미해져, 성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다. 다만, 이솔트 시대의 원형을 보존한 북측의 두 탑만은 무사했다.
지반이 뒤틀려 벽이 들뜨고, 계단이 군데군데 끊긴 성은 텅 비었다.
반쯤은 걷고 반쯤은 [도약]해가며 탑으로 올라간 클레이오는, 여전히 자고 있는 베헤못을 찾았다.
보송보송한 시트 위에서 고르릉고르릉 숨소리를 내며 잠든 고양이의 얼굴은 웃는 것처럼 보였다.
이 엄청난 소란 속에서도 영민한 영묘가 골골 편히 잠만 자고 있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도피하는 마음으로 여기에 머무른 건 클레이오 자신의 뜻이었고, 그에 함께한 건 베헤못의 헌신적인 호의 덕분이었다.
이러한 친애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을 클레이오는 모른다. 그래서 늘 그는 악성의 채무자가 된다.
클레이오는 조금 가벼워진 듯한 고양이를 양팔로 꼭 껴안아 받쳐 들었다.
“므네모시네의 문과 너무 멀어져 있었지. 미안해, 베헤못. 네 잠을 깨워줄 룬데인으로 돌아가자.”
고양이를 안은 마법사는 타박타박 걸어 호숫가의 숲을 벗어났다.
오늘은 더 이상 마법을 쓸 에테르가 없었다.
다행히 이 부근의 지도는, 가수 게하임이 납치된 페셀른 시의 위치를 찾을 때 본 적이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 마을로 나가 아세르 상사의 지점을 찾고, 기디온에게 전화를 하고, 이동수단을 마련해서….
지친 몸으로 걸음을 옮기던 마법사의 「지각」에 두 사람의 인기척이 잡혔다.
위치는 전방, 여성, 에테르 감응자,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훈련된 기사이다. 기사의 방식으로 걷는다.
클레이오는 멈춰 서 서클을 펼쳤다.
무리하게 편 마법의 대가를 안 후, 에테르 고갈 상태는 가능한 한 피하려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솨아아아아―
펼쳐지지 않은 마법식 대신 휘몰아치는 에테르가 숲을 멀찍이 밀어냈다.
늦여름의 무성한 숲이 뒤집히고, 모든 그늘이 해 아래 밝혀진다.
“!!!”
호수의 숲 경계에 선 이는 첼과 비행단 단원인 아이샤였다.
“뭐야, 클레이오 경. 높은 탑에 묶여있기라도 한 건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첼….”
“그래, 이 몸이시다.”
스으으으읏―
마법사의 에테르가 일거에 거두어졌다.
울 듯 웃을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클레이오는 그대로 무너져 정신을 잃었다.
첼은 화급히 나서 클레이오와 고양이를 함께 받아 안았다.
“아니 사람이 말을 하자마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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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닥다그닥.
다각. 히이이잉.
클레이오는 마차의 규칙적인 흔들림을 느끼며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첼과 그 부하의 대화에, 무거운 눈꺼풀보다 귀가 먼저 트였다.
“아무튼 우리 수도방위대 비행단 전원은 한 명도 안 빼놓고 튀어버린 거네요? 대단하다. 전 비행기 준비하란 소리만 듣고 바로 날아오느라 몰랐어요.”
“전원은 아니고. 예비 단원인 기젤라랑 릴리안은 얌전히 학교에 있어. 우리 장교 후보생들 앞길 안 막아서 잘 됐잖아.”
“대마법사 구출 작전에 절 차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얄지. 말만 실컷 모네요.”
“벤자민 비튼 의장을 구출하는 일보다 이게 더 재밌을 테니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아이샤 데왈리 하사.”
1)『개역한글성서』, 「창세기」 1:26 참조.
2) 『Paradise Lost』, John Milton, 편역..
3) 「Ecce Homo」, Friedrich Nietzs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