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growth into SSS-class safety zone RAW novel - Chapter 53
53화. 던전제일 몬스터 대회 (3)
* * *
S급 마정석은 일단 아껴두기로 했다.
던전둘기를 후원할지 말지도 생각해 볼 문제였다.
우리집 던전은 지금 강남의 노른자라니. 흔하디 흔한 F급 던전이 청약 과열지구가 된 데는 몬스터들의 성장을 돕는 집주인, 즉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황을 관망하며 움직이자.
게다가 아레나는 처음이었고 아직 정보가 더 필요했다.
대장장이가 하늘섬에 있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수확이었다. 로엘라이를 고칠 수 있으니까.
여우가면을 썬글라스 삼아 대신 쓰고 예선 시합장으로 향했다.
시합장에는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이 모여있었다.
던전둘기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ㅡ꾸르르르 (여기에요!)
회색 비둘기 몬스터는 팀메이트로 거북이를 소개했다.
빨리 달리기 대회라는데, 거북이라니. 이 무슨 신박한 조합인가.
“달리기 시합 아니었어?”
ㅡ꾸르르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왜 거북이가 껴 있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면전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ㅡ꾸르르꾸구 (그런데 집주인님께서 정말 직접 출전하시나요? 청약을 안 하셔도 될 텐데……)
“내가 본선 가면 흰꼬리 여우 일족이 입주하면 되니까 괜찮아.”
아레나의 대장장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저 하늘섬에 가야했다.
다만 내가 참가하면 던전에 입주해야하는 몬스터 개체 수가 줄어든다.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건 던전의 다양성 측면에서 좋을 게 없다. 마침 흰꼬리 일족도 와있으니 잘됐다.
“그보다 탈락하면 다 끝인 거 알지?”
ㅡ꾸르 (아무렴요.)
던전둘기가 자기만 믿어달라는 듯 하트모양의 가슴을 활짝 내밀어 보였다.
“식량아. 다른 친구들한테 폐 끼치지 말고 잘해야 한다. 알았지?”
ㅡ꼬이익!
비상식량이가 힘차게 외친 뒤 작은 다리로 도도도 걸어 거북이 등 뒤에 올라탔다.
ㅡ게에엑!
껍데기에 올라탄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거북이가 몸을 흔들었다.
퍼억. 그러자 식량이가 앞발로 거북이 머리통을 때렸다.
거북이가 아픈지 더욱 몸통을 흔들었지만 식량이에게 몇 대 더 맞고 얌전해졌다.
우리 식량이. 먹는 것만 밝히는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던전제일 몬스터 대회의 사회를 맡은 미스터 미라클입니다!]낭랑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곧 있으면 예선전이 시작됩니다! 출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관중석으로 이동 부탁드립니다.]나는 흰꼬리 여우 일족과 담판을 지은 뒤 출발선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흰꼬리 여우 일족은 과열된 청약 분위기에 대표자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출발선상의 몬스터들에게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 정체를 아는 외뿔 회색 늑대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인상을 찡그렸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내가 거북이 옆으로 가자 등껍질에 앉아있던 비상식량이가 안겨 왔다.
그래, 거북이 등딱지 보다 내 품이 더 좋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지게 해내보자. E급 여우의 힘이 있으니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
정 안되면…… 던전둘기에게 ‘후원’을 하는 것도 방법이고.
“첫 번째 시합은 달리기지? 릴레이 하자고 4인 1조를 짜라고 한 건 아닐 테고. 거북이를 골랐으니 생각이 있었겠지?”
ㅡ물론이죠. 아레나 본선 진출에 실패해 본 적 없습니다요.
던전둘기가 거북이 몬스터를 힐끔 쳐다봤다. 다행히도 거북이 몬스터는 우리 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ㅡ사막과 바다와 하늘을 달려야 합니다.
“그래. 사막과 바다와…….”
ㅡ네네. 집주, 아니 여우님이 계시니 든든합니다.
아니, 그 뜻이 아니었다. 셋 중 제대로 된 곳이 하나도 없었다.
하늘이랑 바다는. 그래, 좋게 생각해서 하늘을 나는 비둘기에 헤엄치는 거북이가 있다 치고, 사막은 어쩌면 좋을까.
안내가 끝나기가 무섭게 몬스터 팀들이 출발선을 뛰쳐나갔다.
첫 번째는 바다 달리기.
우리는 거북이 몬스터 등에 올라탔다.
“너는 날아도 되지 않아?”
ㅡ체력을 아껴야죠. 팀전이잖아요. 하늘 달리기 때는 제가 거북이까지 등에 짊어지고 날아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사막 달리기를 할 때는 내가 거북이를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는 소리일까.
그럴 수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던전둘기. 예선전 통과 기준은 뭐지? 선착순인가?”
ㅡ먼저 들어간 8팀만 본선에 올라갑니다.
“8팀만 있으면 열심히 안 달려도 되는 거지?”
ㅡ네?
내가 주변을 둘러봤다. 헤엄쳐 뭍으로 향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느린 팀이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이곳에서 떨어뜨릴 팀은 미리 떨어뜨리는 편이 좋겠지.
내가 만능 보따리에서 마정석 조각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낚싯줄로 하나를 묶은 뒤 바다로 던졌다. 낚싯줄에는 블랙맘바 던전에서 건진 특수 점액질을 발라놓아 내구도를 강화시켰다. 그 덕에 어지간한 몬스터의 공격에도 끄덕없을만큼 튼튼해졌다.
물 위를 달리던 몬스터들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고소한 냄새!! 마정석! 어디에선가 마정석이 나타났습니다! 물 위를 떠다니는 마정석에 참가자들 눈이 뒤집힙니다!!]사회자의 목소리도 격앙되었다.
“거북이 양반. 우리는 앞으로 가자고. 말만 잘 들으면 이거 줄게.”
내가 다른 마정석 하나를 꺼내 보인 뒤 다시 보따리에 넣었다.
ㅡ집주, 아니 여우님! 그런 거라면 제게……!
던전둘기가 뭐라 하기도 전에 거북이 몬스터의 몸이 두 배 정도 커졌다. 그러더니 방금 전과 달리 무서운 속도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아아, 이럴 수가! 마정석을 두고 싸움이 붙었습니다. 목이 긴 원숭이가 이끄는 팀과 목도리 다람쥐가 붙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보라색 악어 팀이 참여합니다. 싸움 양상을 예측 할 수 없는데요……!] [일부 몬스터들은 자신의 영역이 아닌데 ‘우두머리의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저 팀들 과연 골인을 할 수 있을까요~?]물 위에 떠다니는 손톱만 한 마정석을 가지고 여섯 팀이 엎치락뒤치락 중이었다. 다행히도 서로 싸우느라 아무도 마정석을 얻지 못했다. 새로운 조각을 꺼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다.
만능 보따리에서 낚시 릴을 꺼내 낚싯줄을 죄다 풀어버렸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마성적을 두고 싸우던 몬스터 태반이 부상을 입거나, 속도가 더뎌졌다.
뭍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마정석의 유혹을 이겨내고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세 팀은 이미 떠났다. 마정석 냄새 때문에 진즉에 도착했지만 출발하지 못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팀이 하나 있었다.
날개 달린 고양이와 돌골렘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나는 돌골렘에게 다가갔다. 돌골렘은 사막과 암석 지역에 특화되어 있다.
“우리 팀 데리고 다음 지역까지 가주지 않을래?”
ㅡ어우우 (이 여우 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다른 팀보다 더 빠르게 데려다주면 이 마정석 줄게.”
주머니에서 작은 마성적을 꺼내 보였다.
이번에는 던전둘기 뿐만 아니라 거북이도 항의했다. 거북이는 어느새 몸집이 원래대로 줄어들어 있었다.
방금 전 물 위에서의 혼전을 본 터라 돌골렘과 날개 달린 고양이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거북이. 수고했어. 자, 약속한 마정석.”
ㅡ!!!!
마정석 하나를 거북이 입에 넣어줬다. 옆에서 던전둘기가 당장이라도 고함을 내지를 듯 얼굴이 벌게졌지만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만능 보따리에서 다른 마정석 하나를 꺼내 보였다.
ㅡ어우우 (좋다.)
딜은 쉽게 성사되었다.
우드드득. 돌골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보다 조금 더 크던 돌골렘의 몸이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거대해진 돌골렘 위에 우리 팀이 올라탔다. 화가 난 던전둘기는 씩씩대면서도 돌골렘 어깨에 사뿐히 앉았다.
건물 5층 높이까지 커진 돌골렘이 두 팔을 주욱 늘어트려 수십 미터 앞의 모래밭으로 떨어트렸다.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팔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자 나머지 몸통이 자동으로 딸려갔다. 양팔을 길게 늘린 골렘이 반동을 이용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상당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넓고 평평한 주먹 덕에 사막 위를 횡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반대쪽 어깨에 올라탄 골렘 팀의 몬스터들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거대한 돌골렘이 어떻게 바다를 건넜을지 궁금했다.
ㅡ크크크 (뭘 쳐다봐?)
“아니, 어떻게 해서 바다를 그렇게 빨리 건넜나 싶어서.”
ㅡ크크 (얘가 있잖아.)
날개 달린 고양이가 어깨에 힘없이 축 처진 초록색 식물을 가리켰다. 내 몸통만 한 연잎이었다. 저것도 몬스터라고?
ㅡ크크크 (지금은 상극인 곳이라 이렇지만 물에 닿으면 엄청 커지는데 부력이 상당해서 돌골렘도 끄덕 없이 태울 수 있지.)
“와. 신기하다.”
그런 기능을 갖춘 연잎이라니. 물에만 닿지 않으면 크기도 적당하고. 나중에 던전 부산물로 수확하면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우리집 던전에 입주했으면 했다. 이 팀은 본선에 무조건 진출시켜야겠다.
돌골렘은 아둔한 외모와 달리 빨랐다. 덕분에 하늘 달리기 지점에 도착하자 앞서 나가던 3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보았던 이마에 뿔이 달린 늑대를 주축으로 한 팀과 근육질 산양이 리더인 팀이었다.
나머지 한 팀은…… 보석뱀이었다. 분명 블랙맘바 던전에서 보았는데 왜 우리집 던전용 아레나에 있는 거지?
“이 아레나에 다른 던전의 몬스터도 참여가 가능해?”
ㅡ물론이죠. 리커버리 중인 모든 던전의 몬스터들이 참여 가능합니다. 저기 A급 지역 출신 때문이시죠? 원래 여기가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 지역은 아닌데…….
던전둘기가 볼멘소리를 했다.
[세 번째 관문인 하늘 지역에 도착한 건 4팀! 바다에서 싸우던 팀들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직 사막 달리기가 반도 안 끝났다는데요! 과연 살아남는 마지막 8팀은 어떤 팀이 될까요!]허공에서 사회자 미스터 미라클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마워! 나중에 던전에서 보면 좋겠다.”
ㅡ구우구우!!
마정석을 받아든 돌골렘이 힘이 솟는지 양손을 들어 올렸다. 내가 돌골렘과 그 일행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나저나 저 작은 고양이가 저 큰 돌골렘을 어떻게 들고 나를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그건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던전둘기는 자기 몸만 한 거북이와 나를 태우고 날아야 한다.
“정말 문제없는 거 맞지?”
ㅡ구우우 (믿으시라니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던전둘기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나보다 조금 더 크던 던전둘기가 집채만큼 커졌다.
ㅡ꾸우우 (아레나에 참가한 몬스터는 각 종족을 대표하죠. 시합 중에는 우두머리만 쓸 수 있는 능력을 쓸 수 있거든요.)
동시에 비상식량이랑 큰 차이 없던 날개 달린 고양이도 집채만큼 커졌다. 반대로 거대화가 끝난 돌골렘은 작아져 고양이 몬스터의 등에 올라탔다.
“이렇게 크고 강해질 수 있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그랬어?”
ㅡ꾸꾸꾸 (사용시간이 제한적이어서요. 하늘 달리기만큼 사용하면 저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래서 바다에서 거북이가 중간에 몸집이 커졌던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앞발을 내밀고 밖을 내다보는 식량이를 쳐다봤다.
던전에서 봤던 유난히 큰 멧돼지가 기억났다. 분명 그놈이 우두머리였지.
그렇다면 우리 식량이도 커질 수 있을까?
식량이의 킬링 포인트는 귀여움인데…….
우리 식량이,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본선까지 가게 해주마.
ㅡ구르르! (다왔습니다!)
던전둘기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세 번째 달리기의 목적지는 파란 하늘 위에 구름처럼 떠 있는 ‘하늘섬’이었다.
저곳에 대장장이가 있다.