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40
나 혼자 S급 소환수 240화
서동희와 한만식 (1)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평화로웠던 서울역에 짙은 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도망쳐!”
“다, 다리가 뭉개졌어! 살려줘!”
“엄마…….”
곳곳이 불타오르며 괴성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무너진 건물에 하체가 끼인 시민들.
부모를 잃은 아이.
소환수를 꺼낸 채 용감하게 덤비는 서머너들까지.
“…….”
꼬마, 한만식은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판데모니엄의 10악마 중 무려 셋이 대한민국을 침범한 지 벌써 1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서동희가 이끄는 예언의 악마, ‘바사고’(★★★★★★)를 필두로 한 무차별적인 테러.
협회나 길드 소속 서머너들이 막아섰지만, 10악마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먼저, 거대한 악어 형상을 한 ‘바사고’는 그 커다란 이빨로 건물을 우걱우걱- 씹고 있었으며.
화르륵!
아름다운 여성이 손을 한 번 떨칠 때마다.
주변의 산과 수많은 나무가 불타올랐다.
‘저건…….’
한만식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인간 여성 같아 보이는 저 괴물은 사실 10악마다.
그것도 아홉 번째 권좌로.
불을 다스리는 악마, ‘파이몬’(★★★★★★)이라 불리는 자.
그리고 저 끔찍한 악마를 컨트롤하는 여성은 요미가 뽑았다는 9 간부다.
‘미나미라 했나……?’
2 간부와 똑같은 국적의 일본인이었다.
“3 간부님?”
“응?”
“서머너 마스터인가 하는 그놈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예요?”
미나미는 서동희의 옆을 지키며, 살짝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만식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잔인한 연놈들.’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표정들을 짓고 있단 말인가.
과연 저들을, 같은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퉁! 투웅! 투웅!
한만식 옆에 위치한 바르바토스 역시 활을 쏘고 있긴 했지만.
쏘아진 화살은 교묘하게 비틀려, 사람을 깔고 있는 건물들을 치워내고.
죽기 일보 직전의 민간인들을 구해내고 있었다.
물론, 들키지 않게.
강한 공격들로 빈 건물들을 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솔직히 피가 토하는 심정이었다.
당장에라도 저 두 악마와 싸우고 싶었지만.
‘아직은 속셈을 드러내기엔 애매해.’
파이몬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동희가 컨트롤하는 바사고는 정말 강하다.
지금 반기를 들어봐야 개죽음만 당할 뿐.
‘그래도…….’
참기가 힘들었다.
지이잉!
멍한 상태에서 의식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잊을 수 없었던 기억의 파편들이 맞춰지는 소리였다.
고약한 약품 냄새와 썩은 내가 풍겨오는 실험실.
그 속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와 각종 실험 기구.
그리고…… 인큐베이터 속에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
한만식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로즈 케미칼, 키메라 연구실의 모습이었다.
-축하합니다. 오늘부로 본사로 발령 나셨답니다.
-그러게 꼬마야. 본사로 떠났다고 했을 때 믿었어야지. 꼭 이런 꼴을 봤어야 했니?
인간을 실험체로 써놓고 당당하게 히죽거리던 김춘식의 모습.
그때 그놈과 저 둘의 다른 점이 뭐란 말인가?
그때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힘이 있다.
힘이 있음에도 나서지 못하는 건, 결국 비겁한 자기합리화 아닐까?
‘형만 와준다면…….’
해볼 만할 텐데.
승산이 있을 텐데.
서머너 마스터가 저주의 악마, 아몬을 잡았단 소식을 들었을 땐 솔직히 많이 놀랐다.
인간의 힘으로 10악마를 잡았다는 건.
그에겐 달걀로 바위를 깼다는 소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서동희가 저 난리를 치는데도.
서머너 마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많이 다친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아몬이 평범한 던전의 몬스터도 아니고.
무려 10악마인데, 형이라고 타격이 없었겠는가.
‘그럼…… 어떡해야 하지?’
그의 내적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한 여기자의 머리를 부여잡은 채, 카메라를 향해 협박하고 있는 서동희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아, 그리고 이 방송국 생중계하는 놈들아, 잘 들어라. 혹시나 이거 끊으면…… 거기부터 폭파하러 갈 거야.”
그리고 이내.
푸확!
힘을 주며 목을 뜯어내는 그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한만식의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머리에 피가 화끈하게 쏠렸다.
‘이건…… 너무하잖아.’
더는 인내할 수 없었다.
이미 분노는 한계치를 넘어섰고.
이성적인 사고의 흐름이 감성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크크, 꼬마야, 괜찮겠느냐?
옆에 있던 바르바토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본심을 드러내면, 너나 나나 소멸을 면치 못할 텐데?
‘난 괜찮은데, 넌?’
한만식은 오히려 되물었다.
바르바토스가 원하는 건 자유롭게 인간계를 누비는 것.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물어 뭐하겠느냐. 당연히 내키지 않지. 난 원래 이기는 싸움만 하거든.
“…….”
역시나.
바르바토스는 거부 반응을 드러냈다.
-하지만, 어쩌겠나? 계약자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게 소환수의 운명인 것을.
그래서 악마는 소환 당시, 인간의 성품을 교묘하게 바꾼다.
온갖 부정적인 욕망이 내면에 가득 차도록.
하지만 바르바토스는.
자살 소동으로 인해, 한만식의 성품을 바꾸지 못했다.
‘도와줘. 만약 이 모든 상황을 끝낼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으니까.’
-크큭, 영혼은 무슨. 꼬마야, 네 영혼이 무슨 대단한 가치라도 지닌 줄 아느냐?
“…….”
-뭐, 그래도 재미있긴 하겠구나. 어디 네 욕망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한번 움직여 보거라. 난 상관없으니.
감정을 숨기는 것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그렇지 못할 바에 죽음을 택하는 것.
그것이 자유로운 영혼, 바르바토스의 이상이었다.
‘고마워, 바르바토스.’
속으로 감사를 표한 한만식의 눈빛이 번뜩였다.
투웅!
그러고는 또 다른 희생자를 찾는 서동희에게 화살을 날렸다.
‘그동안 많이 참았어.’
약 100여 명의 희생자가 생길 동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불편했다.
‘네놈의 악행을 잠깐이나마 막을 수 있다면.’
한만식은 죽음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 *
“키륵?”
건물을 우적우적 씹던 악어, 바사고가 기묘한 소리를 냈다.
움직이던 턱이 멈추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흐음?
찰나의 순간.
자신의 계약자를 향한 바르바토스의 살기를 느낀 탓이다.
우우웅!
그는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며, 서동희의 주변으로 보호막을 둘렀다.
투웅!
쏘아진 바람의 화살은 보호막을 뚫지 못한 채, 허공으로 스러졌다.
“……?”
서동희의 표정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이내, 한만식의 변화를 알아챘다.
무형의 기운으로 자신을 공격한 것은 분명 저 꼬마였다.
“8 간부, 뭐 하는 짓이지?”
“…….”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녀석.
그 눈빛에는 분명 적대감이 있었다.
“하? 같은 간부끼리 공격하지 않는다는 노야의 명령은 잊었나? 아니, 그전에 날 공격한 이유가 뭐냐고.”
서동희가 뱉어내는 말에, 분노의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서머너 마스터에 대한 적대감이 있다는 이유로.
기껏 뽑아줬더니, 바로 배반을 때려?
심기가 굉장히 불편했다.
그의 물음에 한만식이 곧바로 대꾸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이렇게? 뭘 이렇게까지라는 거지? 아, 설마…… 쟤네 죽이는 거?”
서동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픽- 웃었다.
“이거 웃긴 놈일세? 약육강식의 세계, 너도 동의해서 프리덤에 들어온 거 아니었나?”
“웃기지 마. 아무리 약육강식이라 해도, 자연의 모습이라 해도. 이런 학살은 안 해.”
맹수들이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지.
무차별적인 학살을 위해서가 아니다.
“게다가…… 프리덤에 입단하겠냐는 물음조차 없었잖아?”
노야는 분명히 말했다.
프리덤에 입단하지 않겠다는 자만 척살하라고.
“그것 때문만은 아닌 거 같은데.”
으드득!
씹던 건물을 아래로 뱉어낸 바사고가 몸체를 틀었다.
“8 간부 저거, 3 간부님이 뽑은 거 아니에요? 완전 배은망덕한 인간이네.”
사방에 불 지르던 파이몬 또한, 한만식과 바르바토스 쪽으로 공격 태세를 갖췄다.
꼬마가 침을 삼켰다.
‘이제 진짜 싸워야 해.’
자신이 무엇을 위해 프리덤에 입단했는가.
이러한 학살을 막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함이었다.
분명히 자신보다 강한 상대들이지만.
‘이미 알고 있었잖아?’
서머너 마스터 역시 아몬을 죽일 때.
자신이 불리한 걸 알았음에도 싸웠을 거다.
그리고 결국, 승리를 쟁취해 냈겠지.
“후우우.”
한만식은 길게 심호흡하며, 긴장감을 털어냈다.
자신이 당하는 순간,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터.
어깨 위에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편해졌어.’
민간인들의 죽음을 지켜볼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마음이 가벼웠다.
꼬마, 한만식이 호기롭게 서동희를 응시했다.
“가타부타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생각이 다르면 싸워보면 되는 거 아냐? 그게 우리 방식이잖아.”
그의 목소리가 사방에 낮게 깔렸고.
후우우웅!
동시에 그의 몸 주변으로 바르바토스의 광풍이 일기 시작했다.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가 허공으로 소용돌이치며 치솟을 만큼 강한 바람이었다.
-호오, 바르바토스. 또 배신을 택한 거냐?
바사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의외의 상황에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
바르바토스 역시 마주 웃었다.
-배신으로 뭐라 하기 없기. 어차피 배신 또한 악마들의 전유물 아니던가.
-그건 그렇지……. 다만.
바사고의 시뻘건 눈이 부릅떠졌다.
-그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것 아니었나!
쿠과가가가!
거대한 악어의 주변으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이 한만식을 옭아맸다.
“…….”
한만식은 입을 꾹 다물었다.
몸속에 모든 신경이 강한 기압에 눌리는 기분이었다.
마치 심해 속에 들어온 기분.
-버텨내라. 설마 이 정도 각오도 없이 일을 벌인 건 아니겠지?
‘물론.’
한만식의 눈동자에 두려움은 없었다.
참, 웃기는 일이다.
생을 포기하니, 공포가 사라지고 후련함 뿐이다.
‘저런 쓰레기들에게 복종할 바에.’
꼬마의 마음속에 찬 것은 오직 프리덤, 그리고 10악마에 대한 분노뿐.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좋구나, 계약자여!
강한 압박 속에서도 바르바토스는 활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까마귀를 연상케 하는 칠흑의 활에서 나간 무형의 화살이 허공을 찢어발겼다.
쐐애애애액!
하나로 방출되었던 그 기운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두 갈래로, 다음은 네 갈래로.
종국에는 열여섯 갈래로 나누어졌다.
-자유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느니라.
나뉜 기운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며.
바사고와 파이몬의 육체 위로 향하더니, 이내 정확히 틀어박혔다.
파바바바박!
콰아아앙!
우박 쏟아지는 소리와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
과연, 10악마 중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르바토스 다운 위력이었다.
‘생각보다…… 세잖아?’
그 모습에.
한만식의 눈빛에 희망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